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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창문 하나 없는 요새 안이 빛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 아아, 실제 상황. 실제 상황! A형 투입, 전 인원! A형 투입! ]

         

       곤히 잠들어 있던 장교와 병사들은 헉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던 인원들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급하게 내려가려다가 2층에서 굴러떨어지기까지 했다.

         

       쿠당탕.

         

       그리고 병사들과 장교들이 잠이 덜 깬 상태로 장구류를 착용하고 성수와 퇴마 물품을 챙기는 동안, 먼저 근무를 서고 있던 인원들과 일찌감치 준비를 끝낸 고참들이 생활관을 돌아다니면서 일어나지 않은 인원들을 챙겼다.

         

       “야 이 새꺄! 일어나! A형 투입이다!”

       “이 새끼 일병 주제에 빠져서, 당장 일어나!”

         

       당연히 껌껌한 어둠 속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던 인원들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아 제기랄, 방금 근무 끝나고 취침 들어갔는데….”

       “아 요새 잠잠하더니 왜 갑자기 A형 투입이야…. 뭐 높으신 분이 상황이라도 걸었나….”

       “실제 상황이라는데?”

       “이런 썅!”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황은 터졌고, 훈련받은 대로 행해야 하는 게 군대인데.

         

       장교들은 자신이 A형 투입 때 들어가야 하는 초소로 온갖 물품을 짊어지고 들어갔고, 병사들은 각자 K-2와 K-3, 그리고 축성 받은 은을 코팅한 탄환을 받고 각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그들이 이동한 곳에는 중기관총과 유탄 기관총이 거치되어 있었다.

       물리력을 가지고 있는 악귀를 저지하고 타격을 주기 위한 무기였다.

         

       그리고 이렇게 안전지대 내부가 분주해지니 당연히 군 인권 센터에서 온 사람들 역시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소란에 자연스럽게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더듬 움직여 불을 켜고는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지금 무슨 일 있습니까?”

         

       군 인권 센터에서 온 사람 중 한 명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장교에게 물어보았지만, 제 할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인원이 그것을 답해줄 리는 없었다. 그 때문에 그는 다시 다른 사람을 붙잡고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울려 퍼지는 방송 덕분에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 실제 상황, 실제 상황! A형 투입! 전 인원 초소 투입! ]

       [ 장교들은 대악령 장비를, 병사들은 총기 가져가고 탄환 받아-! ]

         

       그 방송을 듣자 잠에 취해 있던 사람들의 눈이 팍 뜨였다.

         

       “이런….”

       “여기서 실제 상황이면, 악령 아니면….”

       “그렇죠. 악령 아니면 악귀겠지요…?”

       “하. 운이 없어도 참….”

         

       그들은 한숨을 쉬면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실제 상황이 터지면 어떻게 행동하라고 했죠?”

       “그러니까, 어….”

       “잠시만요. 주의사항을 제가 적어놨습니다. 여기 어디 있을 텐데….”

         

       그들은 ‘실제 상황’이라는 무거운 네 글자에 공포에 질린 듯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공황에 빠졌다거나 마냥 겁에 질린 채 우왕좌왕하지는 않았고, 어떻게든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짐을 뒤지려던 그때.

         

       “안전지대에서 실제 상황이 터졌을 경우,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맞습니다.”

         

       저 구석에서 젊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가죽옷을 입은 사람 한 명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진성.

         

       군 인권 센터의 사람들에게 ‘취급 주의’ 딱지가 붙은 것처럼 대해지던 진성이었다.

         

       “원래는 이런 곳에도 대피소가 있기는 한데, 지금같이 실제 상황이 터지고 누군가가 우리를 안내해주지 않는 이상은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맞습니다.”

       “그, 그런가?”

       “대피소로 가다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혹여 감시를 피해 안으로 들어온 악령이나 악귀를 마주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겠죠.”

         

       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그들 옆의 벽을 톡톡 쳤다.

