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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어쩌다보니 얻게된 독혈전.

   크라슈는 그런 독혈전과 함께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 갔다.

     

   에벨아스크가 광도제를 시체로 되살리기 위해 시간을 쓸 동안 중간 평가가 곧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메리를 꺾는다.’

     

   메리의 스킬 엑셀을 얻기 위해 메리를 한 번 확실하게 꺾기에는 중간 평가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상대는 신창 메리다.

   전투 능력 하나만큼은 타고난 것이 메리 다이아나.

     

   그렇기에 아무리 크라슈라도 섣불리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그린의 수상쩍은 행동들도 있고.’

     

   달링을 통해 전해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크라슈는 훈련의 강도를 본격적으로 올렸다.

     

   메리와는 별개로 세계 침식자와 붙어 보니 이번에 깨달았다.

   자신은 강해지려면 멀어도 아직 한참 멀었다.

     

   앞으로 익시온과의 싸움을 대비하려면 조금 더 급하게라도 강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거기서 독왕, 하우란이 준 독혈전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

     

   ‘독혈전에 구성된 독은 멸화침식의 방식과 다르지 않아.’

     

   독혈전은 각종 독들을 이용해 신체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상대를 죽이는 독으로써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멸화침식의 모토인 극혈침독과도 매우 유사했다.

   극혈침독 또한 세계 침식이라는 독을 이용해 신체 능력을 극대화 시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타고난 머리가 모자라서인지 바로바로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니 크라슈는 한동안 독혈전을 쥔 채 매일 같이 골머리를 썩었다.

     

   그리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크라슈는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순간 강화 영약은 저주와 독의 혼합을 이용하여 만든 거였잖아.’

     

   그건 바로 달링이 만들어 준 순간 강화 영약에서였다.

     

   ‘나는 기존에 눈인형처럼 저주를 담아 두거나 불태워 버릴 뿐. 저주를 세계 침식의 힘과 같이 직접적으로 이용해본 적은 없었어.’

     

   독혈전에서 서술된 독들은 전부 하나 같이 새로운 기술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독의 특성을 활용한 확장된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독혈전을 익힌 라그렌 가문인들은 다양한 독의 특성을 이용해 싸워나갈 수 있었다.

     

   반면에 크라슈는 저주가 지닌 대가를 그대로 치르며 저주의 특성을 조금 이용하거나.

   혹은 몸에 들어오는 저주를 멸화침식으로 태워 세계 침식으로 녹여 버렸다.

     

   그러나 독혈전과 같이 할 수 있다면 저주의 대가는 줄이되 저주의 고유 특성만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크라슈의 눈이 선명하게 빛났다.

   감당할 수 없던 최상위 저주들 또한 보아온 크라슈다.

     

   ‘저주 상쇄 이론은 결국 저주가 상쇄되기 때문에 저주 자체의 힘은 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저주 상쇄가 아닌 저주 자체의 힘을 대가 없이 끌어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새로운 영역에 도달 할 수도 있었다.

     

   ‘나라면 가능해.’

     

   독혈전은 수많은 독을 몸에 지님으로서 독 자체의 면역이 되는 만독불침(萬毒不侵)의 영역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만독불침에 도달하여 독을 자유 자재로 다루면서도 스스로가 독에 중독 되지 않는 신체.

     

   그것이 독혈전이 가리키는 비술이다.

     

   그리고 크라슈는 독혈전을 저주로 바꾸어 생각했다.

   저주를 자유자재로 다루되 스스로가 저주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저주불침(咀呪不侵)의 영역.

     

   독혈전의 지식과 멸화침식이 있다면 확실하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거기다가 저주의 힘을 증폭시키는 천살성까지 더해진다면 정말로 새로운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크라슈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멸망을 막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니 새로운 길이 보인 순간 그는 망설일 생각 없었다.

     

   ‘최상위 저주를 얻는다.’

     

   스킬부터 시작해 최상위 저주까지.

   모든 것을 손에 쥐겠다고 크라슈가 결단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크라슈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광도제가 어째서 독혈전을 훔쳤는지 말이다.

     

   ‘설마 나랑 같은 방식을 떠올린 녀석이 있는 건가.’

