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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4

   크라슈가 바이오렌에 관해 알게 된 것은 아서 덕이었다.

     

   특수학 결계과 수석.

   바이오렌 세드니.

     

   그가 다루는 결계술은 기존 결계와는 결을 달리했다.

   그렇기에 그는 창공의 세대의 본거지가 불시에 습격당하지 않도록 늘 결계를 담당했다.

     

   그야, 당연했다.

   그의 숨겨진 어머니가 바로 세계 침식자 결계사(結界師)라는 이였으니까.

     

   마황의 마법과 결계사의 결계술을 혼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결계술.

   그게 바로 바이오렌 세드니이었다.

     

   하지만 바이오렌에게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여타 다른 세계 침식자들과 같이 세계 침식을 자유롭게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가 지닌 세계 침식의 힘은 지금도 그의 몸을 계속해서 깎아 먹고 있었다.

     

   인간의 육체는 세계 침식을 독으로 취급한다.

     

   그의 육체의 절반은 인간이다.

   그러니 그 절반이 세계 침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몸을 무너트리려 했다.

     

   그렇기에 바이오렌은 한가지 묘수를 택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에게 결계술을 거는 것이었다.

     

   마법과 결계술을 혼합해 새로운 영역의 결계술을 창조한 그는 결계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

     

   그리고 그 끝내 바이오렌의 겉모습은 무척이나 거대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결계와 마법의 혼합으로 인해 만들어진 껍데기.

     

   그 내부에는 세계 침식자가 어머니라는 세간에 절대 밝힐 수 없는 비밀을 지닌 이가 깃들어 있었다.

     

   “여기 놓으면 되지.”

   “아, 네, 감사합니다!”

     

   저주학 교실에 도르마의 책을 내려둔 크라슈는 그녀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별거 아니야. 아, 그리고 상위 저주를 몇 개 좀 받고 싶은데. 기회 될 때 받을 수 있을까.”

   “사, 상위 저주 말이신가요? 또 영약을 만드시는 건가요?”

   “그건 아닌데. 좀 해보려는 게 있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말씀하시는 걸 준비해 볼게요!”

     

   도르마는 자그마한 양 주먹을 꽉 쥔 채 의지를 보였다.

   크라슈가 스승을 찾아주기로 한 만큼 무엇이든 돕겠다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의지에 찬 작은 강아지 같았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녀에게 몇 가지 저주를 언급해 주었다.

   그러자 저주를 받아 적은 도르마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이라. 금방 구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믿음직하네. 고맙다.”

   “헤, 헤헤, 믿음직하다니. 별말씀을요.”

     

   나이만 따지면 한 살 연상이지만.

   외형 탓인지 유달리 더 어려 보이는 도르마는 칭찬에 헤실거렸다.

     

   그런 그녀와 인사를 나눈 크라슈는 저주학 실을 나왔다.

   그러면서 크라슈는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를 확인했다.

     

   ‘슬슬이군.’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크라슈의 눈에 때마침 어딘가로 가고 있는 바이오렌의 모습이 들어왔다.

     

   덩치가 큰 녀석이라 어디를 가든 눈에 띄었다.

     

   ‘조금 미안하지만.’

     

   크라슈는 딱히 바이오렌에게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그의 최후는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거였으니까.

     

   「좆까. 내가 세계 침식자던지 말든지. 아무리 손가락질해도 니 새끼들은 나한테 평생 빚진 채로 살아가는 거야. 반은 인간이고, 반은 세계 침식자인 나 같은 녀석 덕에 말이야.」

     

   쏟아지는 최흉의 앞에 마지막 결계술을 펼친 바이오렌의 말이 떠올랐다.

   여러모로 참, 입이 험악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입만큼 험악하지 않은 녀석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번 생에는 녀석이 조금 더 솔직하게 살아도 될 듯싶다.

   크라슈는 허리춤에서 예전에 달링에게 받아 두었던 약병을 뽑아 들었다.