         

       그러자 마치 두꺼운 돌덩이를 쳤을 때 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다행히 이곳의 벽은 두껍습니다. 악령과 악귀를 상대해야 하니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안에 온갖 물건들을 채워 넣을 테니 방호 하나는 확실할 테고요.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진성은 그렇게 말하곤 빈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곤 더 이상 말을 꺼낼 생각이 없다는 듯 안으로 들어가 벽에 기대곤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진성에게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저 젊은이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그래. 거 뭐 우리가 여기 지리를 아는 것도 아니고. 괜히 돌아다녔다가 횡액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

       “그러고 보니 이거 건설할 때 축성된 은에 부적에 막 모가지를 딴 닭 피에…. 아주 온갖 짓을 다 했다고 들었어.”

       “그리고 뭐, 대피소로 간다 쳐도 거기 문이 잠겨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괜히 위험한데 헛걸음하지 말고 여기에 있지 뭐.”

         

       진성은 그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천천히 감긴 눈이 만드는 어둠을 살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는 것을 반복하며 심장 박동을 가라앉히고, 눈에 주술을 걸었다.

         

       그러자 진성의 몸에서 비롯된 불씨가 눈으로 타고 올라와 진성의 눈꺼풀 안쪽을 밝히기 시작했고, 색색으로 빛나며 영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눈꺼풀 안쪽이 아날로그 TV가 된 듯했다.

         

       ‘보자. 어디 보자.’

         

       영상은 안전지대 내부의 CCTV 실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여럿이 모여 있었는데, 인원 대부분은 CCTV 앞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다른 짓을 하는 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지휘관과 장교 두 명이었다.

         

       장교 두 명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꾸중을 듣고 있었으며, 지휘관은 분노 때문에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지휘관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교 둘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진성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영상에 정신을 집중해 장교의 입 모양을 읽었다.

         

       『 너.희. 둘. 각.오.해! 』

         

       진성은 삶은 문어처럼 새빨갛게 변해버린 지휘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낮에는 반가이 그들을 맞이했던 지휘관의 얼굴은 맹수 같았고, 더운 콧김을 쉴 새 없이 뿜는 것이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게다가 욕설로 추정되는 것을 몇 번이고 내뱉으려는 듯 입매를 뒤틀다가도 간신히 삼키는 꼴이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 장교라는 새끼들이 근무는 안 서고 잠을 쳐 자-! 』

         

       지휘관은 둘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 그래, 사람이 졸 수는 있지. 그리고 뭐, 그래! 한 사람이 조는 것까지는 내가 어떻게 이해는 하겠어. 그런데 두 놈이! 한 놈도 아니고 두 놈이 근무를 내팽개치고 잠을 자-! 초소가 무슨 호텔인 줄 알아! 』

         

       지휘관의 꾸지람을 듣는 두 명은 대역죄를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꾸벅 숙인 채 지휘관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 이 새끼들아! 내가 낯이 뜨거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북한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다른 부대에서 듣는 게 말이 되냔 말이야! 먼저 발견해서 다른 부대에 알려주지는 못할망정, 저어기 서울에서 꿀 빠는 새끼들이 위성으로 먼저 살피고 나한테 연락을 한다는 게 말이나 돼?!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말을! 이 새끼들아, 아가리 꾹 다물고 있지 말고 나한테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보라고! 』

         

       하지만 그 모습이 더 분노를 일으킨 것인지 지휘관의 몸짓은 점차 커졌다.

         

       『 그렇게 아가리 꾹 닫고 있으면 군 생활이 끝나냐? 어? 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래야지, 이 새끼야! 모텔처럼 초소에서 잠을 쿨쿨 자고, 특이사항도 놓치고 내 진급 길에 오점을 하나 콕 박아주려고 작정하셨는데 당연히 할 말이 없어야지! 응? 내가 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부하한테 등에 칼을 찔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헛짓거리한 것도 아니고 근무 태만으로 내 등짝을 찌를 줄은 상상을 못 했어! 나 때에는 이런 건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이야. 군대 아주 개판이야 개판! 』

         

       지휘관은 장교를 후려치기라도 하려는 듯 다가섰다가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멈추어 서곤 한숨을 쉬었다.

         

       『 됐다. 거 일이 터진 건 어쩔 수가 없고…. 나가. 너희 군기 풀어지게 한 내 잘못이지 누구 잘못이겠냐? 후….』

         

       지휘관은 계속 장교를 앞에 두다가는 진짜로 후려칠 것 같았는지 둘을 반강제로 CCTV 실에서 쫓아버렸다. 그리곤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감정을 추스른 뒤 CCTV 앞에 앉아있는 병사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는 물었다.

