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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엔리”

       

       게임 속의 아바타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단 티가 나는 배민황은 한탄하듯이 엔리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생각하기에 저 화령님이 진짜 자기 상처 입힐 때까지 굴릴 것 같냐?”

       “아마 그럴 것 같은데요.”

       

       엔리도 저런 아라의 모습이 처음이기에 무어라 확언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아라라는 사람이 전투를 가르치는 것에 한해서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엔리가 생각하는 아라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대단한 부분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이나 빈틈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 전투라는 것을 가르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르다.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일 때야 여유도 부리고 장난도 치고 기분 따라 움직이지만 남을 가르칠 때 아라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한다.

       

       그 사실은 여태 아라에 의해 수도 없이 굴러 보았던 엔리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이었다.

       

       “진짜요?”

       “저 설마 차라리 스크림을 하는 게 낫단 생각이 들 줄은 몰랐어요.”

       “진짜 악질 저격한테 괴롭힌 당하는 느낌이에요.”

       

       엔리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팀원들 사이에서 불평이 새어 나왔다.

       

       요 세 시간 동안 아라에 의해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다 보니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라에 대한 뒷담화로 하나 되려는 팀원들의 모습에 엔리가 쓴웃음을 짓던 중 달빛이 그들을 말렸다.

       

       “벌써 쉬는 시간 2분밖에 안 남았어요. 다른 전략을 시도해보죠.”

       

       아라와의 대련이 시작되고서 30분이 지났을 무렵에 끼어들게 된 달빛은 이들이 3분의 휴식을 취할 때마다 아라에게 상처를 입힐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엔리의 팀이 지닌 무력과 아라가 지닌 무력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전략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래서 중간까지는 나름 달빛의 말을 듣던 팀원들도 지금에 와서는 그의 말을 반쯤 흘려듣고 있었다.

       

       “감독님이 화령님 상대 안 해봐서 그래요. 저건 못 이겨요.”

       “이제 더 시도할 전략도 없지 않아요?”

       “그래도.”

       “무어냐. 슬슬 포기가 하고 싶은 게냐?”

       

       그들의 투덜거림 사이에 아라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방금 전까지 아라의 뒷담화에 가까운 걸 하고 있었던지라 다들 아라의 눈치를 보았지만 아라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내 조건만 달성하면 보내 준대도?”

       “말도 안 되는 조건이잖아요!”

       

       여태 너무 고생을 한 나머지 악에 받친 나비린이 아라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건 그냥 일방적인 괴롭힘이에요!”

       “나비린의 말이 좀 과한 것 같지만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일을 반복하는데 의미가 있다 생각하진 않습니다.”

       

       나비린의 투정에 배민황이 말을 더했다.

       

       정중하게 이게 옳은 일이냐 묻는 그의 발언에 엔리의 팀원들이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다들 반복해서 하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아라는 그 말을 듣고는 팔짱을 끼더니 작게 침음성을 냈다.

       

       “음. 그래. 그대들에겐 어려울 수 있었겠군.”

       “그쵸?”

       “그럼 여기까지만.”

       “좋다. 그대들에게 도움을 줄 사람을 추가해주마. 달빛?”

       “네?”

       “그대도 싸움에 참가해라.”

       

       아라는 그리 말을 하고는 다시 자리를 떠버렸다.

       

       이 대련의 끝나길 바랐던 사람들은 꽤 큰 실망을 했으나 이전보다 조건이 나아졌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한 때 프로로써 이름을 떨쳤던 달빛이 대련에 참가한다면 분명 아라에게 상처를 낼 수 있을 테니까.

       

       달빛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프로 레벨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사람이다.

       

       지금은 은퇴를 선언하고 방송인으로 전업을 하긴 했지만 하고자 했다면 얼마든 프로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을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대련의 팀원이 되었으니 이전과는 양상이 전혀 달라질 터.

