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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

     

    호텔에 홀로 남은 시루드는 별로 재미도 없는 TV속 영상물들 중에서 뭐라도 볼만한 것을 찾겠다며 연신 리모컨의 ‘다음 채널’버튼을 연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당초 재미있는 것이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은 탓인지, 역시 그의 마음에 쏙 드는 프로그램을 찾기란 앞으로도 요원해보였다.

     

    평소에는 언제나 혼자였고, 그 덕분에 혼자서 노는 법 정도야 애저녁에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시루드는 즐길 거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저 무엇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침대위에 대충 던지듯이 놓여진 게임기가 바로 그 증거였다.

     

    “……뭔가 허전하네.”

     

    한때 가슴께에 꽂아 두었던 브로치의 빈자리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루크에게 선물해주었으나 도로 돌려받은 브로치.

    지금은 루크에게 있었다.

     

    디네키스의 꽃말은 ‘보호’라는 의미이니, 혹시나 도움이 될 까 해서 말이다.

    뭔가 미묘하게 그런 느낌도 있었고…….

     

    그러고보니 당시엔 의도치 않게 고백처럼 되어 버리긴 했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루크도 사실은 그것을 고백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말 말 그대로, ‘내게 필요 없으니, 네가 가지고 있으라’는 뜻이었을 줄이야…….

     

    ‘하아, 그땐 정말 부끄러웠는데…….’

     

    볼만한 것을 찾다가 지친 결국 시루드는 아예 TV조차 꺼버린 채, 침대 위에 대충 놓여진 게임기 옆으로 몸을 던져 뉘었다.

    작은 흔들림 이후 금세 안정되는 침대.

    푹신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뿐.

    평소에도 이것보다 푹신한 침대를 사용하는 시루드는 호텔의 그것에는 딱히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시루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재미없네.”

     

    시루드는 천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잠시 후, 시루드가 들어올린 손바닥에서 은은한 불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스한 느낌과 모든 것이 제대로 맞물리는 듯한 감각, 마치 두발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고 처음으로 제대로 탈 수 있게 된 순간과 비슷한 느낌이 손바닥과 심장에서 느껴진다.

     

    시루드는 이내 몸을 일으키고, 멍하니 자신이 만들어낸 불꽃을 바라보았다.

     

    지팡이도, 대단한 계산과 영창도 필요하지 않은, 심상과 깨달음으로 만들어지는 현상.

    그것은 이제 심장의 고리가 3개가 된 자신에게는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루크가 알려준 기초중의 기초, 겨우 이정도 불을 만드는 마법일 뿐이지만 루크는 그 마저도 결코 자신만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신신당부를 했었지.

     

    “…….”

     

    조그만 불꽃으로 할 나쁜 짓이라고는 고작해야 불장난 정도만 알 뿐인 시루드는 그 말을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그것도 결국 어른들의 잔소리랑 크게 다를 것 없으리라는 생각에 평소엔 흘려듣고는 했었다.

     

    뭐, 그래도 불장난을 하다가 화재라도 나면 확실히 위험하기는 할 것이다.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던 시루드는 이내 불꽃마저 꺼트린 뒤에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창 밖의 세상은 어둡게 변했지만, 수많은 건물의 창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불빛에 마냥 볼 것이 없는 느낌은 아니었다.

     

    결국 가장 재미있는 것은 풍경인가?

    시루드는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에 서서 유리창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토록 지루하고 답답한걸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시루드 자신도 알고 있었다.

     

    “루크는 괜찮으려나.”

     

    루크가 쓰러졌던 그날, 시루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언제나 모든 것에 달관한 듯한 모습, 시루드에게 루크는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아이였다.

    실제로 자신에게 서클을 다루고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기까지 했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을 능숙하게 제어해야 한다는 루크의 모습은 정말이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등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고작해야 바람 앞의 촛불이던 자신과는 크게 다른 모습에, 솔직히 동경심이라는 것을 전혀 품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이번에 루크는 감정과잉으로 인한 마력폭주로 쓰러졌다.

     

    마치, 자신처럼.

     

    그것이 시루드에게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가치의 변화였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가, 자신과 같은 존재로 끌어내려진 듯한 기분.

     

    처음에는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감정을 제어해야 한다’하고 떠들어댔으면서, 결국엔 자신도 연구소에서 본 꽃에 흥분해 쓰러지고 말다니.

    그래서야 다른 애들이랑 다를 것도 없지 않은가.

     

    “맨날 어른인 척만 했으면서…….”

     

    결국 아이는 어른이 될 수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내 드는 생각은, 동질감과 측은함이었다.

