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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나는 히스타니아 한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아는 게 없었다.

       

       

       호감도 창이 알려주긴 했지만, 직접 겪어본 것과 글로 읽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소설에 나오지 않은 인물이었기에 유리아나 미하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소설에 나온 언급이라고 해봤자, 막내딸을 그리워하는 로웬의 회상 정도. 이것 말고는 딱히 언급이 없었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검의 명가 히스타니아 가문의 막내딸이라는 것과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는 정보가 전부였다.

       

       

       -많이 어색해요…?

       

       

       그녀가 이렇게 쑥스러움이 많다는 것도.

       

       

       -그쵸… 안 어울리죠?

       

       

       유리아와 비견될 외모를 가진 미인이라는 것도 나는 알지 못했었다.

         

       물론 아가씨보다는 아니지만, 화사하게 핀 제비꽃처럼 아름답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

       

       

       평소처럼 30분 일찍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나는 벤치 앞에서 서성이는 한 명의 소녀를 볼 수 있었다.

       

       

       “흐아…”

       “으아아아!”

       “정신 차려. 히스타니아 한나! 책에서 그랬잖아. 자신감 있는 여자가 미남을 쟁취할 수 있는 거라고!”

       

       

       뭐가 그렇게 긴장이 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갈색 머리의 소녀는 벤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좋아…! 좋아…!”

       

       

       시계추처럼 왔던 곳을 되돌아오는 한나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습니까… 한나 씨..?”

       “꺄악…! 언제 오셨어요?!”

       “벤치에서 나 홀로 술래잡기하고 있을 때부터?”

       

       

       한나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붉어져 갔다. 말을 더듬거리며 ‘거..거기서부터 봤다고요?!’라고 말하는 한나는 ‘꺄아아악!’이라는 비명을 지르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그런 한나를 보면서 말을 덧붙였다.

       

       

       “저도 끼워달라고 하려던 참인데, 아쉽군요.”

       “말 걸지 마세요…. 저는 오늘부터 수치사로 죽은 시체에요.”

       “제가 살릴 거라서 괜찮습니다. ”

       

       

       한나는 발을 구르며 ‘아! 놀리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며 주먹으로 내 가슴을 쳤다.

       

       

       역시 검사라서 그런가.

       

       

       -퍽퍽…!

       

       

       주먹질이 상당했다.

       

       

       한나는 한참 동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진 한나는 한참을 숨어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고개를 드는 한나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빤히 바라봤고.

       

       

       자세히 보지 못했던 한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숨이 멎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었다.

       

       

       아가씨의 절망적인 화장실력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랐었다. 귀여워서 웃긴 감정이 아닌, 반대의 감정 때문에 나는 놀랐었다.

       

       

       한나가 너무 예뻐서.

       

       

       한나는 꾸미고 왔었다.

       

       

       프릴이 가득 달린 드레스나 화사한 원피스가 아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을 입고 왔었다. 특별한 점은 이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옷을 입고 왔다는 정도.

       

       

       나도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복을 입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나는 내 노력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꾸미고 나왔었다.

       

       

       진하지 않은 연한 화장에.

       허벅지까지 오는 짧은 가죽 스커트.

       그리고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하얀 스웨터와 가죽 재킷을 입은 한나의 모습은 현대에서 볼법한 모습이었으니까.

       

       

       아이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싱그러움을 담은 한나의 모습에 나는 잠시 말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 집사님?”

       

       

       한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갑자기 말이 사라진 내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는 한나는 계속해서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있었다.

       

       

       “많이 이상한가요?”

       

       

       쑥스러워하는 한나의 모습에 ‘예쁘다’라는 말을 뱉어야 했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잘 어울렸으니까.

       

       

       약속했던 시간 보다 훨씬 일찍 나온 한나 때문에 놀랐고, 덩달아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서 한 번은 더 놀란 것 같았다.

       

       

       “이런 걸 입어본 적이 없어서….”

         

         

       “어떡해 많이 이상한가 봐….”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한나는 혼잣말을 뱉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금방이라도 숙소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으려는 한나의 모습에 나는 서둘러 한나의 손목을 잡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어딜 가십니까?”

       “그..그게 옷이 너무 이상한 것 같아서.”

       “아니…”

       “많이 이상하죠? 제가 꾸며본 적이 없어서…”

       

       

       나는 확고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예쁘십니다.”

       “네?”

       

       

       한나는 고장 난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부족한 자신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소심하게 들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한나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게 뭐예요… 저는 바보라서 진짜인 줄 알고 믿어버린단 말이에요.”

