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3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서유진을 제외하고도 나를 향한 다른 멤버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언니, 일어나셨어요? 어제 일 기억나시죠? …안 나신다고요? 허허.”

         

       …박유정도.

         

       “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혹시 어제 일, 에휴 말을 말자.”

         

       …나한나도.

         

       “예린아, 일어났어? …우리 다음부터 술은 좀 자제하자.”

         

       …이혜정도.

         

       그리고….

         

       “예린아.”

         

       “…설 언니.”

         

       “다음에 또 술 먹자고 하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릴 거야.”

         

       “…….”

         

       유 설도 웃으면서 내게 섬뜩한 말을 남겼다.

         

       …확실히 어제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지르긴 했나보다.

         

       이에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매니저 오빠가 우리를 픽업하기 전 멤버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셨나요?”

         

       “아뇨, 저희 어제 각자 하이볼 한 잔씩 밖에 안 먹었어요.”

         

       …그러면 하이볼 한 잔에 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했다고? 진짜?

         

       전생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하예린의 몸은 상상 이상으로 알코올에 취약한 듯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이볼 조금 마신 것 가지고 취하는 게 말이 되나….’

         

       이에 내가 어이없어 고개를 젓고 있으니 소파에 앉아 있던 나한나가 조금 걱정스런 말투로 멤버들에게 말했다.

         

       “근데 저희…, 혹시 들키지는 않겠죠? 몰래 술 마셨다 걸리면 엄청 혼날 텐데….”

         

       “에이, 남은 술도 잘 숨겼고 다들 아침에 잘 씻기도 했고…. 애초에 고작 하이볼 한 잔씩들 밖에 안 마셨는데 들킬 일이 뭐가 있어?”

         

       이혜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술 파티라고는 거창한 단어를 썼긴 해도 우리가 어제 마신 거라곤 고작 하이볼 한 잔일 뿐이었다.

         

       웬만하면 회사 측에서 우리가 술을 마셨다는 증거를 찾긴 어려울 터.

         

       그런데 그때였다.

         

       스윽.

         

       “…저기.”

         

       내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서유진이 무언가 불안하다는 듯한 눈빛과 함께 손을 들고 말했다.

         

       “…아까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예린 언니 몸에서 술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은데요.”

         

       “…….”

         

       나는 그 말읃 듣는 즉시 내 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에이, 시간도 몇 시간이나 지났고 샤워도 했고 애초에 마신 게 하이볼 한 잔 밖에 안 되는데 술 냄새가 날 리가…. …?”

         

       술 냄새가…, 나네?

         

       쿰쿰한 스모키향과 알싸한 알코올 향.

         

       이건 누가 맡아도 술 냄새였다.

         

       ‘이런 미친 몸뚱어리. 아직도 알코올을 분해 못 했다고?’

         

       이에 내가 당황하여 멈칫하니 이를 수상하게 본 다른 멤버들도 다가와 내 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스읍…, 이거….”

         

       “술 냄새 나는 것 같은데요?”

         

       “심한 건 아니어도…, 잘하면 들킬 수도 있겠는데.”

         

       내게서 술 냄새가 나는 걸 확인하자 다른 멤버들의 얼굴에 걱정이 피어올랐다.

         

       확실히 스케줄 첫날부터 몰래 술 파티를 한 아이돌들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 곱게 보이지 만은 않을 터.

         

       모두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송구스럽다는 감정과 함께 멤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

         

       동정을 불러 일으키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먼저 사과하며 불쌍한 표정을 짓자 멤버들이 나를 쓰다듬어 주며 위로를 해주었다.

         

       “아니에요, 언니, 그래도 어제 언니 덕분에 즐거웠어요.”

         

       “어제 다 같이 합의하고 즐긴 건데 언니가 사과할 게 뭐가 있어요?”

         

       “그리고 술 냄새가 그렇게 많이 나지도 않아요. 저희가 잘 숨기면 아마 절대로 못 알아챌 걸요?”

         

       “…그래? 하긴 그렇지? 회사에서도 못 알아채겠지?”

         

       “그럼요, 회사 사람들이 개코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알아 채요.”

