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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그렇게 나는 신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 북유럽 신화와 인도 신화…는 좀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꺼려지긴 했는데. 아무튼.

       

       그 외에 중국쪽 신화나 켈트 신화. 아즈텍 신화에서도 이름을 가져와서 잔뜩 붙여주었지.

       

       위키가 없었으면 곤란할뻔 했단 말이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신화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기껏해야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조금 더 붙여서 이집트 정도가 고작이니까.

       

       물론, 이쪽에 존재하는 신들이 저쪽 세계의 신들과 완벽하게 1대1로 대응되진 않아서, 그 이름을 완전히 붙여주진 못했었다. 예를 들면 제우스라던가. 토르라던가.

       

       그 외에 대부분의 지박신들도 신화에서 따온 이름들이나 지구의 지명 같은걸 가져와서 붙여줬고. 음. 그렇게 이름을 지어준 신들 중에는 인간들에게 신으로 모셔지고 있는 드래곤도 여럿 있다는 점이 좀 놀랍긴 했지만.

       

       뭐, 나의 영향인 탓인지. 드래곤들은 대체로 다른 생명에 우호적인 편이었으니까.

       

       아마 먼저 공격받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건드리지 않을테고. 인간들이 절하면서 부탁한다면 그 아이들은 어지간하면 받아줄테니.

       

       인간에게 호의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졌을테니, 신으로 모셔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으리라.

       

       아무튼, 신격화 되어버린 드래곤들은 일단 넘어가고.

       

       그렇게 새로운 이름을 받고, 각자의 문화권을 벗어나지 않게 된 신들은 분쟁을 멈추고 내실을 다져나갔다.

       

       그 문화권들 중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스스로를 올림포스라고 칭한 신들이었다.

       

       아르카디아를 기준으로, 약간 서쪽에 있는 여러 도시국가들에 자리 잡은 그들은 인간과 가까운 친숙함을 무기로 내세우고서, 인격신으로서 영향력을 펼쳐나갔다.

       

       뭐, 인간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탓에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피를 보는 인간들이 빈번히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은 바알이 한번 크게 꾸짖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나.

       

       참고로, 신들 사이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가장 격렬하게 싸운 신들이 바로 이 올림포스였다.

       

       이렇게 치고박고 싸우지 않았다면, 신들의 숫자가 지금의 1.5배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나.

       

       

       그 다음으로는 이프리트 주변에서 소란을 피우던 동물 머리의 신들.

       

       가혹한 사막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수인들에 의해 탄생한 신들에게는 이집트 신화에서 따온 이름이 붙여졌다.

       

       그들을 주로 믿는 것은 사막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수인들과, 마법사들의 도시인 프로키온의 일부 사람들.

       

       프로키온의 인간들이 주로 믿는 것은 성스러운 불꽃인 이프리트지만, 신앙이란 자유로운 것이니. 다른 신을 믿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 여러 신을 믿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자들은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튼, 스스로를 엔네아드라 부르는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인간들의 마법을 흉내내어 여러 기적을 일으켰고, 사막의 땅을 조금씩 풍요롭게 바꾸어나갔다.

       

       뭐, 전쟁을 그만두니까 꽤나 좋은 일을 하는구만. 다른 신들에게 신앙심을 빼앗는 일이 금지되었으니, 신자들을 늘려서 신앙심을 늘릴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약탈에서 농경으로 변화는 과정을 보는 느낌이구만.

       

       

       다음. 이그드라실이 있는 대삼림에서 약간 동쪽. 대륙을 기준으로는 언제나 눈이 쌓여 있는 북쪽의 얼음대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은 신들. 자신들을 에시르 신족이라고 부르는 신들.

       

       이쪽은 북유럽 신화의 이름을 받은 신들이었다.

       

       가혹한 대륙 북부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인간들에게서 태어난 덕분인지, 상당히 거친 성격을 가진 신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서쪽으로는 엘프의 대삼림을, 동남쪽으로는 드워프의 사가르마타를 두고 북쪽에는 거인들의 영역 사이에 끼여있었다.

       

       솔직히 그 세력이 크다고 보긴 힘든 신들이었지만, 그래서인지 호전성과 전투력은 다른 문화권의 신들과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에 특이사항으로는…. 엘프와 드워프들의 대결이 펼쳐지는 베텔게우스가 이들의 영역 근처에 있다는 점일까.

       

       물론, 에시르 신족들이라고 해서 엘프나 드워프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지만 말이지. 잘못 건드렸다가 이그드라실이나 사가르마타가 화내면 에시르 신족은 그대로 개박살이 날테니까.

       

       아무리 신들이 모여있는 세력이라고 해도, 내 아이들과 비교하면 막대한 차이가 있으니까.

       

       

       일단 가장 큰 세력은 이렇게 셋이고, 저 대륙 동남쪽에 있는 신들인 로카팔라라던가, 저 동쪽의 곤륜이라던가, 그 외에 세력에 속하지 않은 여러 작은 신들이 있지만…. 그걸 일일이 다 늘어놓았다가는 끝이 없을테니까 이쯤에서 정리할까.

       

       아, 그러고보면 무척이나 특이한 신이 있긴 했었지.

       

       리자드맨들의 신앙. 창세신룡과 파멸신룡 신앙이 인간들에게도 조금씩 퍼진 끝에 변질되어 탄생한 신.

