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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 ***

       

       궁청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알현복을 벗자마자 날듯이 혁기린에게 달려갔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글쎄요. 곧 누군가 와서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저 역시 일개 무림인의 신분이라 알 수 있는 것이 없군요.”

         

       싱글벙글 웃으며 받아치는 혁기린을 보니 살짝 배신감이 들기도 했지만 딴은 맞는 말이었다. 오늘 황제 유경이 두작인 것을 확인한 상황. 그러니 두작의 누이가 혁기린이라는 것을 안다고 티를 팍팍 냈으니…

         

       혁기린도 이제 내가 본인의 신분을 간파했다는 것을 잘 알겠지.

         

       다 아는 판이 되어서도 잡아떼는 것은 중요하긴 하지만…그래도 설명은 해 줘야지.

         

       답답한 마음을 안고 두작과 사마휘경을 만나던 정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자니 사마휘경이 나타났다.

         

       “휘경 님! 이 어찌된 일입니까!”

         

       “허허. 설명해 줄 터이니 진정 좀 하게나.”

         

       사마휘경는 궁녀들을 물리고 차를 따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그래. 이 부분부터 짚어야겠지. 두작 님이 황제 폐하와 아주 많이 닮았지? 비록 방계라지만 유경 폐하를 쏙 빼닮으셨지.”

         

       “….예. 저도 놀랐습니다.”

         

       “자네도 짐작했다시피 혁기린 대협은 황족중에 한 분일세. 당연한 말이지만 밖에 함부로 떠들고 다닐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

         

       그런 설정인가. 그래 설정은 알겠다. 두작은 황제가 아니라 그냥 방계고 혁기린도 방계의 황족이라 이건가.

         

       “그리고 나 역시 사실은 그냥 내관이 아니라네. 두작 님의 경호를 위해서 위장한 동창의 인원 중 한명이지. 그러다보니 자네에 대한 정보를 좀 접했는데…자네 참 곤란하겠더군.”

         

       “무슨 뜻입니까?”

         

       아직도 유경과 혁기린의 의도를 모르겠다. 일단은 사마휘경이 다 설명해 주려는 듯 하니 이야기를 들어볼까.

         

       “여일예 소협과 깨달음으로 얽히지 않았나? 그런데 요새 무림에 알음알음 점창파에 새 현경고수가 탄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네. 하필 자네가 선사님들을 가르치고 있던 시기에 말일세. 거기에 말일세 또 황궁에서 비무를 진행하다가 혁기린 대협의 깨달음마저 촉발해버리고 말았으니…”

         

       “…그것은.”

         

       나 역시 적당히 면피용 변명이라도 하려 했지만 사마휘경이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헛소문이지. 다른 무인에게 자유자재로 깨달음을 줄 수 있다니….허허 자네 이름이 호천안이기는 해도 설화 속 이야기처럼 타인의 깨달음을 꿰어 볼 수라도 있겠는가.”

         

       나는 입맛을 다셨다. 뭐 잡아떼는 것이 민망한 수준이기는 하네.

         

       “아무튼 자네는 이 헛소문 덕에 상당히 곤욕을 치르겠어. 기껏 금의위 외부고문이 되었는데 금세 쫓겨나게 되었으니…내 미리 사과하겠네.”

         

       “….음?”

         

       사마휘경이 과장된 태도로 주변을 둘러 보더니 나를 불렀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사마휘경이 작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자네의 소문은 황실에도 흘러들어왔네. 아무래도 금의위 제독인 송창식과 황제 폐하는 아무래도 자네의 ‘소문’에 기대를 걸고 계시는 것 같더군. 그러나 말일세…없는 능력인데 그 결과가 나오겠는가? 자네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자네의 경지와 경험으로 금의위 무사들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리도 없고 말일세…”

         

       유경의 의도가 대충 보이기 시작했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했다가는 황실의 체면이 깎이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라네…휴유…”

         

       여일예 건으로부터 시작해 이미 깨달음과 많이 엮였다.

         

       그래 점창파에서 아무리 쉬쉬한다 해도 현경의 탄생은 숨길 수 있는 소문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온 수남산의 기가 다 요동쳤는데 그걸 완벽하게 감출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러나 검증된 소문은 아니다. 홀연히 나타나 절세신공을 주거나 영약을 주거나 무학의 이치에 관련된 화두를 던져 주고 가는 기인(奇人)의 소문은 무림에 수도 없이 많다.

