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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무감(無感).

       

       분노, 한탄, 열등감, 여러 감정을 내보이던 남궁소는 순식간에 표백되었다. 밀랍으로 만든 사람처럼 무심하고, 또한 고요하다.

       

       파문이 일지 않는 수면과도 같은 상태이나, 남궁청휘에게는 그 잔잔함이 거친 폭풍우보다도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는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 고요한 호수는 깊이가 끝이 없으며, 같은 양의 쇠보다도 무거워, 헤엄치는 사람을 순식간에 저 아래로 끌어들이는 무저갱이라는 것을.

       

       “⋯⋯⋯⋯.”

       

       혈기(血氣)가 넘실거린다.

       

       혈교의 비법은 남궁소의 육신을 쏘아대며 천마에게 자신의 목적을 강요했다. 그 강대한 힘을,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빼앗아 혈교를 융성하게 하는 데에 사용하라.

       

       혈교만이 네 아군이며, 그 외의 모든 이들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세상을 붉게 물들여 만년동안 이어질 피의 역사를 열어라──

       

       “조잡하군.”

       

       천마는 자신의 손에 들린 마강신술(魔降神術)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가볍게 손에 힘을 주었다. 자신을 침범하는 것을 허락치 않겠다는 듯.

       

       파사삭.

       

       사악한 혈교의 비법이 수천 조각으로 잘려 흩어졌다.

       

       자신을 옥죄던 사슬을 풀어낸 천마는,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그는 그 해답을 빙의한 육신으로부터 찾았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는 것이 소원인가? 이루어주지.”

       

       “⋯⋯⋯⋯.”

       

       천마는 자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을 골랐다.

       

       “모든 남궁 씨를 죽이고 홀로 남으면, 네가 가주가 될 것이다.”

       

       “──그렇게 두지 않겠소!”

       

       채앵!

       

       남궁청휘는 검명(劍鳴)을 울리며 천마의 시선을 끌었다. 그가 청휘를 돌아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전신이 발가벗겨진 듯했다.

       

       월광이 내리쬐는 아래에서 무거운 정적이 감돌고, 남궁청휘는 마른침을 삼켰다. 숨이 막힐 정도의 긴장 속에서, 청휘는 모든 의식을 사용하여 천마의 동태를 파악했다.

       

       그의 몸을 휘감은 혈기가 촛불처럼 흔들리며,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에 맞춰서 남궁소의 육신 또한 죽어가고 있었다. 근육이 빠지고, 혈색이 옅어지며, 온몸이 앙상해져가는 것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저 촛불이 다 타들어 가면, 천마는 육신으로부터 떠날 것이다.

       

       얼마나 걸릴까. 반각? 아니면 한 시진? 모른다. 그러나 아주 약간의 시간만으로도, 천마는 남궁세가를 피범벅으로 만들고도 남을 터.

       

       그러니 이것은 지연전(遲延戰)이다.

       

       남궁청휘의 사명은 천마를 이 숲에 붙들어 두는 것이었다. 

       

       “흐아아아압──!!”

       

       청휘는 칼 한 자루와 함께 뛰어들었다.

       

       ===============================================================

       

       소년이 위에서 아래로 쳐 온다. 그것을 깊이 헤아린다.

       

       수백 가지의 파생을 예견하고, 그중에 투박하고 쓸모없는 가지는 잘라낸다. 그리고 하나씩 가지의 끝을 막는다. 

       

       나비처럼 변화를 주어 쳐 오면 사마귀처럼 당겨 끼워 막고, 폭풍처럼 몰아치면 돚을 접어 고요하게 빠트리며, 강직한 쇠처럼 내리누르면 시소처럼 무게를 이용하여 되돌린다.

       

       그렇게 모든 경우의 수를 막아내는 반복 과정을 거치고 나면, 승리 외에는 남은 길이 없다.

       

       천마는 손을 떨쳤다.

       

       우드득──

       

       “끄으⋯⋯”

       

       짧게 치는 주먹에 남궁청휘의 팔뼈가 부러졌다. 격통에 청휘의 얼굴이 일그러지나, 그는 고통을 참아 내고 공격을 이어갔다.

       

       그것 또한 천마의 예상 범주에 있다. 천마가 부드럽게 몸의 자세를 바꾸었다. 그리하면 청휘의 칼날은 어깨 어림을 스치듯이 지나간다. 공격이 빗겨 나간다.

       

       남궁청휘는 섬뜩한 위기감으로 등골이 오싹했다.

