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0

<4월 2일 기준으로 연재되었던 159화 ~ 163화 내용이 수정되어 159화 ~ 167화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이기에 4월 2일 이전에 읽으셨던 분들은 159화부터 다시 읽으시거나 168화 초반에 적어놓은 요약본을 읽어주세요 >
   
   
   ​
    ​
    제스가 제 머리를 붙잡고 낑낑거리며 리안을 바라보자, 리안은 곧바로 아이리스의 손을 잡아떼어내며 말했다.
    ​
    ​
    “아이리스, 제스가 아파하잖아.”
    “으득, 저 망할 여우가…”
    “제스는 여우과가 아닐 텐데..?”
    ​
    ​
    리안은 개그 세계 주민답게 이상한 것에 꽂혀 고민에 잠겼고, 그런 리안에게 제스가 “히잉…”하는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아이리스의 눈에 지옥 불이 활활 타올랐다.
    ​
    ​
    “쭈인님 제스 여기 아파요. 호 해주세요.”
   “어,어?”
    “여기, 여기 아파요.”
    ​
    ​
    아프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못 견딜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다. 제스는 눈치 빠르게 리안에게 잔뜩 달라붙어 칭얼거릴 기회라는 걸 알아차리곤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리안의 몸에 달라붙어 잔뜩 치댔다. 
    ​
    ​
    꼬리로 리안의 팔을 휘감고 탄탄하고 팔이 어깨를, 다리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어깨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한껏 불쌍한 표정으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
    ​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미인의 모습에 리안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
    “어, 어 그게…”
    ​
    ​
    그 어떤 족쇄도 몸 일부를 잘라내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미인의 감옥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
    ​
    리안을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괜히 마검이 리안에게 여성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수련해야 한다고 말했던 게 아니었다.
    ​
    ​
    ‘헉, 헉..어쩌지? 어떡하지? 첫째 손자 이름은 뭐로 하지?’
    ​
    ​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 리안은 어느새 제스와 함께하는 노후까지 떠올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자동 반사적인 생각이었다. 리안이 고장 난 사이 제스는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냉큼 리안의 손을 잡아당겨 제 머리 위에 얹었다.
    ​
    ​
    “이 망할 짐승이!”
    ​
    ​
    그 모습에 완전히 눈이 돌아버린 아이리스가 제스를 거칠게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제스는 그 상황까지도 야무지게 이용해 먹었다. 
    ​
    ​
    “캬악! 싫어!”
    “으븝!”
    ​
    ​
    떨어지기 싫은 척하며 리안의 머리를 제 품에 안아버린 것이다. 리안은 제스가 얼마나 훌륭히 자랐는지 의도치 않게 확인하게 되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완전히 파묻혀 숨이 막힌 탓이었다.
    ​
    ​
    ‘아… 이렇게 죽는 건가?’
    ​
    ​
    여러 의미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려는 순간 제스가 아이리스의 거친 손길에 결국 떨어져 나갔다.
    ​
    ​
    “쭈인님!”
    ​
    ​
    제스가 두 손을 벌리며 재차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리안이 반사적으로 제스를 구해주려 하자 아이리스가 사나운 눈으로 리안을 노려보았다. 리안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
    ​
    ‘크, 큰일 날 뻔했다.’
    ​
    ​
    하마터면 저 순진한 눈에 넘어가 행복한 죽음이 약속된 덫에 걸려들 뻔했다. 리안은 가볍게 이마를 닦는 시늉을 하곤 시무룩한 제스에게 단단히 혼을 냈다. 이에 제스가 울적한 얼굴로 고분고분 대답했다. 그 모습이 또 귀여우면서도 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축 늘어져 있던 꼬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
    “히히, 쭈인님!”
    ​
    ​
    금세 표정이 살아난 제스가 리안을 껴안으려 하자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바라보던 아이리스가 사나운 얼굴로 제스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
    ​
   