         

       깨달음DB를 보유한 나조차도 귀가 따갑게 들어보았을 지경.

         

       내 이야기 역시 이런 가담항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만 운종 선사님이 현경에 올랐다는 소문과 내가 얽히게 되면 이제 그냥 낭설로만 취급하지는 않겠지.

         

       그러니 황실에서 내 소문을 먼저 듣고 채간 척 하면서 한동안 내 능력을 시험해보는 것 같이 꾸민다. 시험해보니 막상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더라. 

       

       능력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곧바로 금의위 외부고문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꾸민다는 이야기일까.  

         

       “참, 나 역시 방금 들은 소리인데 혁기린 대협께서 이번 보상 권한으로 황궁의 폐관실을 이용하겠다 신청을 내셨네. 영약과 더불어 작정하고 수련하실 모양이야. 아무래도 폐관을 깨고 나올 때 즈음해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시겠군.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으신 것처럼 말일세.”

         

       마지막 말로 유경과 혁기린의 의도는 명확해졌다.

         

       혁기린의 깨달음은 폐관과 영약의 힘인 것처럼 포장해서 덮는다.

         

       날 금의위 외부고문으로 세운 것은 내 소문을 듣고 내가 진짜 타인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시험해보려는 이들이 나서기 전에 한발 먼저 황궁에서 내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

         

       황실의 실패담이라니 꽤 자극적인 소식이 될 테고 그만큼 파급력도 있겠지.

       

       내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사실을 은폐하기에는 충분한 파급력이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황제 폐하의 뜻이 굳은 것을 어쩌겠나.”

         

       유경이 꽤 큰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선뜻 받기가 부담스러울 정도.

         

       자신의 체면을 깎아 내 소문을 덮어 주겠다는 것이니…황권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인 유경에게는 작은 타격이 아닐 텐데.

         

       “그리고…마냥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네. 뭐 불경한 말이지만 이 정도 타격은 입어도 괜찮을 걸세. 그분께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기셨으니까.”

         

       “음..?”

         

       “후후. 슬슬 알현식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집행할 내관들이 도착할 시간이로군. 나는 이만 가보겠네.”

         

       사마휘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인적으로 자네가 한 행동…잊지 않겠네. 자네가 그분의 숙원을 풀어 드렸으니 사적으로도 자네는 내 은인일세.”

         

       “글쎄요. 대가는 충분히 받은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하. 뭐 그런 셈 치게나…그럼. 나중에 또 볼 일이 있겠지.”

         

       마지막 인사라는 의미였을까.

         

       사마휘경은 나에게 포권을 해 보이며 이리 말했다.

         

       “그럼. 언젠가 다시 뵐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호천안 대협.”

         

       “…예. 언젠가.”

         

       나는 마주 포권을 해 보였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인 사마휘경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다.

         

       결국 저 양반은 누구였을까. 진짜 동창 제독인가. 사마휘경이라는것도 아마 가명인 것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사마씨가 아닌데 사마씨로 위장하지는 않았겠지.

         

       사마염에게 묻는다면 대답해 줄까.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래. 다음 번에 사마휘경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으로 내버려 두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궁녀가 나타나 내관들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예, 가지요.”

         

       궁청정 생활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낙양성에는 황궁이 있다.

       

       황궁(皇宮).

         

       황궁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은 내원부와 외원부.

         

       내원궁은 말 그대로 황족들의 집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외원궁은 황족들의 편의와 중요한 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

         

       궁청전이나 황제와 대신들이 정무를 보는 대전 역시 외원궁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지.

         

       내원궁은 심처 중의 심처로 아무리 고관대작이라도 특별한 용무와 허가 없이는 들어설 수 없는 황족만을 위한 안방 같은 곳이라면 외원궁은 황족들이 대신이나 손님을 만나거나 공무를 보는 접견실이나 서재, 집무실 같은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이 내원궁과 외원궁을 포함한 영역을 진짜 황궁이라 칭하고 어떤 의미로 그건 맞는 말이었다. 황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이 내원궁과 외원궁이니까.

         

       그러나 공식적인 황궁의 영역은 훨씬 더 넓다.

         

       관원부.

         

       이 황국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국가기관들이 가득 들어선 곳. 비단 황궁의 주인은 황족이지만 어디 황궁에서 지내는 자들이 황족뿐만이던가. 신하들을 위한 황궁의 공간이 바로 관원부였다.

