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5

       활로를 찾아야 한다.

       

       “형님⋯⋯.”

       

       “아니야⋯⋯.”

       

       활로를 찾아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형님⋯⋯ 어찌하여 NTR을⋯⋯.”

       

       “젠장,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 막다른 길이다. 완전히 갇혔다! 

       

       악마왕 루시퍼 제크니엘이 속삭였다. 말해라, 말하는 거다⋯⋯ 솔직하게 암컷이 되었다고 인정하면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다⋯⋯.

       

       “내가, 내가 상처를 받으니까 닥쳐!”

       

       그러자 『무한허무의 존재 유나리스』가 별빛으로 속삭였다. 그래서 루루랑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니⋯⋯?

       

       “신경 꺼!”

       

       사악한 악의 조직의 속삭임에 괴로워하던 로데루스의 어깨를 누군가가 짚었다. 누굴까 하여 돌아보니 오혜인이었다. 그런가, 구해주러 온 것인가.

       

       선배 마법소녀이자 절친한 친구인 오혜인이라면 그에게 답을 줄 것이다. 오혜인은 멀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는 먼저 맞는 게 편해⋯⋯.

       

       “오혜인 너마저⋯⋯!!”

       

       ⋯⋯⋯⋯.

       

       벌떡!

       

       “──허억, 헉.”

       

       로데루스는 숨을 헐떡이며 불편한 악몽으로부터 깨어났다. 여러모로 개 같은 꿈이었다.

       

       침대로부터 상반신을 일으킨 로데루스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꿈에서나마 오혜인의 얼굴을 본 것은 좋았지만, 그 외에는 최악이다.

       

       엔버스가 레드번 가문으로 돌아온 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는 몇 번의 대련으로 실력을 증명했고, 이제 그를 낮잡아보는 사용인은 없었다.

       

       형제는 어색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감화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이미 둘이 같은 팀인데 서로에게 전향 제안을 한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로데루스는 진작에 위화감을 깨달은 상태였다.

       

       엔버스의 말주변이 썩 좋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오, 오늘따라 공작님의 초상화의 콧수염이 참 멋지구려. 하하. 그렇지 않소?”

       

       “⋯⋯⋯⋯.”

       

       “그런데 새삼 문득 세상이 참 넓다고 느껴지오. 가문보다도 더 넓은 세계가 문 너머에 펼쳐져 있다는 게 정말 갑자기 신기하구려⋯⋯.”

       

       공작의 칭찬을 덧붙인다고 다 커버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진짜로 레드번 공작에게 충성하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충성해요 하고 사방에 티를 내는 느낌이 너무 났다.

       

       엔버스의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레드번 가문을 적대하려는 생각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군이었다.

       

       그래서 로데루스 또한 은근슬쩍 의사를 표명했건만.

       

       “파리지옥은 확실한 승산이 있을 때만 본색을 드러내지. 그전까지는 무해한 꽃의 모습을 흉내 내며 연기할 뿐이다.”

       

       “식물을 좋아하시나 보구려⋯⋯?”

       

       “⋯⋯⋯⋯.”

       

       엔버스가 알아듣지 못해서 헛발질이 됐다.

       

       수를 쓸 필요가 있다. 은밀하게 엔버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레드번 저택 안에서 소통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이곳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저택을 지나다니는 시종들은 모조리 레드번 공작의 귀다. 실수로라도 말을 흘렸다가 공작의 귀로 들어가면 곤란해지는 데다가⋯⋯.

       

       로데루스는 그 너머를 경계하고 있었다.

       

       과연, 레드번 공작 막시무스의 『우화』는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은 기이막측하여 변화에 끝이 없고, 우화가 자아내는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 당장 로데루스 또한 ‘마법소녀 변신’이라는 파격적인 능력을 갖게 되지 않았던가.

       

       저택 전체를 원격 감시할 수 있는 우화라도 갖고 있다면 덜미를 잡히게 된다. 그러니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물론, 그렇게 하나하나를 경계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공작이 ‘수저를 왼손으로 들어 올린 상대를 죽이는 우화’가 있다고 가정하고, 평생 그 행동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공작의 우화 능력의 범위를 좁힐 만한 단서가 있다.

       

       바로 사생아들의 집, 그리고 로데루스 그 자체였다.

       

       “⋯⋯비효율적이지.”

       

       마법사들에 대한 증오를 반복적으로 새기고, 암살술을 가르치고, 가문에 대한 세뇌를 거듭한다고 해서⋯⋯ 마법사만을 저격할 수 있는 고성능의 우화가 탄생하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없다. 애초에 사생아 중에서 우화에 도달하는 자가 나올지부터가 미지수다. 

       

       아이들을 스무 명 남짓 낳는 것으로 우화 병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모든 귀족이 사생아를 만들기 위해 힘썼을 것이다.

