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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아르를 진정시킨 나는 아르와 실비아에게 본격적으로 룰을 설명해 주었다. 

       

       “일단 다 설명하고 시작하면 복잡하니까 대략적인 것부터 설명하고 나머지는 하면서 알려 드릴게요. 아르야, 아공간에서 돈 주머니 좀 꺼내 볼래?”

       “우응? 여기 이써.”

       

       아르는 아공간에서 커다란 돈 주머니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툭.

       

       “어우, 묵직해. 아르 힘 세구나?”

       “히히. 아르 마니 세졌지?”

       

       아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집어 내밀길래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한 손으로 받으려던 나는 순간 휘청했다.

       

       ‘많기도 하네.’

       

       로멜드에서 떠나기 전에 추가로 마력석이나 금품 등을 팔아치워 현금화하고 왔더니 금화가 주머니 안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거의 은화와 일대일 비율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나는 그중에서 1골드짜리 금화를 아홉 개 꺼내서 아르와 실비아에게 세 개씩 주고 나도 세 개를 가졌다. 

       

       “갑자기 용돈은 왜 조?”

       “용돈이 아니고, 지금부터 나눠주는 돈은 다 게임에서 쓸 거라 공평하게 나눠 갖는 거야.”

       “용돈이 아니어써….”

       

       괜히 시무룩해하는 아르가 귀여워 나는 피식 웃었다.

       

       “하하. 일단 이건 게임머니로 받아 둬. 아르가 1등 하면 진짜로 용돈 줄 테니까.”

       “지짜? 아르 열시미 해 보께!”

       

       1등 하면 준다는 말에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뭔가 동기부여가 된 듯, 내가 내민 금화 3개를 소중하게 꼭 쥐었다. 

       

       나는 이외에도 10실버짜리 은화 5개, 1실버짜리 은화 10개, 10쿠퍼짜리 동화 20개를 각각 나누어 주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원래 X루마불의 돈보다 살짝 넉넉하게 준 감이 있지만, 아마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어차피 도시 별 땅 가격이랑 건물 가격은 다 내 맘대로 정했으니까.’

       

       내가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고 해도 옛날옛적 어릴 때 친구들이랑 몇 판 해 본 X루마불의 도시 가격 하나 하나를 외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냥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가격을 설정했는데, 특정 도시가 너무 오버 밸런스다 싶으면 다음 판에 살짝 패치 들어가면 된다. 

       

       패치 기준도 물론 내 마음대로다.

       

       꼬우면 직접 만드시든지.

       

       물론 실비아 씨나 아르가 태클을 걸 것 같지는 않지만….

       

       여튼, 돈을 나눠 가진 우리는 사이 좋게 출발지점에 아르 모형을 내려놓았다. 

       

       “히히, 쪼그만 아르가 셋이나 이써.”

       

       아르는 그저 자신을 모델로 만든 피규어가 보드게임 판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너무나도 좋아 보였다. 

       

       ‘아까 이름부터 아르마블이라고 해 줬을 때 엄청 좋아했었지.’

       

       하긴, 나 같아도 누군가가 내 이름과 외형을 본따 헌정 게임을 만들어 준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보람이 있네.’

       

       마법의 도움을 받아서 비교적 쉽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완성하기까지는 품이 꽤나 들어간 보드게임이다. 

       

       아르가 만약에 시큰둥해 했다면….

       

       -아르야! 이거 봐 봐! 내가 널 위해서 보드 게임을 만들었어!

       -레온, 언제쩍 보드 께임이야? 아르는 별루 흥미 업써.

       -그, 그래? 이름도 아르마블이라고 지었는데….

       -대써, 매콤국수나 끓여 조.

       

       ‘아니,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상상이잖아.’

       

       불행 회로 멈춰!

       

       어쨌든, 만약 아르가 시큰둥해 했다면 나도 김이 팍 샜을 텐데, 이렇게 좋아해 주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까 말했듯이, 이건 기본적으로 주사위를 던져서 진행하는 게임이야. 여기 주사위 두 개가 있지?”

