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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푸른 눈동자가 뒤룩 굴러다녔다.

         

       “……음.”

         

       감정이 먹먹했던 적이 없다시피 해서 잘 몰랐다. 이 몸이 그렇게 감성적일 줄이야.

         

       쏟아지는 감정에 잡아먹히지만 않았어도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을텐데.

         

       ‘그나마 스승님께 걸린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올리비아가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회귀하지 않은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멜리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이유가 겹쳐 그동안은 묵인해주고 있었을 뿐…….

         

       저주, 그러니까 호감도의 영향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된 이상, 더 이상 묵인해줄 이유는 없었다.

         

       올리비아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더 변명할 생각은 없나 보구나.”

       “……변명해봐야 의미가 없으니까요.”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유독 멜리나 앞에서는 강짜를 부릴 수 없었다. 무의식중에 그녀를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리비야.”

         

       멜리나가 웃음을 지우고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하니?”

       “무슨……말이요?”

       “금탑에서 날 유인했을 때, ‘늙은이가 치매가 오셨나.’ 라고 했었잖니.”

         

       올리비아의 표정이 굳었다.

         

       아주 예전에, 멜리나의 단서를 얻을 때 그런 말을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그 때 내가 정신이 나가있기는 했지만……이 스승은 그 때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어…….”

       “아니지. ‘난 당신 같은 스승 둔 적 없어.’라고 한 걸 보면 애초부터…….”

       “아악!”

         

       올리비아는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하지만 붉게 달아오른 귓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 그 때 일은 잊어주세요…….”

       “그래. 치매 걸린 뒷방 늙은이가 잊어주는 게 도리에 맞을테지.”

       “스승님!”

       

       올리비아는 빽 고함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는 스승님도 제 팔다리를 으깨서 곤죽으로 만들려고 하셨잖아요! 주, 죽기 직전이었는데 누가 말을 곱게 써요!”

       “뭐를 잘못했는지는 아는가 보구나.”

        “그,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제가 어떻게 제정신을 붙잡고 있냐고요. 당장 그 직전에도 키엘이랑 싸우다 죽을 뻔했는데!”

         

       올리비아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잊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마음 깊은 곳에 단단히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뗀 마법사들을 납치해왔으면 책임감이라도 갖고 끝까지 키우지, 뒷방 늙은이에게 떠넘기고는 혼자 어디로 훌훌 사라져버리고…….”

       “……아, 아라미스는 수습마법사 아니었거든요?”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서 잊었나 보구나. 음……낙뢰에 맞아서 그런가?”

       “……그때는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요.”

         

       올리비아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여기서 더 변명해봐야 추해지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

       “제가 말이 너무 심했어요. 그……낙뢰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더 인도적인 방법이 있었는데, 주변 시선이 끌릴까봐 일부러 과격한 방법을 썼어요…….”

         

       멜리나가 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잠깐 장난을 쳤을 뿐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이야. 어쩌면 이게 이 아이의 천성이겠지.

         

       낙뢰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멜리나 정도 되는 대마법사의 저항력은 일반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다. 그 정도로는 끄덕도 없다.

         

       “리비야.”

        “네.”

        “사랑하는 내 제자야.”

        “……네. 스승님”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아니?”

       “……뭔데요?”

        “네가 잘못되는 거란다.”

         

       올리비아가 사라졌던 5년 동안, 멜리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러니, 나는 네가 몸 성히 돌아왔으면 그걸로 만족한단다.”

       “…….”

         

       자식에게나 할 법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게 된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대악마.

         

       그중에서도 최흉이라고 불리는 아스모데우스에게 납치된 것인데 몸 상태가 정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부터 말이 안된다.

         

       [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체의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다.]

         

       오죽하면 그 키엘이 그렇게 말했을까.

         

       멜리나 정도 되는 대마법사가 자신의 마력을 확인해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아마 처음 마주했던 그 순간부터 자신의 몸상태부터 살폈겠지.

         

       물론 올리비아의 몸은 정상이다. 오히려 마력 자체는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보다 강해진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정신까지 정상인 것은 아니다. 최근에 월의 마경에서 육체가 마음대로 움직였던 것도 그렇고, 아가레스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모두 다, 마신의 잔재가 이 정신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겠지.

         

       올리비아는 멜리나에게 그런 속사정을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말해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해봐야 걱정만 끼칠테니까.’