       

       후속타가 날아올 것이다. 방어에 집중해야 하나? 아니, 방어는 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격을 계속해야 하나? 아니, 그는 피해낼 것이다.

       

       무엇 하나 먹히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함 속에서, 청휘는 최대한의 변화를 피워냈다. 천마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그가 짐작할 수 없는 수를 두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청휘는 나머지 팔로 폭쇄결을 쏘았다. 그 한 수에는 발경의 묘리를 담고, 도롱뇽의 휘둘러지는 꼬리와도 같은 움직임을 넣고, 발도술과 같은 쾌속함도 담았다.

       

       그러나 읽혔다. 

       

       툭, 투욱.

       

       짧게 끊어 치는 천마의 이격(二擊)에, 폭쇄결은 천마의 목을 스쳐 지나가고, 청휘의 몸통이 무방비하게 활짝 열렸다. 그의 심장을 향해 천마의 손이 느릿하게 날아든다.

       

       천근추.

       

       남궁청휘는 상반신에 무게를 실음과 동시에 무릎을 유연하게 굽혔다. 그리고 바닥과 거의 수평이 되도록 몸을 눕혀 천마의 공격을 피했다. 철판교의 수법이었다. 

       

       이어서 발차기로 공격을 이어가려던 청휘의 눈앞에 발이 날아들었다. 자세를 낮추어 피할 것을 예상했다는 듯, 먼 과거에서 쏘아진 각법이었다.

       

       청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끅⋯⋯!”

       

       남궁청휘의 몸이 붕 뜨며 날아갔다. 세 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는데, 코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천마는 상처 하나 없이 오연하게 서 있었다.

       

       구름이 흘러 달빛을 가리고 숲에는 새까만 밤이 찾아왔다. 청휘는 옷을 찢어, 부러진 팔을 단단히 동여맸다. 시큰한 통증이 저릿하게 올라온다.

       

       “⋯⋯콜록, 콜록. 흐으⋯⋯.”

       

       천마는 결정타를 넣지 않았다.

       

       내기를 한껏 집어넣어 걷어찼다면, 방금 전 남궁청휘의 머리통은 수박처럼 터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이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임을, 청휘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10할의 확률로 변수 없이 완벽하게 이기기 위해서. 차근차근, 곤충의 팔다리를 하나씩 떼어 가듯이. 그렇게 기계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사지가 모조리 부러지기 전까지는. 싸움이 끝나지 않겠구려. 그렇지 않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청휘는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아직 팔 하나가 당했을 뿐이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사지 하나가 날아간다면, 앞으로 세 번은 더 맞붙을 수 있다.

       

       설령 여기서 죽더라도.

       

       “당신은 이 숲에서 끝날 것이오.”

       

       이 앞으로 보내지 않으리라.

       

       ===============================================================

       

       카앙──!!

       

       일곱 번째 격돌이 끝난 뒤, 칼이 반으로 뚝 부러졌다. 

       

       “커억⋯⋯, 흐, 허억, 우웨엑⋯⋯.”

       

       남궁청휘는 부러진 칼을 쥐고 엎드려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왼팔은 세 번이나 부러져 우스운 모양새가 되었고, 온몸에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남궁소의 몸을 감싼 혈기는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부족했다. 그는 여전히 천마였다.

       

       눈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상이 두 개로 보였다가 하나로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일어서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덜덜 떨리는 근육을 혹사시켜, 몸을 움직이는 법을 한껏 끌어모아 간신히 대지에 섰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집중을 풀면 그대로 쓰러져버릴 것 같다.

       

       이래서야 칼이나 휘두를 수 있을까.

       

       천마는 여전히 무심하게 남궁청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살아 움직이는 무한(無限)이었고, 아무리 변화하며 따라간들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무공(形)은 통하지 않고, 몸(形) 또한 너덜너덜하니.

       

       남은 것은 마음(意) 뿐이다.

       

       “⋯⋯⋯⋯.”

       

       스르륵. 바람이 불었다.

       

       저 하늘을 지나가는 구름이 느긋하게 흘러, 가려져 있던 달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었다. 따스한 달빛이 청휘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마음 뿐이라.

       

       손에 스치울듯 말듯 애태우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은 다만, 담을 그릇이 없어서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남궁청휘에게는 깨달음을 담아 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제왕검형(帝王劍形)의 이야기였다.

