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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타악.

         

       데비앙이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꺄아악! 어떻게 내가 미쳤지, 미쳤어.”

         

       술에 취해 최근 그와의 냉정을 잊어버리고 살갑게 굴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몰린다.

         

       “아니야! 부부끼리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애써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부끄러운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이한테 술에 취한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데.

         

       고작 한번 이겼다고 헤실헤실하기나 하고 바보 같아.

         

       어젯밤 혀 꼬부라지는 말투로 삐졌냐는 둥 말했던 게 떠오르자…

         

       -화끈…

         

       얼굴이 절로 뜨거워진다.

         

       그리고…

         

       -팡팡!

         

       그이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는 게 얼굴을 뜨겁게 만들어 발을 움직여 애꿎은 침대를 발로 찬다.

         

       미쳤지… 미쳤어.

         

       “하아… 짜증 나.”

         

       앞으로 술을 마실 때는 적당히 마셔야지.

         

       그렇게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

         

         

         

       아그리파와 메리는 7만의 병력을 이끌고 아드리아로 향한다.

         

       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기병.

         

       그가 아그리파의 앞으로 달려와 멈춘다.

         

       “사령관님 큰일입니다. 바빌론의 대규모 부대가 데살로니카에 합류하고 출병했다는 소식입니다.”

         

       그 말에 아그리파의 얼굴이 조금 놀란다.

         

       “참나… 일이 꼬였네. 그래 얼마나 된다고 하더냐?”

         

       “대략 한 9만에서 10만 정도 될 거 같습니다.”

         

       ‘9만에서 10만이라… 우리보다 병력이 많군.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성전을 하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사비넬리가 나를 무시하네?’

         

       데비앙이 최대한 사비넬리를 생포해서 로만으로 보내달라는 수차례나 요청이 있었다.

         

       ‘엄청 소중한 인재라고 하는데. 주제를 모르는군.’

         

       데비앙이 그리 관심이 많기에 사비넬리의 행적을 조사해 본 아그리파.

         

       그가 봤을 때 수준급의 지휘관인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뭐? 주제도 모르고 지금 뛰쳐나왔다고?”

         

       아그리파가 어떻게 사비넬리를 농락해 줄까, 고민하던 찰나에 메리가 짜증을 내며 말한다.

         

       “어디 패장 주제 지금 주제도 모르고 성 밖으로 기어나와?”

         

       씩씩거리며 화를 표출하는 메리를 보며 우선 메리부터 달래야 하겠다고 아그리파는 생각한다.

         

       “참아, 멋지게 이기면 되잖아?”

         

       그 말에 메리가 씩씩거리며 말한다.

         

       “저런 놈이 진짜 인재가 맞아? 어디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어?”

         

       그 말에 아그리파도 공감한다.

         

       전쟁이란 철저히 숫자와도 같다.

         

       정석적이고 안정적인 싸움으로 100번의 전투에서 100번을 이기는 것 진정한 명장이라 생각한다.

         

       이기기 어려운 전투를 100번 싸워 이기는 장군보다, 이기기 쉬운 전투를 100번 이기는 장군이 프란체스코 대공국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다.

         

       미리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야말로 전쟁의 묘리(妙理)라 할 수 있다.

         

       ‘두고 보면 되겠지. 데비앙이 극찬하긴 했으니까 조심하긴 해야겠어.’

         

       아그리파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메리를 달랜다.

         

       “괜찮아. 적의 숫자도 많지만 자만에 빠져있으니까. 확실하게 짓이겨 주면 돼. 그리고 이쯤에서 야영하자.”

         

         

         

       ***

         

         

         

       황제파 의원들이 방에 모여 있다.

         

       하지만 친목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닌지 암울한 분위기만 감돈다.

         

       그도 그럴 게, 황제파를 살리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밀실 조약을 주군께 전달 드려. 본국에서 엄청난 질타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제길… 저의 주군께서 당장 좋은 소식을 못 가져오면 저를 교수형에 처한다고 합니다!”

         

       “저희 주군도 저보고 그딴 종이에 서명이나 하게 만들고 죽고 싶냐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빨리 암캐 사냥을 진행해야 합니다.”

