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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 ***

         

       황권이 바닥에 떨어진 시기였다.

         

       권신들이 날뛰던 시기라는 말과 동의어였고 스스로의 건강조차 챙기기 버거웠던 유서는 그런 권신들의 고삐를 쥘 수가 없었다.

         

       권신들이 제 입맛대로 후계자를 고르고 서로를 위하는 누이와 오라비를 갈라 놓았다.

         

       그렇기에 유야 공주는 무림으로 도망치기로 했다.

         

       그렇게 유야 공주는 남자 혁기린이 되었다.

         

       혁기린은 점창파의 산문에 서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무림이라고 한들 중앙의 권신들의 압박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구파일방쯤은 되어야 한다 판단했다.

         

       구파일방의 문파들은 난색을 표했다. 유야 공주가 아닌 혁기린은 남장여자에 중앙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 나온 아이. 구파일방이 아니더라도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픈 혁기린이라는 존재를 떠안고 싶어할 문파가 있었을까.

         

       그러나 점창파는 그런 혁기린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혁기린은 더욱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점창파는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얼마나 뜯어 먹으려고 이런 복잡한 사정을 가진 나를 제자로 들일까.

         

       세상은 모두 같다. 이득 앞에서는 모두 괴물이 되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오라비와 싸우고 싶지 않다 울고 불며 말해도 그 누구 하나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저 제 이득을 위해 목에 핏대를 올릴 뿐.

         

       비록 처지가 어려우나 무림에서는 쉬이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핍박받을지라도 결코 황국에 누가 되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점창파의 선사들은 그렇게 독을 잔뜩 품은 혁기린을 난감한 눈으로 바라라보았다. 그들 중 한 명이었던 청허 선사는 어설프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조악한 기름종이에 포장된 투박한 덩어리가 혁기린의 눈에 들어왔다.

         

       “당과 먹지 않으련?”

         

       혁기린은 눈을 껌뻑였고 청허 선사는 허허 웃었다.

         

       오라비를 물어 뜯으라 강요하던 어른들 속에서 자라 이빨과 가시를 세우는 법만 능숙했던 혁기린은 점창파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마음에 독이 아니라 사람을 품을 줄 알게 되었다. 증오 어린 여일예의 곁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점창파의 제자들이 따르는 사람이 되었으며 제자이되 다른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 대제자가 되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군요.’

         

       혁기린은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눈에 독기만 가득했던 어린 자신이 방긋 웃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혁기린 역시 웃었다.

         

       애인자인항애지(愛人者人恒愛之).

         

       혁기린은 호천안의 말을 떠올렸다. 호천안은 혁기린이 마치 사랑을 주는 사람처럼 이야기했지만 혁기린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혁기린은 스스로를 받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선사님들의 가르침과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비단 사천성에서의 일은 어떠한가.

         

       사마염에게도 도움을 받았고 흑묘에게도 도움을 받았다. 당가의 사람들에게도 신세를 졌다. 그리고 호천안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는 사람이라.’

         

       호천안이야말로 주는 사람이 아닐까. 여일예를 위해 그리 나서주었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위해 손재주를 부렸다.

         

       그리고 황궁에서는 어땠는가. 오라비와의 사이를 열심히 중재해 주려 노력했으며…

         

       ‘이렇게 깨달음까지 주시지 않았습니까.’

         

       혁기린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본인이야말로 주는 사람이었으면서 남을 보고 주는 사람이라고 하다니 그게 참 호천안스럽다 싶기도 해서 우스웠다.

         

       참 짧지만 굵은 인연이었다. 여일예의 은인이라기에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까 고용했을 뿐인 관계였는데 점창파에도 동행하고 황궁에도 동행하게 되어버렸으니 정말 알 수 없는 인연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일이 없었다.

         

       불여공불급(不如恐不及)이라.

         

       자격이 미치지 못할까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라.

         

       확실히 그랬다.

         

       [오늘의 주제는 어제 저녁에 공지한 대로 사발 속에서 당과 없애기입니다.]

         

       혁기린은 선사님들을 가르치던 호천안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관심을 차지하기 위해 선사님들의 열띤 시선에 위축될 법도 하건만 호천안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선사님들을 휘여잡고 빠르게 기술을 가르쳤었지.

         

       일류무사에 불과한 사천낭인 호천안이 구파일방의 일좌이자 화경의 고수인 점창파 선사들에게 평가를 진행하고 숙제를 내주는 광경을 떠올리니 혁기린은 자신의 마음을 좀먹던 고민들이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혁기린은 자신의 내면을 관조했다.

         

       극과 극.

         

       고즈넉한 수남산 아래 화려함과는 멀리 떨어진 정갈한 건물들이 들어선 점창파의 풍경과 거대하고 웅장하며 금빛으로 번쩍거리며 존재감을 뿜어내는 황궁.

         

       왼쪽에는 점창파의 선사님들과 제자들이. 오른쪽에는 유경과 사마염.

         

       그리고 그 중앙에는 넘을 수 없는 절벽이 있었다. 그 절벽은 아래 무저갱이 펼처져 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깊었다.

         

       그 절벽의 깊이는 곧 어려움이었다.

