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0

     방학.

     두 달이라는 긴 시간과 마도자동선의 도입으로, 방학 중 학생들의 생활은 어느정도 기존 아카데미의 방식과 조금 달라졌다.

     여러 영지 중 가장 먼 거리라고 할 수 있는 헤이스팅스 후작가만 하더라도, 마도자동선의 도입에 따라 불과 왕복 3일이면 오로솔과 영지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마도자동선이 오다니지 않는 지역이라고 해도, 인근 후작가나 백작가까지 마도자동선을 타고 내려온 다음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 왕복 열흘이면 충분히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안 내려오나?

     귀족들도 귀족이기 이전에 부모.

     

     이전에 아카데미에 다녔을 때의 자신들은 내려가고 싶어도 장시간 마차를 타고 내려가야 했기에 방학은 그냥 아카데미에서 수도 생활을 체험했으나, 제국 문물이 도입되며 시대는 변했다.

     그렇다 보니 너도 나도 집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받게 되었고, 심지어 오로솔 아카데미에서는 집으로 귀향하는 학생들에게는 마도자동선의 왕복 티켓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하더라.

     남으면 뭔가 이상해지는 분위기.

     

     이전이었다면 왕도에 남아 여러 지인을 사귀고 사교계에 발을 넓히고 그랬겠지만, 오로솔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향의 호출을 받았다.

     궁금한 것이다.

     오로솔 아카데미의 생활은.

     마도자동선부터 시작하여, 제국식 생활방식이 도입된 오로솔 아카데미가 얼마나 편리한 곳인지.

     정말로 방마다 따로 딸린 화장실에서는 수도꼭지 방향만 바꾸면 온수가 나오는 건지, 좌변기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물이 자동으로 내려가는지, 정말로 마법 없이도 마법을 쓰는 것보다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그런 분위기다 보니 아무래도 다들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짐을 꾸리는 경우가 많으나.

     “후, 후우.”

     여기.

     “도련님. 운동하실 게 아니라, 짐을 싸셔야 합니다.”

     “후우, 후우. 한 리듬만 더.”

     “제국단어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한 사이클이라고 합니다.”

     싸라는 짐은 안 싸고, 자기 수련에 열을 올리는 한 소년이 있다.

     “어머니께서 부르셨습니다. 동생들도 보고 싶다고 편지를 썼습니다. 무엇보다, 백작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

     소년은 묵묵히 땀을 흘리며 팔굽혀펴기를 이어 나갔다.

     “수련은 지브롤터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으아아…!!”

     

     뱃속에서 끓는 소리를 토해내듯 앓지만, 거칠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는 소년.

     “가기 싫어…!”

     누아르 지브롤터는 침대 위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처박았다.

     “가면 또 아버지랑 대련해야 해…!”

     간혹 아카데미 학생 중에는 아카데미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어서 기숙사에 남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을 제외하고 일부 학생들은 온전히 ‘집에 가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기숙사에 남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집에 가면 불편한 요소들이 생각나서,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편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집에 불편한 사람이 있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속 편하게 아카데미를 새로운 집으로 생각하고 지내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속된 말로 개고생을 할 게 뻔하여, 방학이 방학이 아니게 되는 것에 좌절하고 절망하기 때문이다.

     누아르 지브롤터가 그렇다.

     “집에 돌아가면 분명 아버지가 그러시겠지!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직접 확인하려고 하실 거라고…!”

     “그게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수호구’ 시선을 받는 것보다 더 힘듭니까?”

     “수호자거든! 호구가 아니라!”

     “호구 맞잖아요. 노스트럼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방패.”

     “으윽….”

     누아르는 침대에 그대로 푹 퍼져버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차라리 몸이 힘든 쪽이 더 편한 건가….”

     누아르, 14세.

     “남들 시선에 신경 쓰면서 있는 말 없는 말 토해내느니, 차라리 입에서 신물이 날 정도로 땀 흘리는 쪽이 편한 것 같기는 해.”

     “네. 도련님께서는 머리 쓰시는 것보다는 몸을 쓰시는 쪽이 더 어울리십니다.”

     “뭐라고? 야. 나 차석이거든? 힘쓰는 거 말고 머리 쓰는 과목만 14학점이거든?”

     “노력의 여하와 별개로 성향의 차이라는 겁니다. 하암.”

     누아르의 기숙사 방, 지금은 짐을 싸서 고향으로 떠난 신입생의 침대 위에 앉은 웬즈데이가 짧게 하품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진짜로 안 갈 겁니까?”

     “…가야지. 안 가면 어떻게 되겠어? 아버지가 아니라….”

     누아르는 잠시 몸서리를 쳤다.

     “형이 나를 굴릴걸.”

     “…….”

     “너는 몰라. 아버지의 훈련을 그래도 탁 트인 연무장에서 해서 다행이지만, 형이랑 하는 훈련은…으으.”

     생각만 한 걸로도 소름이 돋는 듯, 누아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게 떨었다.

     “저는 직접 봤던 적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네가 잘 몰라서 그래. 형은….”

