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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규칙적이고 부드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내가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얼마 동안 등교할 때마다 듣던 소리와 비슷했다.

        

       ……자동차 소리였다.

        

       내가 사라의 최근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도중이긴 했지만, 벌써 이렇게까지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는데.

        

       “…….”

        

       아, 아닌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각은 꿈속에서 느끼던 그 둔중한 감각과는 달랐다. 훨씬 더 날카로운,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현실의 감각.

        

       “……으으…….”

        

       입을 열어보았지만, 제대로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눈이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자다가 깨어난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라?”

        

       그런 나에게, 저 앞에 앉은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얼어붙었다.

        

       몇 번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으니까. 내가 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황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특이한 상황이었으니까.

        

       ……이 목소리는 최나경의 목소리였다.

        

       대체 왜?

        

       아니, 어쩌다가?

        

       어쩌다가, 사라는 최나경과 같은 차에 타게 된 거지?

        

       아직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억지로 눈에 힘을 주니 눈이 떠지긴 했다.

        

       눈앞에 눈물이 맺혀 있어서 시야는 한없이 흐릿했다. 차 창문 너머에서 쏟아지는 너무 밝은 빛 때문에 도저히 눈을 다 뜰 수 없기도 했고.

        

       눈을 비비려고 손을 움직이다가—

        

       “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내가 아직 몸의 주도권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내 팔이, 뭔가에 구속되어 있었다.

        

       두 팔이 등 뒤로 모여 그대로 뭔가에 묶여 있었다. 꽉 묶여 있어서 감각만으로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리를 버둥거려보았지만, 다리도 똑같이 묶여 있었다.

        

       “으읍……!”

        

       묶여 있는 것은 팔다리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비명이라도 지를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아니, 재갈뿐만이 아니다. 입 안이 천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가득 차 소리를 내도 그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깼니?”

        

       그 목소리가 소름 끼쳤다.

        

       조금 긴장한 듯, 그리고 다소 당황한 듯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투 자체는 이제 막 잠에서 깬 자신의 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목소리였으니까.

        

       “생각보다 일찍 깼구나. 아직 가야 하는 길이 좀 남아있지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그리고 뭘 걱정한다는 말인가.

        

       “……내 계획보다는 훨씬 더 이르지만, 이걸로 된 거야. 드디어 둘만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저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설마, 최나경이 지금 사라를 원하고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으읍!”

        

       의식이 서서히 돌아와서 완전히 정신이 깨어나고, 몸도 움직일 수 있었다. 여전히 팔다리는 묶여 있는 채였지만, 고개를 돌려 차 시트에 얼굴을 거칠게 문질렀다.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빠져나가고, 시야가 깨끗해졌다.

        

       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나무들이었다.

        

       내가 몇 시간이나 자고 있었던 거지?

        

       아니, 사라는?

        

       지금까지 사라가 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제대로 된 기억을 하고 있지 못했고, 사라가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라야?

        

       속으로 그렇게 물었다.

        

       보통 이럴 때면 사라는 나의 말에 제대로 대답해 주었다. 적어도 의식을 되찾은 이후로, 사라는 나의 말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사라?

        

       다시 한번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마치, 내가 이쪽 세상으로 처음 왔을 때처럼.

        

       등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감각 때문에 다소 멍하던 정신이 완전히 깨어났다.

        

       “으읍! 으으읍!”

        

       최나경에게 소리를 질렀다.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지금 뭘 할 생각이냐고. 지금 가고 있는 곳이 어디냐고.

        

       하지만 나의 모든 말은 미처 말이 되지 못한 소리로 흩어질 뿐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얌전하게 기다리면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대체 뭘 해결해준다는 말인가.

        

       지금 상황에서 사라를 위해서 뭘 해주겠다고 이렇게……

       

       마치 중얼거리듯 말하는 최나경은, 그 모습만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라!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이번에는 소름이 아니라 공포감이 마음을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 동안, 계속 함께 있었던 사라가, 없다.

        

       없어졌다.

        

       대체, 어떻게?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지금 앞자리에 앉아 운전하고 있는 최나경.

        

       저 여자가, 지금의 이 상황과 관련되어있다고.

        

       *

        

       “선배, 지금 어디 있어요!?”

        

       소희는 달리면서도 그렇게 우렁차게 전화에 대고 외쳤다.

        

       “어디— 아, 지금 쫓고 있다고요?”

