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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달빛은 웃음을 흘리며 채팅창을 꺼버렸다.

       

       프로에서 은퇴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프로 물이 다 빠져 버린 건지.

       

       눈앞에 상대가 있는데 관중의 반응이나 신경 쓰는 멍청이가 어디 있는가.

       

       프로라면 그래선 안 된다.

       

       프로게이머라면 게임을 할 때 만큼은, 상대가 눈앞에 있을 때만큼은 그 무엇도 신경 써서는 안 된다.

       

       그저 앞에 있는 것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상대를 향한 예의이며 그와 동시에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을 위한 예의니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결과가 나온 후라면 족하다.

       

       패배했다면 사람들의 비난을 들을 것이고, 승리했다면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을 것 아닌가.

       

       그러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달빛은 이를 악물고 화령에게 달려들고 있는 자신의 팀원들을 보고는 단검을 치켜들었다.

       

       속도를 높인다.

       

       나는 화령님을 기술로 능가할 수 없다.

       

       그녀와 맞붙은 것은 아주 잠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설픈 기교를 포기하겠다.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소드 댄서의 장점에만 집중하겠다.

       

       더욱 더 빠르게. 가열차게.

       

       화령님이 아무리 놀라운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나밖에 쳐다볼 수 없도록!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가열차게 변한 검격 속에서도 화령은 여유롭다.

       

       화령이 지닌 속도도 속도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효율의 문제였다.

       

       그녀는 한 번의 움직임으로 몇 번의 검격을 파훼했으며 또 몇 번의 검격을 튕겨내 버렸다.

       

       그러니 달빛이 속도를 높였다 한들 화령에게 위협을 가할 수는 없었다.

       

       거기서 달빛이 선택한 것은 기교가 아니었다.

       

       속도였다.

       

       한 번의 검을 휘두를 시간에 두 번의 검을.

       

       검 위에 검을 더한다.

       

       하나의 선이여야 할 검격이 모여 면을 이루고.

       

       면을 이룬 것들이 또 저들끼리 형태를 합쳐 하나의 도형을 만들어 낸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팀원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검을 휘두르는 몸을 제어하는 것조차 버거워서 그런 것을 볼 틈이 없다.

       

       그렇기에 달빛이 보는 것은 오롯이 화령.

       

       단 한 사람뿐이었다.

       

       달빛은 그 연격 속에서 화령이 웃는 것을 보았다.

       

       *

       

       좋구나. 나를 찢어 죽이겠다는 저 눈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기교로 이기지 못할 것이라 판단을 내리자마자 자신의 장점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도 좋다.

       

       보아라.

       

       검이 세상을 배경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으냐.

       

       비록 그 그림은 자연물을 그리는 대신에 내게 선사하고자 하는 지옥도를 그리고 있으나 둘 다 경이롭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아니하니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샌다.

       

       거기에 더해 이를 악물고 내게 비수를 찌르려는 엔리의 팀원들을 보라.

       

       저들의 눈에 악귀가 들어서 있다.

       

       내 지난 시간 동안 일말의 동정도 없이 비정함만으로 저들을 대했기에 지금 저들은 나를 쓰러트려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을 피한다.

       

       이건 나중에 수정해주어야겠군.

       

       이럴 때는 다리나 팔을 노려야지.

       

       머리는 너무 피하기 쉽지 않나.

       

       내 뒤를 덮치려는 우악스런 뛰어서 피하며 그의 머리를 짓밟아 탈출한다.

       

       빈틈을 노려 기습하겠단 의도는 좋으나 자신을 눈치 챘음을 깨닫지 못했나.

       

       뒤에서 그 존재감만을 과시하는 편이 더 거슬렸을 터이거늘.

       

       한 마디 해주어야겠어.

       

       내가 멀어지기 무섭게 내달려서 나를 따라잡은 달빛의 단검을 튕겨낸다.

       

       이 자는… 흠.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이야기 할 내용은 아니겠지.

       

       허벅지를 노린 엔리의 창을 발을 들어서 짓밟는다.

       

       잘했다. 엔리. 처음에 비하면 실로 괄목상대했다 할 수 있겠구나.

       

       이제는 다음으로 넘어가도 되겠어.

       

       이 대회가 끝나면 한 번 진득하게 시간을 보내자꾸나.