     

   크라슈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독혈전을 훔친 광도제의 배후로 의심되는 곳은 현재 익시온과 황궁이다.

     

   광도제가 시체가 된다면 알 수 있게 될 정보지만.

   그래도 찝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회귀자인 크라슈라고 할지라도 이 세상 전부를 아는 게 아니었다.

   세력들끼리 어떻게 엮여 있는지까지 전부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모자랐다.

     

   그도 그럴게 결국 자기들끼리 자멸해 버린 것이 미래였으니까 말이다.

   정치판이 아니라 전선에서 뒹군 크라슈로서는 추측도 한계가 있었다.

     

   “망할 놈의 세상 같으니.”

     

   하나를 막으면 또 다른 곳이 구멍이 터지며 자꾸만 멸망이 새어 들어온다.

     

   거기다가 아직까지도 모습을 비추지 않은 아서와 함께 회귀를 한 마법사, 아벨라 녀석도 마음에 걸린다.

     

   ‘어디서 뭘하고 있는 건지.’

     

   크라슈는 혀를 차며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일단은 중간 평가다.

   그때까지 조금은 더 강해지는 게 우선이었다.

     

   [ 혹시나 해서 묻는겠는데. 흑마녀의 눈을 피하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

   “안 잊었어.”

     

   발하임에서도 납치를 감행하려 했던 흑마녀다.

   당연히 라헬른 아카데미라고 해서 가만히 둘 리가 없다.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동태를 살피고 있는 듯싶지만.

   아마 머지 않아 수작을 부려 올 게 분명했다.

     

   그러니 크라슈는 방문을 열었다.

   독혈전을 연구하느라 매일 같이 틀어 박혀 있었기에 오랜만에 나온 방이었다.

     

   “아, 크라슈 님.”

     

   그러자 알리샤가 크라슈를 보곤 반가운 듯이 웃었다.

   크라슈가 연구하는 동안에도 매일 같이 청소를 하고, 식사를 챙겨준 건 그녀였다.

     

   “한동안 고마웠다.”

     

   그러니 알리샤를 보며 짧게 감사 인사를 한 크라슈가 고개를 돌렸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이번에도 리리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리 말하지면 기다리고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오니까 때마침 크라슈 님이 나오신 거니까요.”

     

   리리나는 느긋하게 알리샤가 타준 차를 마시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크라슈 님을 만나러 왔다던가 그런 생각 전혀 안 했으니까요.”

   “별말 안 했습니다만.”

   “그래서 어떤가요. 오랜만에 보니 제가 반가우신가요.”

     

   자신이 꽤 편해진 모양이다.

   최근 들어 리리나는 옛날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 시작했다.

     

   영악하면서도 자기가 챙길 건 챙기는 그런 여우 같은 모습.

   그래서인지 크라슈는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네, 반갑네요.”

     

   크라슈가 솔직하게 말하자 리리나는 크라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심술내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갑자기 솔직해지지 마세요.”

     

   어떻게 하란 거지.

     

   나름 오래 안 사이였음에도 그녀 마음은 잘 모르겠다고 크라슈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크라슈 님이 방에 틀어 박혀 있을 동안 크라슈 님이 좋아해 마지 않는 약혼자 분께 또 편지가 왔어요.”

     

   예전 데자뷰처럼 리리나가 편지를 꺼냈다.

   최근 독혈전을 연구하느라 틀어박힌 사이 온 모양이다.

     

   발하임의 문양이 박힌 편지를 크라슈가 건네 받았다.

   그러고는 편지 안을 살피던 크라슈는 서서히 고개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비앙카의 편지 내용은 평소와 같았다.

   안부를 묻고, 자신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잘 지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글귀가 걸렸다.

     

   크라슈 님은 반지는 좋아하시나요.

     

   반지.

   그 말을 듣고 크라슈가 잠시 눈을 깜빡였다.

     

   비앙카는 악세서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머리에 달고 있는 눈꽃핀 정도.

     

   그마저도 그녀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태어날 비앙카를 위해 준비해둔 거라 늘 끼고 다닐 뿐.

   그녀가 직접 악세서리를 찾아 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반지란 말이 나오자 크라슈는 의아했던 것이다.