       

       어찌 보면 나의 분령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신. 그 이름은 케찰코아틀.

       

       뭐, 조금 변질되긴 했지만, 근본이 나라서 그런지. 이름을 받기 위해 와서 나와 마주하자 순식간에 나에게 복속되어버리긴 했지만.

       

       어찌 보면…. 내게서 비롯된 창세신룡 신앙의 복제의 복제 같은 느낌이니까. 나를 마주하자 마자 복속하는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래도 나름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어느정도의 자아를 남겨두고 만들어진 신으로 개조하여 일거리를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창세신룡의 화신 중 하나라는 느낌으로, 리자드맨들이나 창세신룡 신앙을 믿는 인간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겨두었고 말이지. 리자드맨들의 대전사를 뽑는 일이나, 대주술사를 고르는 일 등을 떠넘겨놓은 상태였다.

       

       참고로, 인신공양 같은건 절대로 하지 않도록 못을 박아두었다.

       

       인간의 피와 살 같은게 없어도 이 세상은 잘 돌아가는걸. 그런 무의미한 희생 따위 필요 없어!

       

       

       – – – – – – – – – – – – – – – – – – – –

       

       

       “음. 이걸로 마무리인가.”

       

       

       나는 마지막으로 이름을 받은 신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좋아. 이제 신들에 대해서는 신경 꺼도 되겠어. 규칙이 세워지고, 영역이 나누어지고, 내가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돌아갈 것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니까.

       

       

       “수고했어. 엄마.”

       

       “음. 네게는 미안하구나. 사가르마타. 같이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일을 하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다른 신들의 면접을 하는 장소까지 제공받다니.”

       

       “응. 괜찮아.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어.”

       

       

       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는게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만. 뭐, 사가르마타가 만족했다면 다행이구만.

       

       

       “그런데 신이 그렇게나 많은 줄은 몰랐어. 엄청 많던데.”

       

       “인간들의 지성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 덕분이지.”

       

       

       지혜를 얻은 인간은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의문의 대한 해답으로서 신의 존재를 찾았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들은 모든 자연물에 신의 존재를 덧씌웠고, 그 결과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니.

       

       그래도 아직은 적은 편이지. 대부분의 신이 자연물의 신들이니까 말야.

       

       나중이 되면 인간들은 모든 것에 신의 존재를 채워넣을테니까. 사랑에 빠지는 원인으로 큐피트의 화살을 떠올린 것처럼.

       

       인간의 감정 하나 하나에도 신의 손길이 깃들고, 모든 행동과 모든 생각에도 신이 원인이 될 것이니.

       

       음. 그런 생각을 했더니 조금 싫어졌다. 인간이 신의 꼭두각시가 되는 느낌이잖아.

       

       여기서 인간들이 좀 더 나아간다면….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려나? 현상을 규명하여 진실을 파헤친다면, 신의 존재를 벗겨내게 되려나?

       

       신을 부정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가 되면…. 나도 신이 아니게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생명의 신이 아닌, 한 명의…. 아니, 마리라고 부르는게 나으려나. 한 마리의 드래곤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될까.

       

       모르겠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인간들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부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했으면 좋겠네.

       

       

       “그런데 엄마.”

       

       “음? 왜 그러니?”

       

       

       내 옆에 앉은 사가르마타는 보기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는, 이상형이 있어?”

       

       “이상형?”

       

       

       아니, 얘가 갑자기 뭐 이런걸 물어본대.

       

       

       “아니면…. 그, 바알이라는 꼬맹이를 키워서 엄마의 반려로 삼고자 하는거야?”

       

       “얘가 무슨 소릴 하는거니! 그럴리가 없지 않느냐!”

       

       

       바알을 내 반려로? 그럴리가 없잖아?! 그 꼬맹이의 외모가 보기보다 선이 고와서 얼핏 보면 미소녀로 보일 정도긴 해도, 내가 남자를 짝으로 맞이할리 없잖아!

       

       남자를 짝으로 맞이하기에는, 정신적인 거부감이 아직도 있다고.

       

       

       “반려는 상상도 한 적이 없단다. 그러니 그런 소리를 하지 말거라.”

       

       

       반려라는게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만약, 반려가 반드시 필요했다면…. 음…. 그래도 바알은 아니지. 바알은.

       

       그 아이는 아직 작으니까 말야. 적어도 나와 대등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힘들지.

       

       그렇다면 차라리 바알보다는…. 에레….

       

       크흠. 어째서 순간적으로 에레보스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걸까? 

       

       그 멋대로 난리피우고 도망간 불효자를. 왜 내 머릿속이 떠올렸던걸까?

       

       어림도 없지. 아무렴. 어림없고말고.

       

       

       “그렇지? 엄마는 그런 생각 없지?”

       

       

       내 말을 들은 사가르마타는, 보기 드물게 기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솔로 생활을 유지한다는게 그렇게 기쁜걸까?

       

       뭐, 내가 반려를 맞이한다면 사가르마타 입장에서는 새아빠가 생기는 셈이니까. 싫을수도 있겠지.

       

       그렇게 나는 얼굴의 근육이 고장난 것인지 연신 히죽거리는 사가르마타의 얼굴을 찰흙처럼 주무르며, 시간을 보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딱후딱 넘어가고 싶네요. 쓰고 싶은 부분만 파바박 쓰고싶다… 재밌게 쓰고 싶다…

    오늘도… 표지 변경…!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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