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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며칠 전.

        

       거듭 미안해하면서도 한번 더 원 포인트 레슨을 요청한 오소독스를 위하여, 관전 강의를 마친 직후.

        

       여러 차례 감사를 표한 오소독스는,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지 말씀하시라고 얘기했더랬다.

        

       딱히 프로게이머에게 요구할 만한 것도 없고, 좋은 기회다 싶어서 ‘우승하시면 인터뷰에서 도적의 이런 장점들을 홍보해주세요.’라고 부탁했는데.

        

       저걸 그냥 그대로 적어서 저렇게…….

        

       블로그 리뷰글 작성을 부탁했더니 ‘여기까지는 복붙해서 넣어 주시고, 국물이 짜지 않고 시원하다는 말은 3번 이상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까지 포스팅한 느낌이잖아.

        

       아니, 고맙기는 했다. 사소한 미스가 있었더라도, 무려 모두가 주목하는 월즈 MVP 인터뷰에서 해준 홍보 아닌가. 당장 커뮤니티들에서도……물음표의 향연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관심은 도적에 쏠리고 있고.

        

       우리 채팅창은……너무 빠르네. 보지 말자. 

        

       “……저런 소리 하는 사람이 두 명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아니, 그렇잖아요 여러분. 아, 오케이. 제가 책임지고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따먹님, 혹시……?”

        

       그 와중에, 오늘만 두 번째로 보는 아크의 의심어린 눈초리가 나를 향했다. 몰래 술을 탔다는 부당한 음해와 달리, 이번에는 절반만 틀린 추리라는 점이 더 문젠데.

        

       저 문구를 그대로 읽으라고 한 적은 없다……고 얘기하면, 사실상 내가 했다는 자백이 되겠지.

        

       “억울하네요.”

        

       억울하기는 하니까. 거짓말은 아니야. 응.

        

       아무튼, 사람이 너무 앞에 나서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적 2지하 전략을 정립해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즐거우려나.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세상을 바꾸는 거니까. 조금……아주 조금이라도.

        

       그리 생각하면, 스포트라이트는 프로게이머에게 쏠리는 편이 좋겠지.  내게 관심이 몰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성공을 목전에 둔 시점이니 더더욱.

        

       다행히 오소독스가 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니, 어떻게든 잡아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주제가 계속되는 건 조금…….

        

       리액션이 재밌는 레반이나 살짝 건드릴까. 아크의 주의를 돌리기에는 그만일 것 같은데.

        

       그리 고민하는 사이, 레반이 작은 목소리로 참전했다.

        

       “대체 뭐가 억울한……. 그리고 세상에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따먹님 말고 누가 있어요. 이름보다 더 특정성이 높은 것 같은데.”

        

       ……아니, 댁은 나랑 같이 GP선수들 연습시켜줘서 다 알고 있잖아. 대체 무슨 짓이야-라고 생각하다 보니, 납득이 되기도 하는 것이. 레반은 빌드를 연구하고 실증하여 전파하는 걸 취미 반, 생업 반으로 삼고 있는 사람 아닌가.

       

       애초에 캐릭을 잘못 골랐으니 큰 의미는 없다지만……그 열정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런 레반 입장에서는, 내가 도적2지하의 창시자라는 명예를 피하고 싶어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흘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히고 있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아니라고.

        

       눈치 좀 챙기라는 마음을 두 눈에 가득 담아보았지만- 헬멧 바이저의 두터운 선팅을 뚫고 눈빛을 볼 수는 없겠지. 옅은 한숨과 함께,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별포크에게 시선을 향하며 입을 열었다.

        

       “여기만 해도 두 명은 있잖아. 우리 제자님 봐요.”

        

       “도적은 심리전, 게임 파악 능력, 변수 대응, 흐름 설계를 두루 연습할 수 있고, 능숙해질수록 게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전천후적 능력을 갖춘 재미있는 캐릭입니다.”

        

       “봐요.”

        

       역시 우리 제자님. 자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말을 쏟아내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줬다.

        

       사람 하나는 정말 잘 들였다. 조금 과격파에, 수치심이 결여된 점이 걱정되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별포크는 도적부흥운동회의 1호 회원이기도 하고……감투라도 하나 씌워줘야 하나.

        

       “뭔……자백합니까? 누가 봐도 아따먹님이 가르친……그리고 애초에 저런 말 하는 사람이 리틀 아따먹이랑 아따먹, 둘 밖에 없다는 거잖아요.”

        

       여전히 눈치 없이 한 마디를 더하는 레반을 향해 두 손가락을 교차하여 X자를 만들어 보였다.

       

       그만 하라고.

       

       그러나- 보라는 레반은 안 보고, 별포크가 본 걸까.

        

       “리틀 아따먹이라니요! 비슷하다는 말은 감사하지만, 왜 제2의 아따먹이 아니라 리틀 아따먹인 건가요? 혹시 저는 상대적으로 작아서……? 사람을 그렇게 구분을……?”

        

       “네? 아니, 누가 그런, 제가 언제 그런 얘기를- 아니-”

        

       별포크의 하드한 카운터가 꽂혔다.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는 별포크와-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리며 진땀을 흘리고 있는 레반.

        

       아니……막을 수 있으면 좀 막아보라는 생각은 했지만, 사람을 아예 칼로 찌르면 어떡해.

