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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사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알아보았을 겁니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실제로 미아 크로우필드는 로티와 로티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본 뒤 깜짝 놀랐다. 그만큼 닮았으니까.

        

       단순히 닮기만 했다면 못 알아봤을지 모른다. 웬만한 호색한이 아닌 이상은 메이드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볼 이유가 없으니까. 게다가 이 세계관에서는…… 그러니까, 20세기 초라는 설정이 적나라하게 구현되어있는 이 세계관에서는, 30대가 넘은 여성은 그렇게 매력적인 여성은 아니었다.

        

       뭐, 과부가 재혼하거나 남편을 몇이나 갈아치운 여인이라거나 그런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귀족가의 여성들이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메이드가 아니라.

        

       “특히 직접 가서 도왔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죠.”

        

       내가 배경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봤으면 눈치를 챘을 거다. 두 사람이 닮은 것은 둘째치고, 로티는 제이크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렇습니까…….”

        

       로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평소에 제이크와 함께 다닐 때 틱틱거리던 모습과는 차이가 조금 많이 나 보였다.

        

       무표정이라서 제이크만큼 티가 많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장소에 있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로티도 그만큼 마음을 놓고 지냈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게 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물음에, 로티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그 행동은, 아마…… 제 실수였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티의 얼굴을 꽤 자주 보았던 나였지만, 이렇게 단둘이 대화를 나누었던 적은 거의 없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이도 아니었고, 로티를 볼 때는 보통 제이크와 함께 있었으니까. 떠들고 대화하는 쪽은 언제나 제이크였다. 로티는 누군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구태여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접근하지는 않았다.

        

       “부모를 돕는 것을 두고 실수라고 할 수는 없지요.”

        

       나는 최대한 목소리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떤 감정이 섞이건, 로티에게는 불쾌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으니까.

        

       내 말을 듣고 로티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나마 평정을 찾았는지 로티의 얼굴은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황녀님은, 그때 왜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까?”

        

       “…….”

        

       나는 로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는 이미 그 이유를 말했습니다.”

        

       “……단순히 분위기 때문에 그러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괜히 경계를 사 버린 걸까.

        

       하긴, 원작에서도 로티는 레오의 도움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기와 관련도 없는 귀족이 자기를 돕는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정작 제이크의 도움은 결국 받는 것을 보면, 그저 익숙함의 차이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제이크가 없었다면 공략할 수 있었을 것 같긴 하네. 스토리가 완전히 미연시풍이잖아.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나는 다시 돌아서서 난간에 기대섰다.

        

       전기도 없는 세계인데, 이곳의 도시는 너무나 밝았다. 길거리에 설치된 가스관 가로등이나, 저 멀리까지 있는 집들의 창문으로 보이는 등불만으로도 도시가 빛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뭐, 낮에 그렇게 뿜어댄 매연 때문인지 하늘의 별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아니, 밤에도 매연을 뿜어내는 곳은 있다. 이런 시대에 밤이라고 노동자 인권을 챙겨주지는 않았을 테니까.

        

       “연회의 분위기도 있고, 상황에 대한 분위기도 있었을 수 있고.”

        

       나는 잠시 말을 쉬었다가,

        

       “저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로티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뒤쪽에 서 있던 로티가 빳빳하게 굳어버렸다는 것 자체는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 더 자세한 것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당신도 황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알고 계시겠죠. 황제의 피를 정말로 이어받은 존재는 앨리스뿐이라는 걸.”

        

       조금 더 정확히는 나 빼고 모두가 황제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그 사실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당신이 부럽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기억은 있는 법이고, 그 고통에는 쉽게 공감해서는 안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공감했다고 생각해도 결국 직접 똑같은 일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도 하고요.”

        

       말없는 로티를 향해서 말했다.

        

       “다만, 만약 친부모가 모두 있고…… 적어도 둘 중 한쪽이라도 있고, 때와 상황에 관계없이 곤경에 처한 부모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도 그 사람을 도울 생각은 얼마든 있습니다.”

        

       “…….”

        

       로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감사합니다.”

        

       작게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

        

       “로티.”

        

       황녀와의 대화를 마치고 커튼 밖으로 나오는 로티를, 누군가가 불러 세웠다.

        

       굳이 얼굴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평생 목소리를 듣고 살았던 자기 주인이었으니까.

        

       로티가 실비아 황녀에게 가는 것을 보았던 것일까. 제이크는 테라스로 들어가는 입구 옆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들으셨습니까?”

