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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도와주세요.”

     

     

    “….”

     

     

    처음 들어보는 도와달라는 말.

     

    그 간절함에 아스칼이 할 말을 잃는다.

     

    얼마나 한계에 내몰렸는지, 이 짧은 단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아르윈과 함께한 시간만 170년이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처음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빈말로도 아스칼은 아르윈에게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르윈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걸 아스칼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연을 끊고 싶어했던 그녀였다.

     

    자존심마저 높아, 그녀가 먼저 굽히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얼마나 몰렸으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까.

     

     

    “…대…대체 베르그가 무슨 짓을 한 게냐.”

     

    “…”

     

    “…일단 이야기를 하거라, 아르윈. 힘이 닿는 한에서 도와줄테니…”

     

    “….흐윽…”

     

    그 말에, 아르윈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원체 눈물을 보이지 않던 차가운 그녀가 주먹을 꾹 쥔채 눈물을 흘려댔다.

     

     

    아스칼으로서는 답답한 마음과 함께 화가 피어났다.

     

    베르그에게 대체 어떤 짓을 당했기에 이러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경험했기에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베르그가 인족이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지펴올릴 뿐이다.

     

     

     

    아르윈은 꾹 참으려 하는 듯 했지만, 꽉 닫힌 목구멍 사이로 그녀의 흐느낌이 새어나온다.

     

    마치 새가 지저귀듯 불규칙하고 아이 같은 울음이었다.

     

    억지로 손등까지 깨물며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그녀였지만 도무지 참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아파하는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특히나 고통만큼은 잘 참아내던 그녀였다.

     

     

    이런 아르윈의 모습은 아스칼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저 좀 도와주세요…”

     

    다시금 아르윈이 빌었다.

     

     

    “도와줄테니 말을 해보거라…”

     

    “……..흐끅…”

     

    아스칼은 울음을 참느라 여력이 없는 아르윈을 대신하여 물었다.

     

    “…그 인족이 널 그렇게나 힘들게 하더냐.”

     

    -콱.

     

    아르윈은 아스칼의 소매를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세차게 저어 그건 절대 아니었다고 말한다.

     

    “…”

     

    그럼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의아해하던 찰나 아르윈이 속삭였다.

     

    “….그 반대에요, 아버지.”

     

     

    아르윈은 아스칼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절망한 눈빛으로 천천히 말해왔다.

     

    “…너무나…행복했어요…”

     

    아스칼은 잠시 이어지는 말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 했다.

     

    그는 상황을 이해하고자 한참을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아르윈의 다음 말에 맞아들어간다.

     

    “….멜의 눈물….”

     

     

    그녀의 속삭임에, 아스칼이 탄식을 터트렸다.

     

    “….아.”

     

    “…들켰어요.”

     

     

    -똑똑똑.

     

    그 순간, 방에 노크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스칼이 뒤를 돌아보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홍염단의 단장, 베르그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들여보낼까요?’

     

    “자, 잠시만 기다리거라!”

     

    아스칼은 답지 않게 말을 더듬으며, 아르윈을 일으켜 세웠다.

     

    그도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탁.

     

    아르윈이 그러는 동안 아스칼을 붙잡았다.

     

    끝없이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아스칼의 딸이 부탁했다.

     

     

    “…일부다처제….가 폐지 된다고 들었어요…”

     

    “…”

     

    “…네르에게 밀리고 싶지 않아요…아버지…저 버려지고 싶지 않아요…”

     

     

    아스칼은 어떠한 말을 해주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멜의 눈물이 들킨 시점에서 이혼 당하는게 누구일지 정해진 수순 아니었을까.

     

    확답을 못내리는 사이 아르윈이 부탁했다.

     

    “…네르도 베르그를 배신했어요.”

     

    “…뭐?”

     

    “그러니까 아직은 기회가 남아있어요. 아직은…”

     

    베르그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만큼, 아르윈도 세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신의 목표만 요약하여 부탁한다.

     

    “셀레브리엔이 홍염단을 끝없이 지원해줄 수 있다고 베르그에게 설명해주세요.”

     

    “…”

     

    “…아버지, 제발 저를 위해 그래주세요…”

     

     

    한 평생 아르윈을 지켜주지 못했던 아스칼이었다.

     

    그 대가로 아르윈의 분노를 감당해야 했던 그였다.

     

    그랬던 아르윈이, 이제는 자신에게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제발 베르그에게서 자신을 떼어내지 말아달라고.

     

     

    …어쩌면 그 동안의 죄를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애초에 자신의 딸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들어주지 못할 아버지는 없을것이었다.