     

   ‘그 대신에 악당 짓 좀 해야겠지.’

     

   이거야, 특기 분야다.

     

     

   * * *

     

     

     

   바이오렌의 몸은 달마다 자기 몸을 이루는 결계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세계 침식의 힘이 자꾸만 그의 내부를 갉아 먹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후.”

     

   남들이 없는 건물의 구석 자리에 숨어든 바이오렌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몸을 이루는 결계가 약해지며 내부에 세계 침식이 빠르게 결계를 깎아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라면 결계가 전부 다 사라진다.

   그리고 자신은 세계 침식 때문에 잡아 먹혀 사라지겠지.

     

   ‘씨발, 이것도 못 해 먹겠네! 진짜.’

     

   결계의 소실률은 날이 가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급히 결계술을 연구하다 말고, 특수학관을 나와야만 했다.

     

   ‘최근에 하루 더 이르게 체크하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그것보다도 빠르게 결계가 소실 될 줄이야.

   나이가 들며 세계 침식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자신의 결계술은 거기에 못 미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싫다.

   차라리 평범한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걱정 따위 없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매번 하는 고민을 인제 와서 뭘 하냐며 기다랗게 한숨을 내쉰 그가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그의 가슴팍부터 시작해 배까지 거대한 결계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서둘러 허리춤을 더듬었다.

   결계술에 자주 이용하는 시약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 자기 허리가 텅 비었음을 깨달았다.

     

   “어?”

     

   바이오렌이 당황한 얼굴로 허리춤을 더듬었다.

     

   없다.

   결계술 용 시약이 없었다.

     

   분명히 나올 때 확인했던 것 같은데 급해서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그가 뒤늦게 뛰쳐나가고자 몸을 앞으로 빼려던 순간이었다.

     

   “윽!”

     

   무심코 비명을 삼킨 그는 결계가 깨져 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가 앓는 소리를 삼켰다.

   당장 결계술의 수복이 급한 마당이다.

     

   시약을 찾으러 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그윽, 윽, 젠장.”

     

   세계 침식의 여파를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그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골목을 나오는 순간이었다.

     

   거기에는 때마침 한 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손에 기다란 병 하나를 든 채 공중에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곧이어 소년은 이쪽을 보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바이오렌?”

     

   그가 고개를 기울이는 때 바이오렌은 그의 손에 쥐어진 병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결계술 시약이었다.

     

   저 소년은 분명히 무학과 수석이라던 크라슈 발하임이다.

   왜 그가 가지고 있는 걸까.

     

   “윽!”

   “너 왜 그러냐?”

     

   하지만 마나의 소실 탓에 정신이 없었던 그는 그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 그걸.”

     

   그렇기에 어서 빨리 그에게 시약을 달라며 바이오렌이 손을 내밀었다.

   그걸 본 크라슈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시약을 돌아보곤 ‘아’ 하고 소리를 내었다.

     

   “저기 떨어져 있었는데. 네 거구나.”

     

   크라슈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에게 시약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시약을 받은 바이오렌은 크라슈가 보건 말건 급히 자기 손에 시약을 뿌렸다.

     

   그러자 붉은색의 액체가 그의 손가락을 타고 이리저리 흘렀다.

   평소보다 왜인지 묽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그는 손에 묻은 시약을 서둘러 가슴팍에 눌렀다.

   그러고는 숨을 당긴 채 결계술을 발동시켰다.

     

   바이오렌의 몸에서 붉은색의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에 휩싸인 바이오렌은 바쁘게 결계술을 재조정하며 맞춰 나갔다.

     

   “하악, 흐.”

     

   그리고 얼마 후 그가 탄식을 내뱉으며 몸을 비틀었다.

   다행히 결계술은 제대로 완성되어 있었다.

