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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후….”

         

         

       백준영과의 대화를 끝마치고 JYB 본사를 나선 이다혜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또한, 한숨과 더불어 약간의 근심이 섞인 표정을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곧바로 의아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이다혜가 927 작가와의 결혼에 골인하여 행복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쯤이야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2년 전부터 시작한 솔로 가수 활동 역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었다.

         

       참고로 그녀가 지금처럼 순조롭게 솔로 가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던 이유에는 백준영의 덕이 컸다.

         

       백준영의 덕이 크긴 했는데……

         

         

       ─이 기지배야! 내가 조금은 자제하라고 누누이 말했잖아!! 아오, 그리고 그쪽은 남의 소속사 아이돌을 홀라당 잘 뺏어가 놓곤 뭐가 그렇게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겁니까?

         

         

       이다혜는 문득 백준영과의 옛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곤 곧바로 잔뜩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때, 이다혜는 곧바로 어떤 감정을 가장 먼저 느꼈을까?

         

       당연히 순수하게 기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실을 맺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기쁜 감정과 동시에 어느 정도 아차 싶은 감정도 들긴 했을 것이다.

         

       그야 그때만 해도 이다혜는 여전히 아이돌이라는 직종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활동에 있어서 임신 문제는 치명적인 사항. 이다혜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뜨겁지만, 갓 성인이 됐을 때는 과할 뜨거웠으니까 뭐….”

         

         

       과거의 조금 낯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서서히 볼이 붉어지기 시작한 이다혜.

         

       어쨌거나 이다혜는 자신의 소속사 대표인 백준영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야만 했을 때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의 남편 되는 사람과 함께 소식을 전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잔소리를 들어야 했겠지.”

         

         

       백준영은 그날 처음에만 조금 잔소리를 하고, 곧바로 앞으로의 일에 관한 얘기로 주제를 넘어갔다.

         

       정확하게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대놓고 이다혜의 옆에 앉아 있던 그녀의 남편, 즉 서은우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보고 있었으니.

         

       백준영에게 있어서 서은우는 상당히 위험한(?)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경험상 괜히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어떤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가만히 있었는데도 날벼락을 맞은 경험이 있었으니 몸이 저절로 움츠러든 것.

         

       아이러니하게도 백준영은 그런 서은우라는 사람 자체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었다.

         

       능력과 명성 쪽이야 이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고, 지금까지 봐왔던 그의 성향상 무슨 일이 있어도 이다혜를 책임져 줄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백준영은 눈앞에 앉아 있는 저 두 명이 어떻게 인연을 쌓고,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질리도록 옆에서 지켜봐 온 사람이다.

         

       그렇기에 백준영은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이르긴 하다만… 이미 일어난 일인데 뭐 어쩌겠는가?

         

       후회할 시간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하는 것이 정답이었고, 여기서 가장 먼저 얘기가 나온 것은 이다혜의 하차와 관련된 얘기였다.

         

       사실 백준영에게 소식을 전하러 오기 전부터 이다혜는 속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몸담아 왔던 그룹, 홍련(紅蓮)에서의 하차가 기정사실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래도 지금 자신의 몸으로 아이돌 활동은 무리였으니까.

         

       이 이상 소속사와 그룹에 속한 멤버들에게 피해를 더 끼치기 전에 홍련에서 하차하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판단인 것을 누구보다 이다혜 본인이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어째서인지 약간의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무대에 서는 순간 누구보다 밝게 빛날 수 있으며 동시에 그 순간을 누구보다 즐기는 사람이 바로 이다혜라는 아이돌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 다시는 아이돌로서 무대 위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표정이 어두워진 것이었다.

         

       아무래도 하차 사유가 사유였으니 후에 아이돌로 복귀하는 것은 무리겠지.

         

       하지만.

         

         

       ─답지 않게 뭘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누가 보면 다시는 무대에 못 오르는 줄 알겠네.

         

         

       표정이 조금 어두운 이다혜와는 다르게 백준영은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치 이다혜 스스로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듯한 그런 어투.

         

       때문에 이다혜는 자연스레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고, 그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백준영이 이어서 말했다.

         

         

       ─이건 조금 뜬금없는 얘기지만, 지금 아이돌 중에 자신 있게 핸드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면서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건……

       ─내 생각에는 그리 많지 않아. 하지만 라이브로 그게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거라고 장담해. 근데 다혜, 너한테는 쉬운 얘기잖아?

         

         

       언제부턴가 아이돌을 ‘보는 음악’이라고 하여 비쥬얼에만 치중되고, 가창에 대한 것은 등한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다혜가 속한 홍련은 이 말에 속하지 않았다.

         

       백준영이 전국을 뒤져가며 겨우 모은 보석함이라는 말이 있듯이 멤버 전원이 기본적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팬들을 위해 콘서트에서 생라이브로 공연을 하는 것 역시 유명한 일화.

         

         

       ─애초에 다혜야 네 팬들이 너를 왜 좋아하겠어? 그것도 뻔히 임자가 있는 아이돌을 말이야.

       ─그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마 무대에서든 무대 밖에서든 너라는 사람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이겠지. 거기에서 너라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매료됐을 거고, 네가 영영 무대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참고로 누구보다 그것을 원치 않은 사람 중에 백준영이 있었고, 동시에 그런 백준영과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바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백준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 사람, 정확하게는 서은우를 쳐다봤다. 어째서인지 그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한 이유였다.

         

       한 소속사의 대표로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보통 단호하게 선부터 그을 것이다.