       

       ……약점이 보이면 생각에 앞서 일단 찌르라고 반복하긴 했었지만, 게임 얘기잖아. 일상생활에 투영하라는 의미까진 아닌……아. 반응을 보니 효과적이긴 하네.

        

       그런데, 별포크는 괜찮은 건가.

        

       분명 시청자들도 난리를 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채팅창을 확인하니……역시. 뭐가 작은 걸까, 큰따먹과 작따먹, 아따먹이 크긴 해, 별포크가 작긴 해 등의 채팅이 난무하고 있었다.

        

       아크의 매니저가 빠르게 악질들을 차단하고 있다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포인트를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관객이 좀 있거나 말거나, 잘생긴 남자와 대화할 때는 저 정도 수위가 가벼운 장난이 되어서 그런 건지.

        

       그리 생각하면, 납득이 되기는 했다. 좋아하는 이성이라면, 가벼운 성적인 드립 정도야 오히려 즐겁겠지. 한창 대학교 캠퍼스를 누벼야 하는 나이에 방구석에 틀어박힌 스트리머니 더더욱.

        

       하지만 만약 그런 거라면……저 나무꾼은 대체 언제 우리 제자님을 홀려 둔 걸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아, 잠깐만. 이건 진짜- 아니, 그 얘기 아닌 거 아시, 알죠?”

        

       ……그래도, 이건……혹시라도 오해하면, 조금……과하니까. 수습을 도와야겠지.

        

       “네. 자, 여러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레반님은 현실에서 만나기 전에도 우리 별포크님을 리틀 아따먹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특정 부위와는 무관한 별명입니다. 남의 제자한테 함부로 별명 붙인 건 마음에 안 들지만. 현실에서 만나기 전에도 네 맘마통 사진은 봤겠지……음. 그럴 리가 있나요. 레반님, 어서 부정해주세요. 거짓말하셔도 괜찮아요.”

       

       “아니, 일단 아니고, 거짓말도 아니고……자꾸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원하는 걸 얘기해요.”

        

       원하는 거……원하는 건 항상 같은데. 하루에 5판 정도면……갱생도질의 전례도 있잖아.

        

       그래도, 이번에 레반은 딱히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런 걸 요구해도 괜찮으려나.

        

       아. 단기형……한, 이주일 정도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화면에 떠오른 채팅창이 뚝뚝 끊기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쏟아지는 채팅들 탓이다. 체감상 화력이 3배는 늘어난 것 같은데. 뭐지.

        

       얼핏 보이는 채팅들 중, 조금전까지 가득하던 레반이나 가슴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도배되는 오소독스, 도적, 최고예요, 스승님, 대도적……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님들 오소독스 트위터에 간증 떴는데요???】

        

       아.

        

       설마.

        

       * * * *

        

       “형? 우승 후기 인터뷰 촬영 오라고 하는데……어, 뭐해요? 트위터?”

        

       호출하는 소리. 오소독스, 주호는 작은 웃음과 함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일어섰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우승. 우승이라니.

       

       이 순간만을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달려왔던가. 꿈에서도 그리며 상상만 거듭 반복해왔던,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쉬운 길은 결코 아니었다. 마음이 편안한 길도 아니었고. 준우승을 하던 순간을 반복하는 악몽들에 시달리는 밤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찌나 이를 악물었는지. 아침에 깨어나고 나면 턱이 뻐근했더랬다.

       

       하지만, 결국 우승이었다. 

        

       컵을 들어올리고, 소감을 말하고……매 순간을 곱씹어가며 즐기겠노라고 결심했거늘, 구름 위에 붕 뜬 듯하여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반쯤 취한 기분 속에서도, 은인에게 부탁받은 멘트는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전달했다. 예상했던 방송 홍보나 샤라웃이 아니라, 도적 홍보였지만. 

       

       ‘아예 얘기한 걸 그대로 읊었으니, 조금은 만족하셨겠지.’

        

       물론, 한참 부족했다. 

        

       아따먹이 아니었다면 우승할 수 있었을까. 가능성이야 있었겠지만- 오소독스는 1세트를 치르며 본능적으로 느꼈더랬다. 

       

       V7과 GP는 명백한 체급 차이가 났다.

        

       만약, 2지하와 도적으로 만들어낸 변수들이 아니었다면. 상대가 흔들리다 못해, 2경기부터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렇게, 서로 기존 정석의 틀 안에서 붙었다면…….

       

       ‘아마, 무난한 3:1 패배.’

       

       잘 풀렸어도, 3:2로 밀리지 않았을까. 오소독스의 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 생각하면, 아따먹에게는 아무리 보답해도 부족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스트리머에게 할 수 있는 보답이라는 게 뭐 별것 있겠는가.

        

       그녀가 응당 받아야 할 찬사와 인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우선은- 경기가 끝난 직후인 지금, 자신에게 쏠린 관심의 물결을 살짝 틀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리라.

       

       오소독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GP 오소독스 @_NoK_Orthodox ]

       [최고에요 도적도적! 도적을 배우고 싶다면? (링크)

        

       Props to my Rogue Sensei: Link to Sensei’s Broadcast (링크)]

       

       [답글 1.1만] [재게시11만] [마음에 들어요 14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적최고도적도적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월요일 연재분을 조금 앞당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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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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