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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인천광역시 강화군.

       속칭 강화도라고 불리는 섬.

       그리고 근방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인도.

       

       그중 기장섬은 <빌런> 클랜의 본거지다.

       

       클랜에 관한 중요 정보 및 물품들이 인천 근처 많은 무인도로 각기 퍼져 있고, 이러한 점조직 및 분산 형태 때문에 한곳을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장섬은 클랜 간부들에게 본거지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빌런>의 클랜 마스터, 황동연.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가 늘 이 기장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재미없는 섬이군.”

       

       온통 피로 물든 옷과 코트.

       어깨에 걸친 커다랗고 거무튀튀한 검.

       

       황성연은 조용히 섬의 감상평을 말하며,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기장섬 한가운데.

       그곳 주변을 잘 살피면, 지하로 들어가는 특이 형태의 구조물이 있다.

       여기서 다시 숨겨진 장치를 건드려야 공간이 나오고, 그 안에 암호를 새겨야 문이 열린다.

       

       처음 이곳에 온 사람이라면, 장치는커녕 구조물 발견부터 불가했겠지만…

       기장섬을 집처럼 드나들던 황성연에겐, 지겹도록 반복하던 일이었다.

       

       

       그그그-

       드르륵-

       

       

       발로 차듯이 장치를 열고, 대충 암호를 새겨 넣는다.

       

       그러자 좁은 공간 안에서.

       더욱 좁은 비밀 공간이 나왔다.

       

       황성연은 그 안으로 들어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섬에서 만들어진 지하 공간이기에 그 깊이가 생각보다 깊진 않았다.

       

       마치 매일 아침 일어나 시리얼을 먹듯, 자연스럽게 특수 공간들을 열고 들어간 황성연은… 금세 목표했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 끼아아-!! 끅, 끅, 끄그그-”

       “…….”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

       그리고 이내 그 입을 다물게 하는 ‘무언가’를 당했는지, 입에서 거품이 끓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황성연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 공간에 올 때마다 듣는 소리지만…

       들을 때마다 썩 유쾌하진 않았다.

       

       자신이 즐기는 비명은 저런 괴이한 타입의 비명이 아니었다.

       

       “끅- 끅- 끄그그-”

       “어, 어. 혀, 형. 와, 왔어?”

       

       그리고 황성연의 기척을 느낀 걸까.

       

       방안에 틀어박혀서 문제의 여성을 조립하고 있던, 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깊게 눌러앉은 머리와 짙은 다크써클.

       마검의 소유자인 황성연보다 훨씬 더 짙어 보이는, 음습한 분위기.

       그리고 어딘가 묘하게 황성연과 닮은 생김새.

       

       <빌런>의 클랜 마스터이자, 황성연의 동생인 황동연이었다.

       

       “찾았다. 네가 말한 거.”

       

       황성연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품속에 있던 수정구를 황동연에게 던졌다.

       

       이번 양동 작전으로 아카데미를 습격해 얻어낸 전설급 특수 아이템.

       [융화의 질서]였다.

       

       조심스럽게 그를 받아든 황동연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어, 어! 지, 진짜네? 대, 대박. 어, 어떻게?”

       “뭘 어떻게. 클랜 전력 다 쏟아서 했지. 이제 우리 클랜은 꽤 위험해졌다. 네가 원하는 대로 물건을 가져왔으니, 알아서 해라.”

       

       황성연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생이 하도 억지를 부려 가져오긴 했어도, 이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당장 아카데미에 전면전을 건 격이고, 아마 관련된 대형 클랜들도 속속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빌런>은 위험해진다.

       클랜이 해체될 수도 있는 위기였고, 최악의 경우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수단에 불과한 클랜이라지만, 이 클랜이 사라지면 결국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기회도 줄어든다.

       당연히 황성연의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 황동연은 그런 대외 상황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융화의 질서]를 보물처럼 매만지며 말했다.

       

       “어, 어. 괘, 괜찮아. 이, 이것만 있으면… 흐흐… 고, 고마워, 형.”

       “…….”

       

       그걸 조용히 바라보던 황성연은, 이내 등을 돌려 마스터 룸을 나왔다.

       

       “끅- 끄그극….”

       

       등을 돌린 뒤편에선, 여전히 여성의 괴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잔혹하게 분할되어 있던 그 신체 부위들도…

       강렬하게 황성연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는 문을 닫고 나오며 말했다.

       

       “…재미없군.”

       

       볼 때마다 느끼지만, 썩 재밌는 광경은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싸이코들이 집결한 <빌런>이라도…

       이 정신 나간 클랜을 처음 만들고 이끈, 자신의 동생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 * *

       

       

       

       “ … … 결국 조련 계약은 계약을 맺는 룬입니다. 때문에 홀더는 이 계약 관계를 어떻게 활용할지 늘 고민해야 하는데 … … ”

       

       강동욱 교수의 속성 강의는 다방면의 지식을 전달했다.

       

       [조련 계약]은 시스템상 특별한 존재로 평가받는 이들을 조련해, 계약을 맺고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특이한 룬이다.

       내가 이번에 얻게 된 [용언이 맺은 약속]은, 이러한 [조련 계약]의 상위호환격인 전설룬이었다.

       

       ‘조련’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존재의 주인공은 대체로 괴수.

       괴수를 조련하고, 그들의 힘을 빌려 전투에 투입할 수 있다.

       

       당연히 계약의 주체가 달라지면 룬의 이름도 바뀐다.

