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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 ***

         

       퇴근.

         

       달콤한 단어다.

         

       출근한지 한 시간 정도만에 퇴근하는 것만 해도 개꿀인데 짬내나는 공간을 탈출하는 상황이다보니 휴가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내일은 복장이라던가 뭐 금의위로서 생활 전반에 관련된 부분을 묻도록 하자.

         

       일단은 흑묘와 혁기린에게 합류하도록 할까.

         

       낙양.

         

       오랜 기간 황국의 수도였던 만큼 명물도 많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장소부터 그냥 볼 거리 많은 시장까지.

         

       미리 계획을 알고 있었던 바 흑묘와 혁기린이 어디에 가 있을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음. 여긴가.”

         

       내 앞에 있는 커다란 전각을 올려다보았다. 평범한 상점 열 곳은 입점할 수 있을 크기의 건물은 하나의 옷가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니 역시 낙양의 명소인가 싶었다.

         

       나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고 떡하니 쓰여진 간판을 지나 가계에 들어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혹시 아리따운 면사녀와 건을 쓴 잘생긴 남자가 안에 있소? 일행이 지나갔는지 확인해 보고 싶군.”

         

       “아, 그분들이라면 현재 2층에 있습니다.”

         

       개개인의 특색이 확실하다 못해 확고한 두 사람이다보니 대충 행선지만 알아도 이렇게 쉽게 찾는 것이 가능했다.

         

       흑묘는 예쁜 옷을 좋아했다. 밝은 색깔의 화사한 옷을 특히 좋아했지. 아마 평소에 입을 기회가 없다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옷을 입고 싶은 모양이었다.

         

       경지가 오르면서 태음기의 제어력도 늘었겠다, 화사한 옷을 입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으니 평상시에 억눌러두었던 욕구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옷 고르기에 여념이 없지 않을까.

         

       2층은 여성복을 위한 공간인지 2층에 진입하자마자 은은한 분내가 코를 찔렀다.

         

       “대협! 이것도 예쁘네요!”

         

       “후후, 이것도 잘 어울리십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옷 고르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혁기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힐끔힐끔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입모양을 보면 ‘귀여워…’나 ‘잡아다 기르고 싶어.’ 따위의…

         

       음.

         

       그 외의 것들은 못본 걸로 하자.

         

       “여기에 있었습니까.”

         

       “아 호 무사님. 오셨습니까.”

         

       “선배! 이거 어때요! 이거!”

         

       흑묘가 옷걸이에 든 옷을 들고는 방방 뛰었다. 역시 예상대로 밝고 화려한 계통의 의복이었다.

         

       “음. 그것도 좋은데. 일단 다른 사람들 반응은 어때?”

         

       흑묘는 지금 눈을 드러낸 일반적인 방식으로 면사를 착용하고 있었다. 거리에서 큰 소란이 일지는 않았을까.

         

       “거리를 돌아다니는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더 시험을 해 봐야겠지만요.”

         

       “음. 그럼 다행이군.”

         

       눈까지 면사로 가린 여자는 거동불심자에 가깝지만 보통 방식으로 면사를 쓴 여자는 그래도 평범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 정도라면 낙양 관광을 다니기에는 충분하겠지.

         

       생각해보니 잡다한 시비 같은 건 걱정할 필요가 없나.

         

       이제 금의위 외부고문이라는 공적인 신분이 생겼으니까. 금의위 관계자 앞에서 나대는 간 큰 놈들이 이 낙양에 몇 명이나 있겠어. 그런 거대한 권력을 지닌 자들과 마주치면 뒤에 있는 유야 공주님이 조용히 처리해 주시겠지.

         

       무력적으로는 초절정 고수 둘. 권력적으로는 금의위 외부고문에 공주님. 금전적으로는 황궁에서 받은 보물과 금자 백 냥에 본래의 자산까지 합쳐서 금자 수백 냥 대 자산가.

         

       뭐지 이 무적의 삼위일체는?

         

       잡다한 걱정을 한 내가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조합이었다.

         

       “혁 대협의 옷을 맞출 수 없는 게 아쉽네요.”

         

       “예, 뭐 그렇지요.”

         

       옷을 맞추기 위해서는 치수를 재는 작업이나 환복을 하는 과정 등이 있으니 아무래도 남장여자인 혁기린은 부담스럽겠지.

         

       “그러니 선배의 옷을 맞추기로 해요!”

         

       “어?”

         

       “갑시다! 3층으로!”

         

       방금 전까지 들고 있던 옷을 점원의 손에 건네준 흑묘는 내 등을 떠밀었다.

         

       “간다. 가..”

         

       내가 가진 옷이라고는 무복 몇 벌 뿐. 매일 땀을 흘리는 무인의 특성상 여벌의 무복은 넉넉하게 지참하고 다니지만 결국 길 가던 포목점에서 적당히 싼 무복을 입는 것에 불과하다.

