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5

       성장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

       그리 마음먹었으나, 역시 직접 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세계 사람들은 성장을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건가?

       너무나도 이상해서 다시금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 정말로 키가 크는 거 맞죠?”

       

       “도움이 되긴 하겠지. 겨울이 네가 두 번이나 묻다니 신기하구나.”

       

       언제나 믿기만 하던 내가 의심을 품었다는 게 놀라웠던 걸까?

       소피아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 그게,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서요.”

       

       “···그 정도더냐?”

       

       “네··· 대체 무슨 원리로 키가 크는 건지 모르겠어요···”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만 보이려나.

       열심히 노력하는데 아직 이 정도라니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원리는··· 신체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겠지.”

       

       “자극이요?”

       

       “그래, 우리의 몸은 자극을 받으면 성장하게 되어 있단다.”

       

       “으음···”

       

       이 세계는 감정적인 자극도 성장하는 건가.

       어느 정도 느낌은 알 것 같았다.

       

       “겨울아, 모르는 걸 너무 부끄러워 말거라.”

       

       “네··· 일단 해 볼게요.”

       

       그나저나 이 부끄러운 행위를 누구한테 해야 할까.

       머뭇거리다가 소파에 엎드려 자는 새벽이를 향해 다가갔다.

       

       새벽이는 감정표현이 적은 아이였다.

       반응이 크지 않으면 부끄러움도 덜 하겠지.

       

       톡톡-

       가볍게 새벽이의 등을 두드렸다.

       새벽이의 눈이 고양이처럼 번뜩였다.

       

       “새벽아, 나 좀 도와주라.”

       

       “응. 무슨 도움?”

       

       “그냥 가만히 있어주면 돼.”

       

       “응.”

       

       새벽이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돌처럼 있을 필요는 없는데.

       나는 뺨을 긁적이다가 새벽이의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정말로 빠르게 붙였다가 떼기만 했다.

       

       “······!”

       

       새벽이의 귀와 꼬리가 쭈뼛 솟아오르더니, 몇 초 뒤 엄청난 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살면서 본 꼬리 속도 중 가장 빠르다.

       부끄러움에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소피아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겨, 겨울아, 방금 그건 뭐더냐?”

       

       “이거 쪽 하면 키 큰다고 해서요···”

       

       “아니, 그건··· 본녀에게도 해 보거라.”

       

       소피아가 내게 한쪽 뺨을 내밀어 보였다.

       그녀의 상어 꼬리가 파닥파닥 흔들리고 있었다.

       

       “레비나스도! 레비나스도 해주라! 그리고 해줄래!”

       

       레비나스가 내 앞에서 발을 굴렀다.

       통통통통-

       주기적으로 바닥을 박차는데, 층간소음이 걱정될 정도였다.

       

       “레비나스야, 순서는 지켜야 하지 않겠더냐?”

       

       “우! 우!”

       

       보기 드물게 흥분한 소피아와, 불만을 표하는 레비나스.

       그 사이에서 새벽이가 우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도 좋은 건가?’

       

       대체 이 세계 사람들에게 입맞춤은 무슨 의미이길래 저러는 걸까?

       더 하기 민망했으나, 소중한 가족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다.

       수인족 특유의 민첩함을 이용해 소피아와 레비나스의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

       

       눈을 동그랗게 뜬 소피아가 제 뺨을 어루만졌다.

       레비나스는 자리에 서서 파들파들 몸만 떨었다.

       

       대체 이게 뭐길래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가족들이 좋아했음에도 부끄러워서 또 하고 싶지는 않았다.

       

       “크, 크흠··· 살다 보니 이런 호사도 다 누리는구나.”

       

       “호사요···?”

       

       “그래, 하지만 보호자로서 겨울이 널 속여서는 안되겠지.”

       

       “속여요···?”

       

       소피아의 입에서 의미 모를 말들이 나온다.

       의아함에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아마 겨울이 네가 쭉쭉을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싶다.”

       

       “쭉쭉 이라면···”

       

       “스트레칭 말이다.”

       

       소피아가 기지개를 켜듯 깍지 낀 손을 위로 뻗었다.

       그제서야 내가 말을 잘못 알아들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레, 레비나스, 설마 쭉쭉이었어?”

       

       “웅! 쭉쭉하면서 체조하면 키 큰댔다!”

       

       “······!”

       

       세상에.

       레비나스의 혀 짧은 발음에 잘못 알아들었나 보구나.

       얼굴이 화끈거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터벅터벅-

       주방에서 한여름의 발소리가 들려온 것이 그때였다.

       

       “다들 뭐해요?”

       

       거실로 들어온 한여름이 우리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뺨을 어루만지는 소피아와, 환희에 가득 차 파들파들 떠는 레비나스.

       소파에서 녹아내린 새벽이를 보며 무언가를 알아챘는지, 내게 다가와 어깨를 흔들었다.

       

       “겨울아, 언니는?!”

       

       “이, 이제 없어요···”

       

       “언니까지만 해줘! 제발 부탁할게요!”

       

       “이제 끝났어요···”

       

       “커헉···!”

       

       한여름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전신으로 절망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라고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건지.

       눈 딱감고 한여름까지만 해 주기로 했다.

       정말로 그녀가 마지막이었다.

       

       상황 파악을 못한 내 꼬리만이 저 혼자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다 같이 빈 병과 고철을 줍기 위해서였다.

       

       “왕아! 큰일 났다!”

       

       병을 주우러 간 레비나스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어째선지 그녀의 손발이 잔뜩 젖어있었다.

       

       “왜 그래?”

       

       “이거 봐라!”

       

       레비나스의 양손 가득 들려있는 동전들.

