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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객관적으로 볼 때, 대단하게 흥미진진한 게임은 아니었다. 명확한 전력 차 탓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이 펼쳐지는 과정은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결코 흥미롭지는 않은 것이니.

        

       중앙 거점을 점령해가며 선전했던, 1경기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V7은 2경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3경기마저 기울어버린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도적 2지하 대응법을 실시간으로 파악해내겠답시고 우왕좌왕거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러면, 최소한 이 정도로 일방적이진 않았을 텐데. 모르고 맞은 1경기가 그나마 나았어.

       

       7년 가까이 축적된 운영법에 정면으로 대항하려 시도한 결과는 그야말로 참사에 가까웠다.

        

       충격에 빠져 침묵 중인 유럽의 관중들과- 그들의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가는 V7.

        

       과거의 제왕이 비참하게 패배하는 모습은 다소 씁쓸했고……조금은, 괴로웠다. GP의 우승에 내 지분이 있다면, 저들의 분루에도 내 책임이 있을 테니.

        

       《오소독스 선수의 도적! 얀센의 광전사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합니다! 도적과 광전사! 다윗과 골리앗이기는 한데, 지금 이 다윗은 총을 들고 있어요!》

        

       《광전사가, 얀센이! V7의 기둥이 다시 한번 무너집니다! 그대로 노출된 V7의 뒷라인은 어떡하나요! 아- 오소독스! 법사까지 가나요! 법사가! 법사가 죽었어요! 이건 이제 못 막아요!》

        

       《GP, 정말 대단합니다! 결승 무대에서! 그 V7을 상대로! 3대0 셧아웃을 얻어내기 일보 직전이예요!》

        

       그러나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죄책감은,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기쁨과 두근거림을 덮을 수 없었다.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아니, 그래도 너무 티를 내지는 말아야지. 옆에 광전사에 목숨 건 사람이 있잖아.

        

       티배깅을 할 타이밍과, 침묵 속에서 은은하게 승리감을 즐길 타이밍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어케했누』

       『아니 뻔한 걸 왜 자꾸 당해주지』

       『포아글에도 도적이 있었더라면 ㅠㅠ』

       『좆노잼 결승이네』

       『정병충들 오열』

       『누가 ㅈ무꾼 하래?』

       『와 반응』

       『오스x바요 호흡 뭐야ㅠㅠㅠㅠㅠㅠ』

       『광전사 쓰레기네;』

        

       슬쩍 확인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채팅창에서 해주고 있기도 하고. 물론-

        

       “와! 와! 방금 봤어요?! 어떻게, 와!”

        

       “얀센님이 흐름을 놓쳤네요. 양손도끼는 원래 조급하면 순식간에 집니다. 도적 같은 캐릭 상대로는 첫 합 설계를 신중히 했어야 하는데……너무 급했어요.”

        

       “그래요? 조금 급하면 바로 패배라니. 나무꾼은 할 게 못 되네요! 우리 GP화이팅! 우리 도적 파이팅! 반박 시 매국노!”

        

       ……타이밍을 조금 잘못 배운 제자가 하나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니, 누가 별포크님 음료수에 술 탔어요? 그리고 GP 응원이랑 도적은 아무 상관없잖-”

        

       “최고예요 도적도적! 최고예요 GPGP!”

        

       “……그거 육성으로 말하진 말아주세요.”

        

       “네? 왜요? 선생님, 도적이 부끄러워요?”

        

       별포크님이 부끄러워요. 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자리에서 반쯤 일어난 채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별포크로부터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반쯤 체념한 듯한 표정의 레반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아니, 말을 해. 무슨 뜻인데. 나는 충분히 배려하고 있잖아.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아크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러자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컵을 잡는 아크. 그대로 컵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는데……저거 별포크가 쓰던 컵 아닌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누명이 씌워진 기분이 드는데. 

        

       다행히, 부조리한 오해가 섞인 시선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성문! 성문이 무너집니다! 유럽의 중심에서, 유럽의 심장에, GP 허슬러의 비수가 꽂혔습니다!》

        

       《우승! 우승이에요! 10년! 10년만입니다! 세계대회에서 한국 팀이, 우리의 GP가 우승을 거머쥡니다!》

        

       《아, 오소독스 선수……울어도 됩니다! 지금은 얼마든지 울어도 돼요! 끝없이 노력한 자가 흘리는 기쁨의 눈물만큼 아름다운 게 어디있겠습니까!》

        

       『키야ㅑㅑㅑㅑㅑ』

       『도적 우승!』

       『도 도 도 우승 미쳤냐고 ㅋㅋㅋㅋ』

       『뚀쪆 클라스 미쳤다』

       『와 시1발 생전에 한국팀 우승을 또 보는구나』

       

       딱히 해명이 되어서는 아니었지만.