       

       운에 기대기에는 너무나도 희박한 확률이다.

       

       그러나 레드번 공작은 계획을 추진했고, 결국 성공해 내지 않았던가.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와 같은 사실로부터 막연하게나마 추측하건대, 레드번 공작이 다른 외부의 힘을 빌린 게 아니라면── 그의 우화는 탐색계가 아닐까. 로데루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언가를 『아는』 힘인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였다. 위장 신분을 만들어 외부에서 활동하고, 분신을 이용해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데이트도 여자의 모습으로만 했다.

       

       그는 신분만 세 개였다. 로데루스, 오대수, 그리고 『푸른 장미』 퓨어 나이트.

       

       그 노력이 통했음인가, 로데루스는 레드번 공작의 신임을 회복한 상태였다.

       

       “⋯⋯잠깐, 그렇다면.”

       

       퓨어 나이트의 모습으로는 괜찮다, 고 한다면. 퓨어 나이트가 엔버스를 만나면 된다. 여자의 모습으로 동생에게 정보를 전하고 협력 관계를 맺으면 된다.

       

       생각해보면 로데루스의 몸으로 협력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한 방법이다. 혹시 모를 보험 역할도 할 수 있으니. 그러니까.

       

       “⋯⋯⋯⋯.”

       

       해야 한다.

       

       레드번 가문을 싹 갈아엎고 올바르게 돌려놓겠다 맹세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억장이 무너질 것 같고, 퓨어 나이트 폼으로 엔버스를 만날 생각을 하면 손발이 벌벌 떨리지만, 해야 한다⋯⋯!!

       

       로데루스는 용기를 냈다.

       

       ===============================================================

       

       최근에 크라운홀을 누비며 돌아다닌다는 일명『푸른 장미』, 그녀는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범죄자들을 소탕한다고 한다.

       

       평민과 귀족을 가리지 않고 악을 처벌하기 때문에, 켕기는 것이 많은 귀족들은 푸른 장미를 해치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도주 실력이 하늘에 닿았음인가, 수도기사단장까지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빈번히 행적을 놓쳤다는 모양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푸른 장미 승화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수상할 정도로 레드번 공작가의 비밀 사업장을 노려 때려 부쉈다.

       

       내부 정보원이 있었던 걸까?

       

       공작가의 씽크탱크에서는 그녀가 레드번과 깊은 악연으로 엮여있을 거라 판단, 원한 관계를 맺은 이들 중에서 여성을 추려내어 샅샅이 탐색했으나 찾아낼 수 없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다.

       

       그래서 어쩔 줄을 모르고 당하고만 있었던 것인데, 마침 공작가에 집 나간 사생아가 돌아오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는 우화의 경지에 이르렀지 않은가.

       

       “마침⋯⋯ 『푸른 장미』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건물의 위치를 알아냈다. 엔버스, 가서 처리하도록.”

       

       “우리 가문에 피해를 입히는 악적이라니, 필히 처리해야겠구려. 알겠소 형님! 이 엔버스가 『푸른 장미』를 깔끔하게 처리하겠⋯⋯ 표정이 왜 그러시오?”

       

       “⋯⋯신경쓰지 마라. 피곤한 것뿐이니.”

       

       “밤놀이 때문에 피곤한 것 아니오? 형님, 다시 말하지만 짝이 있는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천명이 노하실⋯⋯.”

       

       “나가!!”

       

       엔버스가 푸른 장미를 처리하기 위해 출동했다.

       

       ===============================================================

       

       엔버스는 은신처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린 뒤에, 정중하게 말했다.

       

       “『푸른 장미』, 나는 적이 아니오. 나도 레드번 공작을 무너뜨리고 싶소.”

       

       “⋯⋯그걸 어떻게 증명할 셈이지?”

       

       “레드번 공작 저택의 내부 구조도를 가져왔소. 한 번의 만남으로는 신뢰가 싹트지 않겠지. 소저, 나는 정기적으로 내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소.”

       

       닫힌 문 사이로 간단한 문답이 오갔다. 여기까지는 로데루스의 계산대로였다. 

       

       그의 예상대로 엔버스 또한 레드번 타도를 목표로 두고 있었으니, 이제 자연스럽게 협력 관계가 된다면 모든 일이 부드럽게 풀릴 터.

       

       마법소녀 퓨어 나이트는 은신처의 문을 열었다.

       

       엔버스는 푸른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화려한 소녀를 보고 잠시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다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디저트 가게에서 봤던 소저 아니오?”

       

       “⋯⋯⋯⋯?!”

       

       뭐지, 어떻게 알았지.

       

       퓨어 나이트는 혹시 변신이 풀렸나 싶어서 복장을 체크했다. 머리도 제대로 시퍼렇고, 별이 뿅뿅 날아다닐 것 같은 반짝거리는 드레스도 존재한다.