       

       엔리와 엔리의 팀원들은 달빛을 향해 기대가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가 이 길고도 고통스러운 대련을 끝내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달빛님.”

       “감독님.”

       “저희 감독님만 믿어요?”

       

       팀원들의 부담스러운 눈빛 속에서 달빛은 쓴웃음을 지었다.

       

       *

       

       이거 감독의 권위가 달린 문제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달빛은 화령의 말을 듣고서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화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1:1 대전에서 이기라는 것도 아니고 6:1로.

       

       그것도 상처 하나 입히는 일을 전프로인 그가 성공하지 못하겠는가.

       

       그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괴물들만 보이는 프로의 세계에서도 성과를 내어 본 사람이다.

       

       아무리 화령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럼에도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채팅창 때문이었다.

       

       – 오. 세체소 보여주나?

       – 화령도 이제 끝내려고 그러나 보네.

       – 근데 이 분 은퇴한 퇴물 아님?

       – ㅈㄹ. 전전전 다이나믹스 에이스가 좆으로 보이냐?

       

       달빛은 자신을 향하는 기대감이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실패를 한 순간 가면을 바꾸어 자신을 욕할 이들이 두려웠다.

       

       프로로 활동할 적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 어떤 비난을 보더라도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달랐다.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비난이 무서웠다. 왜인지는 몰랐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는 것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욕설을 받는 것의 차이인 것일까.

       

       실제로 자신의 실수로 경매를 망쳐버린 달빛은 어제 하루 종일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사람들의 욕설을 채팅창과 도네이션을 가리지 않고 그에게 쏟아졌다.

       

       개 중에는 동정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그를 욕받이 정도로 생각했다.

       

       그 비난의 정도가 얼마나 강했던지 달빛은 어제 방송을 하는 내내 숨이 막힌단 느낌을 받았다.

       

       그 끔찍한 감각은 방송을 끄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어졌고 지금도 여전했다.

       

       그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항상 걱정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화령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슨 말을 던지려나.

       

       무어라 확신할 순 없겠지만 그게 바르고 고운 말이 아닐거란 건 너무도 분명했다.

       

       “감독님?”

       

       엔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달빛은 자신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그 시선에 애써 웃어보였다.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그보다 저희 빨리 어떻게 싸울 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죠.”

       

       화령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3분이 지나자마자 그들에게 찾아왔다.

       

       “준비는 끝났나?”

       

       그녀의 물음에 달빛은 자신이 앞으로 나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두 자루의 단검이었다.

       

       소드 댄서.

       

       두 자루의 단검을 사용하는 스피드 계열 캐릭터.

       

       상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를 지니고 있어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보정 없이는 이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허나 달빛은 다르다.

       

       프로시절에 수도 없이 소드 댄서를 플레이 해 봤던 그는 아무런 보정을 받지 않고도 이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럼 와라.”

       

       화령이 말을 함과 동시에 달빛이 발을 움직인다.

       

       소드 댄서가 지닌 최고 속도는 눈으로 따라잡기 버겁다.

       

       프로 레벨에서나 보고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보통 일반인들은 소드 댄서의 움직임을 추측해서 대응하기 마련이다.

       

       허나 화령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달빛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있었다.

       

       달빛은 자신을 따라잡는 화령의 눈동자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건 예상한 일이었어.

       

       프로 레벨에서도 충분히 먹히고도 남을 괴물이 이 정도도 못 할 리가 없잖아.

       

       달빛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화령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소드 댄서가 휘두르는 검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압도적인 속도에서 시작되는 연격은 선과 선을 더하여 하나의 평면을 만들어 내니.

       

       그들의 검술은 곧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춤이라 할 수 있었다.

       

       달빛은 현직 프로 단계에서도 먹히는 자신의 연격에 화령이 상처를 입으리라 생각했다.

       

       허나 아니었다.

       

       그의 예상은 너무도 희망적인 관측이었다.