     

   세계 침식이 더 이상 몸으로 스며들지 않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몸에서 진득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따라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왜냐하면 크라슈를 자신이 오히려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그가 작게 의문을 내뱉은 순간 크라슈도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너 왜 작아졌냐?”

     

   크라슈가 질문하자 바이오렌은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솥뚜껑만 하던 손은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졌고, 평소 입던 옷은 흘러 내릴 지경이었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지를 잡았다.

   바이오렌의 커다란 모습은 예전과 달리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거기에는 흘러내린 은색의 머리카락과 영락없는 여자애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재빨리 바닥에 던진 옷을 잡은 그녀가 급히 자기 위를 덮었다.

     

   “이, 런 옘병!”

     

   그러고는 하이톤의 욕설과 함께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정체를 들키기라도 한 듯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크라슈는 적당히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의 허리에는 달링에게 받아 두었던 빈 병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 이쯤 되면 사기꾼이 천직이지 않으냐? ]

   “적당히 장단 맞춘 것뿐이지.”

     

   크라슈는 손으로 빈 병을 빙그르르 돌렸다.

     

   [ 그래서 결계술의 시약에 그 약은 왜 섞은 거냐. ]

     

   조금 전 크라슈는 헐레벌떡 뛰어가던 바이오렌의 시약을 블랙후드로 훔친 뒤.

   크라슈는 시약 안에 달링의 약을 탔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머지않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볼 것이었다.

     

   “우연의 산물을 보여 주려고.”

     

   크림슨가든이 이해 못 할 말을 한 크라슈가 몸을 돌렸다.

   떡밥은 던져뒀다.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물고기가 물것을 기대하고 있으면 되겠지.

     

     

   * * *

     

     

   그리고 크라슈의 예상은 얼마 안 가 적중했다.

   크라슈가 점심 식사를 위해 걸음을 옮기던 도중이었다.

     

   크라슈의 복도 앞쪽.

   누군가가 짧은 다리를 놀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은색에 꽁지깃처럼 묶어 놓은 머리카락.

   사파이어를 박아 놓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

     

   거기에 옷을 최대한 팔까지 끌어 올린 이는 이곳을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아, 뭐야 뭐야, 귀여워.”

   “쟤 누구야?”

   “아긴데?”

     

   지나가던 학생들이 저마다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그녀를 구경했다.

   그들의 반응대로 확실히 아카데미에 있기에는 외형이 너무 어렸다.

     

   기껏해야 십 대 초반.

   오죽하면 큰 옷차림 탓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조차 안 갈 정도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미래에는 상당한 미인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크라슈, 이쪽으로 오는데.”

     

   붉은색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아슬란이 크라슈를 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라슈만을 보고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크라슈는 천연덕스럽게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바이오…….”

   “야, 내 이름 부르지 마!”

     

   그러자 기겁하며 달려온 바이오렌이 크라슈의 옷깃을 콱 잡았다.

   그녀의 커다란 두 눈은 거칠게 타오르고 있었다.

     

   “씨, 야, 너, 잠깐, 이야기 좀 해.”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크라슈에게 말했다.

   그러자 크라슈는 어깨를 으쓱거리곤 아슬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아슬란은 천천히 자기 턱을 매만졌다.

     

   “그래, 뭐, 크라슈라도 이런 어린애는 안 건드리겠지.”

   “너 날 뭐로 보고 있는 거냐?”

   “내 친구지.”

     

   아슬란은 잘생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먼저 떠나갔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녀석이 대단하긴 했다.

     

   아슬란이 떠나가자 크라슈는 바이오렌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씩씩거리는 그를 보고는 크라슈는 고갯짓했다.

     

   “가자.”

     

   크라슈는 그리 말하고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크라슈가 순순히 움직이자 바이오렌도 겨우 화를 삭이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얼마 후 크라슈는 바이오렌과 함께 적당히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멈춰 돌아서자 바이오렌이 바로 입을 열었다.

