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64

       

        

        

        

        아시아 예선전이 다가옴에 따라, 다섯의 참가국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 경쟁한다.

        

        특히나 과거부터 매우 밀접하게 교류하던 이 다섯 개의 나라는 상대방에게 져선 안 된단 감정에서 비롯된 무지막지한 프라이드와 승부욕을 가졌으며, 이는 현대 사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리그로, 현재 북미 리그와 유럽 리그와 함께 따로 분류된 것이 바로 동아시아 리그였다. 쟁쟁하다 못해 피터지는 경쟁이 벌어지는 두 리그와 동등하게 선 것 자체가 경쟁심리의 결과를 대변하고 있단 것이었다.

        

        게다가 매년 경쟁은 과열되며, 선수들은 꿈에서도 나올 정도로 상대방을 확실하게 분석하여 본선으로 향하는 출전권을 거머쥐려 노력한다.

        

        이러한 신경전은 당연하게도 선수들 사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전장을 넓게 보아야만 하는 스태프들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말 한 마디에 커리큘럼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건 예삿일.

        

        요컨대 코칭 스태프들이 전략을 짠다면, 그 칼끝을 적의 목에 틀어박는 건 선수들이었다.

        

        

        한편, 과열은 모든 선수들의 실력적 상향평준화를 가져왔지만, 이것들이 모두 동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 요컨대 다른 위치,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인적 차이는 각국이 잘할 수밖에 없는 제각기 다른 이유를 형성했단 소리였다.

       

        일곱 개나 되는 나라 간 필사적인 경쟁을 통해 늘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는 중국 연방.

        

        미국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아시아 예선전에서 최상위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공화국.

        

        자본의 무게에 눌려 산산조각났다 다시 부활했지만, 과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었던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 러시아 연방.

        

        북한이라는 유사-국가에 대비하기 위해 나라 크기에 맞지 않게 무지막지한 군사력을 보유한 탓에, 중국 연방과 러시아, 일본에 전혀 밀리지 않는 무지막지한 선수단을 매년 육성하는 대한민국.

        

        그리고 안타깝게도, 주변 나라의 인프라가 너무 강대한 탓에 매번 최약체로 거론되기 일쑤인 대만까지.

        

        

        허나, 각자의 이유로 강하거나 약할지언정, 아시아 예선전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일괄적으로 비슷하게 행하는 것 또한 있기 마련이었다.

        

       

        

       “…이상, 아시아 예선전 참가국에서 눈여겨봐야 할 요주의 선수들 명단입니다. 코치와 선수 전원 빠짐없이 확인한 후, 경기 전까지 대책을 수립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전 브리핑.

        

        당연하게도 이 행사는 한국의 전유물만이 아니었으며, 심지어는 이러한 각국 행사의 뒷면에는 섣불리 공개되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 또한 모든 나라들이 동시에 공유하는 공통된 부분이기도 했다.

        

        요컨대 한국의 경우와 같이, 타국의 사전 브리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짐작 가능하단 것이었다 – 해부에 준하는 정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비책을 짜는 것. 당연하게도 그 대상은 외국 선수들이었다.

        

        

        사전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비록 코칭 스태프 또는 감독이 전달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후반 브리핑이 남아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필요한 부분만을 전달하고는 슉 하고 끝나버린 타국의 브리핑들.

        

        사실 작년까지는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년도에 상상조차 못 했던 완전히 새로운 돌풍이 몰아쳐, 기존에 상정한 것보다 최소 백만 명 가량의 시청자가 더 몰린 탓에 일종의 화답으로서 진행된 거였으니.

        

        

        철컥.

        

        숙소로 복귀한 후, 각자 인사를 나눈 뒤 개인 방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몸놀림으로 목에 초커형 접속기를 끼운 후, 버튼을 눌러 VR에 접속. 그리하여 몇 번이고 보았던 폐허가 이들을 맞이했다.

        

        오퍼레이터 룸에 할당된 별도 공간. 브리핑실을 연상하게 만드는 공간의 벽면에는 온갖 종류의 정보들로 빼곡했다. 벽면에 달린 LED 시계가 자연스럽게 타이머로 바뀌며 30분이라는 시간이 할당되었다.

        

        산전수전을 헤쳐나온 듯한 중후한 외관의 아바타. 날카로운 눈매 아래의 검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시선이 방에 한가득 쌓여진 인텔을 슬그머니 훑었다.

