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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다들 보고싶네요]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러 논란으로 자숙한지 어느덧 30시간이 되었습니다.

        

       자숙은 6개월이 원칙이라고 하던가요. 이제 5개월 28일 18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힘이 납니다. 시간이 참 유수와 같이 빠르지 않나요. 오카리나를 불며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즐기던 기억이 엊그제 같이 선명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차네요. 다시 뵙는 날까지 다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드림]

       –     야 이 미1친년아

       –     지튜브도 안 하는데 뭔 6개월이야

       –     아

       –     얘 진짜 일부러 이럼?

       –     ㄴ 나 아따먹인데 일부러 그러는 거 맞다

       –     ㄴㄴ 아따먹은 그런 말투 써요

       –     ㄴㄴ 진짜 부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니까 개꼴받네 진짜

       –     진짜 어제니까 엊그제 같겠지 텐련아……

       –     아니 물이 쓰나미처럼 들어오는데 노를 좀 저어!!!

       –     ㄴ 물이 들어오면 불을 지르는 스타일

       –     ㄴㄴ ‘물이 많으니 불을 질러도 안전하겠네요.’

       –     ㄴㄴ 크 아 아 아 악

       –     그래서 다음 방송 언제임?

       –     ㄴ 6개월 지킨다잖아 씨1발년아

       –     ㄴㄴ 왜 나한테 욕해……ㅠㅠ

       –     ㄴㄴ 미안……

       –     ㄴㄴ 우우 쓰레기

        

       * * * *

        

       -뚜두두. 뚜두두. 뚜두두. 뚜두두.

        

       젖은 솜으로 가득 찬 듯한 머리를 날카롭게 꿰뚫는 소리.

        

       아침……이려나. 아침이겠지. 알람을 몇 시로 맞췄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조금이나마 들어올렸다. 산발적으로 떠올라 넘실거리는 생각들에 취한 몽롱한 정신을 날카롭게 갈라내듯이 밝은 햇살이 파고드는 게- 아침이기는 하구나.

        

       딱히 상쾌한 아침은 아니었지만.

        

       와인이 숙취가 심한 건 그냥 달달하다고 많이 마셔서 그런 거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제 마신 양과 지금 상태를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시야 한 켠에 잡히는 와인병들이 고통을 증폭시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죄악감을 자극해서 그런가. 양심이 위에 있는 특이 체질일지도.

        

       피곤해.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무늬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 게……과음하긴 했구나.

        

       아직도 체내를 돌고 있을 알코올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 전까지 꾸던 꿈 때문일까.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무슨 꿈이었더라.

        

       실시간으로 희미해지는 기억을 돌이켜보려 했으나- 꿈이 으레 그렇듯, 잘 붙들리지 않았다. 이미 내뱉어버린 숨마냥 허공으로 흩어져버리는 느낌.

        

       그리 쉽게 떠나는 주제에, 나른하게 가라앉은 듯한 기분만 남겨두는 이유는 뭔지. 사라질 거면 다 같이 사라지면 좋잖아.

        

       찌뿌둥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싶으면서도, 그럴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잠이나 조금 더 잘까, 하는 생각으로 이불을 뭉쳐 껴안고 돌아눕는 와중에 느껴지는 불쾌한 축축함이……보일러를 너무 틀었나.

        

       아니, 그렇다기엔 제법 쌀쌀한데.

        

       온도 문제가 아닌 걸지도 모르겠다. 요즘 자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날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잠옷……이라도 사야 하려나. 이불보다는 빨래가 쉬울 테니. 속옷바람으로 자는 습관을 고칠 때가 온 것 아닐까. 

        

       그래.

        

       습관…….

        

       고쳐야지.

        

       안 맞는 습관들은……응.

        

       삶이란 적응하는 과정이니까.

        

       .

       .

       .

        

       결국 침대에서 벗어난 건, 최초의 알람소리로부터 몇 시간은 더 지난 후였다. 언제 다시 잠들었는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어느새 이불이 말라 있더라.

        

       그 덕분일까.