     

   “너, 내 시약에 무슨 짓을 했지.”

     

   눈치챘나.

     

   돌아가서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이오렌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괜히 특수학 일등이 아니라 이거겠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크라슈는 바이오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바이오렌은 숨을 가다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뻔뻔한 건지, 아니면 우연인 건지 모르겠지만.”

   “뻔뻔한 거지.”

   “그래, 뻔뻔…….”

     

   크라슈의 말을 무심코 따라 하던 바이오렌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야,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할 판 아니냐?”

     

   벙찐 바이오렌을 향해 크라슈는 웃음을 머금었다.

     

   “지금 네가 원래 모습으로 있어도 결계가 유지되고 있잖냐.”

     

   바이오렌의 입술이 뻐끔거렸다.

     

   바이오렌의 겉모습은 일종에 껍데기였다.

   결계로 만들어진 껍데기 말이다.

     

   하지만 크라슈가 시약에 달링의 약을 섞고 난 뒤.

   왜인지 원래 모습으로도 세계 침식이 스며들지 않고, 결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다.

     

   “바이오렌.”

     

   크라슈가 부르자 그녀가 흠칫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본래의 나이를 따라 작아진 바이오렌이었기 때문이다.

     

   “나랑 거래 하나 하자.”

     

   사기꾼 본성이 또다시 거래를 내밀었다.

     

   “넌 내가 부탁하는 결계 하나 만들어 줘. 대신 나는 네가 그 모습을 유지할 방법을 알려줄게.”

     

   바이오렌의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너, 뭘 안다고…….”

   “알지.”

     

   그 순간 크라슈가 손을 들어 올렸다.

     

   화륵!

     

   곧이어 크라슈의 손길에서 타고 흐른 흑염이 일렁거렸다.

   그것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보고 있던 바이오렌의 눈빛이 서서히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몸 내부에 세계 침식의 힘을 쓰고 있는 이라면 안다.

   이게 저주가 아니라 순수한 세계 침식의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바이오렌은 지금까지 남들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야, 결계술을 한시라도 더 늘리지 않으면 세계 침식에 잡아 먹힐 판이니 틀어박힌 채 결계술만 연구했기 때문이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온 이유도 어디까지나 결계술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결계술은 드문 학파인데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결계술 전문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계술의 대가인 어머니는 자신을 낳은 후 떠나버렸으니까.

     

   그래서인지 그녀는 크라슈가 흑염을 다루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너, 세계 침식자였어?”

   “아니.”

     

   크라슈는 흑염을 지우며 단언했다.

   자신은 세계 침식자가 아니다.

     

   대신 어딘지 모르게 흑막과도 같은 웃음을 스산하게 흘렸다.

     

   “그래도 네 세계 침식의 폭주를 해결할 방법은 알지.”

     

   그건 악마가 거래를 제안할 때와도 같은 미소였다.

     

   바이오렌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녀에게 있어 세계 침식은 매일 같이 목숨을 위협하는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크라슈는 그의 세계 침식을 안정화했다.

   당연히 그녀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그러나 마음속 위협을 알리는 종이 자꾸만 울리고 있었다.

   어딘지 모를 꺼림칙함이 그에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크라슈의 반응을 보건대 그는 자신이 세계 침식자의 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이야기였다.

     

   세계 침식자는 세계의 적이다.

   당연히 그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구태여 가문의 이름마저 숨긴 채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마황의 아이라는 것조차 숨긴 채로 말이다.

     

   바이오렌이 바짝 긴장한 채 되물었다.

     

   자그마한 그녀의 주먹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기까지 했다.

   결계술로 몸을 유지 시키느라 그녀의 육체는 나이에 맞게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생각하는 선에서 나올 대답은 아닐 거다.”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바이오렌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쩌면 해독제일지도 모를 독이 든 사과를 삼킬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독에 중독되어 죽을 것인가.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뭘 만들면 되는데.”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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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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