     벌떡 일어나서 막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려던 누아르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멘테 경을 불러서 나를 굴린단 말이야.”

     주변을 스리슬쩍 살피며, 한탄하듯 말을 이었다.

     “왜. 궁금해?”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그럼, 잠시 귀 좀 대봐.”

     

     웬즈데이는 순순히 누아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형은 철저한 실전파라서, 언제든지 나를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대련한단 말이야.”

     “실전파…?“

     “응.“

     누아르의 떨림이 웬즈데이의 귀에 그대로 들어갔다.

     “언제 어디에서 암살자가 나타날지 모르니, 암살자와 상대하는 것처럼 대련했어. ..하루에도 십수 번씩 죽었다고.”

     

     * * *

     

     서걱.

     

     지팡이를 휘두른다.

     지팡이의 안에 들어있는 ‘칼날’을 꺼내며, 검집 역할을 대신하던 지팡이를 앞으로 휘두르듯 내던진다.

     “크악!”

     짧은 비명.

     미간에 정확히 지팡이 끝이 날아갔으니, 당연히 아프겠지.

     그것도 그냥 던진 것도 아니고, 마나까지 담아서 정확하게 투척했다.

     형태가 지팡이이며 그 끝이 뭉툭하지 않았다면, 만일 단검이었다면 비명은 단말마가 되어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뭐.

     

     푸ㅡ욱.

     칼날을 앞으로 찔러넣는다. 

     옷깃 사이의 틈으로 파고들어, 정확히 갈비뼈를 지나 심장을 향해 외날검의 칼날 끝을 찌른다.

     “오, 러…?”

     그것이 암살자의 유언.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은 채, 겉으로 드러난 건 오직 푸른 눈동자만 보이는 암살자는 심장에 오러블레이드가 꽂힌 채 그대로 절명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의아함이 보인다.

     고통은 일단 고통이고, 설마 자신을 죽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눈빛.

     

     “뭐.”

     지팡이-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검집을 날려 타격을 입혔다고 해서,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건 아니지만.

     “세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손님으로 안 나온 녀석들이 잘못이지.”

     “쳐라ㅡ!”

     내가 첫 번째 암살자를 가차 없이 죽인 것에 대한 화근일까.

     암살자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지시를 내리자, 방 곳곳에 숨어있던 암살자들이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왔다.

     정면. 위. 측면. 배후.

     진짜로 나를 죽이겠다는 듯, 그들이 든 단검에는 어딘가 접촉해서는 안 될 극독이 잔뜩 묻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사네? 기사 서임 받고 암살자 노릇 하느라-”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칼날이 먼저 다가왔다.

     “쯧.”

     입이 열려있으면서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면, 칼로 답하는 수밖에.

     “유언은 좀 남기지.”

     검을 휘두르는 건 세 번.

     위로 한 번 크게 휘두르고, 비어있는 측면으로 가볍게 반 바퀴 돌며 사선으로 한 번, 그리고 그대로 카펫을 밟은 발로 축을 돌듯 크게 수평으로 한 번.

     서걱.

     소리는 거의 동시에 났지만, 베이는 건 세 명.

     “뭣-”

     

     가장 늦게 배후에서 찌르고 들어오려던 이의 눈에 경악이 스친다.

     그의 눈동자에 스친 모습은 세 명의 암살자가 가슴에서 피 분수를 흘리며 자세가 무너지고 자기들끼리 쓰러지는 모습.

     “그게 유언인가?”

     

     칼을 회수하며, 손목을 빙글빙글 돌려 역수로 칼을 움켜쥐며 뒤로 찌른다.

     정확히 심장을 찌른 일격에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그 자리에 멈췄고, 나는 칼을 뽑으며 뒤로 물러났다.

     쿵.

     암살자는 쓰러졌다.

     불과 2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사장실에는 다섯 명의 사망자가 생겨났다.

     “남은 건 한 명. 대장뿐이네.”

     “…….”

     “뭐야. 왜 그렇게 보는 거지?”

     이사장실 책상을 엄폐물로 삼은 암살자 대장은 약간 혼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단검을 겨눴다.

     “내가 상급 기사 수준인 암살자를 이렇게 쉽게 제압해서 놀란 건가, 아니면 가차 없이 죽여버려서 놀란 건가?”

     “…….”

     “아, 이거 때문에 놀란 건가? 그럴 수 있지.”

     나는 지팡이 손잡이로부터 쭉 뻗어 나온 외날검을 가볍게 손으로 받쳤다.

     “검술 명가, 다른 곳도 아닌 지브롤터에서 제국식 블레이드를, 그것도 오러까지 담아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는 게 당연해.”

     “……그레이 지브롤터.”

     암살자 대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알면 뭐 달라지나?”

     “뭐?”

     “나를 죽이려고 온 자들을 상대로 가만히 있을 만큼, 지브롤터는 얌전한 호구가 아니라서.”

     레드카펫이 붉게 물든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바닥에 있는 카펫을 붉은색으로 맞추기는 했지만, 그래도 피가 스며드는 걸 보니 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젠장. 당사자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

     “어떻게 할 거야? 이거, 제국에서 수입으로 사들인 거라고. 네 연봉보다 비싼 건데.”

