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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아니, 한두 점은 있으려나. 아무튼, 부끄럼 적은 생애를 살았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 둔 목록을 끄집어내고 보니……언젠가 해명하겠노라고 생각만 하고 치워두었던 일들이 뭐가 이리도 많은지.

        

       역시 무엇이든 너무 미루면 안 된다는 거겠지. 이전에 옷을 정리할 때 느꼈던 교훈을 다시 얻는 기분이었다.

        

       그 박스들은 여전히 한쪽 방구석에 곱게 쌓여 있지만.

        

       ……교훈은 얻었으니까.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이, 학습과 실천은 별개 문제인 것이다.

        

       아무튼……지금이라도, 차근차근. 방송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미뤄둔 과업을 정리할 생각이기는 한데.

        

       -바이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시발 알몸 도게자를 했다고??? 이건 좀……】

        

       『이건 바이콘도 뿔 부러지네』

       『해명이 아니라 방화 방송인데』

       『대체 뭐가 해명되고 있는 건데』

        

       쉽지 않은 면이 있더라.

        

       “음……오해가 있네요. 알몸 도게자를 한 게 아니라, 시킨 거예요. 해명이 되었을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채팅들. 그게 더 문제라는 반응이 많은데……하기야, 술을 먹은 것과 술을 먹인 것 중 뭐가 더 나쁜지 따져보면 후자인 것 같기도 하고.

        

       학폭을 당한 게 아니라 한 거라고 해명하는 수준……아니, 그 정도는 아니려나.

        

       어디까지나 각자 자의로 참여한 결투의 상품이었으니.

        

       “자.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정정당당한 사나이들의 결투였어요. 무엇보다, 제가 처음에 알몸 도게자를 시키려던 분은 결국 도망가서 못 시켰고……대타로 오셨던 분은 요즘 아무 불만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 도질님? 혹시 계신가요?”

        

       -갱생도질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저 나가도 될까요】

        

       “아니, 아니. 안 돼. 그 일을 계기로 착실하게 살고 있고, 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언은 하고 가세요.”

        

       『깡패 아니냐……?』

       『야 우리 친하지? 친하잖아~ 빨리 친하다고 해ㅋㅋ』

       『얘 얼굴 안 까는게 학폭 논란 때문 아님?』

       『오소독스 얘긴 언제 하는데!!!』

       『됐으니까 도적이나 돌립시다』

       『이거 해명 방송 맞지?』

        

       -갱생도질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네 너그럽게 용서해주신 덕분에 저는 행복하게 도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ㅠㅠ】

        

       ……이 사람,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누가 칼을 들고 협박하고 있는 듯이 말하는 거야.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지만……이상한 생각을 품을, 그런 교묘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루에 10판씩 도적을 하는 성실한 도질이 그럴 리가 있나.

        

       “……좋은 뜻으로 해석할게요. 아무튼, 아이디에 갱생이 붙은 것만 봐도 악의 소굴에서 벗어나 선량한 도적이 되었다는 것이 보이네요. 다들 박수 한번 주시고……자. 그럼 알몸 도게자 건은 해명되었으니, 다음으로 가볼까요.”

        

       다음으로, 뭐였지.

        

       아, 핵 해명.

        

       “그리고, 핵 사용 해명 요구가 있었네요. 투시핵이랑, 어떤 다른 핵 의혹이었는데. 그다지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보니, 잘 기억이 안 나기는 하는데……아. 도질님, 아직 안 나가셨구나. 그때 도질님이 제가 무슨무슨 핵 쓰는 쓰레기 같은 년이라고 글을 쓰셨던 것 같은데……혹시, 무슨 핵 쓰는 년이라 하셨는지 기억하시나요.”

        

       -갱생도질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년이라곤 안 했어요……】

        

       미리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즉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속도로 거액의 도네이션이 도착했다.

        

       ……아니, 그런 뜻은 정말로 아니었는데. 미안하게 왜 이러는 거야.

        

       “아니, 사과는 하지 마시고……정말로, 안 하셔도 돼요. 이미 갱생했는데. 그리고 돈은 또 왜 이렇게 많이……환불드릴 거니까 나중에 개인메세지 보내요. 도적부흥운동 회비로 기부하실 거면, 나중에 해명방송 끝나고 해주시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말은 걸어 놓고는 상대에게 대답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하는 시스템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생긴 거면 몰라도.

