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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용아아.’

         

       용아아…

       용아아…!

       용우에…

       용끄으으앙…

         

       약간의 떨림이 느껴진다.

         

       주나용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손등 위로 유세하의 따스하면서도 강인한 손아귀가 쓸어내린다.

         

       워, 원래…

         

       ‘이렇게 손이 컸던가?’

         

       음, 아닐 거다.

       맞아 맞아. 아닐 거다.

         

       주나용이 아는 한, <의무 훈련> 기간에 유세하의 손은 이리 남자답지 않았다.

         

       이리 말하기 뭐하다만…

         

       오히려 계집애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새하얗고, 곱상한 손에 가까웠다.

         

       ‘물론 지금도 백옥처럼 하얗긴 한데…’

         

       그 안으로 느껴지는 건 다부지면서도 강인한 손이었다.

         

       이 말은 유세하가 입학 이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는 소리다.

         

       뭐, 사실 당연하긴 했다.

         

       ‘그러니 그런 검을 보여준 거겠지.’

         

       비록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주나용은 지금도 두 눈으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해룡>의 머리 위로 올라타 [패천검법]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을.

         

       마치, 폭풍우같이 사납고, 강하며, 빠른…

         

       그러면서 그 무엇보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검술을 말이다.

         

       ‘팽진아 언니를 보는 것 같았지.’

         

       주나용은 그때만 생각해도 심장이 쿵쿵 떨려오고는 하였다.

         

       그런 검을 펼친 사내이다.

         

       그 무엇보다 강인한 손을 가지는 건 당연했다.

         

       “여기, 2페이지 보이지? <발굽 염소>에 대한 부분.”

       “어? 으응…용으응.”

         

       유세하의 말에 주나용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의 설명을 묵묵히 들으며, 힐끗힐끗 유세하를 감상했다.

         

       군살 하나 없이 잘빠진 턱선.

       그 위로 미의 극치라고 보이는 외견이 드러났다.

         

       ‘꿀꺽…’

         

       입에 침이 고였다.

         

       성욕과 식욕이 뒤섞인 미묘한 욕망이, 주나용에게 허기를 일으켰다.

         

       틀림없이, 내면 속 <적룡>이 당장이라도 먹어 치우자고 제안하는 거였다.

         

       ‘용아앙!’

         

       그럴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정신을 다잡았다.

         

       <적룡>의 콧잔등을 후려치며 ‘적당히 해!’라고 소리친다.

         

       다짐하지 않았는가.

       각오하지 않았는가.

       호언장담하지 않았는가.

         

       ‘반드시 유세하를 해롱해롱하게 만들어서…’

         

       때가 되었을 때 그를 손에 넣겠다고.

       절대로 도망 못 치게 목덜미를 물어뜯겠다고.

         

       그걸 위해서 열심히 스킨십도 하고…

       애정 표현도 자주 하고…

       언제나 그의 옆에 있어서 눈길이 가게 하겠다고…

         

       그리 다짐한 주나용의 각오였다.

         

       뭐, 물론 그리 말하긴 했지만.

         

       ‘으으…’

         

       주나용은 근래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유세하만 보면 심장이 떨려오는데 여기서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오히려, 그에게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탐욕의 용아앗!’이 발동되어 절대 돌아올 수 없게 될 거다.

         

       ‘하아…’

         

       팀장 언니가 말했다.

         

       연애란…주도권 싸움이라고.

         

       먼저 반하는 쪽이, 먼저 고백하는 쪽이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라고.

         

       주나용도 머리로는 잘 아는 정보지만.

         

       ‘으으으…’

         

       유세하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쿵쿵거렸다.

       사실상 이미…

       패배한 주나용이었다.

         

       “주나용?”

       “용앗?!”

         

       유세하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본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마에 손을 올린다.

         

       ‘용, 용, 용아아!?’

         

       “어디 머리 아파? 좀 천천히 설명해 줄까?”

       “아, 아, 아니야! 미안해! 잠깐 딴생각하느라…마, 마저 설명해 줘.”

       “응 알았어. 못 따라 올 것 같으면 언제든지 말해. 알았지?”

       “용으응…”

         

       그 뒤로도 이어지는 유세하의 설명.

         

       주나용은 더는 민폐를 끼칠 수 없다는 마음에 전력을 다해 집중하였다.

         

       물론, 그러면서 힐끗힐끗 그를 바라보는 건 까먹지 않았다.

         

       “최채굴 교수님의 <부산물 채취>는 필기, 실기 두 개가 다 섞인 시험이야. 따라서 같은 마물이어도 시험마다 우선해야 할 부위가 달라.”

         

       “부위…?”