       “우아! 저것도 직접 만든 고야?”

       “응. 저 두 개를 한꺼번에 던져서 나온 눈의 합만큼 말을 이동할 수 있어. 이때 만약에 두 개 다 같은 눈이 나온다? 그러면 또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똑가치 나오는 게 엄청 조은 거네?”

       “그렇지. 근데 잘 안 나오니까 너무 기대하진 마. 그리고, 똑같은 거 나와서 한 번 더 던지는 건 한 번만 가능해. 운이 좋아서 무한으로 턴 쓰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야.”

       “우옹, 구렇구나.”

       

       아르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주사위 던지는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할 거야.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보!”

       “쀼!”

       

       나 혼자 묵을 내고, 실비아와 아르는 찌를 내서 내가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실비아와 아르가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결국 아르는 꼴찌로 시작하게 되었다. 

       

       “히잉!”

       “푸하핫, 꼭 늦게 시작한다고 지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이 게임엔 변수가 아주 많거든.”

       

       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주사위를 던졌다. 

       

       데구르르.

       

       “이렇게 주사위 눈이 2, 4가 나왔지? 그럼 여섯 칸 가는 거야. 하나, 둘…. 읏차.”

       

       나는 파란색 미니 아르를 여섯 번째 칸에 놓았다. 

       

       “여기는, 어디 보자. 캐머해릴이 나왔지? 도착한 곳에서는 땅을 사고, 돈이 충분하다면 건물도 지을 수 있어.”

       “땅 사면 모가 조아?”

       “만약 내가 여기를 샀는데 다음번에 아르가 내 땅을 밟으면 통행료를 내야 되는 거야. 우리도 도시 들어갈 때 통행료 내잖아? 그거랑 똑같은 거지.”

       “아항!”

       

       아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토지 가격은 도시마다 다르니, 여기 있는 카드 뒷면에서 확인을 하면 돼.”

       

       나는 캐머해릴 카드를 집어들어 아르와 실비아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면 땅값은 10실버지? 구매할 때 여기 가운데 은행에 10실버를 내면 이 카드를 가져갈 수 있는 거야.”

       “땅이 왜 이러케 싼 고야? 도시를 사는 거자나.”

       “으음…. 자, 봐 봐 아르야? 아르 예전에 간 히파르 기억 나지? 엄청 좋은 온천.”

       “우응! 온천 조아! 그리구 간식 파는 가게들도 많아서 엄청 조아써.”

       “근데 그 히파르에 온천도 없고 가게도 없어서 완전 맨땅이라고 생각해 봐. 가고 싶을까?”

       “안 가고 시플 거 가타.”

       “그거야. 마찬가지로 통행료를 많이 받고 싶으면 여기다 건물을 지어야 해.”

       

       나는 미리 만들어 둔 텐트, 오두막, 그리고 성 모형을 가리켰다. 

       

       “돈을 내고 저 건물들을 지어 놓으면, 다른 사람이 내 땅을 밟을 때 그만큼 더 돈을 받을 수 있어. 건물 지을 때 드는 돈도 도시마다 다른데, 다 이 카드 뒤에 써 있으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러쿠낭!”

       

       나는 바로 25실버를 은행에 추가로 지불하고 성을 지었다.

       

       “우아, 바로 성을 지어써!”

       

       아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르두 성 짓고 싶당….”

       “하하하, 아르 차례를 기다리렴.”

       “후후, 이제 제 차롄가요.”

       

       실비아는 주사위를 들어 가볍게 던졌다. 

       

       데구르르.

       

       눈금은 합 7이 나왔고, 실비아는 아슬아슬하게 내 캐머해릴을 피해 가서 바칸트에 도착했다.

       

       “저는 일단 땅을 사고…. 이거 건물 짓는 거 제한이 혹시 있나요, 레온 씨?”

       “딱히 제한은 없는데, 한 번 왔을 때 하나만 지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추가로 건물을 짓고 싶으면 다음 바퀴 때 와서 지어야 된다는 말이죠.”