         

       그렇게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며 어제의 조촐한 술 파티가 절대로 들키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들 제정신이십니까?!”

         

       …사망 플래그였다.

         

         

         

         

       **

         

         

         

         

       사실 우리는 우리를 데리러 온 매니저 오빠한테부터 들켰다.

         

       “얘들아! 데리러 왔어!”

         

       우리 루키즈의 로드 매니저 오빠는 회사에서 엄선해서 골랐다는 게 딱 봐도 느껴질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

         

       시간 엄수 잘하고 잘 웃었으며 가만히만 있어도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큰 장점은 선을 잘 지킨다는 것.

         

       매니저 오빠는 루키즈 숙소 안으로는 절대 발을 들이지 않는 등 무슨 일이 있어도 공과 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매니저 오빠는….

         

       “얼른 각자 편한 위치에 타. 바로 출발할…, 음…?”

         

       내가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가자마자 위화감을 느낀 듯 눈가를 찡그렸다.

         

       “…….”

         

       그리고는 무언가 잘못된 걸 알아챘다는 듯 나를 몇 초 정도 응시하다가….

         

       “…그러면 바로 출발할게!”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매니저 오빠가 우리의 작은 일탈을 눈치챘다고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어떡해요, 언니! 드, 들킨 것 같아요!”

         

       “그, 그래도 바로 별말 안 하는 거 보면 비밀을 지켜 주시려는 게 아닐까?”

         

       …그래, 만약에 우리를 혼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혼냈겠지.

         

       그렇게 우리는 불안감을 가지면서도 아직 들키지 않을 거란 희망을 품은 채로 NAS 엔터 본사로 향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어서 오세요!”

         

       미리 루키즈 전용으로 마련된 회의실로 들어가니 그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정 실장과 한시우 두 사람뿐이었다.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즐거운 일이 있는지 웃으면서 우리를 환대했다.

         

       그런데….

         

       “어서 이리들 앉….”

         

       “…음?”

         

       두 사람은 우리를 앉히다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내….

         

       스윽.

         

       ‘……젠장.’

         

       마치 짠 것처럼 동시에 나를 보았다.

         

       …술 냄새가 그렇게 심한 수준은 아닌데 여기 사람들은 모두 다 개코라도 되는 건가.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체념하고 고개를 숙이니 확인 사살로 매니저 오빠가 할 말이 있다며 정 실장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매니저 오빠에게 모든 말을 전해 들은 정 실장은 나를 힐끔 보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물었다.

         

       “…오늘 루키즈 여러분들을 부른 것은 스케줄이 정해져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케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러분께 물을 것이 하나 생겼군요.”

         

       “…….”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여러분 어제 술 드셨습니까?”

         

       파앗.

         

       정 실장이 그 말을 하는 즉시 나는 손을 들고 이실직고했다.

         

       “제. 제가 어제 술 마셨습니다…!”

         

       물론….

         

       “다, 다른 멤버들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제 혼자서 맥주를….”

         

       다른 멤버들은 빼고 나 혼자 마셨다며 약간의 거짓말을 섞은 채였다.

         

       이에 다른 멤버들은 그런 나를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아, 아니예요! 저도 마셨습니다!”

         

       “…저도.”

         

       “저도 마셨어요…!”

         

       “…사실은 제가 술을 가져 왔습니다. 제가 술 마시자고 멤버들을 꼬셨어요.”

         

       “…다들 하이볼 한 잔씩 마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내 한 명씩 손을 들며 사실을 자백했다.

         

       정 실장과 한시우는 멤버들이 다 자기도 마셨다며 자백하는 모습을 보고 표정을 조금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술을 마신 것은 큰 잘못이지만 지금 같이 팀워크 있는 모습은 매우 보기 좋습니다. 아이돌에게 있어 개개인의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팀워크죠. 앞으로 1년간 루키즈 활동을 하면서 이런 팀워크를 계속 유지해주시면 루키즈는 분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정 실장의 따뜻한 말에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어제 몰래 술 마신 건 용서를 해주려는 듯….

         

       “…자. 그러면 이제 제가 몇 마디 좀 더 하겠습니다. 여러분. 데뷔를 앞둔 아이돌이 숙소에서 술을 마시는 게 말이 됩니까?!”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정 실장의 몇 마디는 아주 길었다.

