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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

         

       청순 몽환.

         

       처음 한시우가 그 단어들을 말했을 때는 잘 연상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처음 인트로를 듣는 순간 나는 청순 몽환이라는 뜻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가슴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어 주는 이것은 청순이고 꿈을 꾸게 하는 듯한 지금 부분은 몽환이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펼쳐지는 멜로디 거기에….

         

         

       -내가 궁금해?

         

         

       간지럽게 상대를 안달 나게 하는 가이드 보컬…, 음?

         

       이어지는 <비밀소녀>의 가이드 보컬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한 내가 한시우에게 물었다.

         

       “이거 가이드 보컬 한시우 프로듀서님이 직접 녹음 하셨네요?”

         

       “아…, 네 맞습니다. 급하게 작업하느라 가이드 녹음해 줄 여성 보컬 구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한시우의 목소리는 허스키해서 이런 감미로운 여자 노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듣기 편해.’

         

       그런 한시우가 녹음을 했음에도 <비밀소녀>는 듣기 참으로 편했다.

         

       크게 튀지 않아 편안하고…, 팬들을 끌어들일 정도로 매혹적이고.

         

       컨셉이 과하지 않고 멤버 역량에 따라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곡.

         

       특히 보컬 스탯이 높은 이혜정과 유 설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시우가 불러도 이 정도면 실력 있는 여자 보컬인 저 두 사람이라면 이 곡에서 분명히 자신들만의 강점을 잘 보여 줄 수 있을 터.

         

       내 입장에서는 섹시나 댄스 중심의 곡이 아니라 조금 아쉬운 면도 있기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끼리 경쟁할 필요는 없으니까.’

         

       팀적인 면에서 봤을 때 이 <비밀소녀>라는 곡이 우리 루키즈의 첫 곡으로 아주 적합한 곡이었다.

         

       그것을 나만 그리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곡을 다 들었을 땐 멤버들의 표정이 모두 좋았다.

         

       “다들 어떻게 들으셨나요? 혹시 더 원하시는 부분은 없으신지요?”

         

       이에 한시우가 질문하자 나를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부족하긴요. 너무 좋아요.”

         

       “이게 저희 데뷔곡이라니 꿈만 같아요.”

         

       특히 유 설을 비롯하여 연습생 기간이 길었던 멤버들은 꿈만 같다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의 고생길이 끝나고 꽃길이 눈앞에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혜정이 한시우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본 그때였다.

         

       “그보다 한시우 프로듀서님. 저희 데뷔곡은 언제 공개되고 언제 발매되는 건가요?”

         

       “아, 음원이 언제 공개되냐 이 말이죠? 어디 보자….”

         

       한시우는 잠시 핸드폰을 보는 척하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타이틀곡 뮤비 티저 공개가 14일, 쇼케이스가 18일, 그리고 음원 발매까지 20일 남았습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예?”

         

       이것은 단순히 나아아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단순히 나열해봐도….

         

       곡 숙지, 녹음, 안무 숙지, 무대 대형 숙지, 뮤비 촬영 등등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그것을 3주 내에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고?

         

       ‘…잘못 들었나?’

         

       하지만 불행히도 나만 그렇게 들은 것이 아닌지 다른 멤버들의 표정도 얼어 붙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의 표정을 보고 한시우와 정 실장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뭣들 하세요? 안 일어나고?”

         

       “얼른 녹음부터 하러 가시죠.”

         

       “…….”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꽃길이 아니라….

         

       바로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

         

         

         

         

       2주 후.

         

       “엇, 이기자! 유창선 병장님. 일과 안 하고 어디 가십니까?”

         

       “야 이 새끼야, 나 내일 전역이잖아. 일과는 뭔 일과야.”

         

       “아, 크큭. 그러시죠. 그러면 저 이제 말 놔도 됩니까?”

         

       “오늘 루키즈 신곡 티저 나오는데 그거 좋아요 눌러 주면 말 놔도 돼.”

         

       “아, 꼭 좋아요 누르겠습니다. 그러면…, 창선이 형. 이따 전역식 때 봐.”

         

       전역식 때 보자는 건 전역식 때 전역빵을 존나게 때려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유창선 병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단순히 내일이 전역날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오늘이….

         

       “히힛, 히히힛.”

         

       루키즈의 신곡 티저 공개일이기 때문이었다.

         

       뮤비나 음원 공개가 아닌 단순히 티저일 뿐이었지만 유창선 병장은 나아아가 끝난 지 3주 만에 드디어 하예린을 다시 볼 수 있단 생각에 매우 신난 채였다.

         

       나아아가 끝난 후 하예린 탬퍼링 사태로 그동안 루키즈 팬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하지만 이제는 그 한을 풀 차례였다.

         

       아직 핸드폰을 받지 못한 유창선 병장은 그렇게 루키즈의 티저를 시청하기 위해 사지방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시간이 오후 3시.

         

       아직 일과 시간이지만 전역 전날 말년 병장의 팬심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떴냐? 와…, 시발 썸넬 예린이야…. 존나 예뻐….”

         

       [루키즈(Rookies) ‘비밀소녀’ Official Teaser (최초 공개)]

         

       [조회수 : 516,235회 – 1시간 전]

         

       단순 티저인데다 아직 1시간 밖에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상 조회수는 이미 50만 회를 넘어가고 있었다.

         

       유창선 병장은 썸넬 속 나아아 교복을 입고 있는 하예린을 보고 홀린 듯이 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꾹.

         

       […….]

         

       영상이 시작하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교복을 입은 누군가의 뒷모습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긴 생머리 흑발.