         

       『 야, 병장아. 네 생각에 이게 내가 좆이 된 것 같냐, 아니냐? 』

         

       그러자 병장이라고 불린 청년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 괜찮을 것 같습니다. 』

       『 왜? 』

       『 이게 악령이나 악귀면 큰일이 맞는데, 제 생각엔 아닌 것 같습니다. 』

       『 왜? 』

         

       병장은 지휘관의 물음에 CCTV 화면을 가리켰다.

         

       『 제 생각에는 이거, 그냥 오류 같습니다. 』

         

       병장이 가리킨 화면은 방송 시간이 끝난 TV를 켜놓은 것처럼 화이트 노이즈가 가득했다.

         

       『 악령이나 악귀일 수도 있기는 한데, 만약 그랬다면 여기만 노이즈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악령이나 악귀의 이동하는 것에 맞춰서 노이즈도 같이 이동했어야 합니다. 』

       『 가만히 있는 걸 수도 있잖아? 』

       『 지금 옆에서 N-04 지역 CCTV 돌려보고 있는데 딱히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그냥 특정 시간 이후로 노이즈가 꼈을 뿐입니다. 』

       『 그래서? 』

       『 그냥 N-04 지역 자기장 이상이나 노후화된 인공위성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

         

       지휘관은 병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가 입을 열었다.

         

       『 그래. 확실히 최전방에서 짬을 허투루 먹지는 않았군. 하지만 말이야, 알아둬야 할 게 있어. 』

       『 경청하겠습니다. 』

       『 짬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믿어서도 안 돼. 최전방에서는 상황을 낙관하기만 하면 큰코다칠 수가 있단 말이지. 보자, 짬밥을 한 3년 정도 먹었나? 』

       『 예! 2년 6개월입니다. 』

       『 그래. 능력이 있으니 그 정도밖에 근무 하지 않았는데 병장을 달고 부사관까지 넘보겠지. 내 자네를 아껴서 하는 말이니까 내 말을 잘 기억해두게. 군대라는 곳은 낙관하면 당나라나 이탈리아 군대 같은 꼴이 될 뿐이야. 알겠나? 』

       『 알겠습니다! 』

       『 그래서 내가 지금 TOD를 보낸 건데…. 흠, TOD 연락은 아직 없나? 』

         

       병장은 지휘관의 말에 기합이 팍 들어서 대답했다. 지휘관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가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상병 계급을 단 병사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지켜보고 있는 화면은 네 개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에는 열 화상 카메라를 비춰 보인 듯 알록달록한 색이 비치고 있었고, 하나는 초록색 필터를 씌운 듯한 모습이었다. 또 하나는 흑백으로만 보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박쥐가 초음파를 쏴서 얻은 정보를 영상으로 만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위성 전화가 울리자 번개같이 움직여 받았고, 이윽고 지휘관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 TOD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특이사항 발견, N-04 지역 013 구역에 있는 고목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고 합니다! 』

       『 그리고? 』

       『 그 외 특이사항 없습니다! 』

         

       지휘관은 상병의 말을 듣더니 못 믿겠다는 듯 전화기를 붙잡고 상대에게 질문을 던졌다.

         

       『 야, 어. 지휘관이야. 마을이 초토화가 됐다고? 어. 개박살이 났다? 화면으로 보여. 근데 특이사항이 없다니 뭔 말이야. 마을이 아작이 났으면 악령도 기어 나오고 악귀도 기어 나오고 해야 하는 거 아냐? 장비 이상한 거 아냐? 다시 확인해. 허, 이상 없다고? 아니 새꺄 그렇게 말하면…. 어. 거기 근방에서 자기장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고? 특이 개체는 확인 못했고? 쓰읍. 그래? 흠. 확인 못했어? 그래, 알겠어. 조심히 복귀하고, 돌아올 때 성수 스프링클러 가동하고 돌아와. 아깝다고 끄지 말고. 어, 그래. 알겠다. 』

         

       지휘관은 전화를 끊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 야 병장아. 거 내 목이 아직 떨어질 운명은 아닌가 보다. 』

         

       그는 그렇게 말하곤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째깍 알려달라는 말을 남기곤 지휘실로 들어가 모니터를 켠 것이다.