     

     

    아스칼은 아르윈의 눈물을 닦아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들여보내라.”

     

    -쿵.

     

    그 말과 동시에 베르그가 문을 열며 등장한다.

     

    아스칼은 일전의 만남부터 느꼈지만…베르그를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 그랬던 것과 달리 지쳐있는 모습.

     

     

    전쟁 영웅의 모습이라 볼 수 없었다.

     

    아스칼은 지쳐있는 그의 눈을 보며 베르그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했다.

     

     

    따랐던 단장의 죽음과…아내들의 배신.

     

     

    아르윈을 돕기로 약속했지만…그에게 동정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셨죠.”

     

    하지만 베르그는 어떻게든 그 아픔을 속으로 감추고 있는 듯 했다.

     

    그의 눈이 잠시 눈물을 채 가라앉히지 못한 아르윈에게 향했다.

     

     

    아스칼은 잠시 베르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았다.

     

    하지만 그조차 고작 찰나의 순간이었다.

     

     

    아스칼은 이 어려운 대화를 어떻게 이어나갈까 고민하다…솔직하게 밝혔다.

     

    “…베르그. 들었네.”

     

    “…”

     

    “아르윈이 멜의-”

     

    “-아르윈이 귀족만 아니었어도.”

     

    하지만 베르그가 먼저 아스칼의 말을 잘라내었다.

     

    이제는 훨씬 더 생생히 베르그가 입은 상처가 보이는 듯 했다.

     

    얼마나 진심으로 아르윈을 소중히 대해주었었는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배신죄로 벌을 내렸을 겁니다.”

     

    그 차가운 말에 아르윈이 고개를 숙였다.

     

    죄인처럼 옆에서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가 진담을 내뱉은 것인지, 혹은 빈말을 한것인지 알수는 없었지만…그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는 아스칼이었다.

     

     

    아스칼은 침을 삼키며 속삭인다.

     

    “…우리의 잘못을 이해하고 있네. 그에 따른 보상도 지급하지.”

     

    “그러셔야죠. 셀레브리엔의 평판을 바닥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일인데.”

     

     

    말은 거칠었지만, 베르그는 넌지시 이 일을 묻어버리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도 귀족의 힘이 필요하니 당연한걸지도 몰랐다.

    큰문제로 번지길 원치 않는듯 보였다.

     

     

    아스칼을 해야할 수 많은 말들 중에서도, 당장은 아르윈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베르그. 잘못은 알지만…아르윈도 충분히 제 잘못을 이해하고 있어. 한 번만 봐줄 순 없겠나? 세계수 앞에서 언약을 맺지 않았었나. 그 신성한 약속을 깨는 건 좋지 못하다네.”

     

    베르그가 아스칼에게서 시선을 떼어내, 아르윈을 내려다보았다.

     

    “…신성한 약속을 먼저 깬 건 제가 아닙니다.”

     

    “…………..”

     

    아르윈의 몸이 움찔 떨렸다.

     

     

    아스칼은 그런 베르그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고.

     

    맹렬한 분노 때문일지, 혹은 정말로 정이 떨어진건지.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당장 베르그가 보이는 증오는 거짓이 아닌 듯 했다.

     

    당장은 그 무슨 말을 하더라도 베르그에게 들릴 리 없었다.

     

     

    베르그가 이어 말한다.

     

    “…더불어 아르윈이 그토록 싫어하던 세계수 아닙니까. 그 앞에서의 언약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

     

    “애초에 장로님도 일부다처제 폐지에 찬성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스칼도 아르윈도 그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아스칼은 그럼에도 이어 베르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베르그는 더 들을 이야기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내쉬며 아르윈을 내려다보는 베르그.

     

     

     

    “….아르윈.”

     

    아르윈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고개를 들었다.

     

    젖은 눈동자에 어이가 없을만큼 간단하게 희망이 들어찬다.

     

     

    “…..네?”

     

    그 동안 베르그가 얼마나 잘 대해주었으면 저러는 걸까.

     

     

    베르그가 말했다.

     

    “…앞으로 네 아버지랑 있어.”

     

    아르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게….무슨….”

     

    “이유가 없는 한, 나를 찾아오지 마.”

     

    “………………………..”

     

    “…시간이 필요하니까.”

     

     

    아르윈이 천천히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파서 못견디겠다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 아픔을 감추며 아르윈이 말했다.

     

    “…부부는 같이 자야하는 거잖아요…?”

    염치없다는 걸 아르윈 본인도 아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발악을 하는듯 보였다.

    베르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먼저 꺾인 아르윈이 다시금 말한다.

