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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하예린의 초인적인 괴력에 당황한 유 설은 힘으로는 안 되니 평소 하예린이 무서워하는 차가운 표정으로 하예린의 포박을 풀려고 했다.

         

       “하예린, 얼른 이거 놔.”

         

       고오오-.

         

       그야말로 영하 30도 혹한을 연상케 하는 차가운 포커페이스.

         

       하지만….

         

       “이잉…, 싫어요오….”

         

       이미 잔뜩 취해서 눈이 돌아간 하예린은 그딴 거 무시하고 유 설을 더욱 거세게 안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흐으으…!”

         

       그렇게 유 설이 자랑하는 포커페이스는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힘을 잃고 짓밟혔다.

         

       이에 당황한 유 설이 주변의 다른 멤버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이, 이거 어떡해?! 다들 어떻게 빠져나왔어?”

         

       “어떻게 빠져나오긴요. 여기 있는 멤버들 모두 언니 없는 사이 잔뜩 쓰다듬 당했죠.”

         

       박유정은 그리 말하며 옆에 있던 서유진을 가리켰다.

         

       “히히, 여기 유진이 봐요. 예린 언니한테 기가 다 빨렸어요.”

         

       “호곡…, 오고곡….”

         

       박유정의 말대로 서유진은 황홀한 표정과 함께 말린 오징어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언니도 이제 유진이처럼 되는 거예요, 낄낄.”

         

       박유정은 아까 잔소리 폭격을 들은 것에 대한 복수라는 듯 하예린에게 붙잡힌 유 설을 보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박유정 쪽에서는 도움을 구할 수 없다 생각한 유 설이 이혜정과 나한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혜정 언니! …한나야! 예린이 떼는 것 좀 도와줘…!”

         

       하지만….

         

       “…하하, 아까 해봤는데 안 풀리더라고.”

         

       “그냥 견디세요.”

         

       이미 기가 빨린 듯한 얼굴의 두 사람도 어림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그냥 관망할 뿐이었다.

         

       꽈악.

         

       …하긴 이 정도 힘이면 루키즈 멤버 전원이 달라붙어도 떼어낼 수 없으리라.

         

       스윽-, 슥.

         

       그 사이 하예린의 손길은 점점 더 거칠고 대담해져갔다.

         

       “…하예린, 놔.”

         

       “헤헤…, 설 언니 피부 부들부들해서 기분 너무 좋당….”

         

       유 설은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스륵.

         

       화아아아-.

         

       ‘…흐읏, 아, 안 돼…!’

         

       하예린의 손이 닿으면 닿을수록 얼굴이 빨개지고 야릇한 기분이 들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이에 사실 하예린을 떼어낼 방법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이 방법은 절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절대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예린, 얼른 이거 놔. 3초 안에 안 놓으면….”

         

       “으응…, 안 놓을 거야…! 절대 안 놓을….”

         

       “앞으로 너 평생 안 봐.”

         

       “안 놓을…, ……에?”

         

       스륵-, 툭.

         

       그 말을 듣자마자 하예린은 그 즉시 유 설을 안던 팔의 힘을 뺐다.

         

       그 대신….

         

       “흐으응…….”

         

       눈물이 가득 맺힌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유 설에게 물었다.

         

       “어, 언니도…, 저 버리게요…?”

         

       “아, 아니…, 예린아, 그게 아니라….”

         

       “흐어어엉…, 너무해…. 흐아아앙….”

         

       하예린의 속박에서 풀어났긴 했지만 그녀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자 유 설은 방금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예린은 최근 부모와 마찰을 겪고…, 그들과 연을 끊었다.

         

       아무리 나쁜 사람들이어도 부모는 부모다.

         

       특히 정이 많은 하예린은 부모와 연이 끊긴 것 때문에 요 며칠 사이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하예린에게 못 할 말을 했다.

         

       이에 유 설은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하예린의 품으로 다가가 안아 주었다.

         

       “예린아, 언니가 미안해. 뚝 그쳐, 응?”

