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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레나, 어제는 어디 있었어요?”

        

       아침 식사를 하며 샤를로트가 레나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레나는 어제 클레어와 레오가 제이크한테 직접 초대받을 때도 자리에 없었다. 초대장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왠지 분위기를 보니 초대장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버스 타고 호텔에 도착한 뒤, 자유시간이 되자마자 사라져서는 오늘 아침까지 보이지 않다가 이제야 나타났다.

        

       아니, 그보다, 레나는 누구랑 같은 방을 쓰는 거지?

        

       “어제는 무기점에 다녀왔습니다.”

        

       “무기점? 온종일 그곳에 있었나요?”

        

       레나의 말에 깜짝 놀란 샤를로트가 그렇게 물어보자, 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기후를 가지고 있다기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가 본 적 없는 특이한 병기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어제는 그 병기들의 효용성을 확인하다 왔습니다.”

        

       비행선에서도 다른 사람이랑 말 한마디 안 섞고 무슨 책자를 보고 있었는데, 아마 그게 총기 카탈로그라도 되던 모양이다.

        

       “괜찮은 무기라도 찾았어?”

        

       앨리스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레나는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갸웃거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레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쪽 기후나 짐승사냥에 특화된 흥미로운 무기가 몇 개 있었습니다만, 그걸 군용으로 쓸만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특정 기후에 특화된 총기 같은 게 있나?

        

       하긴, 과거 소련 같은 곳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총기 고장이 잦았던 덕분에 최대한 내용물을 단순하게 만들어서 고장 날 여지를 줄이고, 방아쇠울을 크게 만들어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총을 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온이 기본적으로 높은 이런 곳에서 그런 것을 굳이 신경 쓰며 만들 필요가 있을까?

        

       나는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흥미가 돋았다. 전생에는 이런저런 총기류에 관심이 조금 있었으니까. 물론 총기 소지가 거의 금지된 나라라서 직접 구입한 적은 없지만.

        

       원작에서는 어느 상점에 가도 결국 파는 종류의 무기만 팔았다. 캐릭터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정해져 있었으니까. 무기 바꿔 낀다고 모델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흥미가 생기긴 했지만 먼저 가서 보자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나 대신 그런 말을 해 준 사람이 있었다.

        

       “그런가요?”

        

       샤를로트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눈이 조금 반짝거렸다. 총기에 관심이 있었기에……라기보다는, ‘제국의 무기’라서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설령 민간용 총기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군용 총기는 그 민간용 총기를 개량해서 쓰는 것이 대부분이니까.

        

       “그럼 식사 후에 한번 찾아가 보도록 할까요?”

        

       “이런 쪽으로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레나의 말에 샤를로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글쎄요, 실비아는 조금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요.”

        

       “…….”

        

       내 쪽을 보면서 싱긋 웃어 보이는 샤를로트를 보고, 나는 조금 전의 감사하던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그냥 덮어씌운 건지, 아니면 샤를로트도 슬슬 내 표정이나 몸짓을 읽기 시작한 건지.

        

       앨리스가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는 것을 보고, 나는 말을 돌릴 필요를 느꼈다.

        

       “그런데, 레나. 당신은 누구와 같은 방을 쓰고 있습니까?”

        

       말을 돌리는 것도 돌리는 거고, 문득 생각나기도 했다. 다른 애들은 같은 반 애들이랑 지내고 있으니까.

        

       그나마 레나와 친한 편인 내가 앨리스와 같은 방이 되었으니, 레나는 대체 누구와—

        

       “제니퍼 선생님과 같은 방을 쓰고 있습니다.”

        

       엑.

        

       나, 샤를로트, 앨리스 세 사람이 모두 얼어붙었지만, 레나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훌륭한 분입니다. 어젯밤에도 다양한 실전 경험을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레나의 표정은 딱히 억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같은 표정은 아니었다.

        

       아니, 뭐. 제니퍼가 나름대로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런 곳까지 와서 선생과 같은 방을 쓰는 건 좀, 그렇지 않나?

        

       *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칠 때쯤이 되어서야 클레어, 레오, 소피아가 돌아왔다.

        

       어제 연회에서 클레어와 레오 사이에 있다가 셋이 그럭저럭 친해졌던 모양인데, 덕분에 두 사람이 새벽같이 의뢰를 수행하러 나가는 데 딸려 나가버린 모양이다.

