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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여느 때와 같은 아침.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소녀는 눈을 떴다.

       

       

       “후아암···.”

       

       

       우으, 졸려.

       

       더 자고 싶은데.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은 소녀는 잠을 더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코끝에서 느껴지는 향기에 스스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맛있는 냄새. 아침일까?

       

       냄새를 맡자마자 느껴지는 허기에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래, 오늘은 아카데미 입학식이니까.

       

       일찍 일어나서 나쁠 건 없겠지.

       

       

       “오, 뭐야. 우리 딸, 일찍 일어났네.”

       

       “안녕, 엄마···. 더 자려고 했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서.”

       

       “하여간 음식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금방 다 되니까.”

       

       “알았어요.”

       

       

       부엌을 슬쩍 들여다보자,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요리들이 엄마의 손을 거치며 점점 먹음직스러워지고 있었다.

       

       맛있겠다.

       

       엄마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지만, 오늘따라 힘을 더 들인 모양이었기에 저절로 기대감이 차올랐다.

       

       괜스레 즐거워져 웃으며 식탁으로 돌아가자 어느샌가 아빠가 커피를 마시며 식탁에 앉아있었다.

       

       

       “안녕, 아빠. 언제 왔어?”

       

       “네가 일어나기 전부터 있었어, 이레네. 네가 못 본 거야.”

       

       “거짓말?!”

       

       “진짜야. 너는 잠이 많아서 탈이라니까.”

       

       

       오늘은 일찍 일어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리 중얼거리는 아빠의 모습에 내 얼굴이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니.

       

       아아, 부끄러워···.

       

       

       “그래서야 꿈을 이룰 수 있겠니? 영웅이 되려면 성실해야 한단다.”

       

       “할 수 있어! 오늘도 일찍 일어났잖아!”

       

       “글쎄···.”

       

       

       의미심장하게 웃는 아빠의 말에 나는 심통스럽게 대꾸했다.

       

       아빠는 다 좋은데 가끔 짓궂은 면이 있다니까.

       

       두고 보라지. 앞으로는 꼭 이 시간에 일어나서 대단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게 해 줄 테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가 있었기에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 채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앞으로 바뀌면 괜찮겠지, 응.

       

       

       “동생은?”

       

       “슬슬 일어날 테니까 기다려. 네 동생이 이 광경을 보면 놀라 자빠질 거다.”

       

       “아빠는 과장이 심하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조금 일찍 일어난 거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은, 조금 뒤 내려온 동생의 목소리에 금방 지워졌다.

       

       

       “···뭐야, 왜 누나가 여기에 있지? 나 아직 자는 건가?”

       

       “야?! 너 말이 너무 심하다?!”

       

       “엥. 진짜 누나야? 일찍 일어났네?”

       

       

       젠장.

       

       우리 집에서 내 평가가 왜 이렇게 내려갔지?

       

       내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매일 늦잠만 잔···건···맞지.

       

       맨날 동생이 깨워줘서 억지로 일어나기는 했으니까.

       

       할 말이 없네.

       

       

       “둘이 그만 떠들고, 시현이도 어서 앉아. 밥 먹자.”

       

       “네.”

       

       

       다행히도 때마침 엄마가 요리를 끝마쳐 화제를 넘길 수 있었다.

       

       식탁 위에 하나둘 올라가는 산해진미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식탁 위를 뒤덮었다.

       

       

       “···뭐야, 뭐가 이렇게 많아?”

       

       “오늘은 힘 좀 썼지. 특별한 날이잖니.”

       

       “누나 덕분에 아침부터 배 터지겠네.”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 감사히 먹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갓 만들어 따끈따끈한 요리를 입에 넣고서는 깜짝 놀랐다.

       

       예전에, 가족끼리 여행을 갔을 때.

       

       비싼 호텔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냐고 감탄하며 요리를 먹어 치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떠오를 정도로 맛있네.

       

       

       “엄마, 요리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잘하네···.”

       

       “그럼. 어제부터 열심히 준비했거든.”

       

       

       싱긋 웃는 엄마는, 마치 시간만 있다면 내가 이 정도라는 걸 말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그 모습이 정말 아이를 둘 낳은 어머니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준비라고 말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네. 이레네?”

       

       “네?”

       

       “연습한다고 했던 건 잘 준비했니?”

       

       “···.”

       

       

       연습은 했다.

       

       최대한 어색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지만, 과연 그 정도로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엄마의 질문에 입을 떼지 못했다.

       

       

       “···미안해, 이레네.”

       

       “어, 엄마가 미안해할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하는 건 나 때문이잖니.”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

       

       의식하지 않으면 눈을 감은 것처럼 보이는 이 인상은 엄마에게서 유전된 거니까.

       

       하지만 엄마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왜냐면, 나는 엄마를 닮았다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으니까.

       

       

       “흥. 인상 가지고 사람 무서워하는 녀석들은 내가 싫어.”

       

       “이레네···.”

       

       

       엄마와 나는 닮았다.

       

       어느 정도로 닮았냐면, 가끔 둘이서 길을 걸을 때 둘이 자매냐고 묻기도 할 정도로.

       

       자매가 아니라 모녀지간이지만 말이야.

       

       ···어쨌든, 그래서 나는 내 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엄마의 인상이 곧 내 인상이었으니까.