       

       그리고 키스 마크도 사라진 지 오랜데⋯⋯!!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아, 체형과 움직임이 완벽하게 일치하더구려. 팔을 움직이는 동작에서부터 태가 났소. 팔꿈치를 바깥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눈치가 빠른 놈이 파리지옥 이야기는 왜 못 알아들었다는 말인가!

       

       “아. 그러면 혹시, 레드번 공작가의 비밀 사업장을 노릴 수 있었던 건⋯⋯ 로데루스 형님에게서 정보를 빼낸⋯⋯?”

       

       “⋯⋯⋯⋯.”

       

       그게 그렇게 되나⋯⋯?

       

       엔버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연인 있는 여자를 자기 방에 끌어들이는 호색한인 줄 알았는데, 사실 미인계에 당해서 가문의 정보를 미주알고주알 외부로 유출하는 호색한이었던 것 아닌가.

       

       옛날에는 성질이 조금 사납긴 했어도 의지가 되고 듬직한 형님이었는데, 어찌⋯⋯.

       

       퓨어 나이트는 자신의 평판과 형의 위엄이 실시간으로 깎여나가는 모습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낭떠러지로 달리는 열차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괜찮았다. 명예, 명예는⋯⋯ 무가치한 것이다. 가문을 바르게 되돌린다는 비원을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다. 로데루스는 자신을 다독였다.

       

       퓨어 나이트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통성명이나 할까. 나는 퓨어 나이트, 푸른 장미라고 불러도 좋아.”

       

       “나는⋯⋯ 남궁청휘라고 불러주시오.”

       

       “⋯⋯⋯⋯?”

       

       엔버스는 아주 뿌듯하고 당당한 표정으로 가슴을 펴며 자신을 소개했다.

       

       “대 남궁세가의 일대제자, 남궁청휘요. 무공으로는 제왕검형을 익혔소. 참고로 남궁 씨가 성이고, 청휘가 이름이오.”

       

       얘는 지금 뭐라는 거야.

       

       퓨어 나이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노력해 우화의 경지에 도달한 기특한 동생인 줄 알았는데, 다른 뭐 이상한 것도 함께 배워 온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투도 이상해졌지. 아직 다 크지도 않은 녀석이 중후해 보이는 말투를 하고 있으려니 어색하고 그렇다. 중2병인가?

       

       옛날에는 오지랖이 넓고 붙임성 좋은 동생이었는데, 사춘기는 이길 수 없었던 걸까⋯⋯.

       

       엔버스는 자신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퓨어 나이트의 시선에 새삼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거, 중원의 말투를 하는 게 다른 사람한테는 이상하게 보이나⋯⋯?

       

       아니, 좀 그렇게 보인대도 상관없다. 이 말투는 무림에서 얻은 인연과 자신을 이어주는 운명의 실이 아닌가.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당당해도 좋다. 엔버스는 자신을 다독였다.

       

       서로가 서로를 의도치 않게 맥이는 훈훈한 시간이 지났다.

       

       “믿겠어. 우리는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오.”

       

       퓨어 나이트는 엔버스에게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모습을 숨긴 레드번 공작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의중을 읽어내기 위해 습격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리 랜스터로 인해서 커넥션이 생긴 제국수호방위국 측 요원.

       

       김루루로 인해서 끌어올 수 있게 된 수도기사단.

       

       내부 정보를 꺼내올 수 있는 로데루스와 엔버스.

       

       세 세력이 힘을 합하여 주요 거점을 타격, 안에 숨겨진 자료를 탈취하여 공작이 무엇을 꾸미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행적은 묘연해도 물류의 흐름은 분명히 존재해. 로, 로데루스로부터⋯⋯ 후, 정보를 뽑아낸 결과. 마법 시약을 대규모로 구매해서 운송하는 정황이 포착되었어.”

       

       “마법 시약이라⋯⋯.”

       

       “가문의 재산을 모조리 들이부을 기세로 사용하고 있다던데. 마치, 이것만 완성하면 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방위국 요원이 그 흐름을 추적 중이랬어.”

       

       요원이 그 도달점. 마법 시약이 모이는 위치를 알아내면.

       

       “우리는 단번에 쳐들어갈 거야. 그전까지는 작전을 대비하도록 해. 아군을 모으고 실력을 쌓으며, 최대한 레드번의 세력을 줄이는 거다.”

       

       “알겠소만⋯⋯ 음, 로데루스 형님과는 그만 만나 주시겠소? 정보를 빼 오는 일은 내가 할 테니. 그리고, 형님을 포섭하는 것도 내가 하겠소.”

       

       “⋯⋯그래.”

       

       로데루스는 로데루스를 꼬셔서 정보를 캐내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즐거운 주말이 다가왔습니다 여러분! 큭큭⋯⋯.
    내일 쉬고, 우리 모레 다시 만납시다. 아듀 마이 프렌즈!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