       

       만약 룬의 이름이 [정령 계약]이라면 그 존재는 정령이 되고, [골렘 계약]이라면 마찬가지로 이는 골렘이 된다.

       핵심은 이러한 특수한 존재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이 룬들의 정보가 밝혀졌을 때, 홀더 계는 쉽게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홀더의 적대적 존재인 괴수를 조련할 수 있다?

       조련된 괴수들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동욱 교수처럼 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연구자들이 나타나고, 실제로 조련에 성공한 괴수의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조련 계약]은, 그제야 하나의 특수 계열 룬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괴수의 조련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면서, 그간 국제 학계에 정론처럼 떠돌던 이론도 금이 갔습니다.”

       “어떤 이론 말입니까?”

       

       강동욱 교수의 말에 내가 되물었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괴수가 무조건 인류의 적일 것이다, 라는 이론 말이죠. 우리 홀더들이 시스템에 의해 힘을 부여받았듯, 그들 역시 시스템에 의해 지성을 잃었을 뿐이었던 겁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주류 학계의 주장입니다만… 혹자들은 이들을 ‘이계의 존재’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계의 존재….”

       

       나는 조용히 그 단어를 곱씹었다.

       

       새로운 단어에 놀라서가 아니라, 꽤 익숙한 단어가 예상외의 인물에게서 나와서였다.

       

       ‘벌써 거기까지 연구가 된 건가.’

       

       이계의 존재, 괴수.

       지금은 비주류 학계의 주장이라고 일컬어 지지만, 이는 나중에 명확한 주류 학계의 주장이 된다.

       

       그 시발점이 되는 던전이,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다.

       

       극 후반부 박진우가 발을 딛는 던전.

       내가 빙의되기 전, 미처 다 보지 못했던 <넥스트 룬 홀더>의 에피소드.

       

       이 던전에선 최초로 인간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늑대인간’들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괴수의 인식은 이전과 180도 바뀌게 된다.

       

       그 내용은 복잡하지만, 하나로 축약하자면.

       그들이 단순히 특이 현상으로 나타난 적이 아닌, 홀더들처럼 시스템으로 얽히고설킨 ‘이계의 존재’라는 것.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일으켰던 게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 던전 발견, 그리고 [조련 계약] 룬의 연구 등이었다.

       

       강동욱 교수는 신난 얼굴로 그런 말을 잇다가…

       이내 시간을 보고, 아차 싶은지 말했다.

       

       “말이 좀 샜군요.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조련 계열 역시 다른 계열과 비슷하게 공통룬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공통룬들의 보조가 없으면, 계약 대상이 온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훨씬 많죠.”

       

       그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조련 계약]을 활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통솔 수치’와 ‘보조룬’.

       그중 통솔은 조련 가능한 등급과 계약 숫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통솔 10 아래론 E급 괴수까지 조련할 수 있고, 10 이상은 D급, 20 이상은 C급, 30 이상은 B급 괴수까지 조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수치일 뿐, 룬의 성능이나 레벨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계약 가능한 최대 숫자 또한, 상황 요건에 따라 달라졌다.

       

       ‘보조룬도 절대적이고.’

       

       두 번째 요소인 보조룬도 핵심이다.

       

       강동욱 교수가 대표적으로 설명했던 [언어]와 [소환] 룬을 비롯해 [마력 공유], [계약 강화] 등의 다양한 공통룬들.

       

       각각의 룬마다 효과와 성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계약자들과 가까워지고 그들의 전투 효율을 조금씩 높여주는 룬들이다.

       

       당장 내가 괴수 조련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 녀석들이 없으면 유의미한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도재현 홀더는 이런 공통룬들이 없는 거죠?”

       

       강동욱 교수가 문득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제가 멀티 홀더 쪽은 잘 몰라서, 어떤 식으로 새로 룬을 얻게 되는지 모르겠군요. 아까도 말했듯 조련 계약 룬이 있더라도, 다른 보조룬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룬의 적극적인 활용이 어려울 겁니다.”

       

       앞서 말했듯 괴수의 조련엔 몇 가지의 선결 조건이 필요하고, 이들을 완벽히 갖추지 않는다면 아무리 [조련 계약] 레벨이 높아도 제대로 된 룬 활용이 어렵다.

       

       강동욱 교수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 그의 추측이 맞기도 했다.

       난 조련 계열의 [용언이 맺은 약속] 룬만 있을 뿐, 다른 공통룬은 전혀 지니지 않고 있었다.

       

       다만, 강동욱 교수의 우려와 달리.

       내겐 그런 점들이 전혀 걱정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교수님. 아카데미 조련 계열엔 학생이 몇 명 정도 있죠?”

       “…학생이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강동욱 교수가 되물었다.

       

       탑클래스 전문가와 이야기하다가 계열 학생?

       

       웬 뜬금없는 질문이냐는 표정이었다.

       

       “네. 특수 계열 내에서도 세부 계열은 나뉘지 않습니까.”

       

       조련 계열이 아무리 희귀하고 특수한 계열이라고 해도, 학생이 있긴 하다.

       어쨌든 그런 마이너 계열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 아카데미 특수 계열이니까.

       

       그리고 강동욱 교수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분명 조련 계열에 특화된 이들.

       그가 말한 보조룬들도 모두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최대한 많으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없는 공통룬들.

       그들을 쉽게 얻을 방법이 내겐 있었다.

       

       강동욱 교수는 살짝 떨떠름한 얼굴로 답했다.

       

       “3명 정도 있습니다만….”

       

       그에 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3명이라.

       음, 딱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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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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