       

       굳이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엄마를 보면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엄마는 굉장히 수상하다.

       

       실눈을 뜨며 서글서글하게 웃는 인상은 마치 어렸을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의 조직의 실세를 떠올리게 한다.

       

       언제나 수상하게 웃는 흑막을.

       

       그렇다고 의식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그게 더 무섭다.

       

       엄마가 간혹 내게 화를 낼 때면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분명 아름다운 붉은 빛의 눈동자이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불길함이 깃들어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엄마를 닮은 나도 다를 건 없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또래 아이들에게 얼마나 기피당했는지 몰라.

       

       특히 어렸을 적이 심했다.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 되면 배려심이라는 게 몸에 있어서, 나를 피할 뿐이지만···.

       

       어린아이들은 그냥 무섭다고 엉엉 울어버리거든.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을 현실로 생각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까.

       

       정말 악의 조직 보스가 내 옆에 나타났다면서 엉엉 울어대는 모습이 얼마나 서글펐는지.

       

       ···아, 젠장. 우울한 생각만 자꾸 나네.

       

       

       “괜찮아! 아카데미로 가면 좀 낫겠지! 엄마도 거기서 친구를 사귀었다면서?”

       

       

       우울한 생각을 날려버리고자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껏 친구를 그다지 많이 사귀어 본 적은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걸로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아.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그, 뭐냐. 아멜리아 이모랑, 도로시 이모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렇지···.”

       

       

       가끔 나와 시현이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엄마의 친구.

       

       두 사람 다 아카데미에서 만든 친구라고 하던데.

       

       그런 사람들이 내 또래에도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아카데미는 영웅을 양성하는 기관이니까.

       

       타인의 외모만 보고 편견을 가지는 아이들은 적을 거야. 응.

       

       ···아, 아멜리아 이모 말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네.

       

       

       “그런데 엄마.”

       

       “응?”

       

       “아멜리아 이모는 왜 나만 보면 표정이 이상해져?”

       

       “이상해진다고?”

       

       “응. 이상한 이야기 하면서 표정이 이상해져. 뭐라더라, 핏덩이? 쭈글쭈글?”

       

       “···별거 아냐. 걱정하지 마.”

       

       “그런가···?”

       

       “그냥, 아멜리아가 노처녀라 그런 것뿐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엄마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카데미에 가면, 선생님 몇 분이 이상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신경 쓰지 말렴.”

       

       “이상한 반응?”

       

       “그게, 너랑 나는 워낙 닮았으니까. 선생님들이 보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잖니?”

       

       “···아.”

       

       

       엄마가 학생일 때 선생님이던 분들이 여전히 선생님일 수도 있는 거구나.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가 다니던 학교로 등교해서, 엄마를 가르치던 선생님께 배움을 청한다니.

       

       이런 경험, 아무나 쉬이 하지는 못하겠지.

       

       그런 생각에 즐거워질 무렵, 시현이가 내게 말했다.

       

       

       “그런데 누나. 그만 떠들고 슬슬 나가봐야 하는 거 아냐?”

       

       “뭐? 시간이 얼마나 지났길···래···.”

       

       

       동생의 말에 시계를 바라본 나는 경악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고?

       

       잘못하면 늦겠는데?!

       

       

       “어, 엄마! 아빠! 미안, 먼저 가볼게요!”

       

       “잘 가렴.”

       

       “나중에 봬요!”

       

       

       대충 눈앞의 음식 몇 점을 입에 넣고 다급히 방으로 올라갔다.

       

       뛰어가도, 대중교통을 타도 집에서부터 아카데미까지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이미 지각은 확정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다급히 창문을 열어 몸을 던진 뒤, 손을 실로 바꾸어 빌딩의 벽에 붙인 뒤 관성을 이용해 순식간에 움직였다.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머리가 조금 망가지기는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각하는 것 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렇게 실에 몸을 의지한 채 움직이길 몇 분이 지났을까.

       

       다행히 늦지 않게 아카데미에 도착한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에 인사를 건넸다.

       

       

       “클레어 씨?! 안녕하세요!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아, 안녕 이레네···벌써 갔네. 빠르구나.”

       

       

       클레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자기 부모랑 닮은 점이 하나도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어느덧 옛 제자와 똑 닮은 아이가 다시금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늦은 사람은···.”

       

       

       콰앙!

       

       

       “지각 안 했죠?! 어? 하율 씨?! 하율 씨가 제 담임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첫날이니 조금 늦은 건 봐주도록 하지. 나온 김에 자기소개나 하고 들어가도록.”

       

       “휴···.”

       

       

       하율 씨가 눈으로 나를 욕하는 게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퍼질러 잤길래 이제야 오냐는 듯한 표정.

       

       ···아는 사람이 담임선생님인 것도 그렇게 좋지는 않구나.

       

       머쓱하게 산발이 된 머리를 조금 정돈하고 있자니,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그게···. 에흠.”

       

       

       자기소개, 자기소개라.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해 온 대사를 할 차례인가?

       

       이걸로 친구가 좀 생긴다면 좋을 텐데.

       

       나는 숨을 가다듬은 뒤, 앞으로 친구가 될지도 모를 아이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레네 이시스!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完)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는 이번 화로 완결입니다.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소설이 잘 끝 마무리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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