        

        사전 브리핑이 끝난 후 즉각 전송된 타국 선수들에 대한 분석 데이터.

        

        다르게 말하면, 난제.

        

        

        

       “….”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여러 개의 파일 각각에는 선수들의 이름들이 쓰여있었다. 그러나 그 중 유달리 손때가 많이 탄 듯한 두꺼운 것이 하나, 그 위에 적힌 여섯 개의 알파벳.

        

        유진.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보이는 것은 더 많아진다. 더군다나 14년이라는 긴 세월을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을 연마하며 보내던 시간은 원치 않아도 게임 상에서 수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것 뿐만이 아니라, 특수한 영역에 한해서라면 상대가 걸어온 길마저 보였다. 어떤 훈련을 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망설이는지, 능숙하지 못한 부분은 어디인지.

        

        그가 스스로 정의하기를, 오랜 시간 동안 군문에 종사하며 얻은 일종의 잔재주.

        

        그러나 오늘은 그런 잔재주가 있다는 게 여러 의미로 참 다행이었다.

        

        

        

       ‘가능성이 있나?’

        

        

        

        재미있게도, 유진을 분석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AP 솔로잉이다. 그러나 진정 주목해야만 하는 부분은 그곳이 아니라, 하모니라는 유저와 함께 플레이하는 메인 미션이었다.

        

        전장을 읽는 능력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순간순간 이어지는 판단 역시도 일반인이 내릴 만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항공폭격유도 중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JTAC급 자격까지 갖춘 것을 확인 가능했다.

        

        단순히 특수부대원이 아니라, 최소 몇 번씩 파병을 다녀온 경험도 있을 수 있는 실제 오퍼레이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르게 말하면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국가의 자산 그 자체라는 소리였다.

        

        

        이 일에 종사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눈치요 눈썰미였다. 

        

        북미를 제외하면 자신만한 군 경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늘 그렇듯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시련을 부여한다.

        

        

        

       -[알림 : 영상을 재생합니다.]

        

       “후.”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가장 높은 우선순위가 그 유저라고 해서 신경써야 할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직 핏덩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은 많았고, 아시아 예선전까지는 3주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원석을 옥석으로 뒤바꿀 시간치곤 매우 짧았지만,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는 경우는 인생에서도 극히 드물었으니.

        

        

        

       ‘당분간은 또 VR 안에서 살아야겠군.’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을의 하루는 여전히 짧았다.

        

        

        

        

        

        

        

        

        

        

        

        

        

        

        

       “어, 우대갈비 5개랑 짚불삼겹살 다섯 개 맞으시죠? 거기에 공깃밥 네 개에 된장찌개 두 개? 혹시 일행 분이 덜 오신 건 아니시구요?”

        

       “네. 맞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분이 다 먹을 거예요.”

        

        

        

        한편.

        

        이 두 명은 고깃집의 예의주시 인물로 등록될 예정이었다.

        

        

        

        

        

        

        

        

        

        

        

        

        

        

        

        

        

       ───치이익!

        

        

        

       “이게 뭔가요?”

        

       “확인해보세요.”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향기를 사방으로 풍기며 고기가 익어간다. 새빨간 속살이 갈색으로 그을리며 그릴의 자국을 감싸안았다. 가로줄, 세로줄, 그리고 십자 형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잔을 부딪히는 소리, 고기 구워지는 소리로 가득한 고깃집 내부, 그 사이에 이질적인 음색 하나가 섞인다. 오로지 다이스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였다. 대용량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알림이다.

        

        그걸 본 순간 다이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것으로 바뀐다. 하필이면 대용량 메시지. 그리고 유진이 보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갔다. 지난 번 블루밍에게 갔던 파일과 비슷한 거겠지.

        

        커리큘럼.

        

        슬슬 본업에 복귀해야만 할 때가 오고 있었다.

        

        

        

       “안 그래도 별로 없는 식욕을 꺾어버리시다니.”

        

       “조금 빠르게 복귀한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확인해볼게요.”

        

        

        

        부담 반과 기대 반.

        

        이 사람이 가져오는 트레이닝 코스는 하나같이 정신나간 내용과 퀄리티로 꽉 차있다. 뭐라고 해야 하나, AP를 대비한 게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무미건조하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양반이 내게 무엇을 쥐어주고 있는지는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특히 십수 개월 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금 일본의 케이스를 만날 때가 다가오자, 의문은 약간의 확신으로 변한다.