       

       

       한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쑥스러움을 타는 초등학생처럼 쭈뼛거리게 잡은 손을 흔들의자처럼 움직이는 한나.

       

       

       나는 한나의 손목을 꼭 잡으며 느꼈던 감상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로…”

       

       

       떨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아름답습니다.”

       

       

       [히스타니아 한나 Lv. 38]

       [직업 : 아카데미 학생]

       [호감도 : 100]

       [좋아하는 대화 주제 : 리카르도/은인/옷에 대한 칭찬/검/인형/노력에 대한 칭찬]

       [싫어하는 대화 주제 : 리카르도의 욕/리카르도에 대한 악의/올리비아를 폄하는 말/아버지/히스타니아/오크/연약한 자신]

       

       

       *

       

       

       간단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한나와 나는 무희의 춤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우와…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한나는 빼곡하게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많다고.

       

       

       나는 한나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그러네요. 하멜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숲에 친구 대기 줄보다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습니다.”

       

       

       무희의 춤을 보러온 사람은 많았다.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무희의 방문이 변방에 사는 제국민들에게 자극이 되었던 모양.

       

       

       한나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비어있는 내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커다란 내 손과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힐끔거리는 한나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한나에게 의문을 뱉었다.

       

       

       “제 손에 뭐가 묻었습니까?”

       “네?!”

       “아니, 제 손을 계속 보고 계시길래.”

       “아…”

       

       

       한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목소리로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는 말을 뱉었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한나.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손을 잡았다.

       

       

       “어…?”

       

       

       포개지는 온기에 놀란 한나는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왜라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한나의 표정에 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사람이 많아서 잃어버릴 것 같네요.”

       

       

       앞을 보면서 말하는 탓에 한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싫어하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그래도 잃어버리는 것보다 나으니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나에게 물었다.

       

       

       “불쾌하시면 놓으셔도 됩니다.”

       “아…아니에요!”

       “그런가요?”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한나를 바라봤다.

       

       

       “어…어…”

       

       

       뻐끔거리면서 잡은 손을 보고 있는 한나의 바보같은 표정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극장을 향해 걸어갔고 한나는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랄까.

       

       

       몽글몽글하다고 해야 할까.

       

       

       첫 만남은 최악으로 시작했지만 이어진 우리의 사이는 더욱 끈끈하게 불어오는 봄만 같았다.

       

       

       루인의 머리로 청소를 했을 때,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 피하지 않고 다가와 준 한나에게 고마웠다.

       

       

       한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빚을 갚느라 정신없이 살았을 테고 어쩌면 아가씨와 함께 한 칸짜리 방으로 쫓겨나서 암울한 생활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나 덕분에 말릭을 만났고.

       한나 덕분에 아가씨의 친구가 생겼고

       한나 덕분에 친구라는 존재가 생겼으니까.

       

       

       나에게 있어서 한나는 은인과 같은 존재였다. 한나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나를 은인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한나를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후우… 심장이 터질 것 같다아…”

       

       

       조금씩 나를 닮아가는 것 같지만, 이 모습마저 귀엽게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승이 제자를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한나는 귀여웠으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손을 꼭 잡았다.

       

       

       움찔움찔 한나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 안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나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재미있을 것 같죠?”

       “네…”

       “빨리 보고 싶네요.”

       “저도 빨리…”

       

       

       한나는 나를 빤히 보더니, 수줍게 얼굴을 바닥을 숨겼다.

       

       

       “뭐라고 하셨나요?”

       “그냥, 집사님이랑 계속 이러고 싶다고요.”

       “제가 좀 잘생기긴 했습니다.”

       “…”

       

       

       한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맞아요.”

       

       

       그렇게 객석에 앉은 우리는 잡았던 손을 놓았고.

       

       

       -음…

       

       

       익숙한 남자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푸하하 사장님!”

       “오빠!”

       

       

       -쉿.

       

       

       제국 최고의 무희.

       여우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무희를 그 누구도 무희를 여자라고 한 적은 없었다.

       

       

       한나는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말릭을 보며 얼굴을 쓸어내렸고,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남정네의 춤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바쁘다던 일이 이것 때문이었습니까…?”

       

       

       -빙그르르~!

       

       

       확실히 잘 추긴 하네.

       

       

       아무리 봐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말릭인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분량이 짜서 죄송합니닷…!

    한나를 좋아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닷…!

    참고로 한나의 마음은 작지 않습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지각이 많아지는 요정…!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더욱 더 노력해야하는뎃…!
    늘 죄송할 따름입니닷!

    독자님에게 활력을 충전하는 요정…! 퇴근의 요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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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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