         

       “흐아아앙…!! 나한테는 이제 우리 멤버들 밖에 없는 데 어떻게 그럴 수 있… 으아아앙…!”

         

       …하예린의 술버릇은 그야말로 어린애가 되는 것이었다.

         

       유 설은 자신이 유치원생 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하예린을 껴안고 토닥여 주었다.

         

       그래도 다행히 하예린은 유 설이 토닥여 줄 때마다 하예린은 눈물을 조금씩 그쳤다.

         

       “예린아, 이제 그만 울어. 뚝.”

         

       “뚜욱…. 후으으읏….”

         

       물론 유 설의 눈에 이런 하예린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이긴 했다.

         

       평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하예린이 이렇게 젖은 눈이 된 채 애교를 떠는 모습은 마치 앙칼졌던 고양이가 갑자기 개냥이가 된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유 설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다짐이 들었다.

         

       “…앞으로 예린이는 술 절대 안 먹여야겠어.”

         

       그것은 앞으로 하예린의 인생에서 술이라는 단어를 아예 지우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런 유 설의 중얼거림을 들은 서유진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돼요!”

         

       그녀는 평소 하예린이 자신에게 그래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하예린의 턱을 긁어 주며 말했다.

         

       “흐흐, 예린 언니한테 술만 먹이면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는데 자주 먹여야죠.”

         

       “으응…, 흐으응….”

         

       서유진이 쓰다듬어 줄 때마다 하예린은 기분 좋다는 듯 갸르릉거렸다.

         

       “흐헤헤….”

         

       그럴수록 서유진은 하예린을 더욱 문질문질 만져댔다.

         

       서유진은 지금 하예린의 상태가 너무 좋았다.

         

       가능하면 평생 이런 상태를 유지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서유진을 보며 유 설이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예린이한테 자꾸 술을 먹였다가 예린이가 자기 술 잘 먹는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이랑 술 먹으면 어떡해.”

         

       “…다른 사람들이랑 술이요?”

         

       “특히 예린이가 이성이랑 술을 마신다고 생각해 봐.”

         

       “…이성? 그니까 예린 언니가…, 남자랑 술을…?”

         

       그 말을 듣는 순간 서유진은 흠칫했다.

         

       그때 그 말을 들은 박유정과 나한나가 재밌다는 듯 나서서 상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지. 예린 언니가 아이돌을 하지 않고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했다가 대학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진 거야. 한나야, 네가 예린 언니 역할 좀 해 줘. 내가 악질 선배 역할을 할게.”

         

       “아, 응.”

         

       박유정은 직접 나레이션까지 하며 상황의 디테일을 살렸다.

         

       때는 예린 언니가 20살…!

         

       예린 언니는 대학에 진학하고 새내기 축하파티에서 술에 잔뜩 취한다.

         

       예린 언니는 술을 깨기 위해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가고…, 그런 예린 언니의 뒤를 한 대학 선배가 음흉한 미소와 함께 따라나서는데…!

         

       “예린아, 많이 취했다.”

         

       “후으응…, 하나도 안 취했어요오….”

         

       “안 취하긴 뭘 안 취해~ …예린아, 오빠랑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아이스크림…? 조와요오….”

         

       “흐흐, 그러면 오빠랑 아이스크림 먹고 더 좋은 곳 갈까?”

         

       “더 좋은 곳…? 거기가 어디에요…?”

       

       “있어. 기분이 좋아지는 곳. 흐흐흐.”

         

       그렇게 선배는 은근슬쩍 예린 언니의 어깨를 부축하고 으슥한 뒷골목을 함께….

         

       “잠깐…!! 그만!!! 알았으니 그만해요!!! 히익…!! 드, 듣기 싫어!!”

         

       박유정의 나레이션을 듣던 서유진은 괴롭다는 듯 소리치며 귀를 막았다.

         

       “흐흐, 예린 언니가 술을 먹다 보면 이런 일 생길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예시를 든 거지.”