   “방금까지 들었던 얘기는 하나도 기억 안 나나 봐..?”
    “수인은 무식해서 그런 거 몰라.”
    ​
    ​
    제스는 스스럼없이 제 종족 비하를 하며 재차 리안을 껴안을 각을 보기 시작했다. 순진한 얼굴로 상대를 방심시키고 틈이 보일 때마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사냥감을 눈앞에 둔 짐승이 따로 없었다.
    ​
    ​
    호시탐탐 제 오빠를 꿀꺽할 생각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짐승을 순진한 강아지 취급하는 오빠의 모습을 보자 아이리스는 뒷목이 뻐근해졌다.
    ​
    ​
    ‘오빠는 평생 결혼 안 하고 나랑 살 거야.’
    ​
    ​
    만약 리안이 결혼을 한다고 하면?
    ​
    ​
    ‘결혼을 한다고 해도 가족인 나랑 하는 게 당연하잖아.’
    ​
    ​
    뭔가 뒤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리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치였다. 가족도 아닌 ‘남’인 제스가 끼어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
    ​
    ‘…오빠가 원한다면 조금 봐줄 수도 있지만.’
    ​
    ​
    다크 판타지 세계는 기본적으로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가 대다수였다. 이는 강한 자와 그 밑에 들어가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
    물론 일부일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힘을 가진 이들은 의도치 않게 약한 자를 돕게 되고 동경을 받는 게 당연한 위치다 보니 원치 않아도 사랑받게 되어있었다.
    ​
    ​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사랑에 빠진 미인을 밀어내는 이들은 찾기 힘들었다.
    ​
    ​
    이러한 이유로 아이리스는 리안이 원한다면 제스에게 첩의 자리 정도는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자란 ‘정’도 있었고, 제스라면 리안이 다른 여자와 좋은 시간을 가지고 왔을 때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예민한 감각과 코를 가졌기 때문이다.
    ​
    ​
    ‘어차피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건 나일 테니까.’
    ​
    ​
    그리 생각하는 순간 리안의 ‘우린 가족이 아니야.’라는 발언이 떠올라 아이리스의 눈이 흔들렸지만 금세 제 자리를 찾았다.
    ​
    ​
    아이리스가 제스를 붙잡은 채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리안은 노아를 찾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쳐버렸다. 
    ​
    ​
    “아아… 조금만 더 붙어있었으면 키스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뭐?”
    ​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스에게 첩의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말하던 아이리스였지만, 제스의 ‘첫 키스를 가져갈 것이다.’라는 말까지 수용할 정도로 마음이 넓은 건 아니었다.
    ​
    ​
    물론… 리안의 첫키스는 이미 빼앗긴 상태지만 제스나 아이리스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
    ​
    “나를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처럼 바라볼 때가 있으니까, 걔들 처럼 얼굴을 잔뜩 핥아주려 했지 – !”
    ​
    ​
    리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탐욕스럽게 삼켜버릴 거라는 선언이었다.
    ​
    ​
    씩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눈꼬리를 휘는 모습이 관능적이었다. 몸만 큰 애처럼 보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
    “너…”
    ​
    ​
    아이리스의 배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가운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리안이 가까이에 있었다면 개그 필터의 효과로 진짜 눈이 휘몰아쳤을지도 몰랐다.
    ​
    공작가 쪽 사람들이 아이리스를 보았다면 “어? 공작님?”이라고 말할 정도로 화난 공작의 모습과 유사했다. 다행히 아이리스는 야영지 외곽, 마차 뒤쪽에 자리 잡은 덕분에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
    ​
    제스와 아이리스가 컁컁거리며 싸움이 붙을 때쯤. 리안은 길조차 제대로 없는 숲속을 걷고 있었다.
    ​
    ​
    [ 우움,꿀꺽. 거의 다 왔군. ]
    ​
    ​
    중간에 몬스터를 만나게 될지 몰라 소환해 놓은 마검이 얇은 바늘 형태로 몸속을 파고들어 식사하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무슨 국밥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 크하! 좋다! ]라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리안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
    ​
    ‘내가 그렇게 맛있나?’
    ​
    ​
    여러 의미로 해석될 법한 생각을 하는 사이 저 멀리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
