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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엔리의 팀은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것처럼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거나 엔리의 팀이 과하게 약하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엔리의 팀이 지닌 전력이 상대에 비해 부족하기는 했으나 극복도 못할 수준의 차이라 할 순 없었다.

       

       저들이 처참한 패배를 겪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저들의 문제였다.

       

       엔리의 팀은 서로 의견을 교류하지 않았다.

       

       저 중에 그나마 실력이 괜찮은 바니라는 자가 모두를 끌어가려고 할 뿐 그 이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는 꼭 손을 들었다가 자신이 오답을 말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처럼 보였다.

       

       다섯이 협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의 연을 맺은 부부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다툼을 하는 마당에 생판 남이었던 저들이 말없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지금 저들은 스스로를 대장의 의견을 따르는 병사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저들은 단지 입을 다문 채 술사의 말을 듣는 강시가 되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었다.

       

       저들은 패배를 겪을 때마다 점차 소극적이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달빛도 나도.

       

       심지어 같은 팀원들도 무어라 다그치는 이가 없음에도 그러했다.

       

       그렇다 하여 자신의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꼭 누군가에게 비난을 듣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의문스러워 입 밖으로 내자 달빛이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한테 한소리를 듣고 있는 거겠죠. 지금 제 채팅창도 난리인데 저 분들은 어떻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그러고 보면 지난 번 엔리를 가르칠 때에도 시청자들의 눈치를 잔뜩 보고 있었지.

       

       엔리의 팀원들 하나하나도 방송을 하는 이들일 터이니 그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인가.

       

       흐음. 하기야 다른 이들의 비난을 받으며 냉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본인도 수많은 비난 속에 무덤덤해진 것일 뿐이니 말이다.

       

       그 비난의 여파인 것일까.

       

       엔리의 팀원들에게서 균열이 나는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바니나 엔리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나았지만 이외의 다른 셋은 자신을 불신하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만 멈추면 다행일 터이다만 불신이라는 건 자신의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은 이윽고 같은 팀원을 향한 불신으로 바뀌고, 이윽고 점점 더 커져나가 저들의 머리인 달빛에게로 향했다.

       

       스크림의 마지막에는 달빛에게 반발을 하는 기색이 보일 지경이었으니 말해 무얼 하겠는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가봐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의 균열만이 더 커질 뿐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누군가 하나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말을 꺼내는 순간에 그 균열이 모든 걸 망가트릴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균열이 난 건물은 미리 무너트리는 것이 옳다.

       

       흔들리는 건물을 계속 올려봐야 더 큰 피해를 낳을 뿐이니.

       

       건물이 높아지기 전에 무너트리고 다시 세우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본래라면 이는 머리인 달빛이 해야 할 역할이다만.

       

       썩어 들어가는 그의 표정을 보아서는 그에게 이 역할을 주었다간 엔리의 팀원들이 무너지기 전에 달빛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구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본인이 그를 대신하는 수밖에.

       

       “달빛. 이 다음에 일정이 있느냐?”

       “있기는 한데 양해를 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 양해를 좀 구해 보거라. 지금 저들은 실전을 겪는다고 나아질 상태가 아니니 말이다. 내 데려가서 교육을 좀 시키도록 하겠다. 무슨 불만이 나온다면 그냥 내 이름을 대거라.”

       

       달빛의 허락을 구한 나는 즉시 방 하나를 만들어 그 곳으로 엔리의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일전에 처참한 패배를 겪은 탓일까.

       

       그들은 의기소침 해진 것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엔리는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서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화령 씨. 미안해요. 자신만만하게 말을 했는데 다 져버렸네요.”

       “괜찮다. 이게 어디 대회 당일도 아닌데 지고 이기는 게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

       “그래서 어땠나요. 저희 나아질 수 있을 거 같나요?”

       

       엔리의 물음에 팀원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나아질 수 있는가.

       

       자신들이 지금처럼 처참한 패배 대신 승리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는가.

       

       그런 물음이겠지.