       

       엔리를 걷어참과 동시에 내 몸통을 찌르고 들어오는 장검을 손으로 붙잡는다.

       

       공격을 노리는 때는 나쁘지 않으나 기술이 모자라구나.

       

       좀 더 정밀하고 빨랐다면 위협적이었을 터이거늘.

       

       바니. 그대는 오랜 시간 구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를 밀어내려 하는 기사를 쳐낸 후 저 멀리서 날아든 마법을 손으로 흩어버렸다.

       

       나희. 저 자는 내가 어찌 가르쳐야 한담. 마법이라는 것은 본인도 배우고 있는 중인 것이라 내 무어라 알려주기가 그렇다만.

       

       저번에 친구 추가를 했던 내 시청자 중 하나라도 데려와야 하나.

       

       뭐어. 어찌되었던 꽤나 즐겁구나.

       

       조금씩 흥이 오르는 지라 좀 더 거세게 몰아붙이고 싶단 생각도 들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자제라는 단어를 알아야 했다.

       

       언제까지고 이들을 박살낼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본인은 스스로 저들의 적이 되어서 저들을 하나로 규합할 생각이었다.

       

       달빛은 끌어들이고 그의 도움으로 본인이 패하는 것이 본인의 계획이었지.

       

       몇 시간에 걸친 고행으로 저들의 마음을 규합한 후에 자신의 감독이 합류한 뒤 승리를 내어줌으로써 감독의 권위를 세워준다.

       

       이렇게 결말을 낼 셈이었다.

       

       여기서 본인이 한 번 더 박살을 내버리면 저들의 규합이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생긴다.

       

       그건 곤란하지. 모두가 한 고생이 헛되게 되지 않으냐.

       

       어디서 져 주는 것이 저들에게 쾌감을 선사할까.

       

       이런 것을 신경 쓰면서 싸움을 벌인 적은 없다만 이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구나.

       

       꼭 하나의 극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 않나.

       

       이번에는 조금 고전적으로 가볼까.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걸고 내지른 공격이 성공해서 승리한다는 이야기로 말이야.

       

       마침 달빛이 내지르는 공격이 점점 더 가열차게 바뀌고 있으니 마지막을 저 자에게 선사하면 충분하겠구나.

       

       자아. 그럼 슬슬 공세로 돌아서 보자.

       

       내게 날아드는 화살을 건곤대나이의 이치로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그러자 나비린은 자신의 화살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당황해 그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화살에 당해버렸다.

       

       이로써 하나.

       

       그 뒤를 이어 엔리가 내게 창을 내질렀다.

       

       나는 그 창대를 손으로 붙잡아선 엔리의 몸 채로 들어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이로써 둘.

       

       그런 후에 나는 바닥에서 돌 하나를 띄워 손에 쥐고서 마법을 준비하는 나희에게 집어 던졌다.

       

       힘이 실린 돌팔매에 나희는 대응하지 못했고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져 버렸다.

       

       이걸로 셋.

       

       그 모습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걸까.

       

       배민황과 바니가 내게 함께 달려들었다.

       

       바니는 방패로 나를 밀어버릴 생각인지 미친 듯 내달렸지만 그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방패가 공격을 막고 있다면 방패 채로 날려버리면 되지 않는가.

       

       이걸로 넷.

       

       바니의 희생으로 배민황이 내 앞까지 도착했다.

       

       그는 나의 두 배는 될 법한 체격으로 나를 짓누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겐 힘을 다루는 기술이 무척이나 부족했다.

       

       방향이 없는 힘은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에 불과하니 배민황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나 여기서는 살짝 당해주는 편이 좋겠지.

       

       일부러 그 거대한 손에 붙잡혀 주자 배민황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달빛!”

       

       그와 동시에 배민황의 팔을 붙잡아 넘겨버림으로써 떨쳐내고 내게 내질러진 달빛의 단검을 피한다.

       

       이제부터는 수세에 몰린 척을 해야 한다. 공세를 포기하고 달빛의 단검을 피하는 데에 급급한 체를 한다.

       

       첫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두 번째 공격에서 살짝 균형을 잃은 모습을 보여준 뒤.

       

       세 번째 공격에서 뺨을 살짝 내어주었다.

       

       피부가 긁히고 거기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설마 자신의 공격이 닿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 상처를 보고는 달빛의 눈이 커졌다. 덕분에 공격의 흐름이 완벽하게 끊어져 버렸다.

