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63

        

       “세상에, 축하드려요!”

         

       혁기린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흑묘를 축하해 주었다. 나 역시 놀라움을 표시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우리 둘의 칭찬에 어깨가 한 치는 올라가는 흑묘.

         

       “흐흥. 이게 다 수련의 성과지요!”

         

       콧대를 세 치는 세우는 흑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뭐 점창파에 있을 때부터 정말 경지를 넘는 문턱에 서 있었으니…흑묘 역시 꽤나 애를 태웠으니까.

         

       나 역시 크게 한 숨 돌렸다.

         

       흑묘가 자력으로 초절정에 올랐으니 화경에 오르는 일은 확정이라 볼 수 있었다. 흑묘의 한계경지가 초절정이라도 깨달음을 얻으면 화경에 오를 수 있으니까.

         

       물론 깨달음 DB속에 진짜 흑묘의 깨달음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문제긴 하지만..

         

       “으음…그나저나 혁기린 대협이 이렇게 강했었나요? 경지가 올라서 눈이 트인 건가..”

         

       “후후. 글쎄요.”

         

       “후훙! 아무래도 좋을 일이지만!”

         

       흑묘가 혁기린에게 달려들어 뺨을 비볐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홀로 있었던 흑묘는 마냥 혁기린과 있는 시간이 좋은 모양이다.

         

       “이제 다 끝난 거죠? 내일부터 낙양 구경이나 가자고요!”

         

       “음…그거에 관해서 할 말이 있다만.”

         

       흑묘에게 금의위 외부고문이 된 사실을 말해 주려 했을 때 혁기린이 끼어들었다.

         

       “흑묘 님에게 털어놓을 사실이 있습니다.”

         

       “으음?”

         

       혁기린은 황궁에서 있던 사실을 이야기했다. 자신은 황족이며 두작과 남매 관계라는 것. 두작이 폭주하여 호천안과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결과 남매 다툼이 있었으며 그 때문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사 인사와 내 소문을 억제하기 위해서 금위위 외부고문이 된 일까지.

         

       두작이 황제이고 자신이 공주라는 점. 그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혁기린은 황궁에 있던 모든 일을들 이야기했다.

         

       “그럼 혁기린 대협은 사실 황실 혈통이라는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속여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어차피 남장여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나저나 황실에서 직접 꾸민 연막이라…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중얼거린 흑묘는 곧바로 나를 타박했다.

         

       “선배! 하여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점창파에서 그 대형 사고를 치고도 또 그사이에 입이 근질거려가지고…으이구!”

         

       흑묘가 소리 높여 말했다.

         

       “그렇지만 혁기린 대협한테 준 거니까 봐드리죠!”

         

       “후후후, 고맙습니다 흑묘 소저.”

         

       흑묘가 혁기린에게 철썩 달라붙으며 물었다.

         

       “그래서 금의위 외부고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이죠?”

         

       “내일부터 얼굴을 비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일개 낭인이 황명을 받았으니 그 즉시 착수하는 것이 옳겠지.

         

       “혁기린 대협은 언제 폐관에 들어가시는 척을 할 생각인가요?”

         

       “어느 정도 낙양 관광을 마치면 들어갈까 합니다.”

         

       “으으~ 헤어지기 싫은데~”

         

       흑묘가 혁기린을 콱 껴안았다. 혁기린 역시 곤란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흑묘의 등을 토닥였다.

         

       “이해해 주세요. 오랜 기간 외면해온 부채를 갚아야 할 때가 왔으니까요.”

         

       “…으으. 대신 낙양 관광할 때는 신나게 노는거에요.”

         

       “후후, 예. 약속하죠. 그리고…해야 할 말도..”

         

       “음?”

         

       “아, 아니에요. 우선 오늘은 계획부터 짜 볼까요.”

         

       “좋아요! 호 선배는 퇴근해서 합류하는걸로 하고 우리는 새벽부터 신나게 돌아다니자고요!”

         

       혁기린의 안색이 순간 흐려진 듯 했지만 흑묘의 신난 모습에 곧 웃음 짓는 혁기린.

