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63

       

        

        

        

       “고객님은…피부는 정말 좋으세요. 지성도 아니고 건성도 아니시구요. 기초화장은 평소 하시던 대로 하시면 문제없으실 거고, 나중에 겨울철에 페이스오일 정도만 해주시면 되세요.”

        

       “혹시 선크림은 바르고 오셨나요? 어디…파운데이션은 13호 쓰실 것 같은데. 아무튼 워낙 베이스가 좋으셔서 블러셔나 쉐딩 사용은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쪽에선 이 제품이 괜찮은데, 어떠신가요?”

        

       “네, 감사합니다. 혹시 메이크업 룸 있나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습니다. 안내해드릴게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화장이란 적을 불태우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면 건물 부서지면서 나온 흙먼지랑 화약 터지면서 나온 가스가 피부 위에 쌓이는 그런 거라든가. 작전 한 번 뛰고 온 다음 얼굴에 허옇게 쌓인 돌가루 같은 게 택티컬 화장이 아니었단 말야?

        

        아무튼 이렇게 생각해보니, 피부고 뭐고 관리를 1도 할 수 없는 전장에 4년 넘게 있었으면서도 피부가 멀쩡해서 참 다행이긴 한데.

        

        한편, 그 와중에도 다이스랑 직원분은 생전 처음 듣는 온갖 단어를 써가면서 나를 메이크업 룸이라는 지옥의 구렁텅이로 데려가고 있다. 이곳이 그 말레볼제인가하는 곳인가? 내 업보를 의미하는 건가?

        

        그렇게 나는 생전 처음 느끼는 무력감에 몸서리쳐야 했다.

        

        

        

       “아으….”

        

       “와, 별로 손댈 필요가 없네. 유진 씨는 그냥 아이랑 립 메이크업만 잘 배워두면 끝일 것 같은데….”

        

       “아븝, 읍.” 

       

       “아아, 움직이면 안 돼요!”

        

        

        

        무슨 치과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광대와 콧날, 이마와 턱을 오가는 스틱에 이어 브러시인지 뭔지가 얼굴 위를 톡톡 친다. 난리도 아니다. 나는 그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몸서리칠 뿐…이것이 화장?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참으로 많구나 싶다.

        

        한편 다이스는 열심히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와아, 손도 별로 안 댔는데 벌써 괜찮네. 얼굴이 워낙 조막만해서 쉐딩은…아이, 진짜. 나도 이런 거 잘 못하는데. 이따 아이 메이크업은 도움 좀 받아야겠다.”

        

       “…못 한다고 말하는 것치곤 정말 무지하게 신나셨네요.”

        

       “히히. 자, 이제 눈 떠도 돼요.”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건지 원.

        

        그리하여 간신히 눈을 떴다. 코 끝을 스쳐지나가는 화장품 향기가 굉장히 어색하다. 그 와중 거울 속에 있는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 뭐라고 해야 하나. 그리 극적으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있나 싶어 자세히 봤지만 글쎄다. 그저 음영 대비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것밖엔 모르겠다. 시간을 투자해서 이 정도의 변화만 나타난다면 좀 비효율적인 게 아닐까.

        

        힐끔 다이스를 쳐다보자 이어지는 변명.

        

        

        

       “…아니, 화장 한 거랑 안 한 거랑 별로 차이가 없어서 그런 거지, 제가 화장을 못하는 게 아니에요! 제 얼굴도 제가 직접 꾸미고 나왔다구요. 전부 가이드라인 따라서 화장한 건데!”

        

       “흠….”

        

       “아유, 좋게 보면 그냥 원판이 대단한 거죠. 다이아몬드도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으로 깎아놓고 반지 위에 그냥 올리잖아요, 이것저것 따로 치장 안 하고. 그런 거랑 비슷한 거예요.”

        

       “…부끄러우니까 그런 말 좀 그만해요.”

        

       “꾸엑!”

        

        

        

        꼭 한 마디씩 이상한 말을 덧붙여서 문제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화장지옥은 이제서야 그 서막을 올렸는데, 이는 이제서야 기초공사가 끝났고, 다음은 인테리어에 해당하는 눈화장과 입술화장 차례라며 다이스가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드라마틱하게 바뀔까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는 이 기회에 그냥 한 번쯤 경험해보자 하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나중에 힘들거나 어려우면 그냥 방 한구석에 짱박아두면 되고, 관심이 생기거나 여력이 나면 남한테 배우면 되는 거니까.

        

        여하간, 몇 분이나 지났을까.

        

        

        

       “─피부가 백색이시니, 글리터링 펄이 조금 들어간 핑크색 계열의 아이섀도우가──”

        

       “아이라인이 이미 날카로우셔서, 구태여 삼각형으로 칠해서 살릴 필요보단 붓펜 계열로 얕게 그려서 자연스럽게 하는 게….”

