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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으읍!”

        

       “사라야, 괜찮아. 엄마가 곧 풀어줄 테니까.”

        

       대체 언제 어디를 어떻게 도착할 줄 알고 풀어준다는 말일까?

        

       하긴, 풀어주기야 하겠지. 영원히 이렇게 묶어둘 수는 없을 테니까. 문제는, 풀어주고 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다.

        

       아니, 풀어주기 전에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저 여자는, 지금 사라의 몸을 두고 엄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으니까.

        

       뭐가 엄마야.

        

       진짜 자신이 엄마라고 생각했으면 그런 짓은 하지도 못할 텐데. 아니, 생각하지도 못할 텐데.

        

       나는 있는 힘껏 몸을 굴렸다.

        

       퉁, 하며 차 바닥에 몸이 떨어졌다. 배 부분에 묵직한 통증이 올라왔다. 그래, 생각해보니 차 뒷자리는 가운데가 불쑥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나는 그 부분에 배를 부딪친 모양이었다.

        

       “사라야!”

        

       최나경이 기겁해서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만 들어서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그 목소리가, 소름 끼친다.

        

       최나경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라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심증뿐이었던 것이, 상황을 보고 확신으로 굳혀졌다.

        

       대체 어째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최나경이 어린 사라를 볼 때부터 사라를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가득했던 소아성애자였던 건지, 아니면 처음에는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다가 결국 사라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사라야, 괜찮니?”

        

       아니, 전혀 안 괜찮아.

        

       특히 당신 때문에.

        

       그래도 몸이 반 바퀴 구르면서 바닥을 바라보는 형태로 떨어졌다. 배가 살짝 솟은 바닥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일어나는 것은 충분히 할 만했다.

        

       문제는, 거기서 어떻게 움직여볼 방법이 없었다는 거지만.

        

       다리도, 팔도 묶여있었다. 무릎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앞으로 가보기라도 했겠지만, 지금 내 상태는 흡사 자벌레와 같았다. 꼼꼼하게도 묶어놓은 최나경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극히 제한되었다.

        

       “사라야!”

        

       최나경이 연신 그렇게 외쳤지만, 나는 최대한 정신을 붙잡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무사하게 탈출할 수 있을까.

        

       ……사라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대답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능성이 몇 가지 있었지만, 전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가능성뿐이었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어 그 가능성을 억지로 털어냈다.

        

       ……이 몸은 다쳐서는 안 돼.

        

       그리고 최나경에게 빼앗기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왜냐하면, 이건 사라의 몸이었으니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라의 소중한 몸이었으니까.

        

       사라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랐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이 여자와의 연을 끊어내려고 했던 건데.

        

       툭.

        

       운전석 쪽에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

        

       “사라야!?”

        

       룸미러로 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그런지, 최나경이 다시 한번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고, 나는 머리를 기댄 채로 끙끙거리며 억지로 몸을 돌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몸을 문 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다음엔—

        

       내 입은 재갈로 막혀 있었다. 입 안에는 천이 가득 차 있었고, 당연히 그 천은 내 타액으로 젖어 있었다. 입술 밑으로 침이 줄줄 새고 있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입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절망했다.

        

       물론 재갈이 없었다고 해도 입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없긴 했다. 달리는 차의 문을 열면 그대로 사망일 테니까. 최나경은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이긴 했지만 달리는 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눈앞에 창문 내리는 버튼이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문에 최대한 바싹 붙인 채, 그대로 고개를 내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입에 물린 재갈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위잉, 하고 창문이 내려갔다.

        

       창문이 내려가는 사이에 얼른 고개를 들었지만, 내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전에 창문은 바로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사라야, 위험해! 곧 내리게 해 줄 테니까 얌전히 있어야지!”

        

       “으읍!”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내려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몸을 들기 전에 최나경이 먼저 버튼을 눌려 창문을 올렸다.

        

       이번에는 창문이 다 내려오기도 전에 다시 올라가 버렸다.

        

       몇 번이고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최나경은 아예 창문 올리는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두고 운전하고 있었고, 몸이 자유롭지 않은 나는 한 손이나마 자유로운 최나경과 싸워서 이길 수 없었다.

        

       쿵.

        

       모든 행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방법을 찾던 나는, 그대로 창문에 머리를 부딪혔다.

        

       쿵!

        

       그다음에는 더 세게.