         

       “마, 말도 안 돼요…! 우리 예린 언니 그렇게 순진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는 사실 확인을 위해 자신에게 몸을 부비며 애교를 떠는 하예린에게 물었다.

         

       “어, 언니…! 만약 모르는 남자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하면 어떡할 거예요?”

         

       “우응…? 아이스크림? 좋아! 따라갈래.”

         

       “헉….”

         

       서유진은 그제서야 유 설이 왜 하예린에게 술을 다시는 먹이지 않겠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술에 취한 하예린은 귀여웠지만….

         

       잔뜩 취한 그녀는 물가에 내놓는 애 보는 수준이 아니라 물가에서 놀던 애가 갑자기 사라진 듯한 수준의 불안감을 자아냈다.

         

       하예린이 다른 여자…, 혹은 남자들과 술을 마신다는 상상만으로도…, 서유진은 머릿속이 회까닥 돌아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에 그녀는 하예린의 손목을 강하게 쥐며 유 설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설 언니 말이 맞았어요. 앞으로 다시는 예린 언니 입에 술이 못 닿게 해요.”

         

       “그래, 우리 앞으로 조심….”

         

       “예린 언니가 술 얘기만 꺼내도 하루 종일 방에 가두고 절대 안 꺼내 줄 거예요.”

         

       “…그렇게까지?”

         

       유 설은 하예린을 향한 서유진의 강한 집착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녀의 말에 공감하긴 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갸르릉 거리는 하예린을 쓰다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예린이의 이 귀여운 모습은 우리끼리만 독식하자고.”

         

       그때였다.

         

       “설 언니이이….”

         

       “음?”

         

       이번에는 사람을 옮겨 이혜정의 허벅지에 얼굴을 베고 누운 하예린이 한 명씩 멤버 이름을 불렀다.

         

       “…혜정 언니, …유진이, …유정이 그리고….”

         

       “…….”

         

       “…….”

         

       “…언니 저 빼먹으셨는데요?”

         

       “아, 우리 한나도오….”

         

       아무튼 모든 멤버의 이름을 부른 하예린은 그대로 눈을 감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리 멤버들 다 너무 좋아….”

         

       “…….”

         

       “다들…, 1년 동안 잘 부탁…, 코오….”

         

       그렇게 하예린이 말을 모두 끝 마치지 못한 채 잠이 들고….

         

       “와하하! 지금 예린 언니 뭐라고 한 거예요?”

         

       “우리 다 좋아한다는데?”

         

       “하하하!”

         

       남은 멤버들은 각자 잔에 조금씩 남아 있는 하이볼을 마저 마시며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지독한 술버릇 진상이 한 명 있었던 것 치고는…, 나름 매우 즐거운 술자리였다.

         

         

         

         

       **

       

         

         

       다음날.

         

       번쩍.

         

       “……!”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서유진을 보고 이곳이 내 침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이볼을 몇 모금 들이킨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는 필름이 끊긴 듯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였다.

         

       “우웅….”

         

       “아…, 유진아 깼어?”

         

       “언니….”

         

       부산스럽게 몸을 일으킨 나 때문인지 서유진이 잔뜩 잠기운에 취한 채로 눈을 작게 떴다.

         

       이에 나는 그녀의 앞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아직 새벽인 것 같아. 더 자.”

         

       “언니…, 있잖아요….”

         

       그랬더니 서유진은….

         

       “남자랑 술 마신다 하면 제가 평생 방에 가둬 놓을 줄 아세…, 흠냐….”

         

       …무언가 섬뜩한 말을 중얼거리다가 다시 잠에 빠졌다.

         

       “…뭐지.”

         

       방금 뭔가 어마어마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에 나는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제 내가 뭐 실수했나? 나 어제 설마 취한 건가? 그래도 내 술버릇은 아마 굉장히 신사적일 텐데….”

         

       …역시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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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는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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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렁타이거님의 응원에 힘 입어 2부 완결까지 열심히 한 번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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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주기적으로 후원해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빚갚돌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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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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