       “그렇군요. 그럼 일단 전 오두막 짓고 넘어갈게요.”

       

       실비아는 은행에 돈을 지불하고 바칸트에 오두막 하나를 지은 뒤 턴을 마쳤다. 

       

       “히히, 드뎌 아르 차례 왔당!”

       

       아르는 굉장히 설레는 듯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제발 가튼 거 나와라, 가튼 거….”

       

       아르는 초장부터 더블 찬스를 노리는 듯, 주사위를 두 손 안에 꼭 쥔 채 이리저리 흔들었다. 

       

       “얍!”

       

       그리고 멋지게 촤악, 하고 뿌렸다.

       

       결과는….

       

       “앗…!”

       “엇.”

       “쀼…?!”

       “같은 게 나오긴 했네….”

       

       아르가 던진 주사위의 눈금은 3, 3이었고.

       

       “후잉…! 아르 바로 통행료 걸려써….”

       

       여섯 칸을 움직인 아르는 성이 지어져 있는 내 캐머해릴에 와서 통행료를 납부해야 했다. 

       

       아르는 떨리는 손으로 회색 미니 아르를 옮겼다.

       

       “하핫, 아르야. 미안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다. 게임은 게임이고 받을 건 받아야지. 통행료는 50실버 되시겠습니다.”

       “오, 오십 실버나 대?”

       “건물이 비쌀수록 받는 돈도 올라가거든. 그리고 아직 첫 번째 구역이라 그렇지, 저어기 뒤쪽 구역 가면 통행료가 더 비싸진다?”

       “쿠우욱…. 어쩔 수 업찌….”

       

       아르는 분하다는 듯 내게 50실버를 주었다. 

       

       “대신 아르가 이제는 먼저 앞서 나가서 땅 미리 살 꼬야!”

       

       아르는 힘차게 다시 주사위를 굴렸고.

       

       이번에는 아르의 바람대로 눈금 합 8이 나와 앞서 나가게 되었다.

       

       플레이어 겸 은행 겸 진행자 역할을 하는 나는 바로 물어보았다. 

       

       “오, 몬데레토에 도착하셨군요. 땅을 사실 건가요?”

       “우응! 당요니 살 고야. 성도 지을 고야.”

       

       아르는 시작하자마자 통행료를 낸 것을 마음에 담아 둔 듯, 걸리기만 해 보라는 식으로 바로 성을 구입하겠다고 나섰다. 

       

       “땅값 15실버에 성 건설 비용 50실버입니다.”

       “요기 이씀미다!”

       

       내가 진행자 투로 말하자 아르도 공손히 돈을 내밀었고.

       

       나는 피식 웃으며 아르에게 몬데레토 카드와 성 모형을 내밀었다. 

       

       “히히히. 아르두 이제 땅 가져따! 부자댜!”

       

       마치 진짜 몬데레토 영지를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아르를 보며 나와 실비아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시 내 차롄가.”

       

       하지만 아르의 기대에 어긋나게도, 나와 실비아는 아르의 땅을 아슬아슬하게 밟지 않았고.

       

       “힝.”

       

       다시 아르의 차례가 왔다. 

       

       “이얍!”

       

       촤르르르.

       

       “오! 레온! 아르 몬가 구석에 큰 데 걸려써!”

       

       주사위 결과 특수 구역에 가게 된 아르는 눈을 크게 떴다. 

       

       뭔가 그림이 따로 그려져 있는 걸 보니 좋은 게 걸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 아르야. 거기 써 있는 글자를 읽어 볼래?”

       “우응? 무인도…라구 써져 있는뎅…?”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무인도가 어떤 곳인지 알려 주었다. 

       

       “3턴 동안 아무 데도 못 가고 쉬어야 되는 곳이야. 중간에 나가려면 더블이 나와야 돼.”

       

       텐트 안에는 아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삐유우우우우…!”

       

       다행히 아르는 다음 턴에 더블을 던져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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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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