     

    루크는 분명 뛰어난 아이다.

    천재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말 그대로 엄청나게 뛰어나지.

     

    그런데, 그 속은 항상 감정에 휘둘려 심장을 졸이는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루크는 평소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루크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시루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루크에게 제대로 된 부모가 없으며, 닮은 점이라고는 거의 없는 엘프 한명이 보호자를 자처하며 함께 생활하는 중이라는 사실은 안다.

    아마 피는 단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이겠지.

     

    시루드는 잠깐 옛날을 떠올려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자신은 얼마나 슬펐고 얼마나 힘들었나?

     

    이제는 충분히 진정이 되어서 괜찮지만, 그 때는 정말 몇 달동안 방에서 나가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 때 심장에 서클이 새겨진 상태였다면 분명 마나폭주를 감당할 수 없어서 사경을 헤메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모두 없는 루크는 그런 경험을 이미 두번이나 겪었다는 것이 아닌가.

     

    “…….”

     

    아마도, 루크는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던 사실.

    루크는 어쩌면, 그냥 불쌍한 아이였을지도…….

     

    그렇게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잡념을 떠올리고 있던 순간이었다.

     

    -…….

     

    휴대폰의 진동음, 누군가의 전화일까?

     

    시루드는 게임기 옆에 대충 던져놓은 휴대폰을 집기 위해 침대 위에 드러누워 무기력하게 꿈틀거리며 휴대폰을 집었다.

     

    ‘루크’

     

    벌떡.

    시루드는 곧장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시루드, 미안하구나. 진작에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저녁식사를 마치고 세계수를 잠깐 구경하느라 미처 연락하지 못했어.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루크의 음성, 3일만에 들은 목소리에 시루드는 그것에 묘하게 가슴이 진정된다고 느꼈다.

    평소 루크는 학교를 자주 오는 편이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평소에 대화를 자주 나누던 것도 아니어서, 3일 정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평범한 일상 수준인데 말이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 루크가 말을 자주 걸어주어서 그런 것일지도…….

     

    “……아, 그래? 다행이다.”

     

    -그래, 그동안 무슨 일이……. 아차, 이건 통화가 길어지겠구나, 미안하다. 이 이상은 만나서 이야기하자꾸나! 지금 네 위치가 어디지?

     

    “그, 우리가 원래 있던 숙소인데…….”

     

    -알겠네, 도착하면 전화하지!

     

    “어? 잠깐, 뭐가 그리 급…….”

     

    뚝.

     

    “……한지 모르겠네.”

     

    대체 무슨 일로 그러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아, 설마 이거 그건가?

     

    ‘해외전화는 통화비가 훨씬 더 비싸서?’

     

    생각하고 보니 굉장히 타당하고 합당하며 합리적인 이유였다.

    확실히 루크답다고 할까, 하지만…….

     

    “뭐야, 겨우 그런 이유인가.”

     

    그렇게 급하게 전화를 끊어야 했던 이유가 고작 통화비 때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며 시루드는 문득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즐거운 듯한 표정이었다.

     

    이상하다, 루크랑 같이 있으면 피곤하기만 했는데…….

     

    시루드는 침대위에 몸을 털썩 눕히고는 연락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게 당장은 TV 채널 찾는 것 보다는 재미가 있었다.

     

    ———–

     

    “갑자기 웬 응급차가 들어오길래, 설마 했는데. 네가 있더라고.”

     

    “그랬단 말이냐?”

     

    루크는 시루드와 만나 공터를 걸으며 당시의 상황을 전해 듣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루크가 연구원을 따라 산으로 올라간 그 순간부터 시루드와 메리는 평범하게 조금 더 쉬다가 땀이 마른 뒤에 시원한 곳을 위주로 계속 구경을 이어나갔다는 듯 하다.

    그러나 그렇게 구경을 하던 도중,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식물원에 들어왔고, 차의 방향이 자신이 오른 산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설마?’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서클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 구급차에 실려가고 있는 것이 바로 자신임을 알았다고.

     

    “상당히 큰일이었겠구나.”

    “그야 당연하지, 엄청났다니까.”

     

    시루드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바라보며, 루크는 옅은 미소를 지어냈다.

     

    시루드가 이토록 말을 많이 하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할 이야기가 생기면 수다스러워지는 것이 또래의 아이다워서 보기가 좋았다.

    루크는 그 모습이 마치 항상 케일하고만 다녔던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하여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말 마법사는 다 마법사로구나.’

     

    결국 마법사는 다들 비슷한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평소 다른 아이들과도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 그렇게 외톨이처럼 지내지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루크는 입을 열었다.