       다 합쳐서 오천 원은 될 것 같았다.

       

       “레비나스, 동전 어디서 났어?”

       

       “누가 버린 거 주웠다!”

       

       “돈을 이만큼이나 버려···?”

       

       “응! 아직도 많다! 같이 주우러 가자!”

       

       레비나스가 우리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아이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간이 공원의 분수대였다.

       

       “어···”

       

       이거 설마?

       다급히 분수대 안쪽을 살폈다.

       누군가 던져놓은 동전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레비나스가 분수대의 동전을 주워 왔구나.

       그녀를 말리려는 순간, 레비나스와 새벽이가 신발을 벗고 분수대 안으로 들어갔다.

       

       “왕아! 여기 돈 버리는 곳인가 봐!”

       

       “다 주워가자.”

       

       두 아이들이 분수대 안쪽의 동전을 주워나갔다.

       근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쏠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기 애기들 분수대 돈 줍는다.”

       

       “수인족 애들이잖아. 잘 모르고 저러는 걸껄?”

       

       “알지, 그냥 귀여워서 그래.”

       

       간이 공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우리를 향했다.

       몸이 움츠러드는 걸 어떻게든 참으며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얘들아···”

       

       아이들을 말려야 한다.

       신발을 벗고 분수대 안으로 들어섰다.

       새벽이와 레비나스의 팔목을 붙잡는 순간, 뒤에서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그거 동전 주우면 안 돼.”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언젠가 만난 적 있는 여경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에게 또 걸렸다는 사실에 몸이 떨려왔다.

       

       “죄, 죄송해요···”

       

       “괜찮아, 몰라서 그런 거잖아.”

       

       못된 짓을 했음에도 경찰은 화를 내지 않았다.

       아이들을 향해 나긋하게 웃어 줄 뿐이었다.

       

       “경찰아! 이거 돈 주우면 안 되냐?”

       

       “응. 사람들의 소원이 담겨있는 거거든.”

       

       “소원···?”

       

       레비나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동전에 소원이 담긴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비는 거야.”

       

       “동전 레비나스가 주웠는데?”

       

       “응. 그럼 소원이 안 이루어지겠다.”

       

       “헉···!”

       

       뿔토끼눈을 뜬 레비나스가 주머니 위를 매만졌다.

       그 짧은 사이에 많이도 주웠는지, 주머니가 묵직했다.

       

       “레비나스 때문에 어떡하지?!”

       

       “괜찮아, 동전 다시 두면 될 거야.”

       

       “알았다···! 새벽이도 빨리 동전 버려라···!”

       

       레비나스가 황급히 주머니를 뒤집어 깠다.

       다량의 동전이 분수대로 떨어지며 파문을 만들어 냈다.

       

       그런 레비나스를 지켜보던 새벽이가 웃옷을 들어 올렸다.

       배꼽이 보일 정도까지 올라가나 싶더니, 안쪽에서 동전이 다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

       

       어떻게 사람의 옷 안에 저만한 동전이 들어가지?

       아니, 그보다 언제 저만큼 주웠대?

       만화 같은 모습에 정신이 팔린 순간, 경찰이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자, 이제 한 명씩 나오세요.”

       

       그녀가 나를 들고는 분수대 밖에 내려놓았다.

       재밌어 보였는지 아이들이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경찰아, 돈으로 소원도 살 수 있냐?”

       

       레비나스가 경찰에게 몸을 맡기며 물었다.

       그녀가 레비나스에게 애매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글쎄? 사실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어.”

       

       “잉?! 잘 모르는데 돈을 던지냐?!”

       

       “응.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희망! 레비나스는 희망을 좋아한다!”

       

       키득키득.

       입을 가린 채 웃던 레비나스가, 어깨를 축 떨궜다.

       그녀의 토끼 귀가 흔치 않게 눈까지 내려왔다.

       

       “레비나스는 희망을 살 돈이 없다···”

       

       고작 동전 한 개지만, 함부로 분수대에 던질 수는 없었다.

       레비나스에겐 정말로 소중한 동전이니까.

       백 원 하나에 벌벌 떨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기에, 레비나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이 없으면 희망을 못사?”

       

       아직도 연못에 있는 새벽이가 우리에게 물었다.

       가장 먼저 답한것은 레비나스였다.

       

       “응··· 돈 없으면 희망을 못산다···”

       

       “우린한텐 희망이 없나 봐.”

       

       “웅···”

       

       아이들의 입에서 충격적인 대화가 오간다.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얘, 얘들아 내가 동전 줄게. 하나씩 던지자.”

       

       “동전 던지면 힘들지 않냐?”

       

       “그, 근데 희망은 있어야 하잖아···”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백 원짜리 동전이 두 개에 오백원짜리가 세 개 있었다.

       오백 원은 귀했기에, 백 원 두 개를 아이들에게 건네주었다.

       

       “왕이는 안 던지냐?”

       

       “응. 나 이백 원 밖에 없어.”

       

       “안 던지면 희망이 없는데···?!”

       

       “괜찮아. 나한테는 레비나스랑 새벽이가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오백 원을 던질 수는 없지.

       괜찮다며 뒷걸음질로 물러서는 내 손목을 누군가 붙잡았다.

       

       “이, 이거 던져···!”

       

       처음보는 소년이 내 손에 동전을 쥐여주었다.

       

       이걸 왜 줘요?

       물어보기도 전에 그가 저 멀리 달아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떠나가는 소년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주변 사람들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먼데용의 소원은…!
    독자님들의 소원이 전부 이루어지는 거예용…!
    ───

    딩딩딩님 16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Prologue P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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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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