         

       무복은 결국 현대에 비유하면 트레이닝복에 가깝다. 일상 생활에서야 충분히 입을 수 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그렇지.

         

       아무래도 금의위 외부고문이라는 직함이 생겼으니 그에 걸맞은 복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맞는데…

         

       등을 떠미는 흑묘와 그런 흑묘를 말리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는 혁기린의 눈빛을 보았다.

         

       흥미와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두 쌍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살아있는 바비 인형이 되겠군.

         

       아무래도 이 의복점에서 오전 중에 나가기는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

         

       “으어어…”

         

       “아휴! 선배! 일류 무사가 왜 그리 엄살이 심해요!”

         

       액체괴물마냥 의자에 널브러져 흐물거리는 나를 흑묘가 타박했다. 점심, 저녁을 먹을 때 말고는 정말 쉴새 없이 흑묘와 혁기린에게 휘둘리며 고생한 것도 지금 내 체력과 정신력을 바닥내기에 충분했지만 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역시 그 옷가게였다.

         

       3층은 남성들을 위한 의복 공간이었으며 기묘한 것들이 있었으니..

         

       “소정의 착용료를 내시면 관복을 입어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구매하시는 것은 관원패가 있어야겠지만요.”

         

       흑묘와 혁기린의 귀가 쫑긋 섰고…

         

       나는 황군 병사 복장부터 시작해 내관 복장, 재상 복장까지 수십 벌의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단순히 옷만 걸치는 것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흑묘와 혁기린에게 꾸며지기까지.

         

       둘이야 세상 즐겁다는 듯이 웃어댔지만 나는 죽을 맛이었다고.

         

       그렇게 체력과 정신력이 대량 소모된 상태로 야시장까지 살뜰하게 구경하고 왔으니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후후.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분이니 오늘은 이쯤 하시지요.”

         

       “어쩔 수 없겠네요. 자! 오늘 산 물건들 정리하러 가자고요! 내일 입고 나갈 옷도 고르고!”

         

       “그래요. 오늘 산 물건이 많으니 정리를 해야겠지요.”

         

       흑묘와 혁기린이 흑묘의 방으로 사라지고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서랍에 들어 있던 설정집을 꺼냈다.

         

       설정집.

         

       내가 무림천하를 플레이하며 알고 있는 지식들을 정리해 놓는 것이다. 아무래도 단순 암기에 불과한 깨달음이 가장 먼저 기억에서 날아가니 이 설정집의 대부분은 깨달음을 정리해 놓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내 머릿속에서 날아갈 것 같은 중요하지 않은 지식들과 정말 잊어버려서는 안 될 지식 등을 정리해 놓은 것들.

         

       운종 선사님 건으로 지식을 한번 복기할 필요를 느낀 바. 그 설정집들 중에서 황궁이나 황국과 관련된 부분은 지참했다.

         

       “뭐 인물들 위주일 수밖에 없지만.”

         

       결국 이 설정집이라는 것은 나의 지식을 글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 그저 구절에 불과한 깨달음은 머릿속에서 변질되거나 지워지기 십상이지만 게임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억이나 이야기의 흐름 같은 건 일부 잊어버리더라도 대저 기억하고 있기 마련이다.

         

       원천적으로 플레이어는 무림인이다. 무림인은 황국의 행사에 개입하는 것이 꽤 어렵다.

         

       군인이 아닌 무인은 황국에서 중용하지 않는다. 관직을 얻은 무인들이 황국의 무공을 익히고 탈주하거나 제 권력을 사용해 돈이나 영약을 긁어모아 무공을 상승시키고 탈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플레이어 역시 황국의 벼슬길에 발을 붙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딱히 그럴 필요도 없고.

         

       플레이어가 무림인으로 살아가는동안 황국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무림인인 플레이어가 영향을 받을 정도의 큰 사건은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무림천하는 무협게임이었고 무림에서 생활하는 무림인의 이야기가 주제였으니까.

         

       강제로 초점이 무림으로 맞추어졌다고 할 수 있지.

         

       그렇지만 나는 지금 현실 속 무림천하에서 살고 있다. 이미 금의위 외부고문이라는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임시 관직에 위임되었으니 황국의 역사와 인물들 역시 다 살펴야 할 일이었다.

         

       “진짜 이렇게 다 적어놓길 다행이지.”

         

       당시 나에게 있어 설정집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투자였다. 장기간 보존 가능한 고급 종이와 먹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고액이다. 지금 내가 넘기고 있는 요 한 장.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정성값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요 한 장을 작성하기 위해 든 비용이 싸구려 소면 한 그릇에 필적한다.

