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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지난주 토요일, 마야는 잠시지만 자신의 마법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적이 있었다.

         

       원더스타인과 레이나가 무대 위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염동력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덕분에 두 사람이 만든 케이크 장식이 바닥에 떨어져서 망가지고 말았다.

       애쓴 결과물이 대걸레에 쓸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레이나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마야의 마음 한구석에 저열한 쾌감이 솟았다.

         

       물론 그것은 존경하는 스승님에게 못 할 짓이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저지른 짓으로 인해 그분의 볼을 또 한 번 눈앞에서 도둑맞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이 한 행동에 자괴감이 들었다.

         

       원더스타인이 자신을 질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순간이지만 힘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그녀는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오늘 자신이 했던 사고와 행동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그녀는 그 결과 자신이 얕은 ‘파피락스’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파피락스는 다른 말로 ‘마신 시네페쿠스의 속삭임’으로 불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이렇게 번역되기도 했다.

       심마(心魔)라고.

         

       마신 시네페쿠스는 도를 닦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순간에 나타나, 그의 귀에 깨달음을 방해하는 속삭임을 불어넣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파피락스라고 칭했다.

         

       그는 험담과 소문과 명성을 사랑하는 마신이었다.

       비생산적인, 감정적인, 맹목적인, 비이성적인 속삭임과 지껄임을 좋아했다.

         

       그는 온갖 지저분한 말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그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었다.

       그것은 마신 시네페쿠스를 이루는 본질이었고 그의 한계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한계지어진 선을 넘어가려는 다른 사람들을 질투했다.

         

       깨달음을 얻으려는 종교인들과 새로운 진리로 나아가는 학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는 그들이 미혹에 빠지도록 귓가에 속삭임을 불어넣곤 했다.

         

       세간의 뜬소문.

       근거 없는 의혹.

       무책임한 헛소리.

       매혹적인 부추김.

         

       올곧게 정진하는 마음에는 그것이 스며들 틈이 없었다.

       종교인들은 참선(參禪)으로 학자들은 논리로 그것을 격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제에 도전하다가 미쳐버리는 학자들이 출몰하는 것도 이러한 파피락스가 원인이었다.

         

       마야는 자신 안에 심마가 출몰한 원인을 되짚어봤다.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답은 금방 나왔다.

       그녀의 염동력이 제멋대로 날뛴 계기를 떠올려 보면 되는 것이다.

         

       원더스타인.

       그가 열쇠였다.

         

       그녀는 비어있는 마음의 도화지를 채우는 방법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 헤매던 자신에게 등불을 제시해주신 분.

         

       그에게 마음을 허락함으로써 월리를 구현할 수 있었다.

       그분에게 자신의 마음을 더 의탁해보면 더 넓은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 길에는 그녀가 감내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미웠다.

       그가 다른 여자를 향해 웃는 것을 보고 있기 힘들었다.

         

       그녀가 마음의 도화지를 채우기 위한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감정은 견뎌내기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완벽한 논리를 추구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불쾌한 불협화음이었다.

         

       ‘차라리 이런 마음 따위 없는 게 낫겠어.’

         

       애초에 그녀가 신비를 포기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논리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 때문 아니던가.

         

       보통 사람에게 있어서 별거 아닌 그런 감정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독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처럼 심마가 되어 찾아올 수 있었다.

         

       “악마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를 질투한다. 악마는 새에게 속삭인다. 바깥 세계는 무섭다고, 너는 날지 못할 거라고, 알은 소중한 것이라고. 태어나려는 새를 다시 알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그 악마의 이름은 시네페쿠스다.”

         

       악마의 속삭임을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진리를 향해 나아가라는 현자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러나 마야는 함부로 신기원에 도전하는 것보다 원래 걷던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녀가 맞이한 새로운 세계는 그녀에게 너무 낯설고 위험했다.

         

       그래. 상의 신비를 파는 건 포기하자.

       월리의 환상도 저리 가라고 해.

       나는 그런 것 필요 없어.