        

       “속눈썹도 뷰러로 살짝 올리고, 속눈썹이 꽤 기시니 마스카라는 너무 과하지 않게, 이렇게───”

        

        

        

        모르는 단어와 모르는 손길이 내 얼굴 위를 이렇게나 많이 스쳐지나가는 건 또 처음이네. 치장이고 나발이고 옛날엔 발라클라바 쓰거나 시가전용 위장크림 바른 채 전장 투입되는게 얼굴미용 끝이었는데.

        

        그나마 이제 작전 중 시간이 남거나 하면, 맨하탄에 최소 몇 개 즈음은 있는 코스매틱 같은 데를 뒤져서 기초화장품 정도만 쓸어오곤 했지. 하지만 거기선 반쯤 단체생활을 했기에, 양심없는 팀원들이 자기 피부관리 좀 하자면서 뺏어간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스파링으로 혼내주긴 했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과거의 기억들을 열심히 회상하고 있자니, 눈화장용품을 이따시만큼 산 다이스가 나를 다시 메이크업 룸으로 끌고 들어갔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직원 분을 도우미로 불러왔단 점일까.

        

        그렇게 나는 어머어머, 와 대박 같이 중간중간 들어간 추임새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리고 있었다. 여기에 너무 진지하게 집중하면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아서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눈 떠봐요. 이야, 너무 예쁘다. 포인트 몇 개 잡아서 살려주니 금세 티가 확 나네.”

        

       “굉장히 잘 어울리세요.”

        

        

        

        흐즈므르….

        

        하지만 거울 너머를 보니, 그래도 ‘아, 저 사람이 꽤 꾸미고 나왔구나’ 하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눈 위에서 옅게 반짝거리는 섀도우와 적당히 나온 아이라인, 마스카라까지 깔끔하게 발린 채 위로 솟은 속눈썹 등, 객관적으로도 예쁘다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게 내 눈이 아니라 거울에서 보여서 문제긴 한데.

        

        …이걸 왜 설명하고 있을까 싶다. 자괴감이 막 드네.

        

        

        아무튼 그냥 꾸미고 나왔다 정도의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되겠지-만, 힐끔 시선을 돌려 화장대 옆을 살펴보니 여러 색깔의 립스틱과 립글로즈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것도 하겠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또다시 눈을 감았다.

        

        

        

       “─입술은 현재 고객님 하신 것처럼 외부는 연하게, 안으로 들어갈수록 진하게 바르면──”

        

       “핑크 톤은 여기 있으니, 전체적으로 한 번 바르고 립 브러시로 안쪽만 진하게 칠해준 다음, 경계선만 잘 마무리하면….”

        

       “네네. 그렇게 하시면 엄청 예쁠 것 같아요.”

        

        

        

        아.

        

        정신나갈 것 같아.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오늘의 수확.

        

        앞으로 2일 안에 내 집으로 자동배송될 예정인 30만원 어치의 색조화장품과 입가에서 미소가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다이스.

        

        백화점이란 건 즐거운 장소거나, 아니면 부비트랩이 길가에 널린 돌멩이만큼 흔한 곳일 줄 알았더니, 사람을 미친듯이 피곤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구나. 이렇게 이곳은 내게 있어서 세 번째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간단한 대화가 이어진다.

        

        

        

       “처음 해본 느낌이 어때요?”

        

       “정신적 피로가 엄청나네요.”

        

       “히히. 그래도 굉장히 예쁘네요. 원래 이렇게 포인트만 좀 잘 잡아줘도 눈에 확 띈대요. 뭔 소린지 몰랐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네요.”

        

       “…앞으로도 그냥 기초화장만 한 다음, 선크림만 바르고 다녀야겠어요.”

        

       “아이, 그래도 가끔씩 해줘요. 제가 사준 보람이 없잖아요.”

        

       “…장담은 못 해요.”

        

        

        

        진심이었다.

        

        내 돈으로 산 거였으면 진즉에 한 구석에 처박아놨겠지만, 안타깝게도 다이스는 30만원에 달하는 자신의 돈을 쾌척함으로서 내 핑계를 원천차단해버렸다.

        

        앞으로 화장을 하고 나갈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아니면 차라리 그런 공적인 자리에 나갈 때는 스타일리스트를 만나서 코디를 받는 게 낫겠지. 맨날 킬로그램 단위의 쇳덩어리나 들고 다니던 내가 그런 섬세한 작업을 어떻게 해.

        

        심력 소모가 다대하다 보니 단 게 땡기기 시작했다.

        

        시선이 마주했다.

        

        

        

       “유진 씨.”

        

       “네?”

        

       “지금 저랑 같은 생각 하고 있죠?”

        

       “전혀 아닐 것 같은데요.”