        

        약간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연다.

        

        

        

       “…그나저나 이런 거, 저한테 알려줘도 되는 거 맞긴 해요?”

        

       “흠.”

        

        

        

        고기를 오물거리던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눈치가 빠른 이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바로 알아낼 수 있을 테지.

        

        여전히 한 치의 속마음도 알 수 없었다. 알기 쉬운 사람이란 것과는 별개로 이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지닌 채 살아가니까.

        

        그저 궁금한 건, 유진이 숨기고 있는 이면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것 – 그러나 어쩌면, 평생이 지나도 이에 대해 알 수 없을지도 몰랐다. 혹은 모든 일들이 끝나면 넌지시 이야기해줄지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신경쓸 필요도 없단 듯 덧붙였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알려주지 않았으니, 그리 상관없어요. 제가 보내주는 것들은 일반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간과하기 쉬운 부분만을 정확하게 집어주는 정도니까요.”

        

       “뭐어, 그렇긴 하죠.”

        

        

        

        그 간과하기 쉬운 – 다르게 말하면 의표라고 부르는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집어내는지가 궁금한 건데, 라는 질문은 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파일을 열고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리고 그럼으로서 알게 된 점도 있었다. 이전처럼 사격장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유진 씨와의 1 : 1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살벌하네.

        

        

        

       “…이번 커리큘럼의 목적은 뭔가요?”

        

       “이제 꽤나 눈치가 빠르시네요.”

        

        

        

        입 안에 쌈을 가볍게 털어넣은 유진 씨가 손을 슥슥 닦는다.

        

        의도적으로 연출된 시끄러운 정적에 이어, 입 안을 탄산음료로 세척한 그녀가 덧붙였다.

        

        

        

       “압박감.”

        

       “압박감이라.”

        

       “발생할 수 있는 교전의 형태는 수천에서 수만 가지가 있죠.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어떻게 흘러갈지 완벽히 예상할 수 없어요. 여기까진 제가 몇 번이고 강조했었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죠.”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이어지는 말.

        

        

        

       “이번 스케줄을 전부 보내고 나면, 어떤 전투와 맞닥뜨리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와, 앞으로 한 달 동안 대차게 바쁘겠네요.”

        

       “이전까지 했던 2인 스크림보다 훨씬 급박하게 밀어붙일 예정이니, 단단히 각오하셔야만 할 거예요.”

        

       “에윽. 이러다가 먹던 밥도 얹히겠어요.”

        

        

        

        오늘 열두 시 가량부터 하루종일 밥만 먹고 다녀서 그런 것도 분명히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 역시도 참으로 걱정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걸 하필 지금 건네주는 것도 나름 유진 씨다웠다. 세상이란 원래 원할 때 원하는 게 찾아오지 않고, 도저히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타이밍 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억까와 직면하기 마련이었으니.

        

        물론 그럼에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긴 한데…아무래도 유진 씨에게 많이 물든 것 같긴 하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여러모로 부럽긴 하네요.”

        

       “아하하. 나름 이점이 있죠.”

        

       “물론 오늘 제 지갑에 빵꾸가 크게 날 거긴 한데…그래도 더치페이 얘기는 하지 마요. 제가 사준다고 했으니까요. 나름 2등까지 했으니 돈은 많다구요.”

        

       “앗.”

        

       “정말. 제가 이 자리에 누구 덕분에 올라왔는데요.”

        

        

        

        스윽.

        

        잘 익은 두툼한 고기 두 점. 상추 위에 밥을 깔고 고기를 올린 다음 약간의 쌈장. 그 위에 파절이와 양파절임 조금. 당연히 쌈의 크기는 컸다. 이건 내가 먹을 건 아니었다. 입 안에 다 넣을 수도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눈 앞의 저 양반에게 주려고 만든 것이었다.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쌈을 받아들려는 유진 씨에게 덧붙였다.

        

        

        

       “이걸 왜 손으로 받으려고 해요? 아 해요, 아.”

        

       “아이, 뭘 먹여주려고 그래요. 부담스럽게.”

        

       “유진 씨 부끄러움 잘 타는 건 누구나 다 알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먹여야겠어요. 얼른 딱 대요!”

        

       “왜 이래요, 증말.”

