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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전사와 싸워본 경험은 많다.

         

       전사와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그리고 극한까지 발달한 감지력을 속여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마법이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마법은 전부 그런 형태였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들과의 대결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기초로 전제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위력.

         

       그리고 상대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마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연산력이다.

         

       올리비아의 심장이 빠르게 맥동하며 마력을 온 몸으로 회전시킨다. 그녀의 심장은 이제 자연과 완전히 융화되었고, 세계의 일부로 변모했다.

         

       심장에 냉기를 품었다. 뇌전과 냉기가 공명했다. 올리비아가 굳이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두 속성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했을 때 증폭되는 위력이 어마무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두 속성을 따로 사용했다. 진정한 의미의 ‘전력’을 선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쩌저저적!

         

       올리비아의 어깻죽지에 푸른 뇌류(雷流)가 솟구쳤다. 뇌류는 무언가에 붙잡힌 것처럼, 끝까지 뻗어나가지 못하고 계속 같은 장소를 맴돌았다. 올리비아의 자연력으로 빚어낸 얼음 정수가 뇌류를 집어삼킨 순간, 푸른 빛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초월 마법, ‘이중융합’을 사용합니다.]

         

       [융합 원소 : 뇌류(雷流), 빙정(氷晶)]

         

       차르르르르륵!

         

       천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날개. 정교하게 세공된 수천 개의 깃털에는 드래곤들조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마나가 담겨 있었다.

         

       [초월 마법, 천익(天翼).]

         

       올리비아의 몸이, 조금씩 하늘 위로 떠올랐다.

         

       만약 올리비아의 머리 위에 헤일로가 있었다면 누구라도 그녀를 하늘에서 내려온 치천사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가 풍기는 기운은 고절했다.

         

       “…….”

         

       키엘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뽑아낸 심검은, 어느새 그가 즐겨 사용했던 대검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검의 끝에 도달하기 직전이었기에, 키엘은 지금 올리비아의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았다. 저것들은 단순한 깃털로 보였지만, 하나하나에 대마법에 준하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가 손짓하자, 푸른 깃털 하나가 그녀의 손에 나타났다.

         

       두 속성을 동시에 품은 깃털이 바닥에 닿은 순간, 좁았던 동굴 내부가 끝도 없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뇌전의 뻗어나가려는 속성을 공간 자체에 적용한 결과였다.

         

       당분간은 주변이 휩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저번에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이군.”

        “이건 단일 마법이니까.”

         

       올리비아의 신형이 천천히 떠올랐다. 머리카락이 어디서 나타난 겨울 바람에 좌우로 흩날렸다.

         

       전개가 오래걸리는 만큼, 그만큼 지대한 위력을 지닌 대인(對人)용 마법.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해도, 이 정도 수준의 마법은 손대중 할 수 없다. 올리비아가 그동안 이런 고절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 또한 그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목숨 따위 배려하지 않는 마법.

         

       맞으면, 죽는다.

         

       스치기만 해도 마찬가지. 빙정이 세포 단위로 육체를 괴사시킬테고, 그보다 빠르게 침투한 뇌전에 온 장기가 기능을 잃겠지.

         

       진리에 닿은 고절한 마법들은 전부 그런 식이었다. 그나마 태고의 지팡이는 마력 자체를 강화시키는 형태였기에 사용할 수 있었던 것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절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금의 키엘은 ‘끝’에 어느 정도 도달했으니까.

         

       파훼할 수 있을 것이다.

         

       ‘……못하면 죽겠지만.’

         

       올리비아의 벽안이, 차가운 빛을 품었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간다.”

       

       올리비아의 날개가 앞으로 움직임과 동시에 무수한 깃털이 공간을 가르며 쏘아졌다.

         

       서거거거걱!

         

       찰나의 순간 수십 번의 검격이 오가며 깃털을 베어가른다.

         

       단순히 베는 것이 아니다. 깃털과 맞닿은 그 순간, 마력의 배열을 읽어낸 다음 정확히 결을 베어낸다.

         

       사악-.

         

       심검과 닿은 깃털이 소멸하며 자연의 일부로 화했다.

         

       닿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마력 깃털의 비 한복판에서, 키엘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켰다.

         

       공간검, 제 9식.

         

       수호검(守護劍).

         

       촤좌좌좌좌좍!

       

       키엘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잔상이 하나의 거대한 벽을 형성.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올리비아의 마법을 받아냈다.

         

       쾅!

       

       깃털들이 살아있는 개체인것 마냥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지만, 키엘의 몸은 무사하다.

         

       침묵하던 키엘이 입을 열었다.

         

       “……지금의 나는 끝에 닿지 못했다. 그렇다면 네 마법을 막아내는 데 무리가 느껴져야 할 터.”

         

       깃털이 연이어 갈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다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군.”

         

       올리비아의 얼굴이 조금 더 싸늘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뇌전을 응집시켰다.

         

       다만, 고요하다. 뇌전 특유의 폭발적인 소음만을 다른 공간에 격리한 결과였다. 올리비아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마력을 입자 단위로 조작하여, 뇌전에 담긴 빛 또한 격리시킨다.