       

       남궁세가의 비처에는 검흔(形)이 없었다. 베인 흔적 하나 없이, 아리따운 꽃밭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궁채공은 그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여 무의미하다 여겼으나, 그 부재야말로⋯⋯ 큰 의미(意)를 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천마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상대는 천마(天魔)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최적해를 내놓는 자였다. 그는 무한하여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무한에 맞서려거든, 무한이어야 했다.

       

       “하늘을, 베려면⋯⋯.”

       

       칼날이 하늘만큼 커다랗거나, 또는.

       

       “하늘을, 칼날로 써야겠지⋯⋯.”

       

       남궁청휘는 반토막 난 칼을 두 손으로 쥐고 들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크게 내리칠 것 같이, 머리 위로 높게 들었다.

       

       칼날은 있어도 없어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없는 편이 나았다. 그는 그저, 공백에 모든 것을 담았다.

       

       과거의 상처, 투쟁의 아픔, 공략의 즐거움, 가족의 애정, 약속의 무게, 그동안 그를 스쳐지나간 모든 뜻을 담아, 무한하게 뻗어나갔다. 

       

       무공(形)으로부터 무한에 닿은 천마와는 반대로, 그는 마음(意)으로부터 무한에 닿았다.

       

       ────.

       

       천마의 걸음이 멎었다.

       

       열 걸음 다가가 목을 찌르면 끝날 싸움이었건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위험 수치만이 가파르게 높아질 뿐이다.

       

       저건, 다 죽어가는 소년에 불과하다. 실력은 일천하고, 감히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가 뻗어내는 변화는 아주 작디작은 일부에 불과하여, 연산력을 크게 잡아먹지 않고도 파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것은, 무엇인가. 분명, 망가진 몸으로 상단세를 취하고 있을 뿐이건만.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에서 위로 떨쳐내면, 벼락같이 내리찍을 것 같고. 옆에서 옆으로 찔러내면, 짓눌러 뭉갤 것 같았다.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천마는 활로를 찾기 위해서 온갖 변화를 궁구하였으나, 평행선과 같이 나란히 이어졌다.

       

       무한에 직면한 천마는, 무한한 경우의 수에 대항하기 위해 움직임을 멈췄다. 

       

       마음으로 무한을 엮어, 일대의 모든 이들이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짓누르는 제왕의 기세이니. 휘두를 필요 없이 그저 검형(劍形)이면 족하다.

       

       우화(羽化).

       

       “『제왕검형(帝王劍形)』.”

       

       남궁청휘는 그것을 제 마음의 그릇으로 삼기로 하였다.

       

       쿠우우우웅──!!

       

       무형의 힘이 사방을 짓누른다. 천마는 전방위에서 들어오는 압박, 하늘이 커다란 손이 되어 쥐어 드는 것 같은 무게에 휘청였다. 그는 중얼거렸다.

       

       “⋯⋯제왕검형이라?”

       

       하늘의 무게는 청휘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는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이 되어,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전신의 관절에서 비명이 들려왔으나, 마음만큼은 자유롭고도 벅차다.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턱.

       

       천마가 힘겹게 걸음을 뗀다. 몸을 꾸물거린다. 무한을 다루는 괴물은, 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임을 바꾸며 타개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느리다.

       

       천마의 두뇌는 다시 없을 정도의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만 같은 공간 속에서, 천마는 손을 뻗었으나──

       

       풀썩.

       

       천마의 무릎이 휘청이다, 꺾였다.

       

       시간이 다 되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없이, 달밤의 승부는 고요하게 마무리되었다. 

       

       청휘는 하늘을 쥐고 그 무게를 버텼으며, 천마는 하늘에 맞서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모하고야 말았다. 

       

       “⋯⋯흥미롭군.”

       

       천마는 그러한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넘실대던 혈기가 마침내 꺼졌다. 앙상해진 남궁소의 몸이 그대로 엎어졌다.

       

       그와 동시에. 남궁청휘 역시 눈을 감고 혼절해 버렸다. 

       

       쓰러진 청휘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가족을 지켜내었다.

       

       ===============================================================

       

       햇볕이 따뜻하고 좋은 날에, 남궁청휘는 짐을 싸서 남궁세가의 정문을 나가는 참이었다. 그가 문지방에 서서 잠깐 돌아보고 있으려니,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그를 붙들었다.

       

       “청휘 형님, 가십니까?”

       

       “그렇소. 아니⋯⋯ 그래.”

       

       “먼 길을 떠나신다니요. 가족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너무하십니다.”

