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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4월 2일 기준으로 연재되었던 159화 ~ 163화 내용이 수정되어 159화 ~ 167화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이기에 4월 2일 이전에 읽으셨던 분들은 159화부터 다시 읽으시거나 168화 초반에 적어놓은 요약본을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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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화려한 단검으로 형태를 바꾼 마검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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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런 식으로 경지를 훌쩍 뛰어넘어 강해지는 녀석들을 본 적이 있다. 언제나 ‘시련’이라 불릴 정도의 커다란 적을 이겨낸 이들이 저런 성장을 이뤄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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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과거의 향수에 취한 듯 자신이 죽였던 ‘영웅’에 대해 떠들었다. 그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용사들처럼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여 결국 제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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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할머니가 늘어놓은 옛날이야기처럼 대충 흘려들으며 ‘시련’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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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 그래, 그런 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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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 장애물, 각성을 위한 사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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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말로 불리지만 의미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영웅이 강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자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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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의 자질을 타고난 아이리스, 제스, 노아에겐 매우 중요한 것이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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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저 정도의 위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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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곳에서 세계관 차이(?)가 느껴졌다. 개그 세계에선 일관된 노력이 그다지 보상받지 못한다. 대부분 원했던 결과와 동떨어진 결과를 얻는 게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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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술에 미쳐서 인생의 절반을 갈아 넣어도 ‘검풍으로 (중요) 미인의 옷을 찢어버리기’ 따위의 개그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세계다 보니 ‘시련’이란 말이 익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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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보단 ‘무한히 회복되는 몸과 피를 마실수록 강해지는 마검의 조합으로 치트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라는 쪽이 더 친숙하고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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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 을 겪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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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한 개념이긴 했지만, 원작을 아는 만큼 답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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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죽이지 못할 정도의 싸움이나 갈등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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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숲의 주인과 싸웠을 때처럼 아슬아슬하게 넘어설 수 있는 장애물이 곧 시련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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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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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미간을 좁히며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했다. 시련이라는 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데다가 원작이 비틀린 상황이라 써먹을 지식도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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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끙, 가르간도아 시련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그런 거야 간단하지. 강한 적을 찾아다니면 된다! ]
    ‘떠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 음? 파트너 이곳을 떠날 생각이 아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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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강해지기 위해 시련을 찾는 거라 생각했는지 마검이 의문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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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니라 아이리스나 노아, 제스가 강해졌으면 해서 그래.’
    [ 아아, 그런 건가? 확실히 인간들은 제 무리를 지키려는 본능이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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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마검은 잠시 고민하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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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어도 파트너가 이곳에 있는 이상 시련을 겪긴 힘들겠지. ]
    ‘뭐?’
    [ 그 정령이 있었던 연구소 때도 그렇고, 카르디샨인가 하는 인간 도시에서도 그렇고 시련이 될 법한 사건은 전부 파트너의 선에서 해결되지 않았나? 최강인 나, 마검 가르간도아와 파트너가 함께하는 이상 시련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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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함이 가득 담긴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리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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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목숨이 위험할 만한 상황은 항상 가르간도아와 내가 해결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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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다운 일이 생길 때면 항상 리안이 해결해 버린 탓에 ‘시련’에 대한 중요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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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나 때문에 애들이 강해질 기회가 사라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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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과장된 생각일 수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시련에 대한 사실을 그저 머리로만 알았다면 이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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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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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서 ‘시련’을 통해 강해진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착잡한 마음이 커졌다. 지켜주려던 행동이 도리어 둥지에서 날아갈 수 없도록 날개를 부러뜨리는 행위였다는 사실을 깨닫자, 리안은 흔들리던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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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빨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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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떠날 생각이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애타게 붙잡는 손길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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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들을 학살할 수 있는 마검이 있으니, 차라리 내가 마왕을 잡을까? 원작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바뀌었으니 차라리 내가 용사 역할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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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한다면 소중한 사람을 곁에서 지킬 수 있을 것이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볼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쉽게 마음을 접은 건 개그 필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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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군에겐 한없이 자비롭지만, 적에겐 무서울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개그 필터’는 원작을 산산 조각낸 범인 중 하나였다. 그 말은 곧 예정된 행복조차 망가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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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 내부에서 리안을 적대하는 이가 생기는 순간 개그 필터로 인해 공작가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봤자 적만 쓸려나가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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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리안을 ‘적’이라고 인지한 순간부터 개그 필터가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개그 필터에 휩쓸릴 수 있었다. 