       

       솔직히 말을 하자면 지금 이 상태로는 택도 없어 보이기는 한다만 그를 대놓고 말했다간 사기가 땅에 처박히겠지.

       

       “나아질 수 없었다면 그대들을 부르지도 않았겠지.”

       “그런가요?! 저희 가능성이 보이는 건가요?”

       “그를 붙잡는 것이 가르치는 자의 역할 아니겠느냐.”

       

       내가 그리 말을 하자 다른 이들의 눈동자에 자그마한 활기가 생겨났다.

       

       나아지고 싶다는 최소한의 의지는 지니고 있는 모양이구나.

       

       “이제부터 뭘 하실 건가요? 각자 트레이닝인가요? 아니면 집단전의 훈련?”

       “굳이 따지자면 집단전의 훈련이 되겠구나.”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부터 할 일을 훈련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본인은 그대들을 일방적으로 박살을 낼 생각이니까.

       

       그는 훈련보다는 괴롭힘에 가까운 행동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를 미리 말해둔다면 본인이 바라는 바를 이를 수 없을 터이니 당장은 거짓을 고하도록 하마.

       

       “일단 먼저 말을 해두겠다만 그대들은 너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본다. 그것도 같은 팀원의 눈치가 아니라 그대들을 구경하는 시청자들의 눈치를 말이다.”

       

       그게 잘못됐다 말하지는 않겠다.

       

       그대들이 어디 나처럼 투쟁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들도 아니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인데 어찌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

       

       허나 그것도 때에 따라 적당히 해야지.

       

       눈앞의 적이 있는데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당할 것이 두려워 멈칫거리고 있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그것은 아직 그대들에게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비난을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할 틈이 있기에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지.”

       

       다른 넷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에 엔리만큼은 내가 하려는 말을 눈치 챈 듯 입술을 굳혔다.

       

       평소에 내게 몇 번 굴러보았으니 내가 하려는 말을 모를 수가 없겠지.

       

       “지금부터 그대들은 다섯이서 본인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처참하게 박살이 날 것이다.

       

       여태까지 경험한 그 어떤 패배보다도 처참한 패배가 그대들의 앞에 찾아오겠지.

       

       나라는 벽은 그대들이 감히 올려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드높을 테니 절망하고 또 좌절하게 될 것이다.

       

       “정해진 기한은 없다.”

       

       허나 본인은 그대들을 쓰러지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벽을 향해 내달리도록 만들겠다.

       

       그대들이 아무리 힘들고 지친다 소리치더라도 본인은 냉혹하게 그대들을 일으키겠다.

       

       “허나 조건 정도는 내어주도록 하겠다. 본인에게 상처를 입힐 때까지 대련은 이어질 것이다.”

       

       이 대련 속에서 그대들은 몇 번이고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다시 규합하게 되겠지.

       

       본인이 그렇게 만들어 낼 것이니 말이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공적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서로 이를 갈아대며 비난을 하는 집단이라도 그들의 앞에 호랑이가 떨어지면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기 마련이지.

       

       지금도 같다.

       

       내 친히 그대들의 공적이 되어 주겠다.

       

       저들은 무너지는 동안에 서로를 향한 증오를 쏟아낼 터이나 그 증오는 결국에 본인을 향해 규합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 다섯은 하나가 될 수 있겠지.

       

       “화령님을 상처입히라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아마추어 최고수 열 셋이 뭉쳐도 못한 걸 저희가 어떻게 합니까?!”

       

       – ㄹㅇ 말도 안 되는 소리네.

       – 화령한테 상처를 어케 입혀.

       –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냐?

       

       – 잃어버린 양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쓰러질 때까지 굴린다고 하시죠.]

       

       “불만은 듣지 않겠다. 본인을 코치로 추대한 것은 그대들이지 않은가.”

       

       대련을 하며 그대들이 하나가 된 후에는 내 투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도록 하겠다.

       

       “강행군을 시작하자꾸나. 덤벼라.”

