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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알라모를 떠난 찰리 일행은 루즈에 도착해서 엘라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한발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라가 있는 서커스단은 이미 루즈를 떠나고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베가스로 돌아왔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베가스는 6대 도시 중 지리적으로 가장 정중앙에 있었다.

       만약 엘라가 다른 도시에 나타난다고 해도 베가스에 있는 편이 가장 대처하기 쉬웠다.

         

       무엇보다 베가스는 그들에게 있어서 익숙한 곳이었다.

         

       그들의 학교가 있는 알라모에서 베가스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이곳에 소풍이나 견학을 오곤 했다.

       물론 대부분이 공연을 보는 게 목적이었다.

         

       베가스는 대륙 동부권에서 제일 크고 발달한 도시였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쏟아지는 부와,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유입되는 인구 때문에 도시는 과밀을 넘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주민의 수만 해도 300만 명이 넘었다.

       불법체류자들에 숙박 중인 여행자들까지 합치면 500만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도시에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주거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판자촌이 도시 경계를 넘어 황무지까지 계속해서 확장되었으며, 이미 건물이 세워진 곳에도 건축 규제를 무시하고 건물 사이에 혹은 건물 위로 불법적인 건축물이 세워졌다.

         

       이렇게 난잡하기 짝이 없는 베가스였지만 그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구역은 거리가 깨끗하고 잘 정돈된 편이었다. 이곳은 부유층들을 위한 호텔, 경매장, 카지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경매장 중 한 곳은 2주에 한 번 주제를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물품들을 취급했는데, 이번에 선정된 주제는 찰리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참관할 정도로 흥미가 가는 것이었다.

         

       바로 서커스였다.

         

       “네! 다음 물품은 탈출왕으로 이름 높은 마술사 루이니의 퍼즐 시리즈의 원본! No.43 <시소>입니다!”

         

       경매 진행자의 외침과 함께 무대 위에 주먹만 한 크기의 황동 주물이 올랐다.

       이름 그대로 시소 모양을 본뜬 평범한 외형의 물건이었지만, 찰리는 그것이 5개의 복잡한 주물이 결합한 물건임을 알고 있었다.

         

       찰리는 그것을 보며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43번이라. 해법이 뭐였더라? 이렇게 하는 거였던가?’

         

       찰리는 친구들과 함께 탈출 퍼즐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때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사부님은 루이니의 탈출 퍼즐 시리즈를 상당히 옛날 것까지 소장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지금 구하기 힘든 것도 있었다.

       덕분에 학교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그것들을 가지고 놀곤 했다.

         

       “몰라? 모르겠어? 내가 가르쳐줄까?”

         

       엘라는 어릴 때부터 사부님과 함께 살았기에 퍼즐 시리즈의 답을 모두 꿰고 있었다. 그래서 도저히 못 풀겠다는 친구들에게는 퍼즐을 푸는 것을 도와주곤 했다.

         

       루이니의 퍼즐은 시각적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지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주물을 당기거나 밀어야 해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친구들의 손을 직접 붙잡고 퍼즐을 푸는 방법을 일일이 가르쳐 주었다.

         

       찰리는 엘라가 남자애와 손깍지를 끼고 이리저리 손을 놀리는 것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퍼즐 해법을 알려주는 데 열중하고 있었지만, 손이 붙잡힌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남자애는 볼에 홍조를 띄운 채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어 재잘거리고 있는 엘라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찰리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 솟아 올라왔다.

       남자애는 그와 친하게 지내는 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애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 것 정도는 웃으면서 해낼 자신이 있었다.

         

       찰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퍼즐을 내려다봤다.

         

       No.43 시소.

       그것은 이미 결합이 풀린 상태였다.

         

       그는 다시 엘라를 바라봤다.

       그녀가 도와주고 있는 남자애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코앞을 스칠 때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있었다.

         

       찰리는 이를 악물었다.

       부러웠다.

         

       그는 이미 풀린 퍼즐을 슬쩍 쳐다봤다.

         

       만약 이걸 다시 결합해 돌려놓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난처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다.