       그리곤 모니터에 상관의 얼굴이 뜨자마자 우렁차게 경례를 박았다.

         

       『 북! 진! 대위 김! 선! 길! 』

       『 그래, 북진. 그래,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봐. 』

         

       그는 ‘며칠 전 TOD가 N-04의 자기장 수치가 이상해졌다고 보고했다’, ‘보고받고 면밀하게 그 지역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화이트 노이즈 현상이 일어났다.’ 같은 말을 했다.

         

       『 그래? 그럼 A형은 왜 지금 투입했는데? 』

       『 제 판단으로는 단순 자기장 이상으로 인한 화이트 노이즈 현상이지만, 민간인들이 현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투입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B형 투입으로 전환하려 합니다.』

       『 아, 민간인. 그래….』

         

       말이 민간인이지 군 인권 센터에서 온 사람들이다.

       심지어 대기업 자제로 추정되는 사람까지 껴 있기까지 했다.

         

       『 그래. 잘했군. 그래 뭐, 날 밝고 이상 없는 거 같으면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철수시키고. 거 김선길 대위, FM대로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군. 그래, 좋아. 』

         

       그렇게 대위의 위기는 무사히 지나갔다.

         

       북한에서 자주 일어나는 ‘자기장 이상 현상’을 치트키처럼 사용하고, A형 투입은 현재 안전지대에 방문한 ‘민간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FM처럼 행동한 것이라고 이해시키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하자 그대로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댔다.

       그리고 진이 빠진 듯한 얼굴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진성은 주술을 해제하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더는 볼 것이 없겠군.’

         

       이로써 완전 범죄가 이루어졌다.

         

       누더기에 건 주술 덕분에 진성은 전자장비에 찍히지 않았을 것이고, 그가 행한 성인식 역시 노이즈 덕분에 숨겨졌으리라. 그리고 그 모든 노이즈는 ‘자기장 이상 현상으로 인한 화이트 노이즈’로 포장이 되었으니.

         

       이로써 진성은 무사히 성인식을 보내고, 그 부작용을 북한 땅에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본디 모든 것에는 디테일이 중요한 법.

         

       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게 누더기를 위에 걸쳐놓고는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조금씩 뽑아 그늘에 놓았다.

       그리곤 가죽옷의 주머니에 채워두었던 지푸라기를 하나둘씩 꺼내서 머리카락과 엮어 자그마한 사람 모양 인형을 만들었고, 제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그것으로 사람 모양 인형의 얼굴 부분에 이목구비를 그렸다.

         

       그리곤 그것을 주머니 안에 잘 쑤셔 넣고는 시간을 보냈다.

         

       [ 아아, 실제 상황 종료. 실제 상황 종료되었다고 알리고. ]

       [ 철수! ]

         

       날이 밝자마자 지휘관이 말했던 대로 상황은 취소되었다.

         

       잘 자다가 투입된 장병들은 우르르 안으로 들어와 장구류를 풀고 총기와 탄을 반납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미어터질 정도로 꽉 찼다.

         

       그리고 곧 지휘관이 생활관 안으로 들어왔다.

         

       “아, 다들 당황하셨을 것 같은데. 무사히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그, 뭐. 무슨 일 있었던 겁니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군사 기밀이니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고….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안전지대는 언제나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A형 투입 때문에 깼던 사람들은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우르르 이동했고, 군 인권 센터의 사람들과 진성 역시 거기에 껴서 식사했다. 그리곤 ‘혹시 모르니 예정을 취소하고 이만 돌아가는게 좋겠다’라는 지휘관의 말을 받아들인 군 인권 센터의 사람들과 함께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진성은 버스를 타기 전 미리 만들어두었던 간단한 주물을 사용했다.

         

       “허수아비야, 허수아비야. 사람을 닮았으되 사람은 아닌 허수아비야. 새를 현혹하듯 다른 눈깔을 현혹해라.”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주물을 사용해 성인식에 사용해버린 지게와 가마니의 껍데기를 만들었다.

         

       ‘눈에 띄는 것을 가지고 왔는데 그것을 들고 가지도 않고, 안전지대에도 남아있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의심을 살 것이니.’

         

       그렇게 진성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괴짜 취급받으며 껍데기와 함께 뒷좌석을 모조리 차지했고, 떨떠름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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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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