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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더 빨리 좀 밟아 봐요!”

        

       운전석 바로 뒤에 타고 있는 소희가 그렇게 외쳤다.

        

       “나도 있는 대로 밟고 있거든!? 지금 경사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 죽겠구만!”

        

       실제로 힘든 것은 운전자가 아니라 자동차이긴 했지만, 실제로 힘겨워하고 있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네 사람이 타고 있는 차는 경차였고, 따라가야 하는 차는 겉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차였으니까. 거기에 따라가는 길이 구불구불한 산길이라면 경차로는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당연했다.

        

       “하아…….”

        

       “어, 잠깐, 살살 앉아! 거기 있는 것들 합치면 이 차보다 비싸거든!?”

        

       소희가 힘 빠진다는 듯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운전석에 앉은 여자가 기겁했다.

        

       “……여기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그야 당연히, 카메라랑 렌즈들이지. 이렇게 보여도 나는 기자 거든.”

        

       “아까는 사진 찍는 게 본업이고 기사는 목적일 뿐이라고 하더니.”

        

       “원래 먹고 사는 것이 그런 거란다.”

        

       자신을 기자라고 밝힌 그녀는, 한숨을 푹 쉬고는 계속 차를 몰았다.

        

       “그래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지금 위치는 다 찍히잖아. 그…… 메이드인지 뭔지 하는 사람 덕분에.”

        

       최나경 회장이 먼저 나간 이후, 바로 양혜인이 따라붙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양혜인의 위치는 소희가 추적할 수 있었고. 덕분에 조금 느리더라도, 이 차가 회장의 차를 완전히 놓칠 일은 없었다.

        

       유하늘, 소희, 수아 모두, 그 말을 듣고 조금 안심했다는 듯 의자에 늘어졌다.

        

       “그런데, 그 메이드라는 사람도 대단해. 자기 고용주였던 사람 차를 추적할 생각을 다 하다니.”

        

       “그 차에 현 고용주가 타고 있거든요.”

        

       소희가 일깨워주듯 말했다.

        

       “그래, 덕분에 나도 이렇게 그 차 뒤를 따라가고 있네. 고맙기도 하지.”

        

       ‘고맙기도 하지’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비꼬는 것 같았지만, 상황과 다르게 밝은 그녀의 표정이 그게 진심이라는 것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기분 좋으신가 봐요?”

        

       조수석에 타고 있던 수아가 그 기자라는 사람을 찌릿 노려보자,

        

       “그야 당연히 기분 좋……지 않고, 화가 나지, 음. 그렇게 어린아이를 납치하다니!”

        

       뒷부분에 붙인 말은 분명히 연기 톤이었다.

        

       “…….”

        

       그 와중에 유하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하다는 듯 다리를 살짝 떨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잠시 차 안이 침묵에 잠겼다.

        

       “크흠.”

        

       운전석에 앉은 자칭 기자가 조금 불편하다는 듯 헛기침했지만,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는 쉽게 다시 밝아지지 않았다.

        

       “……그…… 너무 걱정하진 마. 지금 바로 근처에서 따라가고 있는 차도 있고, 그렇게 묶어서 데리고 가는 중이니 바로 험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

        

       그 말에 오히려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어휴, 말을 말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젓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가파른 산길을 어떻게든 쉽게 올라가기 위해 구불구불하게 지어진 도로.

        

       올라가는 와중에 보이는 것은 나무뿐이었다.

        

       “참, 멀리도 도망가네.”

        

       “여기가 어딘데요?”

        

       단순히 몇 분 동안 타고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를 나온 지 벌써 한 시간 반은 되었으니까. 양혜인은 혹시라도 차에 타고 있는 사라가 다칠 수 있으니 일단은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했고, 덕분에 지금 이 차는 그 두 자동차의 뒤에 한참 멀리 떨어져서 느긋하게 따라가는 형태가 되었다.

        

       “지금 막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넘었어.”

        

       “강원도…….”

        

       “어디 밀항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럴 거면 차라리 인천이 나을 텐데.”

        

       운전 중인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말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나경은 그만큼 알기 힘든 사람이었으니까.

        

       얼굴이야 많이 알려져 있고, 나름대로 제품 홍보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동안이고, 게다가 미녀였으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 외에, 경영에 대해서는 크게 손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손댄 것도 과거 기사를 읽어보면 결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

        

       게다가, 방법은 몰라도 유하늘의 아버지도 그 여자에게 압박받고 있었다.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그녀들이 본 최나경은 그랬다. 자기 딸을 세상으로부터 격리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따르게 했으니까.