        

       “도네 안 하시고 채팅만 치셔도 되게, 내역 띄울게요.”

       

       그렇게, 갱생도질의 아이디를 클릭해 채팅 내역을 화면에 띄우는 순간.

       

       -갱생도질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앗 아닙니다! 환불 필요 없습니다 ㅎㅎ 아니 잠깐 그거 하지말아주세요】

       

       어쩐지 기존에 보내려던 내용이 급하게 수정된 느낌이 드는 도네이션이 울러펴지고-

        

       [갱생도질: 캬]

       [갱생도질: 아따먹! 아따먹! 아따먹!]

       [갱생도질: 억까새1끼들 죽여버리고싶네]

       [갱생도질: 병신훈수는 옆에 티어 써야됨 ㄹㅇ]

        

       [갱생도질: ???캠???]

       [갱생도질: 와]

       [갱생도질: 캬 미드보소]

       [갱생도질: ㅗㅜㅑ 도적주머니가 어우]

       [갱생도질: 목이랑 턱선만 봐도 ㅈㄴ 예쁜거 티나는데 개지랄 ㄴ]

       

       예상을 다소 벗어난 도질의 채팅 내역이 눈앞을 메우고, 약 2초. 급하게 키보드를 조작해서 흉한 내용을 화면에서 치웠다.

        

       ……이 사람, 도네이션이랑 채팅에 갭이 좀 있네.

        

       나름 소중한 우리 선봉대장 2호인데. 보호……보호해줘야지. 어느 정도는.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나 도질 일생 일대의 소원이 생겼다’로 시작하는, 상당한 욕망이 담긴 채팅이 마지막에 있었는데……그거 다 읽은 사람은 없겠지. 없어야 할 텐데.

        

       “……음. 엉뚱한 분의 채팅을 띄웠네요.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 죄송합니다. 반성의 의미로, 핵에 대해 해명할 제 권리를 오늘은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반?성』

       『아니 방금 갱생도질 맞았는데』

       『????』

       『핵 의혹 있었어???』

       『권리……?』

        

       사실 방송을 켜고 챌린저까지 찍은 시점에서, 다시 핵부터 해명하는 것도 이상하기도 하니까.  핵 해명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둔 아이디어들이 있어서, 조금은 아쉽지만……지금은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할 순간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진행을 해야지. 어디 보자. 다음이…….

        

       “아크 남자친구……? 아, 제가 아크 남자친구인지 해명하라는 요구가 있었나 보네요. 이건 방송을 시작하기 전인데. 아무튼, 당시에 해명이 어느 정도 되었고……타 스트리머에 관한 이야기니, 넘어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아크는 연애 얘기에 조금 민감한 것 같으니까. 우결 얘기만 살짝 꺼냈다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색한 모습을 마주한 게 불과 몇 주 전이다.

        

       남자친구가 정말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고.

        

       조심해줘야겠지.

        

       “다음이, 음주 방송 해명……아. 잠시만요. 마실 것 좀 가져올게요.”

        

       보니까 생각나네.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향했다. 

        

       다가오는 연말을 기념하여, 큰맘 먹고 뱅쇼를 샀었는데. 이걸 어떻게 잊고 있었는지. 병을 열어, 머그컵에 가득 따른 뱅쇼를 잠시 전자레인지로 뎁히고, 천천히 한 모금을-

        

       응. 이 맛이지.

        

       평소 단 맛을 그리 즐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언제부턴가 알코올에 한해서는 달달한 느낌도 괜찮았고- 굳이 취향의 변화에 저항할 생각은 없었다. 왜, 어렸을 때는 나물도 싫어하지 않았나. 사람이 살면서 취향이 다소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장점을 더 찾자면……안주가 필요 없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와인 베이스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끓이는 탓에 사실상 음료수에 가까운 도수를 자랑하는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보드카를 조금 타긴 했는데……조금, 정말 조금이었으니까.

        

       “자. 어디까지 했었던가요.”

        

       지금 쳐 마시고 있는 거 이야기요, 너 또 술 가져왔지, 물이라고 하기만 해봐라……걱정해주는 느낌의 채팅이 많은 게, 원주민들이 많이 돌아왔나. 친숙한 분위기가 제법 눈에 띄었다.