    ​
    [ 파트너 여기부턴 기척을 죽여라. ]
    ‘응? 왜?’
    [ 중요한 수련을 방해하는 건 멋이 없…크흠, 예의가 아닐 테니까. ]
    ​
    ​
    중요한 수련이란 말에 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검의 말대로 기척을 죽였다. 날이 갈수록 마검의 힘이 강해지는 걸 넘어 서로의 연결이 짙어져 마검의 기술 일부를 제 것처럼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
    ​
    기척을 죽인 채 마검이 알려준 곳으로 다가가자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
    후웅, 훅!
    ​
    ​
    마치 공기가 베이는 듯한 서슬 퍼런 소리와 함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 노아의 모습이 시선 가득 담겼다. 그런 그녀의 앞에 익숙한 이가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든 채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
    ‘어? 고,공작님이 왜 여기에?!’
    [ 한 수 가르쳐 주려는 건가? ]
    ​
    ​
    리안의 당황 섞인 목소리와 마검의 흥미 가득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엉키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이 가볍게 부딪쳤다.
    ​
    ​
    파아앙!
    ​
    ​
    분명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공기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처에 있던 나무들이 태풍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풀들이 바짝 몸을 엎드리고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이 불붙은 망아지처럼 도망쳤다.
    ​
    ​
    연신 떨어졌다가 부딪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리안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었다면 인지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
    ‘이래서 멀리까지 나와 있었던 거구나.’
    ​
    ​
    만약 야영지 근처에서 저런 식으로 검을 섞었다면 난리가 나도 크게 났을 것이다.
    ​
    ​
    두 사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서슬 퍼런 기운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작이 외부 인물인 노아에게 검을 알려줬다는 사실이었다. 
    ​
    ​
    공작은 오로지 제 가신들에게만 검을 지도해주었기에, 이 지도 대련이 노아를 공작가의 가신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
    ​
    공작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말해도, 기사단장이 눈을 반짝거리며 노아를 기사단에 넣으려 할 것이다. 공작이 검을 지도해준다는 건 그만큼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노아가 곤란해질 수 있었기에 야영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도 대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
    콰앙! 쿵! 
    ​
    ​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라기엔 너무나 살벌한 소리가 오가고 몬스터와 동물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쯤. 리안은 넋을 놓은 채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
    ​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
    ​
    노아는 다른 이들을 이끌고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검을 빼 들던 보스였다. 그 덕분에 그녀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언제나 차고 넘쳤다.
    ​
    ​
    지금까지 힘숨찐 행색을 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노아의 경지는 껑충 뛰어올라 있었다. 판타지 세계의 실력 척도를 끌어와 설명하자면 -…
    ​
    ​
    상급 기사가 마스터 경지를 훌쩍 넘어 그랜드 마스터 끝자락에 발을 디딘 거나 다름없었다. 
    ​
    ​
    개그 주민조차 당황스러울 정도의 무시무시한 성장 속도였다.
    ​
    ​
    [ 이번에 겪은 시련이 그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거겠지. ]
    ‘시련?’
    ​
    ​
    한번 들어봤던 익숙한 단어에 리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검을 내려다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kimg****_111님 후원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ㅂ’9
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4월 2일 기준으로 연재되었던 159화 ~ 163화 내용이 수정되어 159화 ~ 167화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이기에 4월 2일 이전에 읽으셨던 분들은 159화부터 다시 읽으시거나 168화 초반에 적어놓은 요약본을 읽어주세요 >