       

       무거운 몸을 집 밖, 식당까지 던질 정도의 기운은 끌어모을 수 있었다.

        

       “설렁탕 나왔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코에 파고드는 부드러운 국물 냄새가……벌써 치유되는 기분인데. 

        

       어디에 가도 고기잡내가 너무 심하게 느껴져서, 순대국밥을 못 먹게 된지 벌써 몇 개월인지. 그나마 설렁탕은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국밥을 전부 못 먹게 됐으면, 진짜 울었을 지도 몰라.

        

       소금을 약간. 그리고 파를 듬뿍 집어넣고, 공기밥의 절반을 덜어 뚝배기에 조심스럽게 옮겨 담았다. 세심한 준비를 마치고 크게 한술 뜬 뜨끈한 국물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온 몸에 스며드는 듯해서-

        

       응.

        

       한 잔만 할까.

        

       “여기……소주 한 병 부탁드려요.”

        

       “네~ 뭐로 드릴까요?”

        

       “빨간 거 있나요.”

        

       “네~ 드릴게요.”

        

       -까드득

       -쪼르륵

        

       투명한 약을 가득 따른 잔을 손에 쥔 채, 잠시 커뮤니티 탐방에 임했다. 우선 위게더부터 방문하니, 공지에 달린 댓글이……300개.

        

       아니, 옆에 +기호가 붙어있는 게……300개 이상이란 뜻 아닌가 저거. 예상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지금 다 읽긴 버겁겠는데.

        

       나중에 봐야지.

        

       그렇게 작은 과업을 잠시 미뤄둔 채, 다른 나오나 커뮤니티들에 접속해보니- 과연, 평소보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더랬다.

       

       한국 팀의 월즈 우승에 열광하는 사람들. 오소독스와 GP의 서사에 감동한 사람들. 그리고……도적 빌드를 논하는 이들까지.

        

       이 게시판에도, 저 게시판에도 도적에 관한 질문과 의견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놀라울 정도의 지분율. 더 이상 도적을 키워드로 검색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정말로 변했구나.

        

       랭크 게임에서 도적 실험하는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글에 비추천을 누르며, 천천히 식사를 이어나갔다.

        

       간단한 작업이었다. 2지하 도적 빌드를 묻는 질문 글들에는 친절한 답글을 남기고, 누군가 남긴 좋은 글이 있으면 추천을 누르고……부당한 음해를 하는 글들에는 비추천과 신고를 남기는.

        

       그렇게 글 하나를 볼 때마다 국물에 풀어진 밥을 크게 한 술 떠서 입으로 밀어 넣는 동작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기를 몇 차례.

        

       숟가락에서 느껴지는 부족한 무게감에 뚝배기를 확인해보니, 어느새 희멀건 국물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 집중했나. 비율을 너무 안 맞췄는데.

        

       아직도 가득 차 있는 투명한 잔과, 딱 한 잔 어치만 비어 있는 소주병을 흘긋 바라보았다.

        

       너무 아까운데. 소중한 후원금으로 구매한 거고. 회원들의 마음을 낭비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어느새 조금은 깨끗해진 머릿속을 조심스럽게 맴돌았다.

        

       하지만, 아직 숙취가 남아서 그런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도, 손이 선뜻 소주잔으로 향하지 않았다.

        

       * * * *

        

       나오나의 첫 시즌 종료 이틀 전.

        

       다시 말해, 세기말.

        

       한 시대에 종언을 고하는 시기가 대개 그러하듯, 분노와 탐욕의 한계가 해제된 듯한 혼란스러운 나날들이었다.

        

       한 단계라도 높은 티어를 박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때만큼은 랭크 게임에 진지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무리 캐쥬얼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도, 실력으로 무시당하고 싶을 리는 없으니.

        

       ‘나 시즌 1 ㅇㅇ 출신이야’라는 말의 공백에는, 조금이라도 높은 티어가 들어가야 면이 사는 법이다.

        

       물론, 반대로 같은 팀이 된 이들의 티어를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패러데이 게임스에서 플레티넘 이상 티어를 달성한 유저들을 위하여 특별한 깜짝 선물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한 이후로, 그 수는 현격히 줄어든 상태였다.

