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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올리비아는 혼절한 키엘을 부유 마법으로 들어올렸다. 육체를 파고들던 마력을 제거하고 손수 포션을 먹여주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몇 시간이면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나저나.’

         

       올리비아는 골치아프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마물들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트리사이드 같은 고위 마물들이 벌써 나왔다는 뜻은, 대륙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조용하다는 뜻은…….’

         

       누군가 암중에 마물들을 모으고 있다는 뜻이겠지.

         

       쩌저저적!

         

       동굴에 있던 시체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올리비아가 주먹을 세게 쥐자, 얼어붙은 시체들이 산산조각나며 한 줌의 핏물로 변했다. 방금까지 피와 내장으로 가득했던 동굴 내부가 일순간에 ‘동굴’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얘는 또 어디 갔어?”

         

       지상으로 올라온 올리비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결계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연쇄살인마가 보이지 않았다.

         

       타악!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하늘에서 착지한 연쇄살인마의 낫에는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그것이 인간의 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올리비아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올리비아! 왔구나!”

       “마물이라도 잡고 있었냐?”

        “심심해서 몇 마리 잡으면서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그 쪽은……?”

       “검성.”

         

       연쇄살인마의 얼굴이 묘해졌다. 아무리 세상 물정에 어둡다지만, 검성이 누군지 정도는 알기 때문이었다.

         

       키엘 로트실드.

         

       “아는……사이야?”

         

       이상한 기분.

         

       연쇄살인마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저번과는 다르다. 그때는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답답했지만 지금처럼 더러운 기분은 아니었다.

         

       검성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런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놈이 올리비아의 마력과 맞닿아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는 사이지.”

       “언제부터 알았어?”

        “한…….”

         

       6년 쯤 됐다고 대답하려던 올리비아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내려 연쇄살인마를 바라보았다.

         

       “잘 기억 안나. 확실한건 키엘보다 너를 더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는 정도?”

        “……진짜?”

       “네가 훨씬, 오래됐지.”

        “……흐.”

         

       입꼬리가 마구 꿈틀거리는 연쇄살인마의 기분이 어떨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자신이 정답을 짚었음을 확신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방긋거리는 연쇄살인마에게 물었다.

         

       “마물 잡고 있던 곳으로 안내 좀 해줄래?”

       “으, 응! 따라와! 저쪽이야!”

         

       올리비아는 대충 고개를 끄덕인 다음 ‘통로’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태산만 한 지네가 목이 잘린 채 바닥을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연쇄살인마의 작품이었다.

         

       키엘이 머물고 있던 동굴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지네 마물이 내뿜는 독기도 만만치 않았다.

         

       지네 마물, 앤티누스의 갑각을 매만지던 올리비아가 혀를 찼다.

         

       ‘……앤티누스까지.’

         

       이걸로 확실해졌다. 마왕 강림까지 앞으로 길어야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쩌저적!

         

       마계와 연결된 통로가 다시금 일그러졌다. 거대한 맷돼지 같은 마물이 머리를 들이밀기 무섭게, 연쇄살인마의 낫이 움직였다.

         

       연쇄살인마는 그 거대한 마물을 단숨에 반으로 갈라버렸다.

         

       “……음!”

         

       방금 잡았던 마물보다 뼈와 근육 조직이 조금 억세다. 그만큼 낫에 오러를 더 부여하지 않았더라면 한 번에 베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올리비아 또한 그 이질감을 알아채고 통로에 가까이 다가섰다. 미세하게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는 균열. 아까보다 마물이 강해진 것도, 균열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차원을 넘나드는 제약 또한 그만큼 해제되었기 때문이겠지. 이런 위험한 걸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오오오……!

         

       통로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올리비아를 밀어낸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훨씬 상회하는 마력을 때려박았다.

         

       그 격렬한 마력의 파동에 통로가 진동했다.

         

       ‘쉽게 부술 수 있는 게 아니야.’

         

       막다한 마력을 쏟아붇고 있음에도, 떨리는 수준에 그친다.

         

       바다에 물을 쏟아붇는다 하여, 그 수위가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차원과 차원 사이의 연결을 유지하는 힘이 얼마나 거센지 올리비아는 단숨에 실감했다.

         

       괜히 키엘이 부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력을 쏟아붇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대로 통로를 남겨둔다면 훗날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할 터.

         

       ‘……부순다.’

         

       올리비아의 벽안이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백발과 로브가 쏟아지는 마력의 흐름을 따라 마구 부풀어 올랐다.

         

       터질듯 쏟아지는 마력에 통로가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비명을 뱉어낸다.

         

       끼기기기긱……!

         

       통로가 굉음을 내며 갈라짐과 동시에, 불길한 보랏빛이 수백 갈래로 난반사된다. 그 와중에도 갈라진 단면들이 급격하게 수복되고 있었지만, 무너지는 속도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지지직!