       

       화령은 움직임만으로 그의 단검을 몇 번 피해내더니 이윽고 그와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이라는 붓만이 그려지는 도화지 위에 화령의 주먹이 더해진다.

       

       선을 그렇게 그어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는 것처럼 더 세련되고 화려한 움직임에 점차 단검의 영역이 좁아진다.

       

       어느덧 그림이 그려지던 캔버스가 오롯이 화령의 것이 되었을 무렵 달빛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당했다. 분명히.

       

       “혼자서 달려든 것을 보아 본인의 실력을 시험하려 한 듯 하다만 어떠하더냐?”

       “괴물 같으시네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저게 아피스를 시작하고서 채 몇 달이 되지 않은 사람의 실력이라니.

       

       저 사람 안에 있는 재능은 얼마나 뛰어난 것일까.

       

       – 프로 별 거 아닌데?

       – 걍 화령이 겁나 괴물 같은 거 아님?

       – 데케이도 상처를 냈는데.

       – 확실히 은퇴한 프로한테는 이유가 있나 보나.

       – 에이징 토네이도가 오셨나?

       

       짧은 격돌에 불과했지만 달빛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이해했다.

       

       화령이 지닌 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자존심을 부리다간 화령에 의해 꺾여버릴 것임을.

       

       “여러분. 짰던 전략대로 갑시다.”

       “네!”

       “이겨 봅시다.”

       “저 이제 좀 쉬고 싶어요.”

       “저도요.”

       

       그들의 전략은 단순했다.

       

       달빛이 정면에 서서 화령과 대치전을 벌이고 다른 이들은 계속해서 화령에게 공격을 가해 압도적인 공격의 밀도로 찍어 누르는 것.

       

       간단히 말해 한 명의 회피탱과 다섯 명의 딜러가 보스를 레이드하는 셈이었다.

       

       이는 이전에도 시도했던 방식이지만 그 때 대치를 맡은 건 검방기사 바니였고 그게 지금은 달빛으로 바뀌었다.

       

       이 둘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안정감의 차이는 커다랬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령은 여전히 굳건했다.

       

       그녀는 수많은 공격의 파도 속에서도 여유로웠다.

       

       그 모습은 파도 위를 올라탄 서퍼보다는 파도를 갈라 평지를 만들어 내는 기적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달빛.”

       

       화령은 나비린이 화살을 피하고 이어 내질러진 바니의 검을 손등으로 쳐내며 달빛을 불렀다.

       

       달빛은 답하지 않았다.

       

       말을 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 동안 검을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는 편이 옳았다.

       

       “그대는 지금 내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구나.”

       

       단검을 휘두른다.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엔리의 팀원 뿐이라 생각을 했거늘 아니었군. 그대도 다른 곳에 신경이 쏠려 있었어.”

       

       – 프로가 끼어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 이딴 게 감독?

       – 선수로 나가도 됐겠네.

       

       단검을 휘두른다.

       

       “오냐. 내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마.”

       

       단검을.

       

       휘두르려던 손이 멈춘다.

       

       앞을 바라보면 화령이 있다.

       

       그녀는 너무도 거대해서 그 끝이 어딘지 추측하기도 어렵다.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서 손바닥이 내려온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부처가 내지르는 장법처럼 보였다.

       

       달빛은 거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피하겠다는 것도. 막아내겠다는 것도. 뚫어내겠다는 것도.

       

       그 모든 생각이 오만하게 느껴져서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저 멍하니 자신을 찍어 누르려하는 손바닥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러다 달빛의 바로 앞에서 손바닥이 멈춘 순간 그는 제정신을 차렸다.

       

       이게 무슨.

       

       “이제 알겠느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을?”

       

       달빛은 그 물음에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만 그의 눈을 사로잡던 채팅창이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엔 눈앞에 있는 존재가 너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그럼 무얼 하느냐. 다시 덤비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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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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