         

       우리는 그 후로 1시간 동안 정 실장의 잔소리 폭격을 들어야 했다.

         

         

         

         

       **

       

         

         

         

       1시간 후.

         

       “…그러면 지금 제가 한 말들 앞으로 명심해 주시고 이런 일 다시는 없도록 해주시지요.”

         

       “…네에.”

         

       정 실장은 잔소리로 사람을 말려 죽인다는 면에서 유 설과 매우 비슷한 면이 있었다.

         

       정 실장의 잔소리 융단 폭격에 혼이 빠진 우리는 잘못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크흠, 그러면 이제 루키즈 스케줄에 관한 이야기는 한시우 프로듀서님이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정 실장은 잔소리를 마치고 뒤에서 관망하고 있던 한시우가 자리를 교체했다.

         

       한시우는 웃으면서 정 실장의 잔소리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우리에게 말했다.

         

       “하하, 여러분. 저도 그룹 생활을 했던 입장으로서 여러분들의 그런 마음 모두 이해합니다.”

         

       한시우의 표정이 왠지 우리를 공감해주고 위로하려는 듯 싶어 나는 그에게 물었다.

         

       “한시우님 그룹 생활할 때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나요?”

         

       “어휴, 저희 때 이런 일 있었으면 두들겨 맞았죠. 도대체 정신 머리를 어디다 둔 거냐고 욕 처먹으면서.”

         

       “…….”

         

       나아아에서는 차가운 독설가였던 한시우는 전략을 바꾼 듯 우리 루키즈를 웃으면서 팼다.

         

       하지만 한시우는 우리를 훈계하려는 게 목적이 아닌 듯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것보다 여러분. 루키즈의 앨범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앨범 일정이 정해졌다는 말에 혼이 빠져 있던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그의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 루키즈는 1년 동안 총 2개의 미니앨범 그리고 2개의 디지털 싱글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예에?!”

         

       이어지는 한시우의 말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2개의 미니 앨범 그리고 2개의 싱글이라니.

         

       1년을 4로 나누면 3개월이다.

         

       지금 한시우의 말은 총 4번 신곡을 발매하고 4번 새로운 활동기를 갖겠다는 말이었다.

         

       ‘이건 뭐…, 1년 동안 우리를 갈아 버리겠다는 뜻이네….’

         

       벌써부터 앞으로 1년 동안 상당한 고행이 계속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룹 컨셉도 정해졌습니다. 일단 우리 루키즈가 나아아에서 만들어진 그룹인 만큼 나아아의 컨셉을 그대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나아아의 컨셉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게….”

         

       “여러분은 아이돌 아카데미라는 학교에 전학 온 전학생들입니다. 앞으로 발매 될 루키즈의 곡들은 그런 여러분들의 학교생활과 연관이 되어 있을 겁니다. 첫 번째 미니 앨범도 그리될 예정이죠.”

         

       한시우는 그리 말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을 꺼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들어 있었다.

         

       “사실 루키즈의 첫 앨범도 이미 구상을 끝내놨습니다. 곡 컨셉은 청순과 몽환. 대충 설명하자면…, 아이돌 아카데미에 전학 온 6명의 신비한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랄까요?”

         

       벌써부터 구상을 끝내 놨다니 작업이 상당히 빠르다.

         

       아니, 어쩌면 한시우가 진작에 만들어 뒀던 곡을 쓰는 걸 수도.

         

       뭐가 어쨌든 눈앞의 한시우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그런 한시우가 우리를 위해 곡을 써 왔다.

         

       터질 듯한 기대감에 유 설이 우리들을 대표하여 한시우에게 물었다.

         

       “…한시우 프로듀서님. 그러면 곡 이름은 뭔가요?”

         

       이에 한시우가 작게 웃으며 답했다.

         

       “루키즈의 첫 번째 미니앨범 <Admission>의 타이틀곡 <비밀소녀>입니다.”

         

       그리고는 키보드를 눌러 곡을 재생했다.

         

       이내 <비밀소녀>의 멜로디가 틀어져 나왔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