당연히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이니, 공작은 제 사람을 챙기기 위해 ‘적’의 편을 들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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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제 가문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리안을 적대하려 할지도 몰랐다. 물론 공작의 성향상 칼같이 죄지은 자를 잘라낼 것 같지만, 공작가 사람들 전부가 그럴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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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 자체가 ‘적’으로 판정되는 일이 생긴다면 재해나 다름없는 일이 일어날 터였다. 리안은 엉망이 되었던 카르디샨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아이리스의 가문이 그 꼴이 된다면 -…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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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행복과 공작가의 평화를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공작가를 떠나야 했지만, 울며 매달리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거기다 공작가 사람들과 두루 친해지면서 “적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까지 피어나기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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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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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처럼 흔들리던 마음이 노아의 검 끝에 갈가리 찢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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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에 도착하면 곧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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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단을 내리기 무섭게 익숙한 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레인저 부대의 기척이었다. 리안은 기척을 죽인 채 공작과 노아를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리안이 야영장에 도착했을 무렵, 공작의 검이 격이 다른 빛을 머금은 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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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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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설산 위에 떠 오른 보름달처럼 시리고 날 선 공격이 노아의 검 등을 강타했다. 위에서 아래로 베는 간단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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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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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음에도 몸이 꿈쩍하지 않았다. 살기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알고 있음에도 피하지 못하는 -… 격이 다른 공격으로 인해 검이 땅바닥에 박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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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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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소음과 함께 땅이 둥글게 파였다. 구멍 가운데에는 노아의 검이 봉인된 검처럼 비스듬하게 꽂혀있었다. 노아는 치솟는 호승심과 흥분, 몰이해에서 시작된 분노가 넘실거리는 눈으로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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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산 꼭대기에서 자라난다는 전설 속 꽃처럼 고고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작은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노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아의 시선이 공작의 손에 들린 검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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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대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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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밤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빛이 칼날을 따라 은은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저 마력을 유연하고 섬세하게 사용하여 만들어낸 검강과는 전혀 다른 힘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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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가 나아가야 할 길이자, 목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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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너머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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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만함에 취해도 될 정도로 노아는 거대한 벽을 순식간에 넘어왔지만 근 너머에도 커다란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 말은 곧 더 강해질 방법이 존재한다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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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강해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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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하게 움직인 탓인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차오른 흥분 때문인지 노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숨결이 가빴다. 새하얀 입김을 흘리며 노아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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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그곳에… 공작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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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과 노력, 인내심. 성장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춘 천재만이 스스럼없이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만에 공작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제 뒤를 따라오는 검술 후배는 언제나 기꺼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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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육체가 아닌 여기를 단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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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검지 손가락 끝으로 제 머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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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정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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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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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력은 자연의 일부이자 의지에 산물. 강력한 의지와 신념만이 다음으로 나아갈 키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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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앞서 나간 이들만이 건넬 수 있는 조언에 노아가 깊게 생각에 잠기려는 순간, 공작의 말이 그녀의 정신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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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가장 유념해야 하는 건, 무리한 수련은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예?”
    “자네가 넘으려는 벽은 인간이란 종족을, 영혼을 초월하기 위한 첫 번째 장애물이지. 그 벽을 넘으려는 시도만으로도 불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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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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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높은 경지에 매달리다 날개가 꺾인 이들을 수없이 봐왔지. 그 이후로는 이런 조언을 최대한 삼갔지만… 자네처럼 소중한 사람을 가진 이들은 쉽게 죽으려 하지 않으니 알려주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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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보 같은 표정으로 굳어버린 노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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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벽을 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인위적인 수련이 아닌 시간과 경험, 자신의 욕망을 마주할 용기뿐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열심히 하길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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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은 그 말을 끝으로 검을 거둬들인 후 야영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슬슬 소란이 커져 기사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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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하니 생각에 잠긴 노아의 앞에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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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4월 2일 기준으로 연재되었던 159화 ~ 163화 내용이 수정되어 159화 ~ 167화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이기에 4월 2일 이전에 읽으셨던 분들은 159화부터 다시 읽으시거나 168화 초반에 적어놓은 요약본을 읽어주세요 >