        

       물론, 사라의 몸으로 머리를 부딪혀 창문을 깰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라에게 그만큼의 힘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사라가 다치니까.

        

       만약 내 친구들이 여기에 있었다면, 모두 나를 걱정하긴 하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머리를 부딪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앞에 앉아있는 최나경은 아니지.

        

       “사라!?”

        

       운전석 너머로 얼핏 보이는 최나경의 목이 이쪽으로 돌아왔다가, 금방 다시 앞을 보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좋아.

        

       쿵!

        

       다시 한번, 창문에 머리를 박는다.

        

       소리는 꽤 컸다.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진짜로 깨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를 모르는…… 아니, ‘사라를 모르는’ 최나경은, 이게 연기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사라야! 안 돼! 하지 마!”

        

       이 몸이 그렇게도 걱정되는 걸까?

        

       기껏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기껏 이만큼이나 예쁘게 키워냈는데, 망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걱정이 될까?

        

       그렇게 예뻤으면,

        

       그렇게 소중했으면.

        

       훨씬 더 신경을 써줄 수도 있었잖아.

        

       이상한 생각 하지 않고, 진짜 엄마로서 사랑하며 키워줄 수도 있었잖아.

        

       나는 아직도, 이 사람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건의 전후 관계, 그리고 그런 일을 벌인 이유 정도는 알 수 있었지만, 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쿵!

        

       다시 한번, 차 창문을 머리로 박았다.

        

       창문 바깥으로 흘러가는 풍경의 속도가, 조금은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쿵!

        

       몇 번이고 창문에 박은 머리가 욱신거렸다.

        

       사라야, 미안. 내가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아프지 않은 방법을 생각해냈을 수도 있을 텐데.

        

       다시 한번, 세게 머리를 박으려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데,

        

       끼익—!

        

       차에서 위험한 소리가 들렸다.

        

       “읍!”

        

       쿵!

        

       나의 머리는 창문이 아니라, 운전석 뒤에 부딪혔다. 기껏 일으킨 몸이 기우뚱하더니 차 바닥에 고꾸라졌다.

        

       쿵, 쿵, 하고 머리가 몇 번이고 어딘가 부딪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부딪힌 머리뿐만이 아니라 차가 급정거하며 몸이 마구 흔들리며 여기저기 부딪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릎을 꿇은 채로 운전석 뒷부분과 차 문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다들, 전부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최나경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끙끙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안전띠도 없이, 있는 힘껏 달리다가 급정거하는 차 뒷자리에 있었더니 양어깨를 사정없이 부딪혔다. 감각으로만 따지면 조금 전까지 창문에 부딪히던 머리보다 더 아픈 것 같았다.

        

       “왜! 전부! 나한테!”

        

       귀청을 찢을 것 같은 고함에, 몸을 흠칫 움츠렸다.

        

       최나경은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 핸들을 몇 번이나 내려쳤다.

        

       “…….”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

        

       한동안 차 안에는 숨을 몰아쉬는 최나경과, 긴장한 나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아, 그래.

        

       최나경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무려 자기 딸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고, 이렇게 기절시켜 납치까지 한 사람인데.

        

       제정신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고요함이 계속될수록, 몸이 떨려왔다.

        

       지금 나는 여기서 탈출할 수도 없고, 몸을 보호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사랑한다고 했잖아.”

        

       “…….”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사라는 확실히 과거에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최나경에게 어머님이라고 부르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은 어머님 하나뿐이라는 말을 했었다.

        

       최나경은 그런 사라를 보고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었고.

        

       하지만……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주변에 있는 사람을 모두 제거하고, 무기질적으로 만들어버리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자신 하나로 제한해놓고.

        

       마치 인터넷이나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에게조차 관심을 빼앗기기 싫다는 듯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누군가와 연락하는 것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자신만 남겨두었으면서.

        

       사라는, 그 이전부터 이미 최나경을 사랑했었는데.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했었잖아!”

        

       최나경이 다시 핸들을 내려쳐서, 나는 몸을 움찔했다.

        

       “나를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몇 번이고, 언제까지고 함께 하고 싶다고, 떠나지 말아 달라고 했잖아! 나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만뒀잖아! 그런데 왜, 왜 이제 와서! 이제 와서……”

        

       “…….”

        

       “……나를 떠나려는 거야?”

        

       비명을 지르듯 말하던 최나경이, 마지막 한마디는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해서, 그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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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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