        

       “따라가고 있대?”

        

       유하늘이 묻자,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어. 선배는 최나경 차가 어떤 차인 줄 알고 있으니까. 혹시나 해서 요즘에는 계속 학교 밖에서 감시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뭐……?”

        

       유하늘의 입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소희는 유하늘의 눈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나도 방금에서야 알았으니까…….”

        

       그 모습이 몹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 유하늘은 더 이상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 사람들을 따라가?”

        

       유하늘의 말에, 소희가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이걸로 추적하면 돼. 그래도 선배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사용인끼리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어플이 달려있거든.”

        

       “…….”

        

       그런 것이 있으면서도 양혜인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건가?

        

       “……나, 나도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단 말야…….”

        

       소희는 변명하듯 말했다.

        

       “그런데, 대체 뭘 이용해서 따라가야!—”

        

       “차는 있어.”

        

       수아가 얼른 말했다.

        

       “…….”

        

       그 말에, 유하늘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이 세 명 중에서, 유하늘만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두 사람은 유하늘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달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

        

       수아의 말대로, 교문 앞에는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세 사람이나?”

        

       문을 벌컥 열자,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당황해서 그렇게 물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여성이었다. 그녀가 타고 온 차는 네 사람이 겨우 탈 만한 크기의 경차였다.

        

       문제는 뒷자리에 온갖 가방이 들어있어서 과연 이 차에 이 세 사람이 추가로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네!”

        

       하지만, 수아는 바로 그렇게 대답하더니 조수석에 올라탔다.

        

       “실례하겠습니다!”

        

       소희는 뒷자리의 가방을 마구 옆으로 밀어내며 자리를 확보했다.

        

       “어어! 조심해! 거기 있는 거 다 비싼 거니까……!”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외쳤을 때는 소희와 유하늘 모두 차 뒷자리에 올라탄 뒤였다.

        

       “이런 씨…… 아, 알았어, 간다, 가!”

        

       여성은 뭐라고 하려다가, 수아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보더니 기겁해서 액셀을 밟았다.

        

       “아, 그렇게 안 봐도 가려고 했다니까! 솔직히 너희들 기다리느라 이미 늦었다고! 다른 차가 먼저 따라갔단 말이야!”

        

       “그건 저희가 아는 지인이에요. 그리고 어차피 기삿거리도 안 되는 사진이라면서요? 경쟁자가 있긴 한가요?”

        

       수아는 평소의 수아답지 않게 틱틱 쏘아붙였다.

        

       유하늘은 그런 모습을 보고, 묘하게 수아의 헤어스타일과 그 모습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야? 사진이라니?”

        

       “……그건…….”

        

       유하늘의 질문에, 수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수아가 설명해준 바로는, 이 사람이 바로 유하늘과 사라가 데이트하던 모습을 찍어 인터넷 신문사에 보낸 그 사람이라고 한다.

        

       그 사진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대부분 신문사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써먹지 못하고 있었고, 그 사진들을 수아가 사다가 유용하게 써먹는 중이었다, 는 것이 그녀들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교문 감시도 시켰고.

        

       “…….”

        

       이야기를 다 들은 소희와 유하늘이 입을 헤 벌린 채 수아를 보고 있자, 수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지금 이것도 특종을 따라가는 거지. 이번 사진은 언론사에서도 절대로 무시 못 할 테니까. 어쩌면 메이저 언론사에서 받아줄지도 모르고! 양어머니의 수양딸 납치라니!”

        

       “……진짜 기사밖에 모르네요.”

        

       “뭐, 사실은 사진 찍는 게 본업이고 이건 그냥 개인적인 목표일 뿐이지만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액셀을 세게 밟았다. 부웅, 하며 엔진음이 들렸다. 차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유하늘이 들어도 조금 위험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유하늘은 굳이 거기 대고 뭐라고 하지 않았다.

        

       당장 사라가 위험하니 무조건 빠르게 달리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소희와 수아도 거기 동의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다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납치라뇨? 그걸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나요?”

        

       “아, 그거? 차 안에 너희들이 찾는 아가씨가 묶인 채 누워있는 걸 카메라로 찍었거든. 뭐, 뒷자리에 누워있어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얼핏 보이는 수준이지만.”

        

       “…….”

        

       소희, 수아, 그리고 유하늘은,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는 걱정뿐이었다.

        

       아마 유하늘 자신의 얼굴도 그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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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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