     

    “…시간을 드리면…”

     

    “…”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건가요?”

     

    “…”

     

    “….베르그…”

     

     

    아르윈은 스스로가 초라하게만 느껴지는지,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네르 대신, 저를 선택해 줄 순 없는 건가요…?”

     

    “…”

     

    “똑같이 보고 싶지 않겠지만…으흑…제가 더 잘할게요….”

     

     

    베르그는 눈을 감았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그는 이내 몸을 돌리며 방을 떠나갔다.

     

     

    아무도 그런 그를 붙잡지 못했다.

     

    ****

     

     

    나는 이후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 생각 없이 방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평소에는 수많은 고민들도 들어차던 머리였는데…지금은 어째서인지 평화롭기만 하다.

     

    너무나도 짙은 고통에 머리가 생각을 그만하기로 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앉아있다보니 시간이 흘렀다.

     

    밤이 되어 어둠이 내려앉는다.

     

    보름달이 높이 떠 하늘을 비추었다.

     

     

    나는 식사도 하지 않고, 누구를 만나러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이렇게 방안에만 앉아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긴 여정을 통해 수도에 도착한 점을 배려하는 건지, 왕도 나를 찾지 않았다.

     

    애초에 내일이 되면 전쟁의 마무리를 시작한다 들었다.

     

    공을 공표하고, 보수를 지급한다고.

     

     

    그 순간에 홍염단의 위치도 결정이 될 듯 했다.

     

     

    나는 잠시 방을 둘러보았다.

     

    평소와 달리 넓게 느껴지는 방.

     

     

    네르 혹은 아르윈과 언제나 함께 나누던 공간이라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공허함도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힘든 상황속에서 더 견디기가 어려운 공허함이었다.

     

    슬픔을 감추기 위한 웃음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왔다.

     

     

     

    -똑똑똑.

     

    그때,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

     

     

    나는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게 있다보니 다시금 방문이 울린다.

     

    -똑똑똑똑.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동시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힘없는 목소리.

     

     

    ‘….베르그, 나야….’

     

    네르의 목소리.

     

    “……..”

     

    -똑똑똑똑똑….

     

    ‘….들어가면 안될까….제발…’

     

     

    -쿵…쿵…쿵…

     

    “……………..”

     

     

    간절한 그 목소리에도 대답할 기분이 들지를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돌아가.”

     

     

    한 차례 이어지는 침묵.

     

    네르가 돌아갔을거라 생각해, 나는 다시 창밖을 향해 눈을 돌렸다.

     

     

    -끼이이이익….

     

     

    그때 문이 멋대로 열린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네르의 모습이 드러난다.

     

     

    보름달에 반사되어 빛나는 그녀의 흰머리카락과 꼬리.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온 네르는 이내 문을 닫았다.

     

     

    -쿵.

     

    “….돌아가라는 말 안들려?”

     

     

    그녀를 향해 고운 말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여전히 배신감이 생생히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니 계속 거리를 벌리려던 중이었다.

     

     

    하지만 네르는 고개를 저었다.

     

     

    “…나…못돌아가.”

     

    “…”

     

    “…이렇게는 숨도…못쉬겠어….”

     

     

    그녀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점차 선명해진다.

     

    불그스름한 볼. 젖은 눈가.

     

    그리고 풍겨오는 술의 향기.

     

    -스윽.

     

    네르는 가만히 앉아있는 내게 다가와 나의 양뺨을 붙잡았다.

     

    -턱.

     

    나는 그런 그녀의 손길을 치워냈다.

     

     

    -콱!

     

    “하아…하아…”

     

    그러자, 마치 이성의 끈이 끊긴 듯 네르는 거친 몸짓으로 내 몸 위에 올라탔다.

     

    내 허벅지에 그녀의 엉덩이가 닿았고, 목에는 그녀의 팔이 둘러졌다.

     

    -투두둑…

     

    그녀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내 몸위로 떨어진다.

     

     

    “…제발….나 밀어내지 마…”

     

    후회가 넘치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네르.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사랑한다니까…? 베르그…나한테 이러지마…응…?”

     

     

    네르는 그녀의 종족답게 한 명만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상기시킨다.

     

    “우리 부부잖아…”

     

    그녀는 내 왼손을 집어들고 제 머리와 뺨을 손에 비비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가까운 사이는 없는거잖아…”

     

    눈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느껴진다.

     

    “예전처럼….날 쓰다듬어줘….”

     

    “…”

     

    “…예전처럼….흐윽….날 귀여워해줘…”

     

     

    그녀는 내 손바닥에 입마저도 자꾸만 맞추었다.