         

       “아, 그리고 두 사람이 확인해 주었으면 하는 게 있어요.”

         

       갑자기 흑묘가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 흑묘를 잠시 바라보다가 혁기린과 눈이 마주쳤다. 어쩐지 미안한 기색이 담긴 표정으로 흑묘를 바라보던 혁기린은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쓴웃음을 지었다.

         

       음.

         

       여러 가지로 혼이 쏙 빠지는군. 헤어진 일주일 동안 황궁 쪽도 흑묘 쪽도 큰일이 많다보니 서로 그 사건에 대한 사실을 전달도 해야하고 해후도 풀어야 하고 관광도 해야 하고 아주 난리다.

         

       “선배, 제 복장에서 가장 수상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음…”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상함 그 자체이긴 해 그냥 외모가 개연성이라 그렇지. 만약 내가 저러고 다녔으면 거동불심자 취급당하면서 사람들이 말도 안 받아 줬을걸. 그런데 흑묘의 외모가 워낙 뛰어나다보니 그냥 가리고 다니나 보다 하는거지.

         

       “뭐, 아무래도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것은 좀 그렇지.”

         

       보통 면사를 써도 눈은 터 놓는다. 당연히 시야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외출할 때 흑묘의 면사는 보통 모자에 달려 얼굴 전체를 덮는 식으로 사용되지만 당연히 일반적인 사용법은 아니다.

         

       “뭐 그렇지요. 아무래도 제 ‘눈’이 제일 큰 문제였으니까요.”

         

       흑묘가 면사를 벗었다. 수중동굴 이후로 오래간만에 보는 맨얼굴. 수중동굴에서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새롭다.

         

       “이건…”

         

       혁기린이 감탄 반 놀라움 반 섞인 말을 흘리며 흑묘를 주시했다. 처음으로 흑묘의 맨얼굴을 본 것일까.

         

       “두 사람은 제 기운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으니까요. 시험 상대로 적절하겠죠.”

         

       흑묘가 두 눈을 떴다. 혁기린은 입을 떡 벌리고 흑묘의 얼굴을 관찰했다. 아무래도 충격적인 외모이기는 하지.

         

       나 역시 오래간만에 보는 흑묘의 외모를 감상, 아니 관찰했다.

         

       “음…”

         

       언제봐도 늘 새로운 외모인지라 절로 나대는 심장을 제압한 뒤에 흑묘를 관찰했다.

         

       흑묘의 맑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흑묘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정남산에서 흑묘의 맨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그리고 수중동굴에서 흑묘와 함께 지내며 눈이 마주쳤을 때마다 느꼈던 점이 있다.

         

       흑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 눈에 별이 가득 떠 있는 밤하늘이 보인다.

         

       물론 비유다.

         

       지식과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태음성의 기운이 발현된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내가 아름답다 여기는 어떤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진법이 환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야.

         

       “오.”

         

       그런데 오늘은 북두칠성 정도만 보였다.

         

       “이게 초절정에 오른 성과야?”

         

       “선배가 평가하기에는 어떤가요?”

         

       “확실히 줄었네. 그런데 눈을 내놓아도 될 지는 잘 모르겠군.”

         

       “괜찮아요! 내가 이 기운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만 안 것으로도 성과니까요. 제가 이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니 이대로 있을게요.”

         

       “그래.”

         

       한동한 넋을 놓고 흑묘를 바라보던 혁기린은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입을 열었다.

         

       “정말…놀랍군요. 익히 미인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후후! 혁기린 대협에게도 꼭 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서로 얼굴 정도는 알아야죠!”

         

       “물론입니다. 평상시에 가리고 다니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의 용모로군요.”

         

       그러더니 혁기린은 내 쪽을 보며 물었다.

         

       “호 낭인님께서는 흑묘 님의 얼굴을 보신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예. 뭐 몇 번 볼 기회가 있었지요.”

         

       “…그런데도 함락이 안 됐다고?”

         

       “예?”