         

       초조한 그들에게 엔리케가 말한다.

         

       “저희도 지금 최선을 다해 준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저번에 요아네스가 실패했던 것도 있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습니다.”

         

       저번 황궁의 암살 기도.

         

       그때 대공이 다치기는 했지만 황제는 살아남았다.

         

       그 당시 암살 정황을 되짚어 보면 요아네스가 오랫동안 준비한 암살 기도였지만 실패로 돌아갔으니, 이들로서 더 만반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용납하기 힘들다.

         

       엔리케와 루이스 두 사람 모두 여러 가지 암살 계획을 준비했지만 현재로서 황궁 내부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골드 에어리어 침투는 더 어렵다.

         

       현재 백방으로 황제 경호에 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흐음… 개선식을 이용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때 어떤 의원이 입을 열자, 루이스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요한 의원. 개선식을 이용한다니요?”

         

       60대 정도 되는 노인.

         

       요한이 답을 한다.

         

       “개선식을 하고 나서, 황궁에서 연회를 개최할 겁니다. 그때 많은 귀족이 모이기에 제가 알기로는 시종들이 많이 필요하지요. 그때 황제의 술잔에 독을 넣는 겁니다.”

         

       요한의 말에 엔리케가 물어본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황궁에서 시종을 뽑을 때. 신원을 살펴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번 암살 시도로 더 엄격해진 것이겠지요. 거기다가 아무리 연회를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시종 더 뽑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습니다.”

         

       그 말에 요한이 씨익 웃는다.

         

       “그건 어차피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신분 조작이 쉬운 바이렌 시 거주로 하면 별문제는 없겠지요. 그리고 어폐라… 아마 이전 개선식 때를 생각하면 필시 시종을 새로이 뽑을 겁니다. 설마 그 넓은 연회장을 기존 시종들로 꾸미라고 하기도 어렵고 수많은 인사들이 모이기에 기존 인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지요.”

         

       마치 이전 개선식 연회에 참가 해봤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 루이스가 되묻는다.

         

       “혹시 요한 의원님. 이전 개선식에 참여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말에 요한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처럼 의원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을 보게 되지요.”

         

       그 말에 루이스와 엔리케, 그리고 그 외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우선 구체적인 계획은 저희가 짜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러시지요.”

         

       은밀하게 대화하는 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이 대화가 정보부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말이다.

         

         

         

       ***

         

         

         

       사비넬리는 병사들에게 강행군을 재촉하며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적절한 시간에 도착했다.

         

       ‘아직 제국군은 며칠 뒤에 도착할 터. 그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도를 바라본다.

         

       왼쪽에는 언덕, 오른쪽에는 아드리아해가 드넓게 펼쳐진 바다.

         

       사비넬리의 손이 오른쪽에 있는 말을 하나 잡는다.

         

       ‘여기에는 보급창고를 짓는다.’

         

       언덕 정 중앙위에 보급창고를 뜻하는 표식이 새겨진 말을 올려 두고 생각에 잠긴다.

         

       ‘언덕 위이긴 해도 요새가 아니니 적들이 한번 노려볼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비넬리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너무 허술하게 방비하면 함정이라 생각하겠지.’

         

       그렇게 병사를 배치하고 그 앞에 병사들을 포진시킨다.

         

       이 정도 거리를 두면 기동하는 적을 적절히 막아낼 벽을 완성 시킨다.

         

       ‘이렇게 진용을 짜면 진영의 틈이 넓어 야밤에 틈으로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비넬리도 이걸로 끝낼 생각이 없다.

         

       어느 정도 자신의 의도를 감추기 위해 2선에 창병들을 배치한다.

         

       ‘이렇게 만들면 꽤 든든한 방어를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진영에는 커다란 틈이 있다.

         

       1선과 2선의 진영의 틈이 꽤 넓어 1선을 뚫고 크게 왼쪽으로 우회한다면 보급창고로 돌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적절한 배치처럼 보일 테지만 영민한 아그리파라면 이틈이 보일 테지.’