        

       “아니, 저 커튼은 생각보다 두껍거든. 덕분에 저렇게 커튼을 쳐두면 연회 소리에 묻혀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제대로 들을 수는 없어.”

        

       로티는 다시 조금 전의 황녀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언제나 담담한 그 모습을 보면, 그런 대화를 들켰다고 하더라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무려 로티한테 직접 들려주었을 정도라면.

        

       황제의 아이들 대부분이 고아 출신이라는 것은. 로티에게까지 들렸던 소문이기도 했고.

        

       “그래서, 실비아는?”

        

       “…….”

        

       로티는 그 말에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조금 전, 어머니를 돕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손이 튀어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한순간 표정이 무너졌을 정도였다.

        

       그리고 의심도 했다.

        

       제이크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았지만, 실비아는…… 실비아 팬그리폰 황녀는 경계해야 할 사람이었으니까.

        

       공작가에서 로티를 제이크 옆에 붙여둘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을 정도로.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그렇게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카데미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극도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제이크와 대화를 나누는 그녀를 볼수록 어쩌면 그저 배려심 있는 사람일 뿐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실비아가…… 너한테 나쁜 말을 했어?”

        

       그렇게 물어보는 제이크조차도 그렇게 믿는 것은 아닌 표정이었지만, 로티는 혹시 몰라서 제이크에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음, 나도 아니라고는 생각하는데.”

        

       제이크는 잠깐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 아카데미에서도 그랬잖아. 괜히 너 불러다가 으름장 놓는 애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한심한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평민 반에서도 로티를 대하는 태도는 둘로 나뉜다. 식민지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아니면 그 뒤에 있는 공작가라는 이름을 두려워해서 말도 걸지 않거나.

        

       그리고 차별하는 이들 중에서는 주제넘은 짓을 하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

        

       ……평민 신분이면서, 제이크의 메이드인 로티를 회유하거나 위협하여 제이크와 결혼해 신분 상승을 하고자 하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막기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붙어있는 존재가 로티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제가 먼저 찾아간 것입니다. 황녀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하긴, 실비아가 그렇긴 했지.”

        

       제이크의 그런 반응을 보고, 로티는 눈을 아주 살짝 크게 떴다.

        

       기본적으로 가벼운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제이크는 남들을 그렇게 잘 믿는 편은 아니다. 아무리 높은 황실의 사람이라도, 아니 황실의 사람이기에, 제이크가 이런 반응을 하도록 만들려면 철저하게 일관된 태도로 꾸준히 연기를 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그런 사람’이어야 하거나.

        

       아주 잠깐 로티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주제넘은 생각이긴 하지만, 아까 대화하며 실비아와 동질감과…… 이상한 친밀감 비슷한 것을 느꼈던 로티다.

        

       그런데 그런 실비아를 제이크가 저렇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

        

       그리고 딱 거기까지 들었던 생각은 순식간에 쭉 빠져나갔다.

        

       순간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칠 뻔했을 정도로.

        

       질투라니.

        

       로티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 그것이 아닌가. 질투. 애초에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제이크는 언젠가 다른 이와 결혼하게 될 테니까.

        

       로티는…….

        

       음.

        

       “어, 방금 웃을 뻔했어?”

        

       로티의 표정을 잘도 알아차리고 제이크가 말했다.

        

       “아닙니다.”

        

       “확실해? 내가 봤는데?”

        

       “아닙니다.”

        

       두 번이나 딱 잘라 말하며 걸어가는 로티의 뒤를 제이크가 따라붙으며 귀찮게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게 평소의 제이크였으니까.

        

       적어도, 여기서 제이크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로티는, 첫 번째는 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그냥 옆에 계속 붙어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는 눈에 차는 상대가 거의 없었지만…… 뭐, 주제넘게 개인적인 판단을 내려보자면.

        

       실비아 황녀 같은 사람이 안주인이 된다면 로티도 크게 불만을 가질 것 같지는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는 최대한 빨리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

    KYYY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기후원도 해주시는 이렇게 따로 후원까지 또 해주시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글을 언제나 꾸준히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는 오늘도 힘이 납니다. 분명 글 쓰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자동차가 아무런 연료 없이 앞으로 나갈 수 없듯 작가도 독자 여러분의 관심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는 법이니까요. 제 글을 인정해주시고 즐겁게 읽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 여러분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도록,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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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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