         

       “예를 들어서 지금, 보이는 C급 괴수 <발굽 염소>의 경우. 특이하게도 심장이 엉덩이 쪽에 달려있어. 그리고 <발굽 염소>의 심장은 남성의 정력제로 이용되는 재료인지라 가장 높은 값어치를 가졌지.”

         

       “아, 그러면…심장 부근부터 먼저 채취하는 게 좋겠네?”

         

       주나용의 물음에 유세하는 반만 정답이라고 답했다.

         

       “필기에서만 그래. 실기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져.”

         

       “용아?”

         

       의문을 표하던 주나용은 곧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구석에 있는 책을 집기 위해 유세하가 몸을 밀착시켰기 때문이다.

         

       “……”

         

       자연스럽게 그의 품 안에 들어가는 주나용.

         

       남자답게 발달한 목젖과 쇄골에 눈이 꽂혔다.

         

       쿵, 쿵, 쿵!

         

       “뭔 책이 이리 멀리 있냐. 자 여기 봐봐.”

         

       “요, 요, 용으응…”

         

       “일부 <발굽 염소>는 뒤꿈치에 마석이 달린 경우가 간혹 존재해. 필기 때는 전제조건이 이미 <헌터>들이 공략하고 난 뒤에 입장하는 것. 즉, 3일의 시간이 지난 거라 늦지만, 실기는 달라. 갓 잡은 괴수를 도축하는 거야.”

         

       그리고 이런 돌출형 마석은 내버려 두면 육신에 스며들어서 품질을 저하하지.

         

       “따라서 실기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없애야 해. 여담이지만, <발굽 염소>는 이런 마석이 약점인가 봐. 공격하면 하반신이 마비되어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네? 이걸 노리고 일부러 <궁수> 클래스를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라…이건 나도 몰랐네.”

         

       “……”

         

       유세하의 설명은 열성적으로 이어졌다.

         

       반면, 주나용은 그의 설명을 그저 귀로만 듣고, 눈으로는 몸을 훔쳐보았다.

         

       그렇게 주나용은 유세하가 설명하는 내내 잘 익은 홍시처럼 얼굴을 붉혔다.

         

       “……”

       “므아아? 보라야?”

         

       덤으로…

         

       오로지 문보라만이 이 모습을 눈치채고, 뽀로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 이틀, 삼일.

       정신없이 서로 공부하고 밥을 먹는 것의 반복이던 시간.

         

       그것도 어느새 일주일을 지나갔고, 기다렸다는 듯 시험 당일이 찾아왔다.

         

       <중간 학기 고사>.

         

       사실상 2학년으로 올라가냐, 유급하냐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시험.

         

       생도들 전원 비장한 각오를 얼굴에 품은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다들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첫 번째 <계열별 과목 평가 시험>의 주인공은 최채굴 교수였다.

         

       그는 칠판 위에 <부산물 채취> 필기시험이라고 크게 적었다.

         

       전원 참석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던 조교를 향해 눈짓한다.

         

       촤르륵-!

         

       조교의 손짓에 시험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일말의 오차 없이 생도들에게 도착한다.

         

       “지금부터 필기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오후에 실기 시험이 있다는 거 명심하시고 응해주십시오. 그럼…시작!”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볼펜, 샤프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그 소리도 10초 정도 지나자, 자동으로 사라졌다.

         

       예민한 생도들을 배려하여 설치된 <음향 감소> 아티팩트가 작동되었다는 증거였다.

         

       *

         

       약, 40분 뒤.

         

       ‘흠.’

         

       나는 마지막 문제의 정답을 적고,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몇몇 모르는 게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범주 내에서는 전부 풀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푸는 생도도.

       대충 엎드려서 자는 생도도.

       진작에 교실 문을 나간 생도들도 있었다.

         

       이런 이들은 다 제쳐두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문보라였다.

         

       호구 같아도 설정상 우수한 엘리트인 그녀는, 진작에 다 푼 문제집을 한번 쭉 바라보며 점검하고 있었다.

         

       ‘맨날 웅엥? 우우웅? 이래서 그렇지…’

         

       역시 공부를 잘한다니까.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보석 같은 눈동자를 끔벅거리며 나를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뒤이어 ‘잘 봤어요?’하는 입 모양을 보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옆자리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므앙, 므앙, 므르르르르앙! 므끄으으앙!”

       “……”

         

       우리 천사 같은 므냥이.

         

       그녀는 마치 문제집과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열성적인(?) 소리를 내었다.

         

       정말 특이하게도 므냥이의 고양이귀는 한쪽이 앞으로 가면, 다른 쪽이 뒤로 가는 것을 반복하였다.

         

       마치 자전거 페달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추가로 2개의 꼬리 또한 프로펠러처럼 붕붕 회전하고 있었다.