어느새 화려한 단검으로 형태를 바꾼 마검이 말을 이었다.

[ 저런 식으로 경지를 훌쩍 뛰어넘어 강해지는 녀석들을 본 적이 있다. 언제나 ‘시련’이라 불릴 정도의 커다란 적을 이겨낸 이들이 저런 성장을 이뤄냈지. ]

마검은 과거의 향수에 취한 듯 자신이 죽였던 ‘영웅’에 대해 떠들었다. 그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용사들처럼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여 결국 제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져나왔다.

리안은 할머니가 늘어놓은 옛날이야기처럼 대충 흘려들으며 ‘시련’에 대해 생각했다.

‘시련… 그래, 그런 게 있었지.’

시련, 장애물, 각성을 위한 사건 등등.

다양한 말로 불리지만 의미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영웅이 강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자 역사.

영웅의 자질을 타고난 아이리스, 제스, 노아에겐 매우 중요한 것이 ‘시련’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저 정도의 위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어.’

이런 곳에서 세계관 차이(?)가 느껴졌다. 개그 세계에선 일관된 노력이 그다지 보상받지 못한다. 대부분 원했던 결과와 동떨어진 결과를 얻는 게 대부분이다.

검술에 미쳐서 인생의 절반을 갈아 넣어도 ‘검풍으로 (중요) 미인의 옷을 찢어버리기’ 따위의 개그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세계다 보니 ‘시련’이란 말이 익숙지 않았다.

그보단 ‘무한히 회복되는 몸과 피를 마실수록 강해지는 마검의 조합으로 치트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라는 쪽이 더 친숙하고 익숙했다.

‘시련… 을 겪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색한 개념이긴 했지만, 원작을 아는 만큼 답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지 못할 정도의 싸움이나 갈등이 필요해.’

노아가 숲의 주인과 싸웠을 때처럼 아슬아슬하게 넘어설 수 있는 장애물이 곧 시련이 될 터였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리안은 미간을 좁히며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했다. 시련이라는 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데다가 원작이 비틀린 상황이라 써먹을 지식도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끙, 가르간도아 시련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그런 거야 간단하지. 강한 적을 찾아다니면 된다! ]

‘떠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 음? 파트너 이곳을 떠날 생각이 아니었나? ]

리안이 강해지기 위해 시련을 찾는 거라 생각했는지 마검이 의문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아니라 아이리스나 노아, 제스가 강해졌으면 해서 그래.’

[ 아아, 그런 건가? 확실히 인간들은 제 무리를 지키려는 본능이 있으니. ]

이어 마검은 잠시 고민하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 적어도 파트너가 이곳에 있는 이상 시련을 겪긴 힘들겠지. ]

‘뭐?’

[ 그 정령이 있었던 연구소 때도 그렇고, 카르디샨인가 하는 인간 도시에서도 그렇고 시련이 될 법한 사건은 전부 파트너의 선에서 해결되지 않았나? 최강인 나, 마검 가르간도아와 파트너가 함께하는 이상 시련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거다. ]

오만함이 가득 담긴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리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목숨이 위험할 만한 상황은 항상 가르간도아와 내가 해결했었어.’

‘위기’다운 일이 생길 때면 항상 리안이 해결해 버린 탓에 ‘시련’에 대한 중요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다.

‘설마 나 때문에 애들이 강해질 기회가 사라진 건가?’

너무 과장된 생각일 수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시련에 대한 사실을 그저 머리로만 알았다면 이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쿵,콰드득!

눈앞에서 ‘시련’을 통해 강해진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착잡한 마음이 커졌다. 지켜주려던 행동이 도리어 둥지에서 날아갈 수 없도록 날개를 부러뜨리는 행위였다는 사실을 깨닫자, 리안은 흔들리던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떠나자.’

애초에 떠날 생각이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애타게 붙잡는 손길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몬스터들을 학살할 수 있는 마검이 있으니, 차라리 내가 마왕을 잡을까? 원작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바뀌었으니 차라리 내가 용사 역할을 할까?

그리한다면 소중한 사람을 곁에서 지킬 수 있을 것이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볼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쉽게 마음을 접은 건 개그 필터 때문이었다.