        

       사라가 아니었다면, ‘사라’는 여기 있는 세 명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계속해서 그렇게 망가져 갔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학교에서 볼 일도 없었겠지. 이미 죽었을 테니까.

        

       유하늘은 그 여자가 싫었다.

        

       ‘사라’는, 유하늘이 만나본 ‘사라’는, 결코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고집은 좀 세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소 뒤틀려있기는 해도, 사랑받으면 사랑을 돌려줄 줄도 알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였다.

        

       본인은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면 ‘사라’자신은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보이는 법이다.

        

       ‘사라’는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늘 깨작거리면서도 고기만 쏙쏙 골라 먹고, 채소, 그중에서도 피망이나 파는 저 멀리 치워두는 것이다.

        

       그건 사라와는 완전히 다른 버릇이었다. 사라는 늘 자신이 받은 음식을 다 먹으려고 노력했으니까. 채소라고 따로 남기는 일도 별로 없었고. 물론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확실한 것은 사라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사라와 ‘사라’ 모두 옷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입을 옷이 없으면 그냥 교복을 꺼내 입을 정도로 패션에는 무신경했고, 굳이 배우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사라’는 치마를 선호하고, 사라는 바지를 선호하는 정도가 달랐을까.

        

       집안 대 집안으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있고, 먹고 입는 것도 완전히 다르고 생활방식도 달랐지만—

        

       결국, ‘사라’도 유하늘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는 했지만, 그 본인은 결국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그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가시를 세우고 있었을 뿐.

        

       그런 ‘사라’를, 그 여자는……

        

       지금 ‘사라’가 얼마나 무서울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앗!”

        

       이런저런 생각이 틈 없이 쭉 이어지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소희가 그렇게 소리쳐서, 유하늘은 흠칫 어깨를 떨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차가 멈췄어!”

        

       소희는 운전석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채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기엔 내비게이션 대신 달아둔 소희의 업무용 스마트폰이 걸려 있었다.

        

       확실히, 바로 조금 전까지 계속 멀어지기만 하던 거리가, 지금은 조금씩이나마 줄고 있었다. 차가 멈췄거나, 하다못해 속도를 늦췄다는 뜻이었다.

        

       “아, 잠깐만.”

        

       그와 거의 동시에, 소희의 주머니에 있는 다른 스마트폰이 울렸다. 교복 주머니를 뒤져 자신의 전화를 꺼냈다.

        

       화면에는 ‘선배’라고만 쓰여 있었다.

        

       “아, 선배!”

        

       소희는 그 이름을 보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는 간단하게 끝났다.

        

       “무슨 일이야?”

        

       소희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유하늘이 물었다.

        

       “차가 멈췄다고 해. 아무래도 선배가 따라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고. 아무래도 길이 하나뿐이라 추적하기도 쉬웠다나 봐.”

        

       그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이 거리만 따라가면 된다는 말이지?”

        

       기자가 그렇게 말하더니, 발에 더 힘을 줬다.

        

       “이런 특종을 다른 사람한테 먼저 내줄 수는 없지. 다들 안전띠 제대로 매고. 조금 빠르게 달릴 테니까.”

        

       든든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겁난다고 해야 할지.

        

       유하늘은 잠시 고민하다가, 급격하게 흔들리는 차를 보고 겁난다는 쪽으로 생각을 접고, 얼른 안전띠를 확인했다.

        

       *

        

       “…….”

        

       푸른 승용차가 완전히 멈추는 것을 보고, 양혜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바로 신소희에게 연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이 따라오려면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빠르게 찾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길은 하나뿐이다. ‘법적으로만’ 따지자면 2차로였기에 앞을 막으면 최나경의 차가 갈 수 없겠지만, 최나경이 그런 것을 따졌다면 대낮에 학교에서 자기 수양딸을 납치하는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심했다.

        

       최나경도,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그저 평범한 체격의 여성이었다. 아무리 사라가 가볍다고 해도, 그 몸을 들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다.

        

       아니, 그보다는, 딸을 납치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그랬기에, 학교 밖으로 나온 최나경의 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라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

        

       최나경은 차의 속도를 줄였다. 조금 거리를 두고 따라가고 있었기에 아직 최나경의 차와는 거리가 조금 남아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라도 차를 뒤에 세우면 최나경이 바로 눈치채고 달아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앞에 세워도 딱히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차 밖으로 나온 양혜인이 다시 차에 탈 틈도 없이 달아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일단 앞을 막는 쪽이 더 유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차를 바싹 대면, 바로 직진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양혜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차의 속도를 줄이는 동시에 운전석 옆에 수납함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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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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