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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아리아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앉은 채로 대륙의 분기와 흐름을 모조리 읽어낼 수 있는 만화경(萬華鏡)과도 같은 통찰을 지닌 그녀는, 지금과 같은 돌발상황조차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여태껏 그녀가 읽어내지 못한 것은 단 하나.

         

       올리비아가 저지른 몰살 뿐이었다.

         

       아리아와 ‘지혜’로서 승부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파괴 행각에는 그 어떠한 논리도, 의미도, 심지어는 그 목적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사실 아리아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 파괴 행각에 숨겨진 목적을, 자신이 아직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첫 번째 삶에서는 알아내지 못했다.

         

       과연 두 번째 삶에서는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멈추고 고아한 몸짓으로 홍차를 젓는 아리아를 보며, 아스모데우스가 말했다.

         

       “최근에 대악마 둘이 죽었어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하지만 당신의 부하들이 저지른 짓은 아니죠. 나는, 그들이 누구한테 죽었는지 알아요.”

         

       툭.

         

       아리아가 찻잔을 내려놓는다.

         

       “살아있는 건 아스모데우스 너와 벨페고르 뿐인건가.”

        “……음?”

       “대륙 남부에는 아직 악령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 그 움직임이 예전처럼 마구잡이가 아닌 군체에 가까울 정도로 유기적이라는 보고로 보건데, 대악마 벨페고르가 그 곳에 자리잡아 악령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눈 앞의 너까지 해서 둘.”

         

       아스모데우스의 얼굴이 묘해졌다.

         

       ‘……보통이 아닌데?’

       

       고작 한 마디로, 이만한 정보를 유추해내다니. 아니, 이건 유추해내는 수준을 진작에 넘어섰다. 거의 상대방의 머리 뚜껑을 열어젖힌 다음 그 속을 들여다보는 수준이다.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인간이다.

         

       아니, 이 정도는 되어야 초월자를 제압하겠다는 광오한 작전을 짤 수 있는건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제가 왜 왔는지도 알겠네요?”

       “성녀 쪽에서 네 편을 들어줄리는 없을테니, 상대적으로 악마를 덜 증오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쪽에 붙어보려는 심산이겠지.”

         

       아스모데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계속해보세요.”

         

       이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졌다.

         

       ‘이 인간도……재미있네.’

         

       아스모데우스가 혀로 제 입술을 훔쳤다.

         

       탁.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아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찻잔을 들어올렸다. 들어올리고, 차를 마신 다음, 탁자에 내려놓는 그 일련의 행동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간을 재기 위함일 뿐.

         

       마치 모래 시계를 뒤집는 것처럼, 찻잔을 들어올린 순간 시간을 잰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쪽에 악마 사냥꾼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내가 동맹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을 터. 하지만 그럼에도 아스모데우스는 이 자리에 나타났다. 그렇다는 뜻은…….’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어떻게?’

         

       툭.

         

       찻잔이 탁자와 닿으면, 생각을 멈춘다.

         

       여기까지 5초.

         

       그 찰나의 순간만을 이용하여 답을 도출해내는 것은, 아득한 통찰을 가진 아리아가 나름대로 제 사고(思考)를 천재의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천재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지만 말이다.

         

       아리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유리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 아무래도 성녀 쪽에 숨겨진 전력이 더 있었던 모양이야.”

       “…….”

       “우리쪽이 일곱 명이니, 그렇다면 그 쪽은 여덟이겠지. 그래야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열세의 형국을 갖게 되고, 반대로 대악마 둘이 합류한다면 역으로 유리해질 수도 있는 숫자니까.”

         

       조금만 어그러지면 논리가 부서짐에도, 일체의 망설임조차 없다.

         

       그녀는 다른 의미로, 괴물이었다.

         

       “무왕과 파도잡이는 당연히 포함했을테고……그렇다면 올리비아가 살아돌아왔나보군. 네가 직접 찾아온 것으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네 손아귀에서 벗어난 모양일테고.”

       “……흐하핫!”

         

       아스모데우스가 광소를 뱉어냈다.

       

       없다시피 한 단서로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낸다.

         

       탐난다.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에, 일순 탐욕이 차올랐다. 환희에 찬 얼굴로 심장을 감싸쥐던 아스모데우스가 소리쳤다.

         

       “당신,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에요? 완전……최고잖아?!”

         

       흥분한 아스모데우스가 탁자를 박찼다.

         

       “처음에는 적당히 간을 보다가, 정신을 파고들어 내 걸로 만들 계획이었는데……생각이 달라졌어요. 당신, 이대로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아리아가 코웃음쳤다. 대악마. 그중에서도 가장 강대하다는 아스모데우스가 코앞에서 마기를 끌어올리는데도, 두려운 기색 하나 없었다.

         

       “거기에 그 담력까지! 아아……정말 대단해. 당신과 내가 손을 잡으면…….”

        “그럴 일은 없을거다.”

         

       아리아는 단호했다. 오죽하면 그 아스모데우스의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네?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연기에는 소질이 없는 모양이군. 무슨 조건을 내걸어도 내가 거절할 거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을텐데?”