     

   [ 그야, 제니카 하덴하르츠가 편지를 붙였으니까. ]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 브로치를 돌아 보았다.

     

   [ 딱보니 네가 문란하게 살고 있다고 서술했겠지. ]

     

   크라슈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문란이라는 말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지 싶었기 때문이었다.

     

   [ 그 아이, 입장도 생각하거라. 주변에 그렇게 여자가 붙어 다니는데. 약혼자라는 허술한 거 하나로 엮여 있으니 얼마나 불안했겠느냐. ]

     

   크림슨가든은 크라슈를 타박했다.

     

   [ 그러니까 반지라도 하고픈 거겠지. ]

     

   그런 의미였나.

   크라슈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의도했건 안 했건 비앙카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반지라.’

     

   크라슈는 잠시 고민했다.

   중간 평가가 끝나면 하나 정도는 맞춰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확실히 맞춰 놓으면 트러블도 덜 엮일 거 같긴하고.’

     

   크라슈는 편지를 잘 접어 넣어 두었다.

   어차피 크라슈는 비앙카랑 결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약혼 반지 정도야 맞춰 둬도 괜찮을 듯싶었다.

     

   “무슨 내용이길래. 그렇게 표정이 다양하세요?”

   “별 내용 아닙니다.”

   “치사하게, 편지도 가져다 드렸는데 그러기에요?”

   “편지는 알리샤가 가져온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리리나는 흐흥하고 콧소리를 냈다.

   일부러 앙칼진 태도를 보여주는 척 하는 거였다.

     

   정말 많이 편해지긴 한 모양이다.

     

     

   * * *

     

     

   리리나와의 대화를 마치고, 크라슈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기고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특수학관이었다.

     

   여기서 한 명.

   크라슈는 만나야만 하는 인물이 있었다.

     

   특수학관에 들어선 크라슈는 허리춤을 더듬거렸다.

   거기에는 예전에 달링에게 부탁했던 약병 하나가 있었다.

     

   그것을 잘 확인해둔 크라슈는 쭉쭉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크라슈 님?”

     

   그러는 순간 때마침 자신을 알아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도르마 락로드가 있었다.

     

   해주사 벨투아 락로드의 막내 제자인 그녀였다.

     

   여전히 자그마한 왜소한 키에 그녀는 책을 한아름 든 채로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 꽤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크라슈라도 차마 그걸 지나치기에는 그랬다.

     

   “들어 줄게.”

   “아, 가, 감사합니다.”

     

   크라슈는 도르마의 책의 상당수를 들어 주었다.

   그러자 도르마는 소동물마냥 몸을 움츠리며 감사 인사를 하였다.

     

   마침 잘됐다.

     

   특수학관에 그냥 지나가면 눈에 띌 테니.

   도르마랑 지나가면 눈초리를 덜 받겠지.

     

   “오랜만에 보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아, 달링 님이랑 저주 관련으로 연구 중이에요.”

     

   저주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도르마는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숨이 찰 정도로 바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크라슈는 앞을 바라보았다.

     

   “조만간 네 스승님을 찾아볼 생각이야.”

     

   그러는 순간 도르마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이신가요?”

   “그래, 이번에 달링과 함께 만들어준 순간 강화 영약을 잘 썼으니까. 보답으로 찾게 되면 바로 말해 줄게.”

     

   도르마의 얼굴이 환하게 웃었다.

   크라슈는 최상위 저주를 얻기 위해 벨투아를 찾을 셈이었지만, 그녀로서는 부모님과 같은 이를 찾아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크라슈에게 연거푸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눈에 한 사람이 비추었다.

     

   특수학보다는 무학에 어울릴 것 같은 거구와 얼굴을 가릴 만큼 기다란 검은색 머리카락.

   거기에 왜인지 모를 압박감을 흘려내며 걸어 가고 있는 한 남자.

     

   특수학 2기생 수석.

   바이오렌 세드니.

     

   그러나 그 실상은 다르다.

   크라슈는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4왕국 중 하나인 마법 국가 제블람.

   그리고 마법과 왕을 동시에 겸직하고 있는 이.

     

   천상사강 마황(魔皇)

   테라시우스 제블람

     

   그가 세계 침식자와 낳은 자식.

     

   바이오렌 제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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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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