제스가 제 머리를 붙잡고 낑낑거리며 리안을 바라보자, 리안은 곧바로 아이리스의 손을 잡아떼어내며 말했다.

“아이리스, 제스가 아파하잖아.”

“으득, 저 망할 여우가…”

“제스는 여우과가 아닐 텐데..?”

리안은 개그 세계 주민답게 이상한 것에 꽂혀 고민에 잠겼고, 그런 리안에게 제스가 “히잉…”하는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아이리스의 눈에 지옥 불이 활활 타올랐다.

“쭈인님 제스 여기 아파요. 호 해주세요.”

“어,어?”

“여기, 여기 아파요.”

아프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못 견딜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다. 제스는 눈치 빠르게 리안에게 잔뜩 달라붙어 칭얼거릴 기회라는 걸 알아차리곤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리안의 몸에 달라붙어 잔뜩 치댔다.

꼬리로 리안의 팔을 휘감고 탄탄하고 팔이 어깨를, 다리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어깨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한껏 불쌍한 표정으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미인의 모습에 리안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 어 그게…”

그 어떤 족쇄도 몸 일부를 잘라내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미인의 감옥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리안을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괜히 마검이 리안에게 여성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수련해야 한다고 말했던 게 아니었다.

‘헉, 헉..어쩌지? 어떡하지? 첫째 손자 이름은 뭐로 하지?’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 리안은 어느새 제스와 함께하는 노후까지 떠올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자동 반사적인 생각이었다. 리안이 고장 난 사이 제스는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냉큼 리안의 손을 잡아당겨 제 머리 위에 얹었다.

“이 망할 짐승이!”

그 모습에 완전히 눈이 돌아버린 아이리스가 제스를 거칠게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제스는 그 상황까지도 야무지게 이용해 먹었다.

“캬악! 싫어!”

“으븝!”

떨어지기 싫은 척하며 리안의 머리를 제 품에 안아버린 것이다. 리안은 제스가 얼마나 훌륭히 자랐는지 의도치 않게 확인하게 되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완전히 파묻혀 숨이 막힌 탓이었다.

‘아… 이렇게 죽는 건가?’

여러 의미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려는 순간 제스가 아이리스의 거친 손길에 결국 떨어져 나갔다.

“쭈인님!”

제스가 두 손을 벌리며 재차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리안이 반사적으로 제스를 구해주려 하자 아이리스가 사나운 눈으로 리안을 노려보았다. 리안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 큰일 날 뻔했다.’

하마터면 저 순진한 눈에 넘어가 행복한 죽음이 약속된 덫에 걸려들 뻔했다. 리안은 가볍게 이마를 닦는 시늉을 하곤 시무룩한 제스에게 단단히 혼을 냈다. 이에 제스가 울적한 얼굴로 고분고분 대답했다. 그 모습이 또 귀여우면서도 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축 늘어져 있던 꼬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히히, 쭈인님!”

금세 표정이 살아난 제스가 리안을 껴안으려 하자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바라보던 아이리스가 사나운 얼굴로 제스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

“방금까지 들었던 얘기는 하나도 기억 안 나나 봐..?”

“수인은 무식해서 그런 거 몰라.”

제스는 스스럼없이 제 종족 비하를 하며 재차 리안을 껴안을 각을 보기 시작했다. 순진한 얼굴로 상대를 방심시키고 틈이 보일 때마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사냥감을 눈앞에 둔 짐승이 따로 없었다.

호시탐탐 제 오빠를 꿀꺽할 생각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짐승을 순진한 강아지 취급하는 오빠의 모습을 보자 아이리스는 뒷목이 뻐근해졌다.

‘오빠는 평생 결혼 안 하고 나랑 살 거야.’

만약 리안이 결혼을 한다고 하면?

‘결혼을 한다고 해도 가족인 나랑 하는 게 당연하잖아.’

뭔가 뒤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리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치였다. 가족도 아닌 ‘남’인 제스가 끼어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빠가 원한다면 조금 봐줄 수도 있지만.’

다크 판타지 세계는 기본적으로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가 대다수였다. 이는 강한 자와 그 밑에 들어가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물론 일부일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힘을 가진 이들은 의도치 않게 약한 자를 돕게 되고 동경을 받는 게 당연한 위치다 보니 원치 않아도 사랑받게 되어있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사랑에 빠진 미인을 밀어내는 이들은 찾기 힘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리스는 리안이 원한다면 제스에게 첩의 자리 정도는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자란 ‘정’도 있었고, 제스라면 리안이 다른 여자와 좋은 시간을 가지고 왔을 때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예민한 감각과 코를 가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건 나일 테니까.’

그리 생각하는 순간 리안의 ‘우린 가족이 아니야.’라는 발언이 떠올라 아이리스의 눈이 흔들렸지만 금세 제 자리를 찾았다.

아이리스가 제스를 붙잡은 채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리안은 노아를 찾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쳐버렸다.