         

       양쪽을 오가는 삶이 그토록 힘들 것이라는 혁기린 스스로의 인식이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나는 무림인 혁기린인가 아니면 황실이 공주 유야인가.

         

       ‘틀린 고민이었습니다.’

         

       혁기린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웠다. 지우고 지우고 또 지웠다.

         

       그리하여 눈을 떴을 때 혁기린의 내면에는 황궁도, 점창파도 없었다. 오직 사람만이 남았다. 점창파의 선사들이 있었으며 뛰노는 어린 제자들도 있었고 여일예와 사형제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 사이에는 사마염도 있었고 유경도 있었다. 사귈 수 없으리라고 여겼던 무림의 동성 친구인 흑묘가 자신을 부르기 위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잔과 주사위를 쥐고 있는 호천안의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혁기린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결국 바라던 것은 이것이었다.

         

       욕심일지 모르나 공주이자 무림인이 되는 것.

         

       불가능하다 여겼던 꿈을 다시 꾸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혁기린은 눈을 감았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눈을 떴다 할 수 있었다. 내면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혁기린은 자신의 앞에 선 유경을 바라보았다.

         

       유경과 혁기린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유경이었다.

         

       “내 너를 알았다 생각했다.”

         

       동창의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받았다.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적인 행보는 알 수 있었다. 경지가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혁기린의 명성이 올랐다는 전언을 들을 때마다 기뻐했다.

         

       그렇기에 알고 있다 여겼는데…모두 착각이었다. 그저 혁기린은 보지 않은 채 어린 유야만 보았다.

         

       “많이 성장했구나.”

         

       유경은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광경을 떠올렸다. 신화에나 등장할 법한 거인의 심장처럼 맥동하던 혁기린의 기운을. 혁기린은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큰 사람이었다.

         

       혁기린은 유경을 보았다. 그 눈을 정확히 보고 결의를 담아서 말했다.

         

       “무림에서 만든 인연도, 황족으로서의 인연도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림의 인연 역시 저를 위해주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며 황족으로서 이어진 이들 역시 저를 위해주니 저는 이 모두에 응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오라버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혁기린은 말했다.

         

       “저는 모두 취할 것입니다. 더 이상 숨지 않고 황실의 공주로서 오라버니의 뒤에 서겠습니다. 더 이상 무림인 혁기린으로서 물러서 있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권신들과의 전쟁에 한 손 보태겠습니다.”

         

       “…그래.”

         

       “또한 점창파의 대제자로서 제자들을 돌보고 선사님들을 공경하겠습니다. 여일예 사제처럼 다른 사형제들이 위험에 처하면 달려갈 것입니다. 점창파 제자가 아니라 무림인으로서 맺은 인연도 좌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구나.”

         

       혁기린은 유경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도와 주시지요. 오라버니. 저를 믿어 주시지요.”

         

       “권신들은 아직 건재하다. 내 노력하여 그들의 가지를 쳐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뿌리는 아주 깊다. 웅크리고 있는 권신의 세력을 다 뽑아내기 위해서는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유야 네가 등장한다면 권신들이 힘을 합쳐 대항할지 모를 일이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유야 공주로서 살아가는 일만해도 버거워질 가능성이 높지. 무림인 혁기린으로서의 삶과 유야 공주로서의 삶이 충돌할 일은 얼마든지 발생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타파할 방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그럴 때 너는 어찌할 것이냐. 너 혼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말이다.”

         

       유경은 혁기린에게 물었다.

         

       “그럴 때는…도움을 청하겠습니다.”

         

       “…도움?”

         

       “예. 도움 말입니다. 위기에 처하면 청허 선사님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요. 도박사가 필요하면 호 낭인님에게 도와달라 하지요.”

         

       혁기린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

         

       유경은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래. 그것이야말로 정답이지!”

         

       너무나 간단한 대답에 유경은 유쾌해졌다. 그래 그것이 네가 내린 결론이고 답이라면 오라비는 언제까지나 응원하겠다.

         

       유경은 이 자리를 마련해준 어떤 도박사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 도박사 뿐만이 아니라 무림에서도 나와 같이 너를 응원하는 자들이 있겠지.

         

       “잊지 말거라.”

         

       “예?”

         

       “나야말로 네 첫 번째 응원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하.”

         

       혁기린은 유경을 보고 웃었다. 유경도 혁기린을 보고 웃었다. 어쩌면 웃음보다도 고난이 가득할 선택을 내린 두 사람이었지만,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냥 웃음이 나왔다.

         

       “물론입니다. 오라버니.”

         

       “좋다. 그럼 지금부터 대책을 논의해 보자꾸나!”

         

       “예!”

         

       어느때와 다름없는 야심한 밤.

         

       두 사람은 어느 때와는 다르게 나란히 혁기린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눈웃음을 짓는 것만 같은 초승달이 떠 있는 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깨달음을 장면을 쓸때는 참…생각이 많아지고는 하네요.

    어떻게든 추석 연휴에 강호의 도리를 지켜보려 했지만 이게 쉽지 않군요.

    평소 분량에 비하면 연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1.5참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느낌같은 느낌이지마는…아무튼 준비해 보았습니다.

    늦었지만 풍성한 한가위 되시고 남은 연휴 무탈하게 잘 보내시기를!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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