         

       하루 먹고사는 것을 고민하던 시기에 한 권을 만드는데 1년치 식비가 드는 설정집을 작성했으니 정말 엄청난 투자라고 할 수 있었지.

         

       말로 하니 간단한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서점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종이를 고르고 있노라면 굳이 황궁 파트나 낮은 경지의 무인의 깨달음 같은 것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곤 했지.

         

       황국의 미래 역사와 인물들. 그리고 종종 배고팠던 시절에 설정집을 작성하며 겪었던 사건사고들을 회상하며 피식거리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 ***

         

       “빨리 와요. 선배!”

         

       “아마 금방 돌아올 테니 곧 합류할게.”

         

       아직 훈련생들 선별이 다 끝나지 않았을 테니 어제와 같이 잠깐 얼굴만 비추고 퇴근하겠지.

         

       오늘은 송창식이 아닌 송창식의 부관에게 직접 안내되었다.

         

       “아, 그러고보니 제 소개를 드리지 않았군요. 송안성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예. 제독님이 제 부친이 되시지요.”

         

       “오, 부자가 나란히 금의위의 중진이라니. 대단하시군요.”

         

       “아버지의 성격을 감당하시는 분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부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편제가 완성될 것이고 훈련병들에게는 하루의 휴식을 주게 될 겁니다. 그 뒤 교육에 들어가니 모레까지는 쉬시고 그 다음날 출근하시면 되겠군요.”

         

       오늘은 근무처만 찍고 퇴근이고 이틀간은 휴가인가. 완전 개꿀 직장이네.

         

       “그러고보니 복장 문제라던가 훈련교본 같은 것은…”

         

       “음. 외부 고문은 말 그대로 외부인이기에 특별히 복장에 제약은 없습니다만…그래도 금의위 제복과 교관복 정도는 지급해야겠군요.”

         

       송안성을 따라 이런 저런 물건을 지급받으니 짐이 한 보따리가 되었다.

         

       “전에 소개받은 교관 숙소에 제 자리가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두고 가도 될까요.”

         

       “아 물론입니다. 그리고 교본을 보고 싶으시면 그곳에서 숙지하시고 절대 외부로 들고 나가시면 안됩니다. 그 역시 일급 군사기밀이니까요.”

         

       방심할라치면 훅 들어오는 PTSD요소들에 잠깐 어지러움을 느끼긴 했지만 아무튼 내 교관실에 짐을 풀었다. 딱 일반적인 객잔의 방 정도 크기에 최소한도의 물품만 놓여 있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벽도 없이 침대와 가구만 덩그러니 있던 훈련생 생활관에 비하면야 여긴 천국이지.

         

       온 김에 잠깐 얼굴이나 비추고 갈까.

         

       생활관 문을 여니 각자 시간을 죽이고 있던 훈련생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조가주가 몸을 일으켜 경례를 했다.

         

       “충! 오셨습니까.”

         

       “음. 다들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어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네임드를 만나는 바람에 조가주만 보다가 나와버렸다. 그래도 일정 기간 얼굴 볼 사이들인데 최소한의 통명성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었지.

         

       “본인은 호천안이라는 금의의 외부고문이다. 이 부대의 교관으로서 활동하게 될 테니 앞으로 얼굴을 자주 보겠지.”

         

       “충!”

         

       아무래도 군인 출신인 자와 아닌 자들이 섞여 있는 모양. 미필과 군필의 경례 만큼이나 숙련도 차이가 역력하다.

         

       인원은 총…열 다섯 명인가?

         

       “음. 그래. 간단하게 자기 소개나 하고 쉬도록 하게나.”

         

       “충! 본인은 조갑덕입니다. 산동에서 황군 생활을 하다 추천을 받아 시험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뭐 간단한 자기 소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충! 본인은 재상해입니다. 섬서의 본가에서 학문을 닦다가 금의위의 지원했습니다!”

         

       “충! 본인은 광재련이오. 사천에서 무기를 만들다 금의위에 지원했수다.”

         

       “충! 본인은 강추모루입니다. 산서에서 황군…”

         

       부대에 있는 면면들의 이름이 다 이상했다. 아니 이름이 이상한게 아니라 여기에서 들려서는 안 될 이름들이 다 여기에 모여 있었다.

         

       미래에 재상의 위치에 오르는 재상해. 새로운 강철 제조법을 개발하는 광재련. 황군 전술에 혁신을 일으킬 강추모루. 그 외에 모르는 이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미래에 자신의 분야에서 한 획을 그를 위인급 인재들이 다 여기에 모여 있었다.

         

       “허허허허…”

         

       이들의 공통점? 없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업적을 이룩하는 자들이었으니까.

         

       “허허허허허허.”

         

       아니 생각해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여기 있는 이 자들은 모두 금의위가 되어서는 안 될 자들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형들이 왜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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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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