        

       “에이, 얼굴 꾸몄으면 이젠 옷 쇼핑 차례죠. 여기 여성 의류가 2층부터 있다고 하니, 우리 한 벌씩만 사요. 이런 데는 비싸서 몇 개씩 사다 보면 상금이 금방 동나버릴 테니, 여러 군데 둘러보죠. 어때요?”

        

       “하이구.”

        

        

        

        작게 한숨을 쉰 다음 말했다.

        

        

        

       “이제 제가 카페로 강제로 끌고 가면 되는 거죠?”

        

       “에이, 모처럼 이런 곳까지 왔는데 쇼핑 좀 해요, 제가-우와아악, 허리에 꼬리가! 몸이 떴어요! 떴다구요!”

        

       “단 거나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아니, 방금 전까지 뷔페에서 디저트만 15종류를 넘게 먹은 사람이-우왁, 알았어요! 알았어! 그러니까 좀 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택티컬 보쌈.

        

        옛날 게임 미션에서 하모니를 들고 뛸 때 누가 채팅창에서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딱 그짝이 아닐까 싶다. 물론 보쌈은 좀 그렇고 그런 의미도 담겨있지만, 내 보쌈은 심도깊은 대화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좀 다를 것이었다.

        

        목적지는 진실의 방…이 아닌 카페. 유료로 내 얼굴을 가지고 논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

        

        

        물론, 그 이후 어쨌든 옷도 샀다.

        

        백화점에 대한 내 헤이트 수치는 오늘도 나날히 높아진다.

        

        

        

        

        

        

        

        

        

        

        

        

        

        

        

       “다음 주부터는 광고 촬영 시즌이네요. 그러고 보니, 유진 씨는 협찬은 있어도 현실에서 광고 찍는 건 어렵겠어요. 어떤 제의 받으셨나요?”

        

       “액세서리, 스포츠용품 콜라보레이션이랑…SSM 재계약 요청도 있네요. 공중파 인터뷰야 뭐 당연하고, 프로게이머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든지, 뭐 그런. 그리고 의외로 전술 장비 홍보 요청이 많이 들어왔더라구요.”

        

       “오홍…진짜 신기하다. 스포츠용품이나 일상생활 용품 같은 건 당연히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액세서리랑 전술 장비 홍보는 또 처음 들어보는 것 같-으악, 야! 꿈틀대지 마!”

        

       “저런.”

        

        

        

        뭐라고 해야 하나.

        

        하도 조르길래 결국 뱀도 취급하는 파충류 카페에 왔건만, 다이스가 현실 뱀과 좀 더 친밀한 관계가 되려면 아무래도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긴장해서 그런지 몸도 뻣뻣하고.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 오후 5시 26분. 우리들은 방금 설명했듯 서울의 한 동물 카페에 와있었다. 아무래도 저녁식사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었기 때문에, 백화점 쇼핑 이후 간택된 것이 바로 이 장소.

        

        어떻게 보면 사격장을 제외하고는 하모니와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는 중이다. 물론 지난 번에는 포유류 종류를 위주로 했다면, 이번엔 파충류. 뱀과 도마뱀, 거북 등이 위주인 곳에 왔다.

        

        

        목에 감긴 노란 볼파이톤 한 마리가 스륵스륵 움직이더니 어깨 위에서 춤추듯 움직인다. 손으로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니 볼에 얼굴을 슬쩍 부빈다. 얘 사실 굉장히 똑똑한 게 아닐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만 할지 감이 좀 안 잡히긴 하는데, 뭐라 하면 좋을까. 내 감성은 일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아나콘다란 이유만으로 파충류들과 기본 친밀도에 보너스 가산이 있는…뭐 그런 느낌?

        

        유달리 내 말도 잘 따르고, 친근하게 엉겨붙는다.

        

        

        

       “와, 뱀 사이에 뱀 있다. 히히.”

        

       “그렇게나 잘 어울려요?”

        

       “이렇게 보니 유진 씨 얼굴도 약간 뱀상이네요. 나쁜 뜻은 아니고, 그냥 뭐라고 해야 하나. 뱀 특유의…요염함?”

        

       “아휴.”

        

       “앜!”

        

        

        

        꼬리로 발목을 찰싹 때렸다.

        

        당연히 그리 아프게 때리진 않았다.

        

        

        

       “밑에도 뱀 한 마리 있나보네요. 걔가 대신 때린 걸지도.”

        

       “…어련하시겠어요. 아무튼 유진 씨 덕분에 사진 몇 장 찍어주는 걸로 공짜 간식도 얻어먹고, 별의 별 일이 다 있네요. 잘 먹을게요.”

        

        

        

        아이스티를 쪽 하고 빨아들이는 다이스.