         

       애초에 앞으로를 도와주고, 지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정해진 규율을 먼저 어긴 쪽이 누가 봐도 명확했으니까.

         

       즉, 소속사 차원에서 아이돌을 책임질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근데 그 소속사 대표가 되려 앞으로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보이고, 격려까지 해준다?

         

       이다혜와 서은우의 입장에서 참으로 다행이면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뭐… 물론 JYB의 대표가 이런 착해 빠진 사람이었기에 지금까지 서은우와 인연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백준영이 어째서인지 서은우를 무섭게 째려보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대놓고 눈치를 주는 거였다.

         

       자신이 열심히 밥상을 차리고 있는데 옆에서 거들지는 못할망정 뭘 가만히 앉아서 실실 웃고만 있냐? 라는 뜻을 잔뜩 담아 보내는 눈치.

         

       이때만큼은 전적으로 백준영이 갑의 입장이었기에 서은우는 별수 없이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고, 살포시 이다혜의 손을 감싸 잡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물론 백준영의 눈치 때문만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나도 ‘초이스 3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너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고,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해버렸었지.

       ─뭐, 뭐?

         

         

       서은우 역시 이 상황을 빌려 이다혜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인 거였지만.

         

       물론 이 타이밍에 너무나도 뜬금없는 고백이었기에 이다혜의 눈이 깜짝 놀라 커졌고, 동시에 말이 헛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이다혜의 당황한 반응을 옆에서 지켜본 서은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거기서 마주한 이다혜라는 사람은 누구보다 무대 위에서 멋지게 빛나고, 보는 사람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 모습에 내가 한눈에 반해버렸으니까……

         

         

       이다혜는 시간이 조금 흐른 뒤인 지금도, 그가 자신에게 이어서 해주었던 말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우리의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반해버릴지도 모르겠네… 였던가.”

         

         

       과거의 남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다혜는 피식 웃었다.

         

       설마하니 그 타이밍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까지 언급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고, 되려 그 말이 이다혜라는 여인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만약 그의 말대로 자신이 무대에 선 모습을 아이들이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뭔가 상상만 해도 뿌듯하고 설레는 기분이 들 것만 같은데…….

         

       그리고 역시나 이다혜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가수로 복귀하여, 오랜만에 관객들 앞에 선 그 순간. 그 소중한 순간을 응원해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었고, 그곳에서 이다혜는 분명하게 보았다.

         

       아, 정확하게는 발견했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이.

         

       그 순간 이다혜는 고마운 감정을 가장 먼저 느꼈다. 이 소중한 광경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을 있는 힘껏 도와준 사람들을 향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 중 한 명인 백준영에게 받은 만큼 보답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 이다혜의 마음이었지만, 백준영이 반 농담 삼아서 해온 제안은 이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빈이의 진로를 벌써 정하는 것은 이르다.

         

       이것이 현재 다빈이의 엄마로서 내린 판단이었지만…….

         

         

       “후… 어렵네.”

         

         

       솔직히 말하자면 과연 이것이 옳은 판단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예체능 계열의 진로를 정할 거면 어린 나이에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고.

         

       실제로 그 예체능 계열의 진로를 직접 걸어온 이다혜였기에 이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왜 안 어울리게 한숨을 쉬고 있어?”

         

         

       그때였다.

         

       근처에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다혜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소영.

         

       이다혜의 오랜 친구이자 이제는 가족 관계인 그녀가 차 뒷좌석의 창문 너머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예상했던 것보다 도착이 빨랐던 모양인지 이다혜 역시 제법 의외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미팅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나 보네?”

       “응. 그래서 도착하고 나서 연락할 생각이었는데 벌써 나와 있을 줄은 몰랐어.”

       “아, 그냥 조금 걷고 싶어서. 나 PD님도 오랜만이에요!”

         

         

       설소영과 마찬가지로 뒷좌석에 탑승한 이다혜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영진을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에 나영진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인사를 받아주었고, 이다혜에게 무언가 해줄 말이 있는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 다혜 양 산책은 좋지만, 그렇다고 방금처럼 혼자 돌아다니는 건 조금 위험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JYB 본사 사옥 앞이어도 말이죠.”

         

         

       잔소리로도 들릴 수도 있지만, 이다혜가 절대 평범한 일반인은 아니다.

         

       그렇기에 바깥에서 최대한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다만……

         

         

       “아마 선례가 있어서 괜찮을 거예요.”

       “아.”

         

         

       이다혜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선례’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나영진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소리가 튀어나왔다.

         

       여기서 그녀가 말한 선례란 그녀가 고등학교 시절에 겪은 불의의 사건, ‘이다혜 스토커 사건’을 의미했다.

         

       하긴, 그때처럼 다혜 양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은우 군이 절대 가만히 안 놔둘 것이다. 이젠

       그 사실을 모를 사람도 없을 거고.

         

         

       “아무래도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던 것 같군요.”

       “아, 아니에요! 오히려 걱정해주셔서 고맙죠. 나 PD님의 말씀대로 앞으로 조심할게요.”

         

         

       뭔가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나영진은 다시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잠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다혜 양을 건드린 스토커의 말로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적다.

         

       대외에 알려진 정보로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던 스토커가 재소 중에 돌연 자살을 했다는 것 정도.

         

       뭐… 정확한 내막은 오직 관계자들만이 알겠지만, 저질렀던 죄에 걸맞게 그리 곱게 가진 못했겠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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