       

       녀석. 공세를 붙잡았으면 상처를 내더라도 끝까지 가져갔어야지.

       

       달빛의 몸을 날려 쓰러진 이들의 더미 옆으로 보내준 후에 내기를 조정하여 뺨에 흐르는 피를 멎게 만들었다.

       

       

       “축하한다. 내게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구나.”

       

       내가 소리를 침에 따라 바닥에 쓰러졌던 이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마. 편히 쉬도록.”

       

       웃으며 입에 곰방대를 문 순간 저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서로를 감싸 안았다.

       

       성탄절의 선물을 받은 아이마냥 방방 뛰는 것이 본인을 상대하는 게 힘들긴 했나 보구나.

       

       저러는 모습을 보면 서로 간에 거리도 많이 좁아진 것 같으니 내일부터는 어제처럼 균열이 난 상태로 경기를 수행하진 않겠지.

       

       – 화령이 상처 입은 거 이번으로 두 번째임?

       – ㅇㅇ.

        – 역시 프로는 프로네. 잘한다.

       – 근데 겨우 데미지 한 번 입힌 거잖아.

       – 어쨌든 이번엔 달빛이 이긴 건 이긴 거지.

       – 지면 퇴물이라 그래야 하는데 싸우는 내내 너무 압도적이어서 퇴물이라 그러기도 좀 그렇네.

       – 전프로가 상처 하나 겨우 입히는 사람이 퇴물이면 세상 모든 사람이 퇴물 아님?

       – ㄹㅇ.

       

       채팅창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중에 내게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일부러 져주셨죠?]

       

       달빛이 보낸 것이었다.

       

       메시지를 보고서 고개를 들자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티가 났느냐?

       

       나름 연기를 한다고 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서투른 배우였던 모양이구나.

       

       저 자가 눈치 챈 것을 보면 나중에 다른 이들도 차차 알게 되겠지.

       

       뭐어. 당장에 저들이 기뻐하며 규합된 것은 사실이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

       

       이 사람들 원래 이렇게 강했던가? 자신을 향해 죽일 듯 달려드는 바니를 상대하던 당소일은 당혹스럽단 느낌을 받았다.

       

       그가 이전에 상대했던 이 팀은 이렇게까지 사납지 않았다.

       

       경매 때부터 의욕이 바닥을 치던 이들은 균열이 나 있는 댐과도 같았다.

       

       툭하고 건드리면 그 균열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던 사람들이었다는 소리다.

       

       허나 오늘은 달랐다.

       

       저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있었다.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하면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저들이 지닌 기세는 본래 두 팀 사이에 나던 실력의 차이를 뒤엎을 정도로 거셌으니 본래라면 손쉽게 승리를 거두어야 할 당소일의 팀은 지금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만큼 달라질 수가 있는 건가?!

       

       “실력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당소일이 바니의 검을 쳐내면서 그리 말하자 바니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화령님을 상대하다가 당소일님 상대하니까 편해서 그래요!”

       

       어제 화령님한테 구르다 보니 나를 상대하는 것도 훨씬 더 쉬워진 건가.

       

       그야 화령님하고 비교하면 제가 아무것도 아니긴 하죠.

       

       애초에 화령님하고 비교해서 그보다 더 뛰어난 천마 유저가 있기는 한가.

       

       이번에 데케이님이 불러온 천마 장인인 프로 유저 한서우님도 화령님처럼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는데.

       

       “당소일님! 거기서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라인이 밀린다구요! 합류하셔야 해요!”

       

       저 멀리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당소일의 입술이 굳었다.

       

       “벌써요?!”

       

       평균전력은 우리 쪽이 더 높을 텐데 왜 밀려난 거야?!

       

       불평이 절로 새나왔지만 망설일 틈은 없었다.

       

       여기서 밀려버리면 진다.

       

       당소일은 다급히 내기를 끌어 올리며 바니를 떨쳐내려 했으나 바니는 집요했다.

       

       “어디 가시려고요! 절 쓰러트리기 전엔 못 갑니다!”

       

       하. 젠장.

       

       “적당히 좀 놔주시죠!”

       “안 됩니다! 그랬다간 또 어제처럼 굴러야 한다고요!”

       

       화령님 도대체 어제 이 사람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라를 상대하다가 당소일을 상대한다? 난이도의 차이가 너무 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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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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