       

       푸른 마력이 극한까지 응집되며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

       

       공간이 그대로 우그러졌다 수복되며 터져나오는 폭발.

         

       올리비아는 그 폭발을 손에 쥐고 압축시킨 다음, 얼음 결정 내부에 격리시켰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꿈틀거리는 입방체. 올리비아의 힘으로 억제시켜두기는 했지만, 마력을 불어넣기를 멈추는 즉시 일대를 소멸시킬 정도로 거대한 힘이 내제되어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다른 말로 하면 최소한 이 정도 힘은 때려박아야 차원 간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인가.

         

       츠츠츠츳…….

         

       쉴 새없이 빛을 발하던 결정 입방체가 점차 가라앉았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연쇄살인마가 입을 떠억 벌렸다.

         

       “올리비아, 너……그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올리비아는 얼떨떨한 얼굴을 한 채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차원 폭발의 여파를 입방체에 격리시킨 것 까지는 그녀의 의지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뭐였지?’

         

       아무리 올리비아가 진리에 도달했다지만, 그것은 뇌전과 빙결 계열 한정이었다. 어디까지나 두 분야에서 얻은 심상을 자연법칙과 시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일 뿐, 방금처럼 차원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는 뜻은…….

         

       올리비아는 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벌써부터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걱정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해야 하나.

         

       “가자.”

       “어디를?”

       “신성 왕국.”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키엘이 위치한 산맥은 신성 왕국과 제국의 국경 부근.

         

       방금까지는 통로가 내뿜는 마기가 그 억제제 역할을 해준 모양이지만, 그걸 박살내버린 지금, 공간 이동 같은 대규모 술식을 사용했다가는 두 드래곤 로드가 펼쳐놓은 마력사에 발각되고 말 것이다.

         

       ‘……이럴 거면 그냥 부수지 말고 내버려 둘 걸 그랬나.’

         

       멀지 않은 곳에 성기사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마 키엘의 폐관 수련이 다른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길목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이겠지.

         

       올리비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고작 사흘 만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둘씩이나 찾아오다니.”

         

       락테아 제국 수도. 황녀궁.

         

       두 드래곤 로드와 각 분야의 절정에 달한 회귀자들이 머무는 장소.

         

       그곳에 홀로 남은 황녀 아리아가, 언제나처럼 찻잔을 매만지고 있었다.

         

       “하필 모두가 자리를 비운 틈에 오다니.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는 그렇군.”

         

       아리아는 평소처럼 존대하지 않았다. 황녀로서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그 상대에게, 존대를 표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 곳곳에 죽은 듯이 쓰러진 황실 기사들. 금탑주 멜리나가 찾아온 후로, 화이트 로드 카르시안이 손수 그들의 육신과 정신에 강화 마법을 부여했지만 눈 앞의 침입자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다.

         

       역시, 규격 외 강자를 상대하는 방법은 같은 경지에 올라서는 것 뿐인가. 아리아가 내심 혀를 찼다.

         

       회귀자들은 전원 자리를 비우고 있다. 아리아의 곁을 지키던 로드들도, 그녀가 몸을 지킬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순간부터는 각자의 임무를 위해 바깥으로 파견을 나간 상황이었다.

         

       7대 마경. 그 열쇠들을 모아 제국 밑바닥에 숨겨져 있는 비동을 열기 위해서.

         

       멀쩡히 남아 있는 것은 목의 마경 에우란 하나 뿐이었지만, 아리아에게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그녀 정도의 지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

         

       그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 회귀자 여섯 명 전원을 파견시킨 것이었다.

         

       “오만한건가요, 아니면 제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건가요?”

         

       방금까지 텅 비어있던 의자에,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성이 나타나 아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 특유의 조소가 담긴 입매.

         

       “뭐, 상관 없어요.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

       “듣자하니, 5년 전에 ‘그녀’를 사로잡을 계획을 짠 게 당신이라면서요?”

         

       누구나 홀릴 법한 고혹적인 목소리.

         

       “대단해요. 인간을 반쯤 벗어난 초월자를 고작 필멸자 여섯으로 제압할 생각을 하다니……심지어 작전을 지휘하는 본인은 먼 곳에서 관조하는 형태로 말이죠. 도대체 얼마나 주변인들의 신뢰를 사야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거죠? 솔직히, 감탄했어요.”

       “네가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일이었지.”

         

       아리아가 싸늘하게 답했다.

         

       “북 공작, 아스모데우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wastetime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회차 여기 있습니다!!!!!!악!

    매번 이렇게 후원을 해주시면 제가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막 막 화이팅하고 힘내서 글을 열심히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서 기분이 막 좋고 100코인 너무 기분이 좋고 감사합니다.

    …….!

    곧 새해가 다가오네요. Ilham Senjaya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akro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를 납치하시면…납치하시면…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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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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