        

       물론, 오소독스나 도적에 대해 도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더 많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순서를 앞당기자니, 그것도 조금. 새치기를 적극 장려하는 꼴 아닌가. 예전부터 봐오던 시청자들 입장에선 오소독스 관련 해명보다 다른 해명들이 더 궁금할 수도 있는데.

        

       시간 순은 지켜야지.

        

       그래도, 새로 찾아온 사람들은 무작정 기다리다가 뿔이 많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잠시 고민한 끝에, 화면 위쪽에 공지사항을 적어 넣었다.

        

       [해명방송 중 – 오소독스님 건까지 2개 남았습니다]

        

       역시, 웨이팅에 대기 인원이 보이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니까.

        

       “음……알고 계셨나요. 중세 유럽, 물은 그냥 마시기 어려웠다고 해요. 위생상 문제도 있었고……석회질이 많기도 했고. 돈이 있다면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고 하네요.”

        

       빨라지는 채팅창을 살짝 축소하고, 남은 뱅쇼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다면, 나오나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가벼운 음주는 게임에 더욱 몰입하기 위한 좋은 조미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몰입감 증강 음료를 한잔씩 하는 건 어떨까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훅- 하고 취기가 올라오는 게……보드카, 조금 많이 탔나. 맛은 취향이었는데.

        

       채팅창을 조금 늘였다가 다시 줄이기를 반복하며 잠시 고민하는 사이, 이런저런 도네이션들이 계속하여 이어졌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채팅창 줄이는 거 다 보인다 텐련아 시1발 무슨 쥐구멍을 만들어 놓을라 하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거기 밀지마요! 개 좁아 진짜】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근데 센세는 한잔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술 마시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라는 게 논란 아니었나】

        

       아. 채팅창……보이는구나.

        

       이거, 언제 송출 화면에 띄웠지. 아까 도질 채팅 내역을 급하게 숨기려다가 잘못 누른 것 같은데. 

         

       “음……오해가 있네요. 해명해라……네. 다음 해명 방송에서 1순위로 해명하겠습니다.”

        

       다음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다시 목록이 가득 차는 날이 오겠지.

        

       언젠가는.

        

       그러면 오늘 해명할 건……이제, 오소독스 건 제외하면 한 개 남았나.

        

       어서 마무리하고 술먹방이나 할까. 최근에 합방만 너무 많이 한 탓에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니. 

        

       뱅쇼 한잔을 다시 가득 따라서 목을 축이며, 슬슬 바닥이 보이는 목록의 끝단을 살폈다.

        

       “자, 그러면……다음이. 캐릭터 비하 발언……이건 정말 오해네요. 저는 사제들을 ‘움직이는 포션인데 정작 무빙은 죄다 나쁘다’ 같은 부적절한 말로 폄하하거나, 법사에 대해 ‘게임 내내 손만 휘적휘적거리다가, 정작 지 성문 터지면 입만 놀리는 주문쟁이’라는 악질적인 비하 따위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도적이 더 우월한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가 열등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런 차별적인 사람 아닙니다.”

        

       『???』

       『존나 구체적인데요 선생님』

       『저런 채팅 없었잖아』

       『아니 누가 그렇게까지 비하를 했는데』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데’로 시작하는 말은 보통』

       『혐오방송 ㄷㄷ해』

        

       “음……저는 사제 혐오 안 합니다. 그런 방송 아니에요. 커뮤니티에 올라온 논란 해명해달라……제 논란은 아닐 것 같은데.”

        

       오랜만에 시청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덕분일까. 아니면, 당분과 알코올의 조합이 제공하는 쾌감이 폭력적인 탓일까.

        

       가벼운 대화들이, 제법 즐거웠-

        

       -전국광전사협회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숨쉬듯이 광전사 비하한 거나 해명해】

        

       “오해가 있네요. 그건 제가 캐릭터를 비하한 게 아니라, 비하된 캐릭터를 플레이하신 거여서……제가 해명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패러데이에 해명을 요청하시는 편이 어떨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kf5u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뱅쇼(Vin Chaud): 와인에 다양한 과일과 계피를 비롯한 향신료를 넣고 끓여 만든 음료수로, 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에서 흔하게 마신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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