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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와오….”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하데스의 업무 처리 능력을 감상한 케레스의 반응은 작은 감탄사 뿐이었다.

       

       아니, 그냥 감탄사를 내뱉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봐야겠지만.

       

       재판 받을 영혼이 입장하기가 무섭게 절차에 따라 영혼의 일생을 분석하고 지은 죄와 살아 생전에 했던 선행 등을 분석하여 요약해주는 하데스의 업무 보조와 함께라면…. 수십만의 영혼을 재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지.

       

       다만, 이런 하데스라도 모든 점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니.

       

       

       “어, 이건 좀 가혹한 판결인데요.”

       

       “음? 어디보자…. 그렇구만.”

       

       

       굶주린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 빵을 훔쳤다가 돌에 맞아 죽은 여인에게 도둑질의 죄를 고스란히 적용시킨 하데스.

       

       다른 죽음의 신들이라면 자식을 구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여 감형을 시켜준 후, 자식이 저승에 올때까지 기다리게 하는 아량을 보였겠지만, 하데스는 그런 관용이 부족한 편이었다.

       

       

       “빠르게 판결을 내리는 것은 좋지만, 이 부분은 좀 문제가 있네요.”

       

       “뭐, 어디까지나 너희들의 보조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니 말이다.”

       

       

       나의 신성 중 일부를 떼어서 만들긴 했지만, 독립된 신으로 만들 생각도 없고.

       

       

       “그래도 속도도 빠르고, 요약도 잘하고,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겠네요.”

       

       “음. 그렇지? 이 녀석이 있으면 너희들 중 한명이 있어도 3명 분량의 업무를 할 수 있을거라 자신한단다.”

       

       

       기존에는 3명 중 2명이 있어야 저승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니까 말야.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

       

       

       “이 녀석을 이용해서 계속 재판을 하고, 판결 결과를 입력하면…. 하데스 스스로가 재판의 결과를 이용해 학습을 하지.”

       

       “학습요?”

       

       “그래. 수많은 재판의 결과를 기반으로 삼아 학습하여, 점점 빨라져서 끝에 더욱 더 늘어나는 인간들의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될게다. 그때가 되면 이 하데스를 만들어준 나를 칭송하게 될걸.”

       

       “그럴까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인간의 숫자가 억 단위까지는 올라가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말야. 수천년 쯤 지나면 억단위가 되고 십억 단위가 되면…. 정말로 끔찍해질테니까.

       

       어쩌면 수천만 단위의 인간이 죽어나가는 전쟁이 벌어질…. 음…. 그건 안되지. 안되고 말고.

       

       그런 끔찍한 전쟁을 일어나게 할 수야 없지.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수의 인간이 태어나고, 죽게 될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런 좋은걸 만들 수 있었다면 더 빨리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이것도 계속 연구한 성과에서 탄생한 녀석이다만.”

       

       

       나는 검은 비석을 바라보았다. 용의 뿔이 없고, 머리색이 검은 내가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며 일하는 모습.

       

       꽤나 귀엽게 보이는구만.

       

       

       “그런데 이 하데스라는건…. 지치거나 하진 않나요?”

       

       “나의 분령이라 동력은 본체인 나에게 연결되어 있으니, 내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문제가 생기거나 하진 않을게다.”

       

       

       내 쪽에서 연결을 끊어버리거나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리고 그 연결을 이용하면.

       

       

       「그리고 이렇게, 내 의식을 하데스와 연결할 수도 있지.」

       

       

       

       

       검은 석판 속의 내가 말하자 케레스는 크게 놀랐다. 이럴줄은 몰랐지?

       

       

       

       「나를 불러야 하는 급한 일이 있다면 하데스를 통해 나를 호출하거라.」

       

       “네. 그건 좀 좋네요. 가끔은 생명의 여신님의 의견을 묻고 싶은 판결이 있었는데.”

       

       「판결에 관련해서는 부르지 말고. 내가 없으면 안되는 문제가 생긴다면 부르라는 의미니까.」

       

       “네에. 다른 두 신에게도 전해둘게요.”

       

       

       좋아. 이제 저승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이걸로 큰 걱정을 덜어낸 셈이니…. 음.

       

       좋아! 다음은 생명의 여신에게 오는 기도를 처리하는 자동화 기도 처리 시스템을 더욱 개선시켜서 더 많은 일을 맡기도록 할까!

       

       대충…. 생명의 여신으로서의 업무 전반을 다 떠넘기는 방향으로! 이렇게 조금씩 일을 분령에게 나누다보면…. 언젠가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서 돌아가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실컷 동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질테니까! 수백년 단위로 퍼질러 자도 괜찮을테니까!

       

       그때가 된다면, 다른 책임들에게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케레스와 함께 하데스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며 영혼들의 재판을 돕던 도중.

       

       

       “응. 발견.”

       

       

       뒤쪽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찾았어. 엄마. 모로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거야.”

       

       “사가르마타…?”

       

       “응. 나야.”

       

       

       아이에에에에에?! 사가르마타?! 사가르마타 어째서?!

       

       같이 지내기로 했던 기간은 이미 지났는데?! 비록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저승에서 부른 일로 빠져나오긴 했지만! 종료 날짜는 이미 지났는데!!

       

       

       “1년. 나랑 같이 지내기로 한 시간. 하지만 엄마는 1년이 다 지나기도 전에 갔으니까…. 약속을 어겼어. 엄마.”

       

       “아니, 이미 예정된 날짜는 지났으니 끝난 것이 아니더냐!”