         

       신하들을 위한 궁의 영역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신하들이라는 자들이 어지간한 관직자들도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금의위, 동창, 대신, 중앙 사무관, 황군 등등인 것을 고려하면 절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아니 만만한 곳이 아니라 엄청 대단한 곳이지. 

       

       천하에서 몰려드는 국정을 처리하고 각지로 지시를 내리는 기관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황국의 심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장소. 

        

       황궁비고도 황궁무고도 이곳에 위치해 있으며 내가 위장근무를 하게 될 금의위의 훈련소도 이 관원부에 위치해 있다. 아마 흑묘가 있던 객잔에 나 역시 투숙하며 출퇴근을 하게 되지 않을까.

         

       다각. 다각.

         

       나와 혁기린은 황실의 마차를 타고 외원부에서 관원부로 나가는 중이었다. 늘 품에 있던 건강환과 전낭 그리고 허리춤에 패용되어있던 검을 되찾을 시간이 머지 않았군.

         

       “폐관에 드신다 들었습니다. 혹시 저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은 아닌지…”

         

       혁기린은 깨달음을 얻은 뒤에 말을 아끼고 있었다. 사람의 기질이 변했다기보다는…뭐라 해야 할까. 장난을 성공시키기 위해 뭔가를 억지로 참고 있는 개구쟁이 같은 느낌이랄까.

         

       순수해 보이는 눈동자와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맑은 웃음은 그대로였지만…날 보며 별말 없이 웃기만 하는 모습을 보면 좀 불안해지기도 했다.

         

       내가 아는 혁기린이라면 미안한 표정으로 지금까지 내가 공주인 것을 숨겨서 미안하다. 사실 나는 황국의 공주였다.

         

       그러면 나는 과장되게 펄쩍 놀라며 ‘아니 공주마마! 몰라본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라고 했겠지.

         

       그러면 혁기린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했을 테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온몸으로 바닥쓸기를 펼치며 사방으로 울부짖었을 것이고 내 반응에 새빨개진 얼굴로 쩔쩔매는 혁기린을 보며 속으로 껄껄 웃으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매우 유감.

         

       성장이라는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후후. 아닙니다. 이제는 호 낭인님도 잘 아시다시피 가문에 일이 좀 있어서요. 오랜 기간 외면해왔던 가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깨달음을 얻었기에 제가 가문에서 일을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 할 수 있겠지요.”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예. 다 호 낭인님 덕분입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이 여느 때의 혁기린과 같은 모습이라 안심했다.

         

       시기적절하게 마차가 외원궁의 출입구에 정차했다. 허리에는 다시 검이 걸렸고 팔에는 기사천이 그리고 품에는 건강환과 전낭이 돌아왔다.

         

       다른건 몰라도 전낭은 진짜 제 2의 심장 같은 존재인지라 황궁에 있을 때는 간이라도 한쪽 떼 놓은 것처럼 허전했는데 전낭을 차고 나니 왠지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품 안이 제법 복작복작해졌다. 황궁비고에 드나들기 위한 증표. 황궁무고에 드나들기 위한 증표. 각종 전장에서 금자를 인출할 수 있는 증표. 그리고 금의위 외부고문임을 증명하는 패까지.

         

       “폐관에는 언제 드실 예정이십니까.”

         

       “마음 같아서는 바로 들고 싶기는 했지만…선약이 있지 않습니까.”

         

       선약. 그래 황궁에 들어가기 전 흑묘와 낙양을 구경하겠다는 약속을 말하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흑묘 참 오래간만에 보네. 사고 치지 않고 잘 지냈는지 모르겠군.

         

       “흑묘 소저께서 혼자서 잘 지내고 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음…뭐 별일 없었겠지요. 원없이 쌀튀김을 먹고 뒹굴거려서 푸짐하게 살이나 쪘다면 모를까.”

         

       “후후후후…초절정에 가까운 무인이 그리 쉽게 살이 찔 리 없겠지만, 어쩐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군요.”

         

       그렇게 무료함에 찌든 흑묘가 우리를 반이 맞이해 줄 것이라고 예상하며 용상객잔에 도착한 우리들을 맞이한 것은 초절정 고수에 인접한 흑묘가 아니었다.

         

       “어서 와요!”

         

       손에 뚜렷한 수강을 입히고 손을 기운차게 흔들어 주는 초절정 고수 흑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심심해서 무공 수련 열심히 한 흑묘.

    우리집 고양이를 방치했더니 알아서 성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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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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