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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오해를 풀고, 새로운 토의의 장을 여는 과정은 의외로 즐거운 일이구나.

         

        들썩이는 채팅창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진정한 상남자의 캐릭인데 무슨 소리냐……혹시 상남자의 기준이 베개 대신 벽돌 쓰고, 3층 미만은 계단 안 쓰고 뛰어내리는 그런 건가요. 설계부터 잘못된 캐릭인데.”

         

       ……광전사 유저들은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자. 다들 조금씩만 양보해주세요. 채팅창은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니까. 특히 아스키 아트 도배하시는 분들……그거 그렇게 아무렇게나 쓰는 거 아니에요. 다 절묘한 타이밍이 있는 건데. 시범을 보일 수도 없고.”

         

        내 진심어린 호소의 전달력이 부족했던 걸까. 과도하게 시끄러운 채팅창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매니저가 없는 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작은 방에 2만 3천명이 모여 있으니, 조금 소란스러운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120초에 한 번만 채팅을 칠 수 있도록 설정을 변경하고, ‘추후 해명할 일들 목록’의 마지막을 살폈다.

         

        오소독스.

         

        “자. 그러면, 캐릭터 비하 논란까지 해명이 끝났으니까. 마지막이……오소독스님이네요.”

         

        그런데 이게……해명할 거리가 되나.

         

        “요구가 빗발쳐서 해명 목록에 넣기는 했는데. 정확히 어떤 걸 해명해드리면 될까요.”

         

        슬로우모드에도 불과하고 너무나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하는 채팅창을 조금 위로 올려, 그 흐름을 멈췄다.

         

        그제서야 조금씩 읽히는 게- 무슨 사이인지 얘기해라, 네가 뭔데 프로를 가르쳤냐, 뭘 얼마나 제대로 해줬길래 그렇게 광고를 해주냐, 대체 무슨 논란이 해명된 거냐, 아무리 친해도 MVP 인터뷰에서 홍보 요구는 선 넘지 않냐…….

         

        조금 억울하네.

         

        “음……우선, 제가 부탁한 건 도적 홍보였어요.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여러분도 이 캐릭터 해보세요, 정도니까. 닉을 오소독스에서 도적으로 바꿔달라거나, 하루에 10판씩 도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컵에 담긴 뱅쇼를 쭈욱 들이키려 기울였다가- 그제서야, 내용물이 이미 비어버린 걸 깨달았다.

         

        달아서 그런가. 너무 빠르게 없어지는데.

         

        “아무튼, 레반님 통해서 연락이 왔었는데……도적 2지하 운영법을 몇 가지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원 포인트 레슨 몇 번 해드렸고. 그러니까, 강사와 수강생으로 시작한 사이입니다.  스승과 제자까지 발전은 안 했고. 아무튼, 우승하셔서 저도 기쁘네요. 와아.”

         

       말하면서 생각해보니, 학원으로 치면 플랜카드를 걸 일 아닌가. 어디 출신 누구, 수석 합격……같은 느낌으로.

         

        화면 상단의 ‘해명방송 중 – 오소독스님 건까지 2개 남았습니다’를 삭제하고, ‘-축- 도적 우승! 도적부흥운동회원 절찬리 모집 중’을 적어 넣었다.

         

        응. 보기 좋네.

         

        채팅창은, 내 생각에 딱히 공감하지 않는 듯했지만.

         

        “음……아직 불만이 있는 분들이 많으시네. 다같이 음악 조금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힐까요.”

         

       언제나 책상 한 구석에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카리나에 손을 뻗었다.

         

        관객도 많고.

         

        좋은 무대야.

         

        “자, 그러면……첫 곡은 신청곡으로 받아볼까요.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안심하고 신청해주세요.”

         

        * * * *

         

        국뽕은 동서고금은 물론, 분야를 막론하고 뛰어난 관심 수급 수단이었다. 분야의 위상과 성과의 크기, 그리고 스토리라인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뿐.