       

       “하지만 엄마. 도중에 나갔잖아. 아무리 저승에서의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나와의 먼저 약속했는데.”

       

       “아니, 그야 저승의 일은 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니까….”

       

       “1년동안 같이 지내준다고 한 것은 엄마였어. 그건 중요한 약속이야. 약속을 어기다니, 엄마 답지 않아.”

       

       

       끄응…. 아니, 고작 며칠 정도 빨리 빠져나온 것 뿐인데. 그것 가지고 이렇게 나를 압박하다니….

       

       하지만, 내가 사가르마타와 함께 지내기로 했던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빠져나온 것은 사실이니까. 으음….

       

       

       “에휴. 그래서, 내가 어찌해주길 바라느냐?”

       

       “1년. 다시. 같이 지내줘. 그걸로 충분해.”

       

       “그것 때문에 저승까지 온 것이냐?”

       

       “응. 엄마의 일은 가장 중요하니까.”

       

       

       정말이지, 곤란한 녀석이라니까.

       

       

       “알겠다. 내가 먼저 약속을 어겼으니 뭐라고 할 처지는 못되지. 일단 저승에서의 일은 어느정도 마무리 지었으니까.”

       

       “응. 그러면 돌아가자. 엄마.”

       

       

       나는 내 팔을 붙잡고서 잡아당기는 사가르마타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케레스에게 말했다.

       

       

       “대충 그렇게 되었으니, 하데스와 관련된 뒷 일은 네게 맡기도록 하마. 대충 다른 둘에게 사용법 정도만 알려주면 충분할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하데스를 통해 나를 호출하고.”

       

       “아, 네에. 안녕히 가세요….”

       

       

       케레스는 사가르마타의 기운에 눌린 것인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한채 나를 배웅할 뿐이었다.

       

       뭐, 당연한가. 드래곤 출신의 케레스에게 드래곤들의 조상 중 하나인 사가르마타는 까마득히 높은 항렬의 선조 같은 느낌일테니까.

       

       뭐, 엄밀히 따지면 보석의 비늘을 가진 드래곤들의 조상인 사가르마타와 블랙 드래곤 출신의 케레스는…. 직계 조상은 아니겠지만. 직계 조상인 에레보스는 이젠 없으니까.

       

       숫자가 엄청 줄어든 드래곤들에게, 이런 위계질서는 무척이나 중요하니.

       

       그렇게 멍하니 서있는 케레스를 뒤로 한 채, 나는 사가르마타의 손에 붙잡힌채 옮겨졌다.

       

       

       – – – – – – – – – – – – – – – – – – – –

       

       

       니다벨리르.

       

       성스러운 산 사가르마타를 둘러싼 거대한 산맥의 지하에 자리잡은, 드워프들의 대도시.

       

       드워프가 아닌 다른 종족들은 제대로 된 초대장 없이는 들어오지 못하는 도시. 나는 그 도시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지하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환한 거리. 빛을 내는 마석이 들어있는 조명들에 의해 밝혀진 땅 속의 도시.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 없으리라.

       

       아, 지금 이 도시의 풍경에 감탄할 때가 아니었지.

       

       나는 주변에 적혀 있는 표지판을 참조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남동구 75번 도로의 11번째 건물. 75-11. 음. 여기인가.

       

       나는 상당한 크기의 저택 앞에서 작게 몸가짐을 가다듬은 후, 문에 매달린 고리를 붙잡고 문에 부딪혔다.

       

       

       쿵! 쿵!

       

       

       쇠로 만들어진 고리와 문이 부딪히며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문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여기가 황동경의 집인가?”

       

       “인간? 인간이 어째서 주인님을 찾으시는지요?”

       

       

       나를 경계하는듯한 목소리의 주인.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황동경. 그 이름을 멸시하는 이들에게는 거짓 황금이라 불리우는 그 드워프는…. 떳떳하지 못한 일에도 발을 걸치고 있는 드워프였으니까.

       

       그 대신 막대한 부를 쌓아올리긴 했지만.

       

       

       “고고학자가 찾아왔다고 전해주게.”

       

       

       “고고학자?”

       

       “그래. 그걸로 충분하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품 속에 넣어둔 종이를 매만졌다.

       

       이걸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 니다벨리르에 들어올때에는 어쩔 수 없이 꺼냈지만. 황동경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증거인 종이는, 쉽사리 꺼낼 수 없는 물건이었다.

       

       고집세고 다른 이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드워프에게, 그것도 부자인 드워프에게 은혜를 입혔다는 증거는 막대한 은화와도 맞먹는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육중한 문이 열렸다.

       

       

       “들어오시죠. 주인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음. 알겠네.”

       

       

       나는 거대한 저택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화려한 조각상이나 예술품으로 장식된 복도를 거쳐, 거대한 망치를 땅에 짚고 있는 드워프의 석상을 지난다.

       

       음. 이 망치…. 내가 찾아준 망치. 대지분쇄자로군. 유물이라 부를 수 있는 무기를 석상에게 쥐여줘서 장식으로 쓰다니.

       

       뭐, 황동경의 조상이 만든 소중한 가보라고 들었으니까. 함부로 무기로 쓸 순 없는 노릇일테니. 장식하는게 맞을테지만.

       

       그렇게 나는 인간에게 조금 작은 문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오. 오랫만이군! 고고학자! 여전히 비실비실한 몸뚱이구만!!”

       

       “오랫만이오. 황동경.”

       

       

       금빛의 수염을 기른 늙은 드워프. 황동경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과연, 황동경의 힘을 빌린다면…. 바알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찾을 수 있다면 좋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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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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