        

        

        

        너울거리는 불길과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살짝 상기된 표정.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완벽하기만 한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도리어 이런 자잘한 부분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참 강했기에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묘한 표정으로 입 안에 간신히 쌈을 넣은 유진 씨가 오물오물 쌈을 씹기 시작했다. 그래도 음식이 들어갔다고 표정이 또 풀리는 걸 보면 꽤나 재밌다.

        

        또 금방 입에 든 걸 전부 삼켜버린 다음 이어지는 말.

        

        

        

       “맛있네요.”

        

       “당연하죠. 누가 사주는 건데.”

        

       “그도 그러네요.”

        

        

        

        그러고선 이어지는 말.

        

        

        

       “앞으로 현실에서는 딱히 어색해질 일 없어서 다행이네요. 유진 씨가 VR이랑 현실이랑 모습이 똑같으니까요. 아무래도 아바타랑 현실 간 갭이 큰 애들은 이렇게 리얼에서 만났을 때 엄청 어색해하는 편이라서.”

        

       “여러모로 기막힌 우연이네요. 그나저나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그런 상황을 실제로 몇 번 본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작년 사전 브리핑 때 그랬죠. 아주 난장판이었어요. 그땐 이번 년도처럼 제대로 정립된 게 그리 많지 않았어서, 현실에서 교류하는 선수들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냥 숨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작년에는 엄청 조용했다고 했나요? 얘기를 들어보니 그런 분위기 탓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연하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가 이곳저곳 설치고 다녀요? 게다가 거의 남자 밭인데, 제가 뼛속까지 인싸였으면 뭔가 됐을지 몰라도, 그땐…아무튼 그런 느낌이었죠.”

        

        

        

        그렇게 고충을 열심히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어느덧 시간이 오후 9시로 접어든다. 집에 가서 이것저것 뒷정리 하고 취침에 들게 된다면 아마 11시, 늦으면 12시 즈음이 아닐까.

        

        식사도 마무리로 접어들었고, 어느덧 계산할 타이밍. 오늘은 점심 가량부터 하루종일 먹기만 해서 그런지 배가 아주 그냥 더부룩하다. 적당히 감안해봐도 3000kcal 넘게 먹지 않았을까.

        

        

        고기 냄새가 배지 않도록 비닐에 집어넣어둔 옷을 다시 입고 밖으로 나왔다. 불과 몇 개월 전과 다르게 선선해진 날씨가 우리를 반겼다.

        

        내일은 오랜만에 다시 유산소를 할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슬슬 헤어질 때가 됐다.

        

        

        

       “저는 숙소가 강남에 있어서, 내려갈 것 같아요. 유진 씨는요?”

        

       “조금만 올라가면 금방 집이에요. 홍제역 근처에 살아서.”

        

       “와, 좋은 데 사시네요. 부럽다.”

        

       “에이.”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역까지 걷는다.

        

        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한 명은 위로, 한 명은 아래로. 이제는 진짜 헤어질 시간이었다. 아바타가 현실과 같아서일까, VR로 이어진 친근감이 이곳까지 이어진 탓에 헤어지는 게 아쉽다.

        

        그러나 어차피 좋든 싫든 내일부터는 다시 만나야 하기에, 나는 기왕이면 좋은 일로 만나는 걸 기원하며 덧붙였다.

        

        

        

       “앞으로 현실에서 자주 좀 봐요. 가상현실에서 보면 무서우니까.”

        

       “하하.”

        

        

        

        그러더니 그녀는 손짓하며 말했다.

        

        

        

       “그래요. 나중에 또 만납시다.”

        

        

        

        그와 동시에, 유진 씨는 뱀꼬리를 살랑이며 떠났다.

        

        시야에 아른거리는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 역시 플랫폼으로 내려가 열차를 기다렸다. 건너편의 열차가 먼저 왔기에 유진 씨가 가는 건 따로 볼 수는 없었다.

        

        

        

       “으아….”

        

        

        

        여러 의미로 힘든 하루였다.

        

        어느 가을의 밤이었다.

        

       

        

        

        

        

        

        

        

        

        

        

       -[인터뷰 일정 알림]

        

       -[월 : 유진 // 다이스 // 미카엘 // 갬빗]

        

       -[화 : Xi // TK1]

        

       -[수 : 아르카디아 게임즈 // GEARUP]

        

       -[목 : Veritas // BlanKK1kers]

        

       -[금 : LegioInvicta // ClearSky // ReaperINfected]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의 군경력 관한 논의는 아시아 예선전 끝나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