     “그렇군.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은…전부 연기였나?”

     “정확하다.”

     나는 칼을 쥔 채로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밖으로 알릴 생각이 없다는 뜻 아니겠어.”

     “잠깐.”

     암살자 대장이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거래를 하지. 비밀을 지키겠다. 그러니….”

     “죽이면 영영 비밀이 지켜질 텐데?”

     “잠깐. 나를 죽이면 오히려 더 의심할 텐데? 그레이 지브롤터가 우리를 전부 죽였다고 분명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 죽였느냐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겠지.”

     나는 칼을 앞으로 겨누며 앞으로 걸어갔다.

     “네 주인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레이 지브롤터의 방에 부하들을 보냈는데 몰살당했다. 하지만 그걸 접하게 되는 계기는 소식이 끊겼기 때문. 그렇다면 그레이가 너희들을 죽였다는 건 확실히 짐작하겠지만….”

     스륵.

     “다리병신 그레이가 상급 기사 수준의 암살자들을 전부 다 썰어버렸다고 생각할까? 글쎄.”

     칼날의 끝에 반대쪽 검지와 중지를 붙이며, 오러블레이드에 마나를 더 담아낸다.

     “그레이 지브롤터가 몰래 마스터급 그림자를 숨긴 채로 데리고 다니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맞지 않겠어?”

     “설마, 로버트 세빌리야가 계속 행적이 묘연한 이유가…!”

     “낚여줘서 고맙네. 어차피 죽을 목숨이지만.”

     “크아아아!!”

     암살자 대장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나를 어떻게 제압하거나 죽이지 않으면 임무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직감한 자의 목숨을 건 공격이다.

     “죽이고 싶겠지. 그래. 마스터인 건 떠나서, 제국식 블레이드를 몰래 숨기고 사용하는 걸 보면.”

     나는 정면에서 상대를 맞이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왜 나를 지금 건드렸냐는 건데.”

     

     카ㅡ앙!

     “그건 차차,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암살자답지 않게 너무나도 정직한 일격.

     “안 그래? 황금여명의 기사 아저씨.”

     “!!”

     

     검이 멈췄다.

     “왕실 제1기사단의 기사께서 제국 그림자들도 입지 않을 그런 촌티 나는 옷을 입은 채로 나를 습격한 건 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게 내가 죽어줄 이유는 아니지.”

     “너…!”

     “정체를 숨기는 걸 선택한다면 그렇게 대해주겠다. 하지만 만일 이름도 모를 암살자가 아니라 기사로서 죽겠다고 한다면.”

     나는 노스트럼 왕국의 전통 의례에 따라 자세를 취했다.

     “지브롤터의 [마스터]로서, 목숨을 건 대련을 받아주지. 어떤가?”

     “…….”

     “망설여? 그렇다면, 답은-”

     “…황금여명기사단, 라이오넬 바르셀.”

     암살자는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서 검을 꺼냈다.

     “믿는 안 믿든, 네 자유다.”

     “안 믿도록 하지.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바르셀 가문의 사생아가, 그것도 황금여명기사단의 일원인 이가 지브롤터 백작가의 사람을 암살하려고 할 리는 없을 테니.”

     “…….”

     이름모를 암살자가 자세를 잡는다.

     겉으로 흘러나오는 기세는 분명한 상급 기사의 것.

     “한 가지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나는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

     “…….”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경의 이름을 기억하지. 안심하라. 오늘 밤이 지나면, 나는 모두 잊어버릴 테니.”

     대련의 자세를 잡은 상태에서 뻗어 나오는 자세는 분명한 왕실 제1기사단 특유의 기수식.

     왕실기사단장, 제로스 바르셀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검법.

     “현재 시각, 11시 18분. 나의 검을 자정까지 버틴다면, 적어도 바르셀 기사단장에게 가서 따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째서지?”

     “별 건 아니고.”

     혁명군에서 봤던 존재라서?

     아니면 무능왕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보내진 기사가 안쓰러워서?

     바르셀이라는 후작가에서 태어났으나 사생아라서 밀려난 것이 불쌍해서?

     멸망 전에는 무능왕을, 그리고 멸망 후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스트럼을 위해 애쓰던 모습이 떠올라서?

     전혀.

     “말했잖나.”

     그런 이유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이유.

     “오늘은, 기분이 좋거든.”

     그저,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 줄 뿐이다.

     “그대가 이곳에서 죽는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 어떻게 죽이는가에 대해서는 내 마음이지. 그리고….”

     칼날에 오러를 담아, 나 또한 자세를 잡는다.

     “기사로서 죽겠다면, 적어도 마지막은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거든.”

    “으아아아아ㅡㅡㅡ!!”

     서걱.

     …

     …

     11시 29분.

     “…….”

     이름 모를 암살자 여럿이 재단 이사장실을 습격했으나.

     “해 뜰 때까지는 악취 때문에 고생 좀 하겠네. 어휴, 창문도 못 열고. 쯧.”

      

     아무 일도, 없었다.

    다음화 보기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