        

       흐느적흐느적 들어오는 저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원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것을 보니, 레오와 클레어의 수행은 법국 기사의 눈으로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 모양이었다.

        

       참고로 나는 이미 저 두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은 포기했다. 명상을 배웠어도 결국 정신적인 피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고 있다는 그 감각은 도저히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레오와 클레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가기 전에 했어.”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참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미아는?”

        

       “아직도 방에서 자는 모양입니다.”

        

       클레어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어디 나가는 중이셨나요?”

        

       “근처 무기점에. 이 지역에서만 파는 특이한 무기가 있다는 모양이라서.”

        

       이번에는 소피아가 질문하고, 앨리스가 대답했다.

        

       “오, 정말? 그럼 우리도 같이 가도 될까?”

        

       “따라오는 건 상관없습니다만…….”

        

       클레어가 신나는 표정으로 물어보길래, 나는 소피아 쪽을 슬쩍 보았다. 소피아의 얼굴에는 ‘편하게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확 드러나 보였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 새벽에 한 일만으로도 앞으로 며칠 동안 해야 할 의뢰를 다 마쳤을 테니까.

        

       “저, 저는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요!”

        

       “그래?”

        

       소피아의 외침에 클레어가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고 소피아는 등에 소름이라도 돋았는지,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얼른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가 버렸다.

        

       “……우리가 너무 고생시켰나?”

        

       레오의 질문에 굳이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클레어만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다.

        

       *

        

       놀랍게도 이 세계는 야드파운드법과 센티미터 같은 국제표준규격을 모두 사용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일상에서 더 많이 쓰이는 쪽은 국제표준규격인 미터나 그램이다. 화폐 같은 경우는 아직 12진법과 20진법을 모두 사용하지만.

        

       아무래도 제작진이 산업혁명기 대영제국의 단위계와 맞춰보겠다고 시도했다가 야드파운드법의 지랄 같은 불규칙함에 질려서 때려치운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플레이어들의 추측이었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는 국제표준규격을 쓰지만, 군대에서는 야드파운드법을 쓰는 요상한 체계가 잡혀버렸는데, 총기 구경을 인치로 표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600 니트로 익스프레스라든지.

        

       ‘니트로 익스프레스’야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대충은 알 것 같은데, 왜 하필 앞부분이 ‘.600’인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0.6인치라는 거잖아? 굳이 0.600인치라고 표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했을 정도로, 그 탄환은 터무니없이 컸다.

        

       “직경 0.6인치의 탄두를 이 커다란 탄피 안에 꽉 찬 나이트로셀룰로스가 적의 머리통을 향해 급행 배달해주는 최강의 총알입니다. 당연히 사용하는 총기들도 굉장히 튼튼하고 신뢰성 있죠.”

        

       누가 봐도 사람의 머리에 쏘라고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코끼리나 코뿔소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총알입니다. 어떻습니까? 여기서 의뢰를 수행하기에는 제격이지 않습니까? 만약 고객님들께서 총기를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신다면 실습 기간 동안 총기를 대여하시는 서비스도 있습니다만.”

        

       나는 원작 게임에서 나오던 코끼리와 코뿔소를 떠올려보았다. 이 세계의 코끼리는 코로 불과 번개를 뿜고, 코뿔소는 뿔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가 딱딱한 갑판으로 감싸여 있었다.

        

       ……이런 총알을 쓸 만도 하네.

        

       그냥 대전차 소총을 가져다 쓰는 것은 어떤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상점 주인이 꺼내 보인 총은 아무리 봐도 그냥 소총으로 만드는 쪽이 더 나아 보이는 리볼버였다.

        

       “소총 형태의 총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내 질문에 주인장은 얼굴에 화색을 띠며 바로 카운터 아래에서 골판지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주인장이 손으로 먼지를 툭툭 털고 상자를 열어 보이자 안에는 매우 단순하게 생긴 볼트액션 소총이 하나 있었다.

        

       “단발식 볼트액션 소총입니다. 단 한 발! 단 한 발로 사냥감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니 차탄은 필요 없지요!”

        

       그런 영업용 멘트를 한 귀로 흘리면서 나는 총기를 살펴보고는 말했다.

        

       “혹시, 그 총탄의 탄두로 마르마로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예?”

        

       나의 질문에, 순간 무기상 주인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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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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