         

       ‘진귀한 장면이네.’

         

       만약 여기가 줄줄이 책상에 앉는 평범한 시험 구조였다면.

         

       므냥이의 뒷사람은 꽤 많이 괴로웠을 거다.

         

       하지만 괜찮다.

         

       일부러 널널하게 배치한 데다, 아까 말한 <음향 감소> 아티팩트도 있다.

         

       사실상 나처럼 살펴보는 게 아닌 이상, 그녀가 무엇을 하든 앞, 뒷자리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마지막은…’

         

       역시 주나용이겠지.

         

       “용끄으응, 끄으응…용아앗!”

         

       주나용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푸슈슉~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며, 눈동자가 빙빙 도는걸 보아하니…

         

       어지간히 큰 전쟁을 치르는 모양이다.

         

       ‘그래도 풀 수 있는 건 거의 다 푼 모양이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곧 있을 <실기 시험>을 상정하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 * *

         

         

       몇 시간 뒤.

         

       필기시험이 끝나고 <부산물 채취> 실기 평가 시험이 찾아왔다.

         

       총 10명씩.

         

       순서에 맞춘 줄을 선 생도들이, 야외 실습장으로 들어선다.

         

       <던전> 일부를 마개조하여 만든 장소로, 별다른 위험성은 없지만 마력의 흐름은 확실하게 흐르는 장소였다.

         

       사실상, <도축>을 하는 환경이 고대로 조성된 실습장이었다.

         

       그렇게 유세하 일행보다 먼저 들어서는 10명의 생도들.

         

       개인실로 들어가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 뭐야?

       ―…이거 교과서에 안 나온 거잖아?

       ―설마…수업 도중에 넌지시 말하신 <괴수>를 넣은 건가?

       ―나, 나 자고 있었는데…젠장.

         

       그리고 실습장 정중앙.

         

       최채굴은 팔짱을 낀 채 이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곤욕스러워하는 생도들을 주시하던 그는 시선을 돌렸다.

         

       대기 장소.

         

       최채굴로서는 절로 미소가 나오는 4인방이 서로를 챙겨주고 있었다.

         

       “하나 씨. 그거 날이 무디었어요. 여기 새것을 사용하시죠.”

       “므아!? 그러네! 고마워 보라보라.”

       “주나용. 어제 알려준 건 잘 기억하고 있지?”

       “용으응. 아, 아마도?”

       “…아마도?”

       “용아앗! 아, 아니야 잘 기억하고 있어!”

         

       마하나를 포함한 4인방의 모습.

         

       1학년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인기인들의 등장이었다.

         

       최채굴은 앙증맞은 체구만큼, 귀여운 앞치마를 두른 마하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교수인지라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저 속으로 응원만 할 뿐.

         

       ‘하나 씨. 그리고 세 분.’

         

       힘내십시오.

         

       ‘당신들이라면…’

         

       분명 잘 해내실 겁니다.

         

       *

         

       “앞서 들어간 생도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쉽지 않은 게 나왔나 보네요.”

         

       나는 문보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여기저기 욕을 내뱉는 걸 보아하니, 생각보다 까다롭게 나온 모양이다.

         

       뒤이어 문보라가 나에게 뭐라 말하려다 멈추었다.

         

       얼굴에 ‘잘하실 텐데 굳이 더 말할 필요 없지요.’라는 늬앙스가 돋보였다.

         

       결국, 문보라의 시선은 주나용에게 고정되었다.

         

       “…뭐, 뭐!”

       “…나용씨. 힘내십시오.”

       “용아아…!”

         

       그 말에 발끈하는 주나용.

         

       “왜, 왜! 유세하랑 마하나는 그냥 넘어가고, 나한테만 말하는 건데?”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니죠?”

       “용이이익!!!”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웃지 마!’라고 소리치는 주나용을 바라보며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용앗!”

       “괜찮아.”

         

       근래, 주나용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가르친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주나용은 전형적인 실전에서 더욱 높은 포텐셜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잘할 수 있어.”

       “으응…”

         

       잠시 뒤.

       드디어 우리들의 차례가 다가왔다.

         

       안내에 따라 안으로 입장했다.

         

       <던전> 특유의 마력이 휘몰아치는 감각.

       안에는 단순한 방이 놓여있었다.

         

       <유세하>라고 적힌 방을 찾은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내 떡하니 보이는 <괴수>의 사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것 참.

         

       열심히 공부했던 보람이 있었던 걸까?

         

       마치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짓는 착각을 받는다.

         

       <괴수>의 정체는 세 개의 눈을 가진 녹색의 염소.

         

       바로 며칠 전, 주나용에게 그리 열심히 알려주었던 <발굽 염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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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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