         

        똑같이 올림픽 종목에서 우승했더라도, 태권도에서 무난히 우승한 선수보다는 마이너 종목에서 벼랑 끝까지 몰렸음에도 ‘할 수 있다’를 읊조리다가 우승한 선수에게 주목이 쏠리기 마련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GP와 오소독스가 마련해온 국뽕은 가히 치사량에 가까운- 그야말로 최상급의 국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새 이스포츠 변방국이 되어버린 한국이었다. 어떤 메이저 VR 게임에서도 4강 이상 올라가기는 힘겨운.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었다.

         

        한때, 이스포츠란 이스포츠는 (FPS 빼고) 모조리 휩쓸던, 종주국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위상을 가졌던- 심지어 다른 나라 팀이 우승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래서 거기는 한국인 용병 몇 명이래?’라는 말이 먼저 나오던, 그런 시절.

         

        그러니, 그 추억을 되살려줄 이벤트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리라.

         

        안타깝게도, 최소한 ‘이스포츠’란 분야에서는 자그마한 국뽕이나마 누려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들려온 우승 소식이었다.

         

        어떤 한국 팀이 전 세계(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나오나의 월드시리즈를 우승했다더라.

         

        거기에 알고 보니, 이 팀이 마지막 시드로 가까스로 올라가서는 극적으로 결승 진출을 해냈고,

         

        적진의 한복판에서 관중들을 침묵에 빠트렸다가, 결국은 너무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박수를 이끌어냈으며,

         

        그 모든 걸 팀의 주장이 은퇴를 결심한 시즌에 해냈다더라- 라는 소식.

         

       그리고 ‘오프 더 레코드’라는 제목의 짧은 클립에서, 팀원들에게 ‘커리어 마지막 경기일 것 같은데. 화려한 무대에서 박수칠 때 떠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주장의 말에, ‘형은 은퇴 못해요. 우리가 우승시킬 거고, 박수 끝날 때까지는 못 떠나니까.’라고 화답하는 대화가 공개된 후-

         

        뭇 사람들의 관심은 일제히 GP 허슬러에 쏠렸다. 

         

        스폰서를 해오던 모기업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고, 감독과 코치는 부랴부랴 ‘선수들의 창의적인 전략을 항상 지원하고 응원해왔다’고 말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곧 밝혀질 거짓말이었지만.

         

        그 와중에 그 관심의 주인공이자, 파티의 주역인 오소독스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면-

         

        “……막내야.”

         

        “네?”

         

        “이 분 원래 이랬어?”

         

        “어……네. 아무래도 그렇죠? 형도 방송 보시지 않았어요? 아, 생방은 처음이에요?”

         

        “처음까진 아닌데……거의 편집본으로 봤지. 도적하시는 영상들 위주로.”

         

        “아……. 좀 달라요. 그 ‘아따먹 팬튜브’ 그거죠? 거기는 거의 표지 사기 급이라서요.”

         

        귀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머무는 호텔방에서, 바이오와 함께 이예나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관심을 그대로 이어받아 놓고는, 해명을 빙자한 전방위 방화에 이어서 오카리나 연주에 사용하고 있는.

         

        “아니, 그래도, 이게……. 아, 혹시 도적이고 2지하고 다 직접 창시한 거라고 했다가 사람들이 안 믿을까봐 그러시나? 차라리 내가 더 대놓고 얘기할까?”

         

        몇 마디 말만 하면 얻을 수 있는 명예였다. 오소독스 자신도 언제든지 고개를 끄덕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걸 취하지 않을 이유가 대체 뭐가 있을지.

         

        더군다나, 방송인 아닌가.

         

        우승자의 스승이라는 타이틀을 방제에 걸어두면, 최소한 며칠 간은 어마어마한 어그로로 시청자들을 끌 수 있을 텐데. 그 동안 도적 플레이도 선보이고, 함께 펑고를 했던 썰도 풀고-

         

        그렇게 유동 시청자들 중 일부라도 꼬셔서 체급을 키우는 게, 오소독스가 이해하는 일반적인 방송인이었다.