       

       승리를 향한 첫걸음을 밟아 보자꾸나.

       

       *

       

       

       – 저게 유저라고?

       – 튜토에 나오는 삼장로가 차라리 더 쉽겠는데.

       – 당연한 거 아님? 저 사람은 튜토 스펙으로 삼장로 잡은 인간이잖아.

       – 그것도 그렇네.

       – 근데 화령 체력이 너무 좋은 거 아냐? 다섯 명쪽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데 화령은 왜 팔팔한 거임.

       – 저것이 젊음인가.

       

       바닥에 드러누워서 시청자들의 채팅을 구경하던 엔리는 등줄기가 싸늘해지는 느낌에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자아. 어서 일어나 작전을 준비하라. 2분을 주겠다.”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여태 가장 많은 흙을 먹었던 나비린이 울분에 차서 소리를 지르자 아라가 웃음을 흘렸다.

       

       “본인이 사람이 아니면 무엇처럼 보이느냐?”

       “저승에 사는 악마도 당신보단 친절할 겁니다!”

       

       다섯 명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나단 이유로 가장 오랫동안 화령을 상대했던 나비는 입술을 씹으며 그리 소리를 질렀다.

       

       “다들 이리 열성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힘이 넘치는 모양이구나. 이제 1분 30초다.”

       

       엔리의 팀이 아라와의 5대1 대련을 시작하고서 벌써 세 시간에 달하는 시간이 지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엔리의 팀은 아라에게 자그마한 상처 하나 대지 못했다.

       

       공격 한 번 조차도 제대로 성공시킨 적이 없었다.

       

       그만큼이나 아라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애초부터 엔리의 팀이 아라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여태 게임을 하며 상처를 입었던 적이 없지는 않으나 그건 모두 다 유저를 넘어선 괴물같은 NPC들이 벌인 일일 뿐.

       

       유저 중에서 아라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단 한 명. 데케이 뿐이었다.

       

       그것도 최근에는 아라가 VR에 적응하느라 실수했다는 평이 대부분인지라 사실상 아라에게 상처를 입힌 유저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마추어 네임드 열 셋이 달려 들어도 박살이 난 마당에 아쓰대 최약팀인 그들이 아라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처음 엔리는 아라가 과장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무리 아라가 사람을 굴린다 해도 일정 선을 지킨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번의 아라는 선 따위는 알지 못한다는 듯 무작정 엔리의 팀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다섯이 모두 쓰러지면 모두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3분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3분이 지나면 공격을 시작한다.

       

       누군가가 일어나지 못했건,

       

       작전을 준비하지 못했건 뭐건 간에.

       

       상대의 사정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박살을 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런 상황이 세 시간 내내 반복되다 보니 온갖 일이 일어났다.

       

       대련이 시작됐을 때는 다들 의욕을 냈다.

       

       아무리 아라가 강해도 5대 1이라면서 계속 들이박다보면 언젠가는 상처 하나 정도는 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렇지만 대략 삼십분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다들 말이 없어졌다.

       

       무슨 전략을 짜건 어떤 캐릭터를 고르건 간에 박살이 나다 보니 전략을 짜는 게 무의미하다 생각을 한 것이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때려눕히기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냥 화령이 스트레스 풀이를 하려는 거 아니냐’

       

       는 소리가 나왔지만 아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 후로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시청자들이 지닌 불만이 엔리의 팀원들 사이로 퍼졌다.

       

       “이게 정말 저희한테 도움이 되는 거 맞아요?”

       “힘들기만 하고 무언가 달라지는 건 없는 거 같은데.”

       “화령님한테 한 번 말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훈련이 이어진 지가 두 시간이 되었을 무렵 아라는 엔리의 팀원들의 적이 되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리의 평가가 높아질수록 데케이의 평가도 높아지는 마법.

    —–

    무림서우님! 10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응원을 보내 주신 만큼 저도 무림서우님을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림서우님의 노력이 분명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끝을 보는 그 날까지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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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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