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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165 – 우리 애는 사람 안 물어>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맞은편 좌석에 앉은 사다코 교수님이 기절한 도로시의 머리를 손으로 빚어주고 계신다.

    본인은 학생을 위해 저런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본 것만 도중에 기절에서 깨어난 도로시가 두 번이나 사다코 교수님을 보고 다시 기절했다.

    떼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머리만 빗기도 심심했는지 교수님이 먼저 말을 걸었다.

     

    “포피를 본 소감은 어땠니?”

    “포피가 누구예요?”

    “나무.”

     

    나무에 붙인 이름이었구나.

    챕터보스한테 집에서 기르는 애완댕댕이 부르듯이 이름 붙이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이름이 너무 약하면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을까요? 가까이 가도 된다고.”

    “우리 포피는 사람 안 물어”

     

    …물거든요!

    저거 때문에 사람 엄청나게 죽거든요!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정말로 안 문다면서 나무 앞에 데려갈까봐 입을 꾹 다물었다.

    교수가 나무에 뚫린 옹이구멍에 내 손을 집어넣게 하고 나뭇가지가 뜯긴 원한에 포피가 옹이구멍을 앙 다물어버리면?

    소중한 손 하나가 으적으적 씹히고 나는 막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엉엉 울고 사다코 교수님은 힐링포션을 꺼내면서 이렇게 말하시겠지.

     

    “무네?”

     

    …교수님의 말이 설령 옳지 않더라도 그것을 지적하는 것에는 그런 참사를 겪을만한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럴 땐 직접적으로 교수 당신은 틀렸어! 하고 지적하는 것보다 세련된 기교가 필요했다.

     

    “포피는 저주폐기물을 먹죠?”

    “…그래.”

    “교수님이 숲을 돌보지 못하면 그때는요?”

    “먹이를 찾아 헤매겠지.”

    “그럼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당신이 틀린 건 아니지만 배고픈 포피가 사고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줘!

    하다못해 목줄이라도 채워달란 말이야!

    애타는 외침이 소용이 있었는지 사다코 교수님이 내가 하던 걱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렇게까지 오래 굶기지는 않아. 방해만 당하지 않는다면.”

    “교수님을 방해하면 저 위험한 괴… 괴식물포피가 사람을 해칠지도 모르는데 누가 방해를 해요?”

    “다른 교수들이.”

     

    휴.

    괴식물포피는 세이프 워드Safe word였나보다.

    괴물새끼라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응? 다른 교수들이 방해를 해요?”

    “제국교수들은 변방출신교수를 싫어하니까.”

     

    어라? 그러고 보니 이거 혹시…?

    듣고 나니 짐작이 갔다.

    사다코 교수님은 특별한 개입이 없으면 2학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신다.

    더 빠르게 1학년 2학기부터 은퇴할 때도 있다.

    교수님이 사라지면 밥을 주던 사람이 사라진 포피는 더 열심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겠지.

    저주폐기물을 대신해서 배를 불려줄 소리를 찾아 생명체를 따라다니고, 나뭇가지로 붙잡은 생명체는 배를 불릴 비명을 충분히 내지르도록 괴롭히겠지.

    고어물 한 편 뚝딱 찍을 심한 짓을 동물이나 사람 가지고 마구마구 벌이는 거다.

    즉, 사다코 교수님의 은퇴가 4챕터 챕터보스 등장의 계기가 된다.

     

    “만일 아카데미 교수직을 그만두고 은퇴한다면 포피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혹시나 착각일지도 모르지.

    한 번 확인해보자는 마음으로 물었다.

    사다코 교수님은 진지하게 고민에 빠지셨다.

     

    “…포피는 내 외로움을 달래줄 애완저주나무야.”

    “역시 데리고 가실 거죠?”

    “교내수칙이야. 아카데미를 떠나는 처지에 아카데미의 부속물을 데려갈 수는 없어…”

     

    그렇다는 말은…?

     

    “…작별인사를 해야겠지. 강하게 크라고.”

     

    그거 때문이었구나!!

    교수님의 복수를 위해 강해지려고 열심히 성장을 해서 2학년 여름방학부터 사람이 막 죽어나가는 데스필드의 습격이 시작되는 거였어!!

    고인물도 미처 몰랐던 챕터보스의 진실이 드러났다.

    이럼 사다코 교수님이 은퇴하면 절대 안 되잖아!

    열심히 강의를 듣고 사다코 교수님이 은퇴하지 않게 옆에서 케어해주지 않으면 교수님의 귀여운 애완동물이 언젠가 나도 감당 못할 괴물 숲이 되어버린다.

     

    “저 2학기에도 교수님 강의 들을 거예요.”

    “…좋은 생각이야.”

    “2학년 1학기랑 2학년 2학기에도요!”

     

    사다코 교수님은 조금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그래서… 자루에는 뭘 채집해왔니?”

    “비밀!! 비밀이에요!!!”

    “…그래?”

     

    사다코 교수는 고개를 돌렸다.

    좋았던 기분도 잠시.

    조금 삐진 것 같다.

    이거 때문에 아카데미 그만두진 않겠지?

    …진짜 그러진 않겠지?!

     

    [사다코 교수님의 해골마차에 탑승하여 무사히 살아서 내렸습니다.]

    [대담함 경험치+10]

    [의지력 경험치+5]

    [사회생활 경험치+5]

     

    한참을 불안에 떨고 나서야 기숙사에 도착했다.

     

     

    * *

     

     

    “응애.”

     

    얼마 전에 새로 갈아준 영양액 속을 둥실둥실 떠다니던 응애 만드라고라가 잔뿌리 하나를 들어 손인사를 건넸다.