         

       그런데 이러면- 굳이 샤라웃을 하고 링크까지 찍은 게 전혀 보답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

         

        《흐흫. 어떤가요. 이 곡이 첫날에 연주했던 곡인데……못 알아볼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일취월장, 괄목상대, 계속 듣고싶은 연주……네. 그런 채팅 없었다, 는 분들이 보이는데……잠시만요. 자. 제가 쳤어요.》

         

        “……그냥 오카리나 불고 싶어서 저러는 걸 거예요. 가끔 저래요. 아, 실력 진짜 늘어서 더 화나네.”

         

        대답과 동시에, 손가락을 바삐 놀려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바이오. 오소독스는 얼핏 보이는 화면에 도네이션 사이트가 떠있는 걸 애써 외면했다.

         

        “카메라는 또 왜 이래? 전에는 멀쩡히 나오셨잖아.”

         

        “이것도 원래 이래요. 아, 고개 좀 안 숙이나?”

         

        이예나 방송의 전통에 가까워진 1인칭 화면에는 흘끗흘끗 손가락이 비치고 있었다. ‘대리 연주 논란ㄷㄷ’라는 도네이션을 보자마자 발끈하며 켠 카메라였다.

         

        대체 왜 거기서 발끈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말로 메시지라도 보내 볼까.’

         

        하지만 이예나는 나오나는 물론, 디스코스에도 접속하지 않은 상태였다. 레반에게 물어보면 전화번호 정도야 알려줄 지도 모르지만……남을 통해서 번호를 묻는 건, 또 어쩐지 꺼려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고민만 하며 방송을 구경하고 있자니,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이.

         

       헛짓거리 그만하고 제발 나오나나 좀 하자는 사람부터, 고개를 숙여야 되는 이유를 도배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걸 포기하고 이모티콘이나 도배하는 이들로 가득한 채팅창과, 최선을 다하여 어그로를 끌려고 노력하는 도네이션들까지. 요구, 일침, 조언, 부탁……그리고, 단순히 욕망을 배설하는 이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귀가 먹먹해지는 시장통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인터넷방송을 즐겨보지 않던 오소독스로서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광경.

         

        《음……나오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그러면 다음 곡은 나오나 오프닝 곡으로 가볼까요.》

         

        그런데 또, 그런 분위기에 조금도 휩쓸리지 않은 채 군중들의 한복판에서 연주와 멘트를 이어 나가는 이예나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말 그대로 어디서도 겪어본 적 없는 기묘한 맛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아, 그거 영상 다시 안 만드려나. 이제 그 나무꾼은 오프닝에서 빠질 때 된 것 같은데……제가 다음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건의글 쓰고 말씀드리면, 다들 가서 추천 눌러주세요.》

         

        그렇게, 오소독스조차도 저도 모르게 조용히 방송을 관람하는, 시청자의 일부로 편입되어버린 그때.

         

        《자. 이로써 해명방송이 모두 마무리되었네요.》

         

       약간은 숨이 찬, 그러나 만족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3번째 곡의 연주를 마친 직후. 와인을 다시 따를 것만 같은 타이밍에, 시야가 갑작스럽게 급격히 높아지고-

         

       다시 바닥을 향했다가-

         

        다시 높아졌다.

         

        『???』

        『??』

        『뭐해』

        『뭐임??』

        『오카리나 좋다』

        『마무리?』

        『해?명』

        『이제 나오나 하나요?』

        『아니 그래서 오소독스랑은 무슨 사이냐고』

         

        카메라가 이마에 달려있으니, 스트리머가 일어나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가 일어나면 이딴 화면이 나온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시청자들은, 동시에 이 미친년이 대체 왜 이러냐- 하는 생각을 떠올렸지만-

         

        《그럼 해명이 끝났으니……잠시 자숙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말이 뒤따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방송이 꺼질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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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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