         

       유창선 병장은 그것이 하예린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차르르-.

         

       이어서 장면이 넘어가며 다른 멤버들의 뒷모습도 연이어 나온다.

         

       루키즈 멤버들은 각자 다른 화면 속에서….

         

       [저벅]

         

       어느 건물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곳. 바로 학교였다.

         

       ‘학교? 컨셉이 학생인 건가 그러면?’

         

       뭔지는 몰라도 유창선 병장은 일단 시청을 계속했다.

         

       영상 속 루키즈 멤버들은 그저 뒷모습만을 보이며 어딘가로 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걸음이 향한 곳은 한 교실.

         

       [드르륵.]

         

       멤버들이 들어오자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학생들이 갑자기 숨 죽이듯 말을 멈춘다.

         

       그저세야 유창선 병장은 영상 속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학생.’

         

       루키즈 멤버들은 이 정체 모를 학교의 전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이 맞다는 듯.

         

       스윽-, 슥.

         

       전학생 국룰대로 루키즈 멤버들은 각자 다른 화면 속에서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유 설

         

       이혜정

         

       서유진

         

       나한나

         

       박유정.

         

       그리고….

         

       스윽-.

         

       하예린.

         

       마지막으로 하예린의 이름이 칠판에 적히는 동시에….

         

       뒷모습만 보이던 멤버들이 마침내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안녕, 내 이름은….]

         

       이윽고 이름을 밝히는 멤버들의 사운드가 겹치고….

         

       [유 설.]

         

       [이혜정.]

         

       [서유진.]

         

       [나한나.]

         

       [박유정.]

         

       [하예린이야, 잘 부탁해.]

         

       마지막으로 이름을 밝힌 하예린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손을 뻗는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

         

       [그러면….]

         

       유창선 병장을 유혹하는 것처럼 손을 살랑 흔든다.

         

       [나를 따라와.]

         

       파앗.

         

       동시에 검은 화면으로 암전되며 영상은 끝났다.

         

       [비밀소녀 coming soon.]

         

       “아으으으으……!”

         

       티저가 끝나고 유창선 병장은 온몸 구석구석에 쾌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충족하기 위해 티저 속 하예린 장면을 연속으로 돌려 보았다.

         

       [나를 따라와.]

         

       “허억…, 헉….”

         

       [나를 따라와.]

         

       “암요…, 암요….”

         

       아마 하예린이 그에게 종교 가입을 권했다면 진작에 포교당하고 전재산을 헌납했으리라.

         

       그렇게 유창선 병장은 아직 신곡이 발매되지 않았다는 현실에 한탄하며….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이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처럼.

         

       계속해서 루키즈 티저 영상을 시청했다.

         

       무려…, 저녁 점호가 끝나고 그의 전역식을 할 때까지 말이다.

         

       “창선아~ 집에 가자.”

         

       “이 씹새끼, 어디 있어?”

         

       “점호 끝나자마자 바로 싸지방 달려가서 루키즈 티저 보고 있더라.”

         

       “이 미친 하예린 빠돌이 새끼 뒤졌어.”

         

       그동안 왕고 유창선 병장의 수발을 드느라 고생했던 중대 선임들은 돌덩이, 진압봉, 기수대 깃발, K2 소총 등등 각자 무기를 챙기고 싸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속 편하게 루키즈 티저를 시청하고 있던 유창선 병장을 검거했다.

         

       “야 이 새끼야!”

         

       “전역 축하한다, 시발럼아!”

         

       “어? 얘들아 잠깐 시발!”

         

       퍽, 퍽, 퍽, 퍼억-!!

         

       “아악! 악! 야 이 개새끼들아! 아니, 총은 왜 가져 왔어! 아악!”

         

       “개머리판으로 존나게 때려주려고 이 새끼야!”

         

       “그동안 수고 많았다, 새끼야.”

         

       별다른 전역식은 필요 없었다.

         

       그냥 전역빵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이 전역식 장소였다.

         

       유창선 병장의 후임들은 그를 개패듯 패면서 그동안의 한을 풀었다.

         

       “아오 이 새끼 때문에 맨날 하예린 직캠 영상 좋아요 누르고! 매일 같이 나아아 투표하고!”

         

       “난 사실 유 설 좋아했어, 이 새끼야!”

         

       쿠당탕탕-!!

         

       그야말로 집단린치나 다름없는 현장.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흐흐흐흐.”

         

       “이, 이 새끼…! 맞으면서도 하예린을 보며 웃고 있어…!”

         

       유창선 병장은 절대 사지방 컴퓨터 속 하예린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며 소리쳤다.

         

       “그래, 이 새끼들아! 너희는 군대에서 썩어라! 나는 예린이를 실제로 만나러 간다!”

         

       “이, 이 새끼…!”

         

       “아악…!! 악!! 근데 이 새끼들아! 루키즈 신곡 나오면 꼭 한 번씩 들어 줘라! 선임으로서 마지막 부탁이다! 아아악-!!”

         

       그렇게 비명 소리는 나날이 높아지며 밤은 깊어 갔다.

         

       그리고 그의 비명소리가 높아지는 것처럼 <비밀소녀> 티저의 조회수 그리고 루키즈 팬들의 기대감도 날날이 높아져 갔다.

         

       하지만….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루키즈의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 방해물이….

         

       파앗.

         

       [Python(파이톤) – ‘Poison Heart’ Official Teaser (최초 공개)]

         

       곧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츠르츠르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절대로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츠르츠르 님의 크나큰 응원과 관심에 힘입어 빚갚돌 2부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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