         

       그렇게 생각하며 혹시 자신의 배치도가 잘못되었는지 차분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기병대가 보급창고를 공격하려는 순간 언덕 위와 언덕 측면에 있던 병사들이 기마대를 덮친다.

         

       ‘흐음… 부족해 보이는군.’

         

       아그리파의 부대에는 메리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 짐승 같은 메리가…

         

       ‘아무래도 2선 병력을 뒤로 빼도록 해야 하겠군.’

         

       그녀를 사로잡는다면 엄청난 이득이 될 거라 사비넬리는 예상한다.

         

       ‘구원병을 쉬이 보낼 수 없게 기병대와 창병을 이쯤에 배치해 둬야 하겠군.’

         

       전투가 벌어지고 나서 추가 기병대를 파견하지 못하도록 1선과 2선 사이에 기병대를 옮기면 더 이상 적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는 사라진다.

         

       ‘흐음… 좋아.’

         

       보급창고를 미끼로 적을 낚아 올린다. 사비넬리의 장기라 볼법한 함정.

         

       ‘적들은 자신들의 보급을 노리고 싶어질 것이다. 우리의 목숨줄이나 다름없으니.’

         

       실제로 아드리아 전역을 긁어모은 보급품.

         

       만약 이것들이 불타면…

         

       사비넬리의 군대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더는 이만한 보급품을 징발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의 상황.

         

       ‘어차피, 크게 이기지 못하면 동부의 귀족들 지지를 받을 수 없어.’

         

       동부 귀족들이 애국심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동부 귀족들이 니케아 왕국을 위해 일어나 주기를 간절히 사비넬리는 바란다.

         

         

         

       ***

         

         

         

       적의 배치를 보는 아그리파와 메리는 생각에 잠기다가 메리가 먼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연다.

         

       “얘 정말 오빠가 인재라고 말한 녀석 맞아?”

         

       기병에 잔뼈가 굵은 메리가 어이없다는 듯 배치를 본다.

         

       정면은 분명 잘 막았지만, 측면이 형편이 없다.

         

       특히 왼쪽 진영을 보면 밤에 기병을 이끌고 뚫는 건 일이 아니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왼쪽을 뚫어 들어가면 바로 보급창고.

         

       저곳에 파이어볼 몇 방만 쏴준다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다.

         

       “오늘 밤이라도 내가 한번 휘젓고 올까?”

         

       메리의 말에 아그리파가 가만히 지도만 응시한다.

         

       “흐음…”

         

       생각에 잠기는 아그리파를 보며 메리가 말한다.

         

       “아그리파?, 내가 한번 휘젓고 오냐고!”

         

       메리가 크게 말하자, 그제야 아그리파가 정신을 차린 듯 말한다.

         

       “응? 뭐라고?”

         

       바보 같은 아그리파의 모습에 메리가 심통 난 듯 미간을 찌푸린다.

         

       “아니! 보급창고 털고 와도 되냐고.”

         

       메리의 말에 아그리파가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아니 안돼, 저기 보급창고 미끼야.”

         

       “응? 미끼라고? 이해가 안 되는데? 그냥 초짜여서 실수한 거 아니야?”

         

       메리가 아그리파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되묻는다.

         

       “아니. 사비넬리는 짧지만 군대를 몇 번이나 지휘했어. 내가 알기로 크고 작은 전투에서 꽤 많은 성과를 냈는데. 저렇게 엉성하게 진형을 짤 리가 없잖아?”

         

       아그리파는 이전부터 사비넬리를 높이 평가하는 데비앙 봐왔다.

         

       -저런 녀석이 노예로… 아니 내 밑에 있으면 야근 조금 덜할 텐데.

         

       사람을 평가하는데 나름 정확한 눈을 가진 데비앙이니.

         

       유심히 사비넬리를 지켜봤다.

         

       “그리고 사비넬리는 함정을 파는데 고수야. 아마 보급창고를 미끼로 덫을 논거겠지.”

         

       그 말에 메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어쩔 거야?”

         

       메리의 말에 아그리파가 고개를 끄덕인다.

         

       “엉성하게 덫을 깔았으니, 그걸 역이용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

    그리고 오늘 후원해주신 비공개님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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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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