       도저히 못 풀겠다고.

         

       -에이, 천하의 찰리 군이 나에게 부탁하는 거야? 훗, 그럼 도와줘야지.

         

       그러면 그녀는 내 손을 잡아주겠지.

       나는 최대한 이해가 안 가는 척 시간을 끌 거고.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좋아, 하자.

         

       하지만 그가 미처 행동에 옮기기도 전에 그의 옆에 있던 친구 한 명이 그의 손에 있는 해체된 퍼즐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이것 봐! 찰리 형이 4등급 퍼즐을 풀었어!”

       “우와! 4등급?”

       “아무 도움도 안 받고?”

       “우리 퍼즐 만지기 시작한 지 3시간도 안 됐잖아!”

       “엘라, 너는 저거 처음 풀 때, 몇 시간 걸렸다고 했지?”

         

       찰리는 아차 싶어 엘라를 바라봤다.

         

       어느새 그녀는 자신을 향해 눈을 치켜뜨며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8시간…….”

         

       그녀가 마지못해 중얼거린 말에 아이들은 자지러졌다.

         

       “우와아아!”

       “엘라가 8시간 걸린 걸 찰리는 3시간…….”

         

       그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냐, 아냐. 난 엘라보다 3살이나 많잖아. 엘라, 넌 이걸 몇 년 전에 풀었다고 했지?”

       “2년 전…….”

       “그것 봐! 지금 나보다 5살이나 어릴 때…….”

         

       그러나 찰리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엘라는 잔뜩 골이 난 얼굴로 방을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학교 최고참에 뛰어난 곡예 실력으로 아이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찰리의 등장 이후로 점점 그에게 그 자리를 뺏기고 있었다.

         

       “엘라?”

         

       그가 그녀를 불러세웠지만, 그의 목소리는 주변 친구들의 환호성에 파묻히고 말았다.

         

       “대단하다, 찰리!”

       “어떻게 풀었는지 보여주면 안 돼?”

         

       찰리는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 틈에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는 이러려던 게 아니라고 계속 되뇌면서.

         

       “그런 때도 있었지.”

         

       찰리는 추억에 잠겨 미소를 지으며 퍼즐 원본이 누군가에게 낙찰되는 것을 지켜봤다.

         

       바로 다음 물건이 경매 진행자 앞에 놓였다.

         

       그것은 경매장 입구 현수막에 그림이 그려져 있던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메인 주인공이자 마지막 경매품이었다.

         

       어느새 3시간이 지난 모양이었다.

       서커스 마니아라면 하나같이 눈이 돌아갈 물건들만 나와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모자 마술의 대가로 알려진 크레이지 해터의 7종 마술 모자.

       카드 트릭의 기초를 세웠다는 다이아몬드 퀸의 오리지널 카드 뭉치.

       그리고 방금 지나간 탈출왕의 탈출 시리즈 원본 등.

         

       주로 옛날 마술사들의 물건이 많이 올라왔다.

         

       곡예사의 물건은 별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술사들은 예전부터 상류층들의 파티에서 활약을 해오며 명성을 쌓았지만, 곡예사는 주로 저잣거리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곡예사들에게 본격적으로 명성이 붙기 시작한 것은 ‘5인방’의 등장 이후였다.

         

       엘라와 같이 왔다면 참 좋아했겠지?

         

       찰리는 지붕 아래 기대어 있던 몸을 털고 일어났다.

       옷에 붙은 흙과 풀이 떨어졌다.

         

       “자, 그럼 마지막 물품은 서커스 마니아라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물건이죠. 하하, 네.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던 그 물건이 맞습니다. 다들 어제 나온 기사 보셨죠? 거기서 나온 ‘가루’들이 경매로 나왔습니다. 이름하여…….”

         

       “이봐!”

       “찰리 형!”

         

       찰리는 경매장 창문에서 시선을 뗐다.

       건너편 거리에서 덩치 큰 청년과 키 작은 소년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하필 방금 시소 퍼즐에 얽힌 추억에 등장해 밉살맞은 모습을 보였던 친구들이었다.