       순수한 논리만으로 나아갈 거야.

         

       -냐아아앙!

         

       불만스럽게 우는 고양이를 마음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러나 마음을 먹은 지 몇 시간도 안 되어 그녀의 결심은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제과 공장에 다녀오고 다음 날, 그녀는 아침 일찍 별장을 나서기로 했다.

         

       테트로미노 광장 바닥의 수수께끼.

       그녀에게 어울리는 논리적인 작업으로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평소처럼 단장님께 인사를 하기 위해 그의 침실을 찾았다.

         

       “오늘은 좀 일찍 나가는군요?”

       “서둘러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단장님 괜찮으신가요? 오늘은 오래 주무셨네요.”

         

       원더스타인은 막 잠에서 깬 듯 이불을 끌어안은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네. 문제없습니다. 어제 일로 조금 피곤해서요. 그럼 오늘도 테트로미노 광장에 나가는 건가요?”

       “네.”

         

       마야는 그의 침대를 유심히 살폈다.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뭔가가 달랐다.

         

       항상 정갈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자신을 기다렸던 그가 지금은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삼차원의 형태를 파악하는 그녀의 눈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의 몸을 덮은 이불의 모양이 이상했다.

       이불은 평소 그의 몸으로는 빚어낼 수 없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마야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더스타인의 몸의 형태를 눈에 담아둔 덕분에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잠깐이지만 이불이 들썩이는 것도 감지했다.

       뭔가 커다란 짐승 같은 것이 그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관찰을 계속할 수 없었다.

         

       “후후, 알겠습니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그가 축객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야는 그의 이불 안쪽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신비를 캐는 것은 포기했다.

       마음의 도화지를 비우기로 했다.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원래의 논리적인 자신으로.

         

       하지만 뇌 한쪽이 제멋대로 떠드는 것을 막기는 힘들었다.

         

       어쩌면……침대 안에 꿈틀거리는 저것은 남자들이 아침에 겪는다는 생리현상일지도 몰라.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잖아. 원래 저렇게 요동치는 건가?

       이불이 들썩일 정도의 움직임.

       설마 단장님의 것이 나를 보고…….

         

       마야는 하마터면 신음을 토할 뻔했다.

       그녀는 자신의 표정이 무너지는 것을 숨기기 위해 재빨리 큰 소리로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방을 나간 마야는 문을 닫았다.

       심호흡으로 자신의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벼락이 그녀의 머릿속에 내리쳤다.

         

       그것은 발칙한 상상력의 발로라 할 수 있었다.

       어제 겪은 충격 때문인지 그 인물이 그녀의 상상 속에 불쑥 솟아났다.

         

       -아빠, 사랑해요!

         

       레이나 마기어.

       단장님의 품에 안겨서 사랑한다고 외친 그녀.

       그녀의 두 팔이 단장님의 목을 끌어안고, 그녀의 두 다리가 단장님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단장님의 볼에 닿았다.

         

       그리고 마야는 또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이죠. 장래가 기대됩니다. 앞으로 7년 정도 지나면 더 성숙해지겠지요……후후.

         

       레이나의 몸을 훑어보며 미소를 짓던 단장님.

         

       그녀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이불 속 삼차원 공간이 그려졌다.

       그분의 몸 위에 레이나의 몸이 포개졌다.

       그 형태는 그녀가 아까 본 이불 모양과 정확히 일치했다.

         

       잊어. 잊으라고.

       엉뚱한 상상하지 마.

       감정에 휩쓸리지 마.

       심마에 휘둘리게 된다니까.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외침과 달리 그녀의 머리는 침대에 누워서 서로 입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을 떠올렸다.

       그 순간, 그녀의 손은 ‘투명 물감’의 뚜껑을 열고 있었다.

         

         

       이름: 투명 물감

       적용 대상: 물체의 표면

       효과: 대상을 투명하게 만드는 물감을 생성합니다. 지속시간은 마력의 농도에 비례합니다.