         

       그 결과,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뇌전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키엘은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지는 뇌전보다 빠른 속도로 마법을 연산하여, 타공간에 소음과 빛을 격리시킨 것이다.

         

       키엘은 눈을 감았다. 시각 따위, 이런 상황에서는 방해만 될 뿐이었다. 아무리 올리비아가 뇌전의 기척을 지웠다고 한들, 뇌전의 움직임까지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키엘과의 거리를 착실히 좁혀나가고 있을 것이다.

         

       공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진다. 뇌전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며 생긴 빈틈을 메우기 위해 주변 공간이 크기를 확장시키며 생긴 현상이었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키엘의 대검이 움직였다. 어깨에 묵직한 힘이 실렸다. 정면으로 받아넘길만한 힘이 아니었다. 키엘은 의식을 극한으로 집중하고서 뇌전을 흘려냈다.

         

       뼈가 울린다.

         

       하지만, 아직 더 받아낼 수 있다.

         

       어깨에 피를 흘리면서도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키엘을 보며, 올리비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단언컨대, 이 세계에 떨어지고 저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건 분노도 아니요, 원망도 아니다.

         

       그저, 증명.

         

       키엘은 한 명의 기사로서,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쓸모 있는 검이라고.

         

       상대가 누구든, 마땅히 지켜낼 수 있는 검이라고.

         

       “……미련한 새끼.”

         

       하지만, 그래서 더욱 키엘다웠다.

         

       일방적인 공격이 펼쳐졌다.

         

       어느 한 쪽이 우세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한 쪽은 공격만, 다른 한 쪽은 방어만 했기 때문이다.

         

       키엘은 일체의 반격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자리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파스슥!

       

       난타전이 계속될수록, 키엘의 몸에 잔상처가 늘어난다. 일격 일격이 치명적일텐데도, 그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한 치의 손대중조차 없는 공격. 이런 마음으로 임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올리비아는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물론 대악마들을 상대할 때도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지만, 그들은 결코 올리비아의 전력을 받아낼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마법 몇 번. 어쩌면 초월 마법 한 번이면 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이다.

         

       두두두두!

       

       전투가 격렬해질수록 흩날리는 마법이 색을 더해간다.

         

       키엘을 중심으로 회전한 묵빛의 검명이 사방의 모든 마법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전부 막아내는 것은 아니다. 한없이 끝에 가까웠지만 아직 끝에 닿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러지기는 커녕, 밀려나지도 않고 있다.

         

       뿌득, 뿌득……!

         

       뼈가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키엘은 예리한 시선으로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왜 멈추지? 올리비아?”

         

       그의 호흡은 불규칙적이었다. 온 몸은 잔상처로 가득했고, 뇌전에 지져진 핏줄은 울긋불긋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빛만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아직, 더 할 수 있다.”

       “……미친놈.”

       

       그렇게 말하는 올리비아의 입꼬리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진리에 닿은 그녀조차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감정.

         

       이 세계의 엔딩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거쳐왔던 수많은 난관들. 그 모든 것들을 홀로 거쳐오며, 저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좀먹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가각!

       

       올리비아의 어깻죽지에 달려 있던 날개가 소멸하며, 온존해두었던 깃털들이 일제히 쏘아졌다. 막아낸다. 막아낼 수 없다면 통째로 부순다. 키엘의 뼈마디는 박살 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양 손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 지 한참이 지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공격에, 끝이 다가온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심검에 달라붙은 잔여 마력을 털어낸 키엘이 말했다. 

       

       “봐라, 올리비아.”

       

       그의 5년이 어떠했는지, 그 문장에 절절히 드러나 있었다.

       

       온 몸에 피를 절절 흘리면서도, 고통어린 기색 하나 없다. 

       

       키엘의 눈동자에, 불꽃이 몰아친다. 

       

       이번에야말로 기필고 옆에 서고 말겠다는, 그 결연한 의지.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그 의지.

       

       아무것도 몰랐던 주제에, 올리비아에게 분노했던 과거에 대한 후회이자, 반성.

         

       올리비아는 그제서야 키엘이 이 지독한 사기 속에서 5년 동안 머물렀음에도 광기에 침식되지 않을 수 있었는지를 이해했다.

       

       키엘이 웃으며, 진심으로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듯 외쳤다.

       

       “나를 봐라.”

       

       양 팔이 부러지고, 내장도 상한 주제에, 뭐가 그렇게 좋은 것일까.

       

       뭐가 그렇게 기쁘다고, 저렇게 활짝 웃고 있는 것일까.

       

       “내게는, 자격이 있다.”

       

       고작 저 한 마디를 당당히 꺼내기 위해, 5년이라는 세월을 버텨온 미련한 인간.

       

       키엘이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끝까지 정신을 부여잡으려 노력했지만, 옛적부터 한계에 달한 육체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풀썩……!

           

       그 말을 끝으로 주저앉아 버린 키엘을 올리비아는 말없이 부축했다.

         

       “……그래. 이 새끼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별밤의 아리아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끼약! 이런 후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악악악!

    ^^7
    ^^7
    ^.^7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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