     

    “안 돼. 이건 반지 줄 거야. 지지야 지지.”

    “…”

     

    자루를 탈탈 뒤집어서 바닥에 쏟아 부은 재료들.

    오래 두면 위험한 저주받은 나뭇가지와 저주템부터 마법진 위에 올려놓고는 연극부에서 훔쳐온 암막커튼으로 암실을 만들었다.

     

    “응애?”

     

    기웃기웃.

    천막 너머로 응애 만드라고라의 잔가지가 조명을 따라 요리조리 머리를 흔드는 모습이 보였지만 지금은 애기랑 놀아줄 때가 아니었다.

    싱과 약속대로 반지 속의 유령이 목줄도 없이 막 함부로 쏘아 돌아다니면서 포피처럼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아차. 이걸 깜빡했네.”

     

    열심히 마법진을 그리다보니 깜빡하고 잊어버린 재료가 떠올랐다.

    마법진은 술사의 능력 이상의 마법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진의 효과와 출력보조를 이용하는 기능인데 마법진을 그리는 매개체도 중요하다.

    분필로 만드는 마법진과 동물피로 만드는 마법진, 금속가루로 만드는 마법진은 모두 보조효과가 다르다.

    분필은 코스트가 낮고 안정적이다.

    즉발형 인스턴트 마법진에 써먹기 편하다.

    동물피는 제물공양 연금마법진에 흔히 쓰인다.

    금속가루는 물질연성 제작마법진에 애용된다.

    저주에도 특화된 소재가 있는데 나뭇가지는 마법진에 바칠 재료이지 마법진을 만들 소재는 따로 있다.

    바로 검은 잉크다.

     

    ‘검은색은 저주의 상징이지!’

     

    즈앙의 머리색처럼 새카만 검은색 잉크로 만든 마법진은 저주가 잘 먹힌다.

    구속과 사거리제약, 유령의 반지귀속 또한 엄연한 저주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매점에도 문방구를 팔기는 하지만 거긴 순 학부생 전용 저급 잉크뿐이다.

    고급 잉크가 많은 곳은 교수님의 연구실.

    그렇다고 교수의 연구실을 털기는 너무 무섭다.

    저급은 아니지만 고급도 아닌 중간수준의 잉크로 현실과 타협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현실과 타협한 결과.

    나는 서예부의 잉크통을 털기로 결론을 내렸다.

     

    살금살금.

    달그락달그락.

     

    동아리구역에 침입해서 서예부의 찬장을 열심히 뒤지던 도중, 갑자기 드르륵 소리가 들렸다.

     

    “!!”

     

    숨어야해!

    뒤지던 찬장에 와다다 파고 들어가서 몸을 집어넣자 불이 켜지더니 발소리가 들렸다.

     

    “아이 참. 타케시군. 부실에서 이런 짓을 하면 어떡해? 부장이 화낼 거라고.”

    “뭐 어때. 기숙사는 이성출입금지잖아. 마음 놓고 즐길 곳은 동아리밖에 없는걸. 부장은 바른생활 아가씨라서 이 시간에는 절대로 안 올 거고.”

    “후후. 어딜 만지는 거야? 타케시 응큼해♡”

     

    갑자기 러브러브한 분위기를 내며 쪽쪽 버드키스 소리를 내며 난리가 난 커플들.

    이대로는 영락없이 찬장 속에 갇혀서 커플이 해피타임을 만끽하는 소리를 듣게 생겼다.

    이런 제기랄.

    부러운 녀석.

    왜 타케시만 여자랑 야한 거 하고 그러는데!

    추한 질투심에 부들부들 떨고 있자니 찬장 속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가짜 유령씨?”

     

    린의 얼굴을 빌린 가짜유령들이 찬장 속 어둠을 빌려 여기서 뭐 하냐고 묻는 것처럼 내 옆에 나란히 쪼그려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들 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 나대신 혼내줄 수 있겠어?”

     

    작게 소곤소곤 속삭이듯 말하니 유령 특유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가짜 린.

    유령 데리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숨을 파하 내쉬고 있자니 어느새 옆에 있던 가짜 린이 스르륵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타케시이. 거기는 아직 안 된다고 했잖아.”

    “응? 나 아직 안 건드렸는데?”

    “거짓말. 지금도 만졌잖아.”

    “이거 봐. 나 여기 의자 잡고 있잖아.”

    “그, 그럼 방금은 누가 건드린 건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 커플들.

     

    “나, 나가자.”

    “으, 응.”

     

    다급히 동아리실을 빠져나가는 커플들.

    찬장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자 가짜 린이 찰흙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손가락에 묻은 하얀 실 같은 액체를 벌렸다 좁혔다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어딜 만진 거야?”

    “…”

     

    가짜 린의 시선이 치마로 향하자 갑자기 수치심이 확 몰려왔다.

     

    “이 변태유령! 여, 여기는 안 돼!”

     

    가짜 린이 손에 묻은 액체를 의자에 문질러 닦고는 스르륵 반지 속으로 사라졌다.

     

    [당신은 유령을 풀어 커플을 격퇴했습니다.]

    [숨기 경험치+1]

    [겁주기 경험치+1]

     

    “…”

     

    싱의 여동생을 흉내 내는 저 가짜유령.

    도와준 건 고맙지만 뭔가 무섭다.

     

    ‘내 반지 말고 다른 곳에 숨겨둘까?’

     

    자는 도중에 유령이 나와서 이상한 짓 하면 어떡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 무는 대신 사람을 만지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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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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