       요구 자원: 마야의 호감도 30, 마력

         

         

       드발체프에서 원더스타인에게 받았던 그녀의 새로운 마도구.

       절대 이런 용도로 쓰라고 준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염동력으로 자신의 전신을 물감으로 칠했다.

         

       이건 진실을 탐구하기 위함이야.

       마음의 의심을 떨쳐내기 위한.

         

       완전히 투명한 상태가 된 그녀는 조용히 문가로 다가갔다.

       안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하아.”

       “이런 꽤 답답했겠구나. 하지만 들켰다면 큰 오해를 샀을 거야.”

         

       이불 속에 있던 것이 누구였는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예감이 적중했다.

       저 목소리는 레이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신경을 거스른 것은 단장님의 말투였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상대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쓰던 그였다.

       제자를 자처하는 자신에게도 그러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분의 방식이려니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가 다른 누군가에게 반말을 쓰고 있었다.

       그가 누군가를 저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것은 처음 들었다.

         

       “아, 알아요……. 저, 저는 제 방으로 가볼게요.”

       “그래.”

         

       레이나가 방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파자마는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마야는 그녀가 방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째서?

       만난 지 얼마 됐다고.

       그녀가 왜 단장님의 침대에?

       땀범벅.

       남녀인데.

       왜?

       잠옷이네.

       뻔하잖아.

         

       설마.

       설마.

       설마.

         

       밤새 같이 있었던 거야?

       같이 잤다고?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럴 리 없었다.

         

       방금 단장님도 그랬잖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그래. 오해야.

       그녀는 아침 일찍 단장님을 찾았다가, 내가 들어오면서 놀라 침대 안으로 숨어든 거야.

         

       그러나 한 번 뇌리에 박힌 의혹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내내 광장에 나가서도 멍하니 타일을 응시했다.

       전개도나 논리는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아침에 그녀가 목격했던 장면과 그녀의 상상으로 보강된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서로 알몸으로 침대에 뒹굴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젊은 아가씨께서 무슨 고민이 이렇게 있는 거죠?”

         

       늙은 카페 주인은 그 연륜에 걸맞은 눈치와 접객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녀는 마야의 무감정한 태도에서도 변화를 읽어냈다.

         

       카페 주인은 그녀에게 보드카가 섞인 가벼운 음료를 권했고, 그녀는 그것을 홀짝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그날 밤 별장으로 돌아와 몸에 투명 물감을 바르고 원더스타인의 방문 앞에 앉았다.

         

       내가 잘못 본 거야.

       분명히.

       증명할 거야.

       단장님의 무죄(?)를.

         

       그렇게 그녀는 밤새 그의 방 앞을 지켰다.

         

       다음날, 그녀는 몸에 열이 오르고 비틀거릴 정도로 지쳤지만 만족했다.

         

       그 여자애는 단장님의 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안심했다.

       둘 사이의 관계는 자신이 오해한 게 분명했다.

         

       그래. 다행이다.

       오해였구나.

       내일이면 그녀는 돌아갈 거야.

       별일 없겠지.

         

       그렇게 그녀는 종일 별장에서 잠을 잤다.

       전날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리한 탓이었다.

         

       그녀가 눈을 뜬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그녀는 깨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옷가지를 챙겨 방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향한 곳은 단장님의 방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시네페쿠스의 것보다 더 무서운 속삭임을 들었다.

       단장님의 방 안에서 분명 레이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귀를 기울였지만, 내용은 자세히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밤이라서 목소리를 많이 낮춘 듯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계집애.

         

       마야는 몸에 투명 물감을 바르고 염동력을 이용해서 건물 밖으로 날았다.

       그녀는 화장실 쪽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나가 말을 마치고 단장님의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마야는 살금살금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원더스타인이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하는 게 보였다.

         

       단장님이 무슨 말을 할까?

       야밤에 그만 쫑알대고 방으로 돌아가?

         

       그때, 그녀의 귓가를 뒤흔드는 믿을 수 없는 말 한마디.

         

       “벗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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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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