“아아… 조금만 더 붙어있었으면 키스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스에게 첩의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말하던 아이리스였지만, 제스의 ‘첫 키스를 가져갈 것이다.’라는 말까지 수용할 정도로 마음이 넓은 건 아니었다.

물론… 리안의 첫키스는 이미 빼앗긴 상태지만 제스나 아이리스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를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처럼 바라볼 때가 있으니까, 걔들 처럼 얼굴을 잔뜩 핥아주려 했지 – !”

리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탐욕스럽게 삼켜버릴 거라는 선언이었다.

씩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눈꼬리를 휘는 모습이 관능적이었다. 몸만 큰 애처럼 보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너…”

아이리스의 배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가운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리안이 가까이에 있었다면 개그 필터의 효과로 진짜 눈이 휘몰아쳤을지도 몰랐다.

공작가 쪽 사람들이 아이리스를 보았다면 “어? 공작님?”이라고 말할 정도로 화난 공작의 모습과 유사했다. 다행히 아이리스는 야영지 외곽, 마차 뒤쪽에 자리 잡은 덕분에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제스와 아이리스가 컁컁거리며 싸움이 붙을 때쯤. 리안은 길조차 제대로 없는 숲속을 걷고 있었다.

[ 우움,꿀꺽. 거의 다 왔군. ]

중간에 몬스터를 만나게 될지 몰라 소환해 놓은 마검이 얇은 바늘 형태로 몸속을 파고들어 식사하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무슨 국밥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 크하! 좋다! ]라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리안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내가 그렇게 맛있나?’

여러 의미로 해석될 법한 생각을 하는 사이 저 멀리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 파트너 여기부턴 기척을 죽여라. ]

‘응? 왜?’

[ 중요한 수련을 방해하는 건 멋이 없…크흠, 예의가 아닐 테니까. ]

중요한 수련이란 말에 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검의 말대로 기척을 죽였다. 날이 갈수록 마검의 힘이 강해지는 걸 넘어 서로의 연결이 짙어져 마검의 기술 일부를 제 것처럼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기척을 죽인 채 마검이 알려준 곳으로 다가가자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웅, 훅!

마치 공기가 베이는 듯한 서슬 퍼런 소리와 함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 노아의 모습이 시선 가득 담겼다. 그런 그녀의 앞에 익숙한 이가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든 채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 고,공작님이 왜 여기에?!’

[ 한 수 가르쳐 주려는 건가? ]

리안의 당황 섞인 목소리와 마검의 흥미 가득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엉키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이 가볍게 부딪쳤다.

파아앙!

분명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공기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처에 있던 나무들이 태풍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풀들이 바짝 몸을 엎드리고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이 불붙은 망아지처럼 도망쳤다.

연신 떨어졌다가 부딪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리안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었다면 인지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래서 멀리까지 나와 있었던 거구나.’

만약 야영지 근처에서 저런 식으로 검을 섞었다면 난리가 나도 크게 났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서슬 퍼런 기운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작이 외부 인물인 노아에게 검을 알려줬다는 사실이었다.

공작은 오로지 제 가신들에게만 검을 지도해주었기에, 이 지도 대련이 노아를 공작가의 가신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작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말해도, 기사단장이 눈을 반짝거리며 노아를 기사단에 넣으려 할 것이다. 공작이 검을 지도해준다는 건 그만큼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노아가 곤란해질 수 있었기에 야영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도 대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콰앙! 쿵!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라기엔 너무나 살벌한 소리가 오가고 몬스터와 동물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쯤. 리안은 넋을 놓은 채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노아는 다른 이들을 이끌고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검을 빼 들던 보스였다. 그 덕분에 그녀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언제나 차고 넘쳤다.

지금까지 힘숨찐 행색을 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노아의 경지는 껑충 뛰어올라 있었다. 판타지 세계의 실력 척도를 끌어와 설명하자면 -…

상급 기사가 마스터 경지를 훌쩍 넘어 그랜드 마스터 끝자락에 발을 디딘 거나 다름없었다.

개그 주민조차 당황스러울 정도의 무시무시한 성장 속도였다.

[ 이번에 겪은 시련이 그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거겠지. ]

‘시련?’

한번 들어봤던 익숙한 단어에 리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검을 내려다보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