        

       선물이 뭔지는 몰라도, 일단 받아두고 볼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면, 얼마 전 있었던 월드시리즈 결승이었다.

       

       시대의 끝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 하필이면 그때, 세상의 법칙이 바뀌고 만 것이다.

        

       [작성자: ㅇㅇ]

       [제목: 플레 갈 도적 듀오 구함]

       [(전적 스크린샷)

        

       대방패 서포팅 완벽 숙지한 기사 대기 중

        

       도적 판수 50판 이상만 받음]

       –     있겠냐?

       –     벌써 50판 이상 했으면 원래도 도적하던 새끼니 거르는게 맞다

       –     아무리 도적 2지하 듀오가 꿀이어도 고추새끼가 대방패를 드냐

       –     ㄴ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고추 달고 골드 vs 깔끔하게 떼고 플레

       –     Ehwjrehwjr11 친추해

       –     ㄴ ㅇㅋ

        

       [작성자: ㅇㅇ]

       [제목: 씨발 도적 그만 하라고]

       [랭겜에서 도적 처음 돌리는 개새끼들 진짜 다 찾아내서 손가락부터 하나하나 분지르고 싶네

        

       존나 뻔뻔하게 ‘2지하 안 와줌?’이지랄 하는데 진짜 개씨발

        

       니가 씹쓰급으로 하면 아가리 놀리기도 전에 먼저 간다고

        

       단검 휘적거리다가 상자나 열겠다고 달려가는데 진짜 혈압 씨발]

       –     응~ 이제 도적2지하가 정석이야~

       –     ㄴ 주소

       –     도적충 너무 많아졌어

       –     ㄴ ㄹㅇ

       –     ㄴ 존나 당당해지기까지 해서 더 빡침 진짜로

       –     아 진짜 제발 도적은 일겜에서 하자

        

       [작성자: ㅇㅇ]

       [제목: 와 르레이도 도적하네 ㅋㅋㅋㅋ]

       [얘 도혐 대표 아니었음?]

       –     챌은 찍어야제

        

       갑작스레 선보여진 새로운 메타의 강력함은 고티어에서부터 입증되고 있었다. 여러 스트리머들이 보여주는 마스터~챌린저 큐에서는,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2지하 혹은 도적이 등장하는 게임이 4할을 넘기고 있었으니.

        

       티어에 목마른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감지하고 반영하려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작성자: 플레(진)]

       [제목: 우리팀 도적 vs 상대팀 도적]

       [(동영상)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우리팀 좆적 때문에 3연패

       

       상대팀 도적 때문에 2연패

        

       플레 한번 찍고 싶은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     골드 이하는 볼 수 없는 댓글입니다

       –     ㄴ 골드 이하는 볼 수 없는 댓글입니다

       –     ㄴ 골드 이하는 볼 수 없는 댓글입니다

       –     ㄴㄴ 씨발롬들

       –     도적 편차 너무 심하긴 해

       –     ㄴ GP가 밉다

        

       정작 골드 티어부터 플레티넘 티어 사이에 분포하는 유저들이 사용하는 도적의 승률은 곤두박질치는 중이었다. 제대로 된 숙련도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 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전략은 아니었던 탓이다.

        

       그러니, 혼란은 계속하여 가중될 뿐이었다. 도적이 포함된 2지하를 해야 이긴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할 줄도 모르는 거 갑자기 하지 말라고 일갈하는 자들의 첨예한 대립이 거의 매 게임마다 이어질 지경이었으니.

        

       그리고 몇 분 주어지지도 않는 픽 단계에서 토론을 통해 모든 분란을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실력으로 올라가는 걸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갤러리 등에서는 ‘요즘 플레 대리 시세 얼마냐’ 따위의 글들이 난무하던 시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도적부흥운동 – 👨‍🏫 🙂 👨‍🎓 🎉.]

        

       최근 가장 유명한 도적 유저의 방송이 시작됐다.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제와 함께.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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