         

       멜리나는 자세한 사정을 캐묻지 않았다. 그녀는 제 제자의 성정을 잘 알았다.

         

       회귀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인정한 만큼, 다른 비밀들도 쉽사리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리아 황녀를 만났단다.”

         

       그래서 주제를 돌렸다.

         

       “……아리아를요?”

       “좋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

       

       그렇게 말하는 멜리나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깊은 회한이 깃든 얼굴. 올리비아는 멜리나가가 왜 아리아를 만났는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얼추 유추할 수 있었다.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구나. 네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널 죽이는 것이 옳다는 말도 안되는 말만 반복하더구나.”

       “……아리아답지 않네요.”

       “그래, 하지만……내가 할 말도 아니구나. 나도, 너를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황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야.”

         

       멜리나는 웃음을 지우고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당부하건데, 아리아를 설득할 생각은 말거라.”

        “……설마요. 제가 미쳤다고 거길 또 가겠어요?”

       “이미 전례가 있어서 쉽사리 믿어주기 힘들구나.”

       “아니, 정말인데…….”

         

       아리아는 락테아에서 오직 두뇌 하나만으로 메인 NPC자리를 꿰찬 위인이다. 회귀하지 않았을 때도 그 정도로 괴물이었는데, 회귀한 지금은 더욱 똑똑한 괴물이 되어 있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리아를 설득할 자신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 점을 제외하더라도, 아리아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주변을 빈틈없이 지키고 있을 회귀자 여섯을 뚫어야 했다.

         

       ‘저번처럼 쉽게 이기지도 못할테고.’

         

       회귀자 여섯과 싸웠을 당시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5년 전 일이다. 스토리로 따지면 극초반부인 만큼, 그 때는 아직 제 능력을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회귀자들이 태반이었다.

         

       다시 만나면 못해도 레벨이 3씩은 올라가 있겠지.

         

       이번에도 다구리를 맞았다간 정말로 마신에게 육체를 빼앗겨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생각은 없었다.

         

       “아리아도 제가 여러번 회귀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네요.”

       “……그래.”

       “그런데도 저를 죽이려고 한다는 거고요.”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굳이 멜리나에게 적의를 드러낼 이유가 있었을까?

         

       ‘내가 아리아였다면, 적당히 타협하는 척하고 뒤통수를 쳤을텐데.’

         

       모르겠다. 범부가 천재의 생각을 어찌 알겠나.

         

       츠츠츠츳.

         

       올리비아는 얼음으로 거울을 만들어낸 다음, 제 얼굴을 비췄다. 코가 아직 빨갰다. 이 상태로 키엘을 마주한다면 분명 어색한 상황이 생기겠지.

         

       “내 막사에 침대 하나를 더 배정해놓을테니, 당분간은 거기서 자려무나.”

       “거기서 잤다간 다른 사람들한테 다 들킬텐데요……?”

        “……좌표를 알려주면 되지 않겠느냐.”

         

       멜리나는 먼저 가서 결계를 치고 있겠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리비아는 점점 멀어지는 멜리나를 바라보며, 호흡을 다스렸다.

         

       멜리나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준 덕분에, 홀로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생겼다.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알림창에 떠오른 수많은 단서들 중, 유독 올리비아의 눈에 띄는 이명이 하나 있다.

         

       [단서 #12, 암주]

         

       아리아의 최측근이자, 대륙 제일가는 정보조직의 수장.

         

       암주의 단서를 이용해서, 아리아의 의중을 파악하는 동시에 [14번째]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설령 [14번째]가 진리에 닿은 정신계통 술사가 맞다고 한들, 세계선을 넘어서까지 간섭하지는 못할테니까.

         

       계획을 세운 올리비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멜리나의 막사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갔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파앗!

         

       푹신한 침대에 드러누워, 머릿속으로 암주의 단서를 중얼거린 그 순간.

         

       츠츠츠츳!

         

       올리비아의 의식이 점멸하며, 어디론가 빨려들어갔다.

         

       “…….”

         

       천천히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두꺼운 철창이었다.

         

       복면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일어났군.”

         

       옆에서 올리비아를 지켜보고 있던 복면인이 말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을거다. 네 손목에 달린 마력 구속구는 대마법사들조차 꺼려하는 물건이거든.”

         

       복면인의 눈동자는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침입했는지는 몰라도, 아는 걸 전부 뱉어내기 전까지는 편히 죽지 못할거다. 마법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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