        

       * * * *

        

       나오나의 첫 월드시리즈에 몰린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결승전 뷰어십만 천만에 가까웠으니. 베타서비스부터 계산해도 출시 2년차인 게임이 달성하였다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였다.

        

       그 중 상당수가 한국 발 뷰어십인 건, 더욱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VR이 대세가 된 시기부터 이스포츠 변방국이 되어버린 한국이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게임의 대회에서 우승 후보가 나온 것 자체가 대체 얼마만인지, 대부분의 이스포츠 팬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각종 게임 커뮤니티들은 몰리는 트래픽에 삐걱거리기 시작한지 오래. 평소 게임을 주제로 돌아가지 않는 대형 커뮤니티들에서도 ‘속보) 나오나 근황’ 따위의 글들이 올라올 정도의 관심이 인터넷의 세계를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결국 GP가 우승컵을 거머쥔 순간 터져나온 화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GP뿐만 아니라, GP가 사용한 전략과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해서까지 그 관심의 물결이 쏟아질 정도로.

        

       처음에는 GP 혹은 오소독스, 바이오 등 소속 선수들에 관한 글들로 가득했던 게시판들에, 차츰차츰 주무기였던 도적에 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작성자: ㅇㅇ]

       [제목: GP 도적 진짜로 준비한 전략 맞냐?]

       [우승 해서 하는 말이긴 한데

        

       (중계화면 캡쳐)

        

       1세트에서 도적 락인하는 순간 짚코치 눈앞에서 폭탄 터진 표정인데 시발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감코진 오더대로 픽한 거라고?]

       –     절대 아님ㅋㅋㅋㅋㅋㅋ감코진 존나 당황해서 지들끼리 한참을 주절거렸는뎈ㅋㅋㅋㅋㅋㅋ

       –     아 빨리 오프 더 레코드

       –     보이스챗 ㅈㄴ 궁금하네

       –     설마 월즈 결승 1경기부터 꼴픽을 박았겠냐

       –     프로를 얼마나 좆으로 보면 결승에서 즉흥전략을 썼다고 생각하냐

       –     ㄴ ‘낭만’

       –     오소독스 인터뷰 빨리 제발

        

       이어서, 도대체 준결승까지 단 한번도 꺼낸 적 없던 도적을 어떻게 꺼내게 된 건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으니-

        

       [작성자: ㅇㅇ]

       [제목: 1세트 도적 락인 순간 GP코치 입모양 쪄왔다]

       [(동영상)

        

       이거 누가 봐도 ‘아니 씨발 미친새끼가’ 아니냐?

        

       아무리 돌려봐도 맞는 거 같은데]

       –     백퍼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야 소리가 들린다 들려 ㅋㅋㅋㅋㅋ

       –     근데 솔직히 나같아도 쌍욕 박음ㅇㅇ

       –     ㄴ ㄹㅇ 보는 순간 빠따…맞아야겠지? 했는데ㅋㅋㅋㅋㅋ

       –     ㄴ 준우승 귀신이 붙은 씹스가 결국 돌발행동을 하고 말았구나…했는데 개같이 캐리함ㅋㅋㅋㅋㅋ

       –     뭐야 그러면 진짜 꼴픽 박은 거라고?

       –     ㄴ 그건 또 아닌게 선수들은 아무도 당황 안 하는데

       –     ㄴㄴ 걍 얼어버린 거 아님?

       –     ㄴㄴ 6살 차이나는 형한테 뭐하냐 시발새끼야를 박을 순 없었겠지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이년 주식투자 존나 잘할듯]

       [도적 이제 떡상할 텐데 이미 존나 꾸준히 팠고

        

       최초 우승자 오소독스랑도 미리 친분 만들어 둠

        

       이 정도면 수준급 투자자 아니냐? 미래에서 왔나]

       –     아따먹이 오소독스랑 친했어?

       –     ㄴ ㅇㅇ 저번에 방송하다가 오소독스한테 귓말온 거 보더니 바로 방종했었을걸

       –     ㄴㄴ ??미친년인가

       –     ㄴㄴ 방송 안 불탐?