         

       아리아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그제서야 아스모데우스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했다.

         

       “……흠. 그럼 당신이 방금까지 자랑스럽게 내뱉은 추리도 헛소리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내 능력을 보여주기에 그만큼 직관적인 방법도 없으니까.”

       “…….”

        “너는 어차피, 내가 이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말’인지를 직접 확인하러 온 것에 불과하잖나.”

         

       감히.

         

       아리아의 말투에는 그런 의미 또한 내포되어 있었다.

         

       “악마와는 동맹 따위 맺지 않아. 다만 변수로서 이용할 뿐이지.”

        “……오히려 나를 시험하겠다?”

       “나는 내 이용가치를 보여줬으니, 그쪽도 보여주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닌가?”

         

       아리아가 다시금 찻잔을 들어올렸다. .

       

        “애초에 7대 8이라는 전제부터 잘못됐어. 올리비아라는 진정한 의미의 규격 외 전력과 균형을 맞추려면, 최소한 마왕 정도 되는 균형추를 가져왔어야지.”

        “…….”

         

       아스모데우스의 노기가 가라앉는다.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처음에는 아리아의 통찰력에 마냥 감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모르겠다.

       

       올리비아가 ‘규격 외’ 전력이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그녀를 상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왕을 콕 찝어 말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마왕의 격을 알고 있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어떻게?

       

       규격 외 전력을 상대하는 방법은, 또 다른 규격 외 전력을 영입하는 것뿐. 영입할 수 없는 상대라면,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할 방법을 고안해낸다.

       

       ‘……하.’

         

       대악마인 그녀조차, 눈 앞에 서있는 인간이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흥미로워 미칠 것만 같았으니까.

         

       “마왕이라 했나요?”

       

       아스모데우스가 미소지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게요. 대악마들의 서열전, 알아요?”

         

       알고 있다.

       

       낮은 서열의 악마가, 더 높은 서열의 악마에게 도전하여 힘과 직위를 빼앗는 전투.

         

       “그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높은 네 악마에게, 대악마라는 칭호가 부여된다고 알려져 있지만……사실 이건 조금 잘못된 말이거든요.”

         

       대악마 중 가장 강한 아스모데우스의 서열은 2위.

         

       서열 1위에게는, 마왕(魔王)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한 번도 마왕이라는 자리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었는데……생각이 달라졌어요.”

         

       지독한 변덕.

         

       마신을 제외한 그 누구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는, 애초에 변덕이라는 단어와 뗄 수 없는 없는 존재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결국 미치기 마련이니.

         

       그나마 그녀가 이지를 잃은 괴물이 되지 않은 것은, 변덕이라는 목적답지 않은 목적이라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가 한 번 양보하죠.”

         

       아스모데우스가 미소지었다.

         

       “진솔한 대화는, 그 때 다시 나누도록 해요.”

         

         

       *****

         

         

       “잘 들어.”

         

       신성 왕국으로 들어가는 숲길. 그 한복판에서,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을 죽이면, 넌 나한테 죽어.”

       “……그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하면?”

         

       연쇄살인마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정신교육을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아예 무릎까지 꿇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그냥 죽으라고 할 수도 없고.

         

       “최대한 죽이지 않는 쪽으로 해보려고 노력해. 내가 도와줄테니까.”

       “……너무 어려운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올리비아의 양 손에서 전류가 번뜩였다. 저번에 한 번 맞아본 경험이 있는 연쇄살인마가 움찔거렸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으응.”

         

       연쇄살인마가 힘겹게 웃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키엘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올리비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생환은 알리지 않을 생각인가?”

       

       지금 일행이 걸어가는 길은, 사실상 샛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성국의 고위층들에게만 전해지는 지름길.

         

       “혼란이 일어날테니까.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밀을 지켜줬으면 좋겠어.”

        “성녀와, 네 제자들에게도?”

        “그래.”

         

       올리비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지난 5년 동안 네가 대악마에게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체의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오히려 어느 정도 마기가 섞여 있는 편이 자연스럽다는 뜻이겠지.

         

       사실은 그보다 더한 존재가 잠들어 있지만, 올리비아는 내색하지 않았다.

         

       쿠르르릉!

         

       근처에서 느껴지는 천둥과도 같은 굉음.

         

       북부와 맞닿는 곳에서 쏟아지는 마물들과, 성기사들이 한 차례 충돌하고 있었다. 머나먼 산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키엘이 입을 열었다.

         

       “5년 동안……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악마들과의 전면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모두가 직감하고 있지.”

         

       키엘은 한 없이 맑은 눈으로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전생에서도 어디선가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겠지. 단지 무지한 내가 알지 못했을 뿐.”

        “…….”

         

       올리비아의 침묵이, 그 자체로 답이나 마찬가지였다.

         

       키엘이 환하게 웃었다.

         

       무기질적인 그가 지었다기에는 극적인 얼굴.

         

       “마침내, 네 짐을 덜 수 있게 되었구나.”

       “…….”

       

       저 멀리서 느껴지는 익숙한 마력.

         

       세 제자들의 마력에서 고개를 돌린 올리비아는, 천천히 멜리나의 거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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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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