         

       “아, 아닙니다. 하아…”

         

       혁기린이 벽을 느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흑묘를 바라보고 다시 나를 바라본 뒤에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 흑묘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를 때 즈음 혁기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저 호 낭인님이나 흑묘 소저나…쉽지 않은, 특이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 혁기린의 모습에 우리 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을 뿐이었다.

         

       *** ***

         

       금의위 첫 출근 날이 밝았다.

         

       “선배! 혹시 일찍 퇴근하면 합류하세요!”

         

       “잘 다녀오시지요.”

         

       “네. 흑묘를 잘 부탁합니다.”

         

       흑묘가 기운차게 혁기린을 잡아 끌며 사라졌다. 마차 안에서는 수상한 웃음을 짓거나 흑묘의 얼굴을 보고 묘하게 기운 빠진 표정을 지었던 혁기린.

         

       그래도 그 후에 흑묘와 낙양 관광 계획을 세우며 기운을 되찾는가 싶더니 오늘 아침에는 완전히 회복되어 티없이 맑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혁기린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저 기운 넘치는 흑묘의 고삐를 잡아줄 사람이 생긴 셈. 이 정도면 안심하고 출근해도 되려나.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활기차게 대화를 하는 모양. 뭐 저정도면 괜찮겠지.

         

       나 역시 금의위부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관복도 아닌 그냥 평범한 무복을 입고 있는 나는 바로 관원부로 통하는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두 황군에게는 품에 있는 패를 내보였다.

         

       “금의위 외부고문 님이시로군요. 실례했습니다.”

         

       아무래도 금의위 외부고문은 내 생각보다 높은 위치인 모양이다.

         

       단번에 공손해진 두 황군을 지나쳐서 금의위부를 찾아갔다. 관원부의 지리는 잘 모르는 나였지만 금의위부를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관원부에서는 어디를 가든 금군을 볼 수 있었고 그들에게 길을 물어보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렇게 금의위부에 도착해 패를 보이자 곧바로 금의위 제독을 만날 수 있었다.

         

       “반갑네! 본인은 금의위 제독 송창식일세! 목소리 정도는 들어 보았겠지.”

         

       “본인은 사천낭인 호천안이라고 합니다. 제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금의위 제독 송창식은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장비 같은 사람.

         

       거대한 체구에 부리부리한 눈 그리고 제 멋대로 자란 갈기 수염과 머리카락까지.

         

       “그 자식에게 대충 설명은 들었네. 자네도 사정은 파악하고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래. 자네는 금의위의 신규 인원이 어떻게 충당되는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금의위가 될 수 있는 길은 여러 방편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일은 전국 각지의 황군 중 정예 인력을 뽑아오는 것일세. 자네는 그런 금의위 후보생들 중 1개 대를 교육하는 교관이 될 걸세.”

         

       “으음…그것은.”

       

       

       지금 이 금의위 외부고문이라는 신분은 내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함이다. 그러니 적당히 시간만 때우다가 내쫒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교육을 맡게 되면 그 금의위 후보생들은 폭탄을 떠안게 되는 셈인데..

         

       “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네. 금의위가 되고 싶어하는 청춘들의 인생을 짓밟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 하지만 자네가 맡을 후보생 부대는 애초에 문제가 있는 자들이라 금의위 합격 가능성이 없다네.”

         

       “그렇습니까.”

         

       내 얼굴에서 찜찜함이 그대로 드러났는지 송창식은 웃으며 이야기를 보탰다.

         

       “안타깝지만 출신이나 무공 경지, 성격 등, 뚜렷한 결격 사유가 있어서 금의위에 어울리지 않는 자들일세. 그저 애써 올려보낸 지방관들의 노고가 있으니 훈련을 받게 해 주고 시험이나 보게 해 주는 실정이야.”

         

       그러니까 본래라면 탈락해야 할 사람들에게 훈련소 자리가 남아 있으니 훈련이라도 받게 해 주었다는 뜻일까.

         

       조금은 찜찜함이 가셨다.

         

       “그래 오늘은 후보생들 얼굴이나 한번 보고 퇴근하게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