       

       “선약이 있는데 어쩌겠느냐. 날 잡고 겨뤄보기로 한 터라, 내가 멋대로 빠질 수도 없는 데다가⋯⋯ 어쩌면 신붓감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신붓감!

       

       남궁명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펄쩍 뛰어오르며 그 신부 후보에 대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으려다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의젓하게 호기심을 억눌렀다.

       

       그래, 사내가 연애사업을 일구려면 집안을 좀 떠날 수도 있는 법이지. 남궁명은 내심 섭섭하던 마음을 날려버리고, 그 빈자리를 응원으로 채웠다.

       

       “꼭 소개시켜 주십시오!”

       

       “그래. 일이 잘 풀리거든 신붓감에 더해서⋯⋯ 내 형님도 소개해 주마.”

       

       “형님의 형님이군요?”

       

       “성질은 더럽지만 좋은 사람이다.”

       

       성질이 더러운데 좋은 사람이려면 뭐 어떻게 굴어야 하는 걸까. 남궁명의 얼굴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청휘는 크게 웃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아마 오래도록 볼 수 없을 터. 루나와의 대련을 마친 다음에는, 레드번 가문으로 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핏줄을 제대로 마주하고 모든 일을 끝낼 것이다. 우화까지 한 마당이니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잘 지내고⋯⋯ 금방 돌아오마.”

       

       “예. 그때는 아마 훌쩍 커서⋯⋯ 어쩌면 형님보다도 키가 컸을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가주가 되어 있을 테니,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세요!”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남궁청휘는 보따리 하나 들고 문을 완전히 나섰다.

       

       손을 흔드는 남궁명의 모습을 눈에 한 번 담고 등을 돌려 떠났다. 제법 오랜, 험난한 귀향길이 될 터이나, 두렵지는 않았다. 사내대장부가 뜻을 정했으니 어찌 망설이랴?

       

       나아가는 남궁청휘의 뒷모습은 서서히 작아져 좁쌀 크기가 되었다가, 이내 휙 하고 허깨비처럼 사라져 버렸다.

       

       ===============================================================

       

       어느 좋은 달밤에, 루나와 엔버스는 칼을 뽑아 서로를 마주했다.

       

       “좀, 바뀐 듯.”

       

       “그렇소? 알아봐 주니 기쁘구려.”

       

       엔버스는 자신감을 온몸에 감싸고 있었다. 루나는 사뭇 다른 그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자신, 있어?”

       

       “미리 알려주자면, 나는 우화를 마쳤소. 옛날의 나를 떠올렸다가는 큰코다치게 될 것이오. 아니면 미리 패배를 시인해도 좋소. 그대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루나는 으스대는 엔버스에게 중지를 곧게 펴서 내밀었다. 염병이라는 뜻이었다.

       

       엔버스는 그 모습에 크게 웃었고, 루나도 입꼬리에 미소 한 조각을 걸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대련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나, 남궁청휘의 절초를 보여주겠소.”

       

       “⋯⋯너, 이름. 엔버스.”

       

       “받아 보시오, 이는 천마도 내쫒은 무공이니!”

       

       “허세는.”

       

       긴말은 필요 없었다. 서로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고, 격돌했다. 두 사람의 신형이 교차하며──

       

       치지지지직. 노이즈가 꼈다.

       

       ===============================================================

       

       갑자기 영상이 먹통이 되어, 중요한 키스신을 못 보게 된 마탑주가 광분했다.

       

       “아! 아아아!! 영상! 영상 왜 안 나와!”

       

       “악! 때리지 마세요 마탑주님, 아니 이게⋯⋯ 쟤 우화가 유사 디도스라서, 관측 장비가 먹통이 되어가지고 어쩔 수가, 악!”

       

       연속 유나펀치가 미친 마법사의 등짝에 작렬한다. 콩콩콩콩콩.

       

       “고쳐! 고쳐!”

       

       “아니, 절 때린다고 고쳐지는 게 아니라니까요?! 핑발레즈야, 좀 말려⋯⋯ 너 어디가.”

       

       “직접 보러 갑니다. 장비가 먹통이면 육안으로 관측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 나도 직접 보러 갈래!”

       

       우당탕탕. 남의 로맨스에 굶주린 자들이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미친 마법사는 그 소동에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먼저 가버린 마탑주와 핑발레즈를 쫒아 뛰어나갔다.

       

       키스신은 못 참긴 하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협 끝~~~~!! 이 앞으로는 미친 마법사의 두근두근 러브코미디가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 프렌즈. 그러면 우리 내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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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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