     

    “나 때문에 네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구나.”

    “아냐, 괜찮아. 뭐. 어차피 허락도 맡아 두었고.”

    “그러고보니 그 병원비마저 신세를 졌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응. 그렇긴 한데.”

    “그렇군, 이 은혜는 대체 또 어떻게 갚아야 할지…….”

     

    루크의 감정과잉으로 인한 기절은 세레나로서도 굉장히 큰 일인 축에 속했다.

    그러나 해외 거주민인 루크의 병원비는 굉장히 비싼 편이었고, 당장에 병원비를 낼 수 없어 대출을 생각하던 예르나로서는 루크의 생명을 구해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비록 루크 그 자신은 그 병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느냐는 시각엔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루크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어내며 시루드의 손을 잡으며 멈춰세웠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과 서클의 감각, 3서클이었다.

    루크는 확신한 듯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3서클이 되었군, 시루드.”

     

    “아, 그거? 맞아, 역시 알아차린거지?”

     

    역시 루크는 이런쪽으로는 눈치가 빠르다니까, 시루드는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뽐내는 듯한 표정을 지어냈다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지은 루크의 모습을 보고는 천천히 덩달아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나를 간호하다가 기절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네 3서클도 역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겠지?”

     

    “아, 그거 말이야, 역시 나는 너 처럼은 안 되겠더라고. 넌 대체 어떻게…….”

     

    팍.

     

    루크는 시루드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을 바라보게 하며 말했다.

    난데없이 루크의 진지한 눈빛과 마주하게 된 시루드가 크게 당황하는 와중에, 루크는 말을 이었다.

     

    “내 심장은 내가 알아서 한다, 네가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었어,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단 말이다.”

     

    “……?”

     

    시루드는 루크의 조용한 분노에 숨을 삼켰다.

    여태껏 단 한번도 화난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것인지 시루드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루크는 다시한번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밀어붙였다.

     

    “본래 타인의 서클을 조작하는 것은, 시전자와 시전당한 자 모두에게 극도로 위험한 행위다. 그런데 그것을 서클에 직접 손을 댄 것도 아니고 손을 붙잡고 하려고 했다니, 거의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었어. 최소한 서클에 직접 안정화를 시도할 거였다면 가슴에 손을 댔어야지.”

     

    시루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졌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여자아이의 말에 당황한 마음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다만 얼굴을 붉게 물들였을 뿐.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해보게, 변명 정도는 들어주지.”

     

    “그건 그런 시도가 아니었어! 그건 진짜 딱 그냥 기도만 한거였단 말야!”

     

    “……뭐라? 그게 정말인가……?”

     

    “그래,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나도 마법사야, 그리고 마법사는 거짓말 안 해!”

     

    “그, 그렇……지.”

     

    잘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에 그랬던 것일까?

     

    툭, 루크가 손을 놓아주자, 시루드는 곧바로 손을 회수하고는 루크의 시선을 피했다.

    잠깐 잡혔는데 손목이 꽤 아팠다.

    무식하게 힘만 센 여자애……아니, 루크는 상당히 유식한 편이지.

    그럼 유식하게 힘만 센 여자애인가? 아무튼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시루드는 아픈 손목을 털면서 볼을 긁었다.

     

    “그래, 그건 그냥 기도만 한 거였어. 근데 네 손을 잡고 있다보니 마나의 흐름에 문득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그래서 3서클이 되면서 잠깐 피곤해서 존거야. 그게 다란 말이야. 네가 했던 그 느낌은 애초에 엄두도 안 나서 나는 진작에 포기했다고.”

     

    시루드의 대답에 잠시 굳어버린 루크는 아이의 설명이 끝나고서야 가까스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그렇구나……?”

     

    루크는 자신의 추측이 전제부터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순간 부끄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위험한 짓은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굳이 훈계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인데…….

     

    “…….”

     

    시루드가 한동안 말없이 자신이 쥐어 붉어진 손목을 바라만보고 있자, 루크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혹시 많이 아픈가?”

    “아냐, 괜찮아.”

    “정말, 정말 미안하다, 시루드.”

    “…….”

    “제발, 아이야. 내 잘못을 용서해주겠느냐?”

    “알겠으니까, 제발 그만 달라붙어…….”

     

    시루드는 결국 루크와 몇발짝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 만져졌다간 서클 때문에 심장이 아파서 기절할 지경이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 시루드 이제 그만 괴롭혀!

    이제 시루드도 3서클이 됐네요! 와! 똑같아졌네!

    그럼 이제 루크는 슬슬 4서클 찍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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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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