         

       “뭐냐, 그 웃음은? 기분 나쁜데.”

         

       덩치 큰 청년이 그를 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찰리는 감정에 따라 벌름거리는 정도가 변하는 그의 콧구멍을 잠시 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래, 무슨 일이지?”

         

       대답 대신 청년 옆에 있던 소년이 그에게 잡지를 내밀었다.

       그는 소년이 펼쳐준 페이지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레이나.”

         

       4년 전 그와 입학시험에서 아슬아슬한 경쟁을 펼쳤던 소녀가 성숙한 여인이 되어 기사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거기 말고. 그 옆에.”

         

       소년의 말에 찰리는 잡지를 뒤집었다.

         

       레이나와 마주 서는 자리에 그들 모두가 아는 얼굴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엘라.”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리움을 담아 중얼거렸다.

       청년과 소년은 그의 목소리에 담긴 온정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찰리와 비슷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엘라에 대해 그리운 말 몇 마디를 할라치면 성내는 친구가 일행에 있었기에 그들은 그동안 엘라에 대한 대화를 자제해왔다.

         

       찰리는 사진 아래에 적힌 기사를 읽었다.

       레이나와 엘라, 두 사람이 레카체프 입학시험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는 내용이었다.

         

       승부는 13승 12패로 레이나가 이겼다고 나왔다.

         

       엘라가 졌다고?

         

       찰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상대가 레이나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재능은 자신에 필적할 정도였으니까.

         

       “레카체프라면 찰리 형이 있었던 학교지?”

       “그래. 거기도 6대 극장 중 하나잖아.”

         

       소년은 뒷장을 넘겨서 기사의 어느 대목을 가리켰다.

         

       “엘라 누나가 있는 서커스단은 10월에 있는 시험에 참가한대.”

       “아직 1달 넘게 남았어. 그때 동안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겠지.”

       “어떻게 할 거야?”

         

       ‘레카체프라.’

         

       찰리는 그가 몇 년 동안 지내왔던 곳을 떠올렸다.

       그녀가 지금 그곳에 있었다.

         

       “사부님은 어때?”

       “1년이나 누워계셨잖아. 이제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수 있는 것 같아. 다른 서커스단에 일하는 형 누나들이랑 이곳에서 일하는 애들이 돈을 보태줘서 병원비는 문제없을 거 같고.”

         

       그의 말에 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행이네. 그에 비해 우리는 참 못된 제자들이고.”

         

       그의 말에 청년과 소년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은 알아차렸다.

         

       “간다.”

         

       세 사람은 도시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두 사람을 불러 베가스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가 등지고 떠난 경매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마지막 물품이 치열한 접전 끝에 그 주인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경매 진행자는 객석에 앉아 있던 말쑥한 남자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며 미소지었다.

         

       자신이 기획한 이번 경매는 예상 이상의 큰 수익을 올렸다.

       특히 마지막에 나온 물건은 예상 낙찰가액의 10배를 웃돌았다.

         

       원래 2배까지 올랐던 경매가가 두 진영의 대결을 거치면서 그렇게나 오른 것이다.

         

       ‘이게 그렇게 특별한 물건인가?’

         

       경매 진행자는 유리병 안을 채운 가루들을 바라봤다.

       마치 별을 쪼개서 만든 것 같은 반짝거리는 조각들이 그 안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낙찰자는 경매장 측이 내미는 소유권에 관한 서류에 서명했다.

         

       두 가지 이름이 번갈아 나타났다.

       서명자 본인의 이름과 그의 고용주의 이름.

         

       이런 자리는 소유자 본인보다 그의 법정 대리인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소유자가 멀리 사는 경우라면 그럴 확률이 높았다.

         

       경매 진행자는 소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자신에게 떨어질 수수료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이 물건의 소유권은 슬라그보르트 공작님에게 이전되었습니다.”

         

       유리병은 꼼꼼히 포장되어 엄중한 경호 아래 예테린푸르크로 배송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버번 님, 5코인 후원! 글 쓰는 입장에서 이렇게 기분좋은 칭찬이 또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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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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