        

        그 말이 맞긴 했다. 요즘 동물 카페는 죄다 발현자를 동반한 채 첫 방문 시 무료 행사를 하고 있단다. 여기 역시도 비슷했고. 물론 파충류 카페에 파충류 발현자가 들어오니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과 알바생의 눈동자가 화등잔만하게 커지긴 했는데, 별 수 있나.

        

        그런 부분만 좀 적당히 고려한다면, 돈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

        

        아무튼 대화는 비슷한 아젠다로 계속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에 대해서 제가 딱히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얘기한 적 있었나요?”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뭔가 특이한 점이 있긴 한가보네요.”

        

       “그럴 만하거든요. 요컨대 스크림-인터뷰라고 해야 하나. 공중파라고 해서 VR 인터뷰 기능을 안 쓰는 건 아니거든요. 물론 현실에서도 인터뷰를 하긴 하겠지만, 유진 씨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 제한이 있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건 그렇고, 기존 인터뷰랑은 다른 의미로 생생하겠네요. AP 국가대표라는 특수성 때문인가요?”

        

       “맞아요.”

        

        

        

        음료와 같이 나온 당근 케이크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서예린이 슬그머니 말을 이었다.

        

        

        

       “국가대표의 타이틀이 그래 오래 가지는 않거든요. 고작해야 한 달? 물론 받아놓은 광고의 양이 양인 만큼 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이후에도 촬영 등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한부란 건 변함이 없어요.”

        

       “그렇군요. 그래서 제한된 기간 사이에 많은 걸 보여줘야 하기에, 이런 특수한 형태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같은데. 모든 인터뷰가 다 그런가요?”

        

       “다 그렇지는 않아요. 대신 유진 씨가 정확히 짚었듯이, 아무래도 대한민국 인구 열 명 중 한 명이 봤던 KSM이라고는 해도, 보지 않은 9명의 사람들 중에도 스폰서와 광고주들이 적잖이 섞여있거든요.”

        

       “아하.”

        

        

        

        역시나 자본주의적 논리.

        

        하기야, 여기서의 다크 존이란 내 과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게임이었으니까. 막대한 자본적 흐름과 긴밀하게 연계되지 않을 리가 없겠지.

        

        사실 더 흥미로운 건 남들이 듣지 못하도록 아주 작게 이어진 다음 말이었다.

        

        

        

       “그리고 스크림 인터뷰라고는 해도, 어차피 보여주는 건 그리 없어요. 우리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조차 인지하는 프로의 영역이 아닌 이들이 자세하게 봐봤자, 타국 선수들과의 실력적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는 없으니.”

        

       “하하, 그냥 멋있기만 하면 된다는 거군요.”

        

       “그렇죠. 거기에 1주차 때 놀면서 떨어진 감각을 되찾는 것도 있죠. 아무래도 관중이 많을수록 다시 긴장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더니 장난스런 웃음을 지은 그녀가 덧붙였다.

        

        아르바이트생이 내 간식인 허니 브레드를 들고 오는 광경이 시야에 비춰지고 있었다.

        

        

        

       “유진 씨는 벌써부터 알아보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꽤 긴장하셔야겠어요.”

        

       “…네?”

        

        

        

        그리고 달그락.

        

        남성 아르바이트생이 테이블 위에 올려준 트레이. 거기 놓인 접시에 담긴 허니 브레드 위에 올려진 초콜릿 플레이트 – 그 위에 적힌 ‘KSM 1위 축하합니다!’ 라는 글씨까지.

        

        그와 동시에 내밀어지는 한 장의 A4 용지 및 펜.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말.

        

        

        

       “그…혹시, 스트리머 유진 님 맞으신가요? KSM 1위 및 아시아 예선전 진출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 제가 사인을 해본 적이 없는데…아쉽게도 사진 같은 건 못 찍어드려요. 원하시는 문구 있으신가요?”

        

       “아아, 그냥 아무런 말 적어주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옆의 분은…혹시 같은 프로게이머 분이신가요?”

        

        

        

        힐끔.

        

        잠깐의 시선 교환 후, 서예린의 입이 열린다.

        

        

        

       “어디 가서 말하시면 저희 법무팀이 찾아올 거니까 유념하세요. 아무튼 이번 KSM 2위로 통과한 프로게이머 다이스예요. SSM Entertainment 소속. 반갑습니다.”

        

       “와, 와, 와, 우와, 어떡해…! 금방 A4용지 하나 더 가져올게요!”

       

        

        

        그렇게 사라지는 알바생.

        

        적당히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으라는 문구를 종이에 적으며 입을 열었다.

        

        

        

       “그쪽도 마찬가지예요.”

        

       “…네. 불똥이 튀네요. 이건 예상 못 했어요.”

        

        

        

        그럼 그렇지.

        

        다이스의 정산 역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은…화장응애야….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