     

    네르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간절함 때문인지 잠시 몸이 굳는다.

     

    거칠게 밀어내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내 네르는 천천히 내 목에 얼굴을 묻었다.

     

    한참이나 숨을 들이마시며 냄새를 맡던 그녀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올려 나의 귀에 속삭였다.

     

     

    “….나 발정기야, 베르그.”

     

    부끄러움은 간절함에 잡아먹힌 듯, 덜덜 떨리며 그녀가 말해왔다.

     

     

    동시에 목에 까슬까슬고 따스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네르가 나의 목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오늘….너랑 아이를 만들고 싶어….”

     

    그리고 핥는 중간중간 울먹이는 소리로 그녀가 속삭여왔다.

     

    “…사랑해, 베르그…응? 사랑해…난… 너 밖에….”

     

    “…”

     

    결국 나는 그녀를 밀어내야만 했다.

     

    양어깨를 붙잡아 내게서 떼어낸다.

     

    그녀의 입에서 긴 타액실이 늘어져나온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돌아가, 이제.”

     

    그녀의 마음 또한 같이 밀어냈다.

     

     

    “……………”

     

    네르의 공허한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떨어져내렸다.

     

    취한 숨이 자꾸만 내 얼굴을 적신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어렵게 제 꼬리를 붙잡고 내게 보여준다.

     

     

    “….아….마,맞다… 베, 베르그…이 꼬리…”

     

    “…”

     

    “….네가 예쁘다고 말해줬던 이 꼬리….오늘 꾸미고 왔어…”

     

    평소와 달리 단정히 털이 정리된게 보이기는 했다.

     

    “…예뻐…?”

     

    “….”

     

    “….예쁘다고 해주면 안돼…?”

     

    “…..”

     

    “….오…늘은…멋대로 만져도….뭐라 안할테니까…….제발…”

     

     

    -스르륵.

     

    네르는 순간, 제 어깨에 걸려있던 옷을 옆으로 벗어낸다.

     

    목에서부터 어깨까지 맨살이 드러냈다.

     

    옷이 흘러내려 가슴마저도 드러나려했다.

     

     

    “….블랙우드.”

     

    나는 그녀의 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 호칭에 네르의 움직임이 굳는다.

     

     

    그 어떠한 욕에도 아마 네르는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으리라.

     

    내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떨어져.”

     

     

    동시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르가 뒤로 엎어지지 않도록 나도 모르게 그녀의 등을 받친다.

     

    하지만 그녀는 당장 받은 거대한 충격에 그마저도 깨닫지 못한 듯 했다.

     

     

    움직이지도 않고 굳어 바닥에 주저앉은 네르.

     

     

    흘러내릴뻔한 그녀의 옷을 다잡아준 뒤, 그녀의 팔을 붙잡아 네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를 천천히 이끌고 방문을 향해 나섰다.

     

    이내 네르를 문 앞에 세워두고 그녀에게서 손을 떼어낸다.

     

    “…나…”

     

    네르는 멍한 눈으로 나를 보지도 않고 속삭였다.

     

    “…..언제나 그러는것처럼 밖에서 기다릴게.”

     

    “…”

     

    “오늘도 산책을 나가서…네가 올때까지 기다릴게.”

     

     

    네르는 나를 아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끝내, 일그러진 미소를 지어보인 그녀가 날 떠나갔다.

     

    힘없는 그녀의 발걸음소리가 끝없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

     

     

    그렇게 그녀를 떠나보내고.

     

    힘겨운 감정들과 씨름하는 동안.

     

     

    창 밖에서부터 네르의 모습이 보였다.

     

     

    네르는 잠시 날 올려다보더니, 내가 보이는 곳에 자리해 앉았다.

     

     

    평소라면 절대로 자리하지 않을 곳에 앉아…..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오지 않을 나를 기다리며, 그녀는 그곳에 밤새도록 앉아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WinRe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첫 후원 감사드립니다!ㅋㅋㅋ영광입니다!

    Silvario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ㅋㅋㅋ 2연 휴재를 해버렸네요…

    hhj947님! 1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서릿잎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중국에서 보고 계시군요. 제 글이 조금이나마 심심함을 풀어드렸길 기원해봅니다.

    응애오브킹님! 1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늦어서 죄송합니다. 꾸준히 응원해주셔서도 감사해요. 항상 댓글 잘 보고 있어요.

    조식은쏘야볶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근데 쏘야좋아해요.

    하얀_제비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편식금지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네,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삶이님! 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합니다ㅋㅋ

    은빛분자님! 1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앗…아직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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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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