아군에겐 한없이 자비롭지만, 적에겐 무서울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개그 필터’는 원작을 산산 조각낸 범인 중 하나였다. 그 말은 곧 예정된 행복조차 망가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공작가 내부에서 리안을 적대하는 이가 생기는 순간 개그 필터로 인해 공작가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봤자 적만 쓸려나가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대가 리안을 ‘적’이라고 인지한 순간부터 개그 필터가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개그 필터에 휩쓸릴 수 있었다. 당연히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이니, 공작은 제 사람을 챙기기 위해 ‘적’의 편을 들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제 가문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리안을 적대하려 할지도 몰랐다. 물론 공작의 성향상 칼같이 죄지은 자를 잘라낼 것 같지만, 공작가 사람들 전부가 그럴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작가 자체가 ‘적’으로 판정되는 일이 생긴다면 재해나 다름없는 일이 일어날 터였다. 리안은 엉망이 되었던 카르디샨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아이리스의 가문이 그 꼴이 된다면 -…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아이리스의 행복과 공작가의 평화를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공작가를 떠나야 했지만, 울며 매달리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거기다 공작가 사람들과 두루 친해지면서 “적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까지 피어나기까지 했었다.

후웅!

갈대처럼 흔들리던 마음이 노아의 검 끝에 갈가리 찢겨나갔다.

‘…공작가에 도착하면 곧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자.’

결단을 내리기 무섭게 익숙한 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레인저 부대의 기척이었다. 리안은 기척을 죽인 채 공작과 노아를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리안이 야영장에 도착했을 무렵, 공작의 검이 격이 다른 빛을 머금은 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차가운 설산 위에 떠 오른 보름달처럼 시리고 날 선 공격이 노아의 검 등을 강타했다. 위에서 아래로 베는 간단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째서…?!’

분명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음에도 몸이 꿈쩍하지 않았다. 살기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알고 있음에도 피하지 못하는 -… 격이 다른 공격으로 인해 검이 땅바닥에 박혀버렸다.

콰앙!

거친 소음과 함께 땅이 둥글게 파였다. 구멍 가운데에는 노아의 검이 봉인된 검처럼 비스듬하게 꽂혀있었다. 노아는 치솟는 호승심과 흥분, 몰이해에서 시작된 분노가 넘실거리는 눈으로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설산 꼭대기에서 자라난다는 전설 속 꽃처럼 고고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작은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노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아의 시선이 공작의 손에 들린 검을 향했다.

“그건 대체… 뭐죠?”

겨울 밤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빛이 칼날을 따라 은은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저 마력을 유연하고 섬세하게 사용하여 만들어낸 검강과는 전혀 다른 힘처럼 보였다.

“자네가 나아가야 할 길이자, 목표이지.”

벽 너머의 벽.

거만함에 취해도 될 정도로 노아는 거대한 벽을 순식간에 넘어왔지만 근 너머에도 커다란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 말은 곧 더 강해질 방법이 존재한다는 말과 같았다.

‘더 강해져야 해.’

격하게 움직인 탓인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차오른 흥분 때문인지 노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숨결이 가빴다. 새하얀 입김을 흘리며 노아는 물었다.

“어떻게 해야 그곳에… 공작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재능과 노력, 인내심. 성장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춘 천재만이 스스럼없이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만에 공작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제 뒤를 따라오는 검술 후배는 언제나 기꺼웠기 때문이다.

“이건 육체가 아닌 여기를 단련해야 한다.”

공작이 검지 손가락 끝으로 제 머리를 가리켰다.

“머리… 정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마력은 자연의 일부이자 의지에 산물. 강력한 의지와 신념만이 다음으로 나아갈 키가 될 거다.”

오로지 앞서 나간 이들만이 건넬 수 있는 조언에 노아가 깊게 생각에 잠기려는 순간, 공작의 말이 그녀의 정신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이때 가장 유념해야 하는 건, 무리한 수련은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예?”

“자네가 넘으려는 벽은 인간이란 종족을, 영혼을 초월하기 위한 첫 번째 장애물이지. 그 벽을 넘으려는 시도만으로도 불구가 될 수도 있다.”

공작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더 높은 경지에 매달리다 날개가 꺾인 이들을 수없이 봐왔지. 그 이후로는 이런 조언을 최대한 삼갔지만… 자네처럼 소중한 사람을 가진 이들은 쉽게 죽으려 하지 않으니 알려주는 걸세.”

공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보 같은 표정으로 굳어버린 노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벽을 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인위적인 수련이 아닌 시간과 경험, 자신의 욕망을 마주할 용기뿐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열심히 하길 바라지.”

공작은 그 말을 끝으로 검을 거둬들인 후 야영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슬슬 소란이 커져 기사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작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하니 생각에 잠긴 노아의 앞에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내려앉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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