       –     ㄴㄴ 태울 방송이 일주일동안 안 켜졌어

       –     ㄴㄴ 미친년이네

       –     ㄴㄴ 그딴 방송을 대체 왜 보는 거냐

       –     ㄴㄴ 난 그냥 게임 잘하고 말 재밌어서 보는 건데? 유사연애감정 가지는 병신새끼들이나 여스가 남자랑 귓했다고 지랄하는 거지 ㅋㅋ

       –     ㄴㄴ 이런 새끼들이 제일 위험함

        

       결국 (최소한 국내에서는) ‘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트리머였던 이예나까지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작성자: ㅇㅇ]

       [제목: GP 전략 아따먹류 2지하잖아]

       [한 명이 서포팅해주면서 도적한테 성장 밀어주고, 포텐 터진 도적이 중반 교전부터 뒷라인 흔들면서 진영 붕괴시키는 전략

        

       아따먹이 뭔 염불처럼 외던 거잖아 이게 정답이라고

        

       도적은 스탯이 낮고 스킬도 비전투용이라 혼자 성장이 힘든 대신 탄력붙으면 성장 곡선이 가파르다.

        

       그러니까 초반 교전을 회피할 수 있게 지하에 2명이 간다.

        

       자연스럽게 상대가 지상에서 깊게 밀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2지하도 지상 위주로 움직이면서 법사-사제-궁수 뒷라인 진영을 붕괴시킨다.

        

       그거 무섭다고 상대가 안 들어오면 천천히 성장하면서 후반 힘싸움으로 누른다.

        

       리그에서 절대 안 나오던 도적이, 아따먹의 쇼 앤 프루브 후에 갑자기 나왔다? 뻔함

        

       백퍼 오소독스가 아따먹한테 배운 거임]

       –     망상은 정도껏

       –     염불처럼 외던 건 ‘캐리는 도적이 하니까 기사는 견제나 해야 해요. 광전사…그건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 캐릭인데.’고

       –     ㄴ 그게 그 말 아님?

       –     ㄴㄴ 그게 대체 어딜 어떻게 봐야 그 말이야 씨1발 리버스 난독증인가? 좆같이 말해도 존나 잘 알아듣네

       –     프로가 좆으로 보이나 ㅋㅋㅋㅋ 죳팝 죳팝하니까 여캠한테 나오나 배운단 소리까지 나오네

       –     ㄴ GP에서 고소해야됨 진짜

       –     ㄴ 육수들 망상은 진짜 한계가 없다 ㄹㅇ

       –     가능성 있음

       –     ㄴ 전에 방송 중에 씹독 아따먹 친추돼있었고 귓 보낸 거 노출됨

       –     ㄴㄴ 씹스도 슬슬 은퇴하고 스트리머나 할 생각인가 보지

       –     ㄴㄴ 월즈 결승 캐리한 선수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     ㄴㄴ 못할 말은 프로가 여캠한테 배웠단 소리가 못할 말이고 병1신아

       –     ㄴㄴ 여캠 아니라고 개씨발새끼놈아 여캠이었으면 좋겠다고 제발 여캠 만들어달라고 사쿠란보부터 시작해서 제로투 코카인 오토바이까지 시대별 여캠댄스 다 시키고 싶다고 씨1발아

       –     ㄴㄴ 어어 얘 왜 이러냐

        

       물론, 어디까지나 이예나의 팬들에 의한 장난기어린 호들갑일 뿐이었더랬다.

       

       ‘이거 누가 먼저 했는데’ 따위의, 분탕질에 가까운.

       

       정말 진심으로 오소독스가 아마추어 여자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참고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어서, 오소독스 선수! 꽁꽁 숨겨왔던 비밀병기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결승전 MVP로 선정되셨어요. 대체 언제부터 도적을 준비하신 건가요!”

        

       “꽤 최근입니다. 아, 그런데……죄송하지만 저 질문과 무관한 답변 하나만 해도 될까요?”

        

       “당연하죠! 여러 개 하셔도 됩니다!”

        

       “사실, 저희가 도적 전략을 준비할 때 도와주신 분이 계신데, 그 분한테 부탁받은 전언이 있어서요. 네.”

        

       -크흠.

        

       결승전 MVP 인터뷰. 상패를 든 채 조금 머쓱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린 오소독스가,

        

       “여러분, 도적 많이 사랑해주세요. 도적은……아, 잠시만요. 너무 길어서 적어왔는데……그러니까……심리전에 능하고, 전체적인 게임 파악 능력이 뛰어나며,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급소를 잘 찾아내고, 순간순간 변하는 전황에서 변수에 대응을 할 수 있고, 게임의 흐름 그 자체를 뼈대부터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도적은 게임의 판도를 뒤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줍니다. 진짜로.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까지입니다. 절대 제가 저런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그 분의 의견이니까 오해하진 말아주세요…….”

        

       라고, 이예나 외에는 그 누구도 하지 않을 법한 헛소리를 전언(傳言)이라며 늘어놓기 전까지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틀째부터 나름 괜찮지만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가는 날이 되니 정말 빨리 집에 가고 싶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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