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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163 – 개조템 루팅하러 가는 길>

     

    일단 반지에 유령을 가두는 것은 성공했다.

     

    <티토소가의 우정반지(귀속)>

    등급 – 유니크5급

    설명 – 티토소가의 변치 않는 우정을 기리며 유령파파가 건네준 선물. 기존 반지착용자가 원치 않으면 다른 인물은 반지를 착용해도 효과를 얻지 못한다.

    효과1 – 생명력게이지 확인

    효과2 – 생명력 전달

    효과3 – 다른 반지소유자와 20m 이내에 있을 시, 모든 능력치 상승

    효과4 – 효과1의 발동을 무효로 하는 대신 유령군집체(가짜 린)을 반지에 보관한다.

    감정가 – 금화 220매, 22000포인트

     

    반지 속 생명력이라는 먹이를 노리고 제 발로 반지에 들어간 가짜 린.

    당장은 나올 기미도 없이 얌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린의 탈출을 막기 위한 도구는 어떻게 구할 거지?”

    “2학기가 되면 저주관련 강의를 들어서 확실하게 구속할 수 있는데 그 전에는 임시도구를 찾아서 임시봉인을 할 거예요!”

    “다른 선배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협박하는 건?”

    “비밀을 끝까지 지킬지 장담할 수 없어요!”

    “그렇겠군.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라. 여동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재료수배에 한해서는 무조건 협력하겠다.”

     

    가짜 여동생에게도 지극정성을 보이는 싱.

    그의 노력이 참 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멋진 남자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복수를 행하려는 자가 그 복수마저 뒤로한 채, 스스로를 속여 가며 유령을 살리고자 애쓴다.

    부질없는 노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감동적이고 멋진 이야기였다.

     

    ‘무언가에 저렇게까지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지. 다들 저런 무언가를 가지지 못해서 되는대로 막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물론 고인물 플레이어에게는 해당사항 없다.

    인류최강, 나아가 지상최강의 생물체를 꿈꾸며 능력치 하나 버프 하나도 꼼꼼히 챙기는데 인생을 막 살고 있을 여유가 어디에 있어?

     

    [너, 내 존재를 잊은 건 아니겠지?]

    “비밀로 해주실 거죠?”

     

    귓가의 근거리 마력통신구에서 성가시게 됐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뭐, 됐다. 간만에 싹수가 보이는 학부생이기도 하고 그 가짜유령이 있으면 조금은 얌전해지겠지.]

    “와아!”

    [대신 유령이 반지를 벗어나서 멋대로 사고를 친다면 그때는 즉시 퇴마할 거다.]

    “헤헷. 걱정 말아요. 제가 책임지고 밤에 멋대로 돌아다니거나 사람 물고 다니지 못하게 잘 돌볼게요!”

    [유령이 개냐? 누가 들으면 개 키우는 줄 알겠네.]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대체강의는 무사히 끝났다.

    그럼 이제 임시사슬과 고리를 구해야지.

    재료수집을 위해 마차정기권을 이용하러 가는 길.

    어째서인지 시선이 잔뜩 느껴졌다.

    평소에도 시선은 많이 받는 편이지만 오늘따라 그 빈도와 집요함이 더 심했다.

     

    “흐음.”

     

    근처 수풀을 흘끔 돌아보다가 건물 모퉁이로 달렸다.

    타다닷!

    당황해서 허둥지둥 쫓아오는 인기척.

     

    “칫… 어디로 갔지?”

    “머리 위에 있어!”

    “그렇구나. 머리 위에… 꺅!”

     

    놀라서 뒤로 자빠지는 도로시.

    건물 난간에 매달렸다가 폴짝 뛰어서 그녀 앞에 발끝부터 사뿐하게 착지했다.

     

    “왜 쫓아오고 있었어?”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

    “이상한 소문? 내가 다크프린세스라는 소문?”

    “그거 말고.”

    “자정에 식품창고에 침입해서 도감수집을 했던 게 들켰다거나?”

    “오크노디답네… 아쉽지만 그건 아니야.”

    “혹시 혈석으로 사기 쳤다는 소문이 퍼진 거야?”

    “뭔진 모르겠지만 그것도 말고.”

    “설마 응애 멘드레이크 주려고 배양액을 한 번 더 털어갔던 게 벌써 들켰다거나?!”

    “…그런 짓도 했었어?”

    “피. 이것도 아니면 별 거 아니잖아. 그럼 머 때문에 그러는데?”

     

    도로시는 조금 기가 질린 얼굴로 자신이 들었던 소문을 이야기했다.

     

    “오크노디가 싱을 전속킬러로 고용했다는 소문!”

    “엥? 그런 거 아니야!”

    “휴. 그렇지? 역시 오해지?”

    “싱은 내 부탁을 한 번만 들어주기로 했는걸!”

    “…한 번?”

    “응. 딱 한 번!”

    “전혀 오해가 아니잖아! 결국 일회용이기는 해도 킬러인 건 맞잖아!”

    “아이 참. 귀 아프잖아.”

     

    왜 이렇게 호들갑인걸까.

     

    “애초에 숲지기도 숲에 함부로 침입한 사람한테 활도 쏘고 단검도 맞추고 그러지 않아?”

    “그렇기는 한데… 나는 견습숲지기인걸. 경고용 활쏘기까지밖에 안 해.”

    “흐응.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하구나?”

    “뭐, 뭐야. 혼자만 잘난 척하고.”

    “아무것도 아니야. 도로시는 앞으로도 착하게 자라.”

     

    그런데 도로시가 내게 궁금한 점이 있었던 것처럼 나도 도로시에게 궁금한 점이 또 있었다.

     

    “근데 왜 남한테 들은 소문인 척 했어?”

    “으갸앗! 아, 알고 있었어?!”

    “응.”

    “왜 시치미 뗀 거야… 쪽팔리잖아.”

    “배려심이 깊어서? 장단을 맞춰주느라?”

    “그럴 거면 끝까지나 맞춰주던지…”

     

    투덜거리면서도 도로시는 솔직히 대답했다.

     

    “숲지기는 숲의 동물들과 몸짓이나 울음소리도 대화도 나누고 그러거든?”

    “응응.”

    “그러다보면 숲속 친구들도 생기고 막 그러는데.”

    “응응.”

    “숲속 친구들은 원래 남의 안 좋은 이야기를 할 때는 다들 자기가 한 얘기가 아닌 척 하고 그래. 친구끼리는 닮기 마련이라서 나도 화법이 닮았나봐!”

     

    숲속 친구들은 선동에 속아서 마녀사냥을 하다가 진실이 드러나자 급히 달아나며 태세전환과 자기합리화를 하는 밈 아니었나?

    입학시험에서도 도로시가 소꿉친구한테 깜빡 속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착한데 좀 상상력이 풍부해서 이리저리 잘 휘둘리는 기질이 있어 보인다.

     

    [인물 <도로시>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

    도로시의 이해도

    순진함(이해도 20) – 근거 없는 거짓말과 헛소문도 철썩 같이 믿는 순진한 사람.

    숲속 친구들의 친구(이해도 40) – 순진함이 지나쳐서 가끔은 주변인의 부정적 기능이나 마이너스 스탯, 상태이상에 쉽게 휘둘린다.

    ━━━

     

    [인물 <도로시>의 호감도가 20을 넘었습니다.]

    [1차 특전 <도로시의 헌팅타임>이 개방됩니다.]

    [순진한 아이는 숲의 비밀을 잔뜩 알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도로시와 함께 숲에 놀러 가면 아이템 루팅확률이 500% 상승!]

     

    어라?

    이 기능 좀 쩔지 않아…?

     

    “도로시. 오늘내일 강의 들을 거 있어?”

    “하나 있긴 한데… 과제만 제출하면 되는 강의야.”

    “그거 내가 풀어줄게. 끝나면 같이 숲에 가자!”

    “숲에? 가서 뭐하게?”

    “친구한테 줄 선물 구하러!”

    “학년 수석이 과제를 대신 해준다는데 나야 좋지!”

     

    도로시는 넙죽 제안을 받아들였다.

     

     

    * *

     

     

    정확히 6시간 뒤.

    해가 저문 음산한 숲속에서 도로시가 물었다.

     

    “…오크노디. 묻는 걸 깜빡했는데. 구한다는 선물이 정확히 뭘 구하는 거야?”

    “유령을 반지에 구속시키는 망령나무의 저주받은 나뭇가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을 수가 없는 듣기만 해도 괴로워지는 존재였다.

     

    “이름부터 너무 무섭잖아!! 하다못해 낮에 구하러 오란 말이야!!”

    “그치만 드랍템 5배 이벤트를 1시간이라도 더 많이 쓰고 싶은걸!”

    “앞이 안 보이잖아!”

    “에헤헤. 괜찮아. 그렇게 걱정 안 해줘도 나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 듣고 있어.”

    “네 걱정이 아니라 내 걱정을 하는 거거든?!”

     

    다시는 오크노디랑 같이 놀러다니지 않을 거야.

    도로시는 굳게 다짐했다.

     

     

    * *

     

     

    [저주받은 숲의 망자의 표식을 감지했습니다.]

    [관찰 경험치+1]

     

    [반지 속 유령에 감응하는 유령에 홀린 사슴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두려움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대담함 경험치+3]

     

    [크왕 하고 도로시의 어깨를 잡아당겨 놀래켰습니다.]

    [겁주기 경험치+1]

     

    역시 밤의 숲은 가성비가 좋아.

    뭐만 했다하면 기능 경험치가 쑥쑥 오른다.

    루팅아이템은 더 많다.

     

    20개들이 1묶음 기준으로 질병치료의 약초만 5묶음에 저주치료의 약초도 2묶음, 출혈치료의 약초 1묶음, 마비치료의 약초 반 묶음도 루팅했다.

     

    [약초채집 입문 1단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칭호 <응애 풀뜯개>를 습득합니다.]

    [칭호 보유효과로 모든 채집성공확률이 1% 상승합니다.]

    [칭호달성 보너스로 1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겸사겸사 따놓은 나무열매나 음식에 풍미를 더해줄 버섯들까지 포함하면 아주 풍년을 맞이했다.

    올 겨울까지는 에바여도 일주일은 먹고 지낼 식재료가 모였다.

     

    “그만 돌아가면 안 돼?”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거짓말 치지 마. 아까 숲에 사는 다람쥐가 나보고 병신이냐고 물어봤단 말야!”

    “다람쥐가 그런 심한 말도 해…?”

    “동물들의 말도 막상 알아들으면 사람이랑 다를 바 없어. 오크노디는 어휘력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

    “먼데?”

    “내놔. 꺼져. 섹스. 그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이 비속어야.”

     

    이상하게 드루이드들은 성격이 피폐해지고 사람이 금방 망가지는 모습을 보아서 드루이드 클래스로 플레이해본 적은 없었는데 오늘 이유를 안 것 같다.

     

    “괜찮아. 도로시는 내 옷깃만 잘 잡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거만 하고 돌아가는 거야. 알았지?”

    “괜찮아. 이제 거의 다 왔어.”

    “정말?”

    “응. 대신에 절대로 옷깃을 놓치면 안 돼!”

    “길을 잃으니까?”

    “저주받은 나무는 주변의 소리를 잡아먹거든. 습격을 당해도 소리로는 알아차릴 수가 없어!”

     

    우뚝.

    잘 따라오던 도로시가 놀라 걸음을 멈췄다.

     

    “아이참. 괜찮다니깐? 내가 있잖아.”

    “그, 그렇지? 오크노디만 믿고 있으면 되겠지?”

    “대신에 눈은 꼭 감고 있어!”

    “눈은 또 왜…?”

    “가끔 나무에 맺힌 망령이 얼굴을 들이밀어서 놀래키는데 그거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면 나무가 잡아먹을 소리가 생겨서 좋다고 덤벼들거든!”

    “…역시 돌아갈래.”

    “늦었어. 벌써 다 왔는걸!”

     

    히끅.

    딸꾹질까지 시작하는 칠칠맞은 도로시의 등을 어루만지며 달랬다.

     

    “괜찮아 안 죽어! 여기서부터 옷깃 절대 안 놓치고 눈 꼭 감고 소리가 안 들려도 비명 지르지 않고 잘 따라오기만 하면 살아서 나갈 수 있는걸!”

     

    아카데미 2학년에 맞이하는 챕터 4 시작시점에는 제 발로 일어나서 사람을 쫓아다니며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버리지만.

    아직은 1학년이니까 그렇게까지 위험하지도 않고 공략법만 준수하면 되는 쉬운 챕터보스다.

    싸우지 않고 전리품만 슥삭 